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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서 길어낸 자연의 섭리…화가 윤위동의 극사실 회화
입력 2019.05.12 (08:01) 수정 2019.05.12 (15:02) 취재K
돌에서 길어낸 자연의 섭리…화가 윤위동의 극사실 회화
여기, 그림이 있습니다. 첫 번째 의문. 사진일까? 이 낯선 이미지가 전달하는 정보는 아주 단순합니다. 모래밭에 돌멩이 하나. 비를 맞은 건지, 일부러 물을 뿌렸는지 돌멩이도 모래밭도 젖어 있군요. 보이는 그대로입니다. 해가 화면 위쪽에서 아래로 빛을 뿌린 흔적이 그림자를 만들었고요. 언뜻 봐선 시멘트 바닥에 물에 젖은 돌을 올려놓고 찍은 사진 같죠?

이제 상상력을 발휘해볼까요. 돌은 여기서 화면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어엿한 주인공입니다. 자, 저 돌멩이를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돌이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니면 눈물일까? 무엇을 상상하든 그건 감상하는 이의 자유죠. 그냥 돌 하나일 뿐이지만 조금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이 이미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화가 윤위동의 독보적인 작품 세계

이제 첫 번째 의문에 대한 답을 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사진이 아닙니다. 그림입니다. 믿기지 않죠.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장면을 그대로 옮겼다고 해도 믿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이렇게 극도로 사실적인 묘사를 보여주는 그림의 경향을 '극사실주의(hyper realism)'라고 합니다.

그림을 그린 이는 윤위동. 젊은 서양화가입니다. 20대 시절부터 극사실주의 기법의 인물화에서 출중한 재능을 선보여온 윤 작가의 독보적인 작품 세계는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제법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한동안 수채화로 그린 인물화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돌을 그리는 데 몰두하고 있더군요.

저토록 생생한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세심하게 관찰하고 얼마나 많은 붓질을 거듭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고민 앞에서 주저하고 고뇌하던 작가에게 아주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반들반들해진 '돌의 고뇌'가 보였다지요. 그 돌에서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던 겁니다.

90.5x50.5cm, 모래 위에 레진, 아크릴물감, 201890.5x50.5cm, 모래 위에 레진, 아크릴물감, 2018

"작은 모래알 하나에 우주가 담겨 있다. 작은 모래알 하나에 지구의 역사가 담겨 있다. 작은 모래알이 뭉쳐서 돌이 되고 바위도 된다. 그래서 돌이나 바위에 기도하는 것이다. 바위는 신이 드나드는 통로이기도 하다. 나는 인간이 윤회한다고 믿는다. 모래나 흙이 뭉쳐서 돌이 되고 그것이 부서져서 다시 모래나 흙으로 돌아간다. 이것을 계속 반복해 왔다. 그것을 암석윤회라고 한다."

돌에 화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다

작가의 노트에서 슬쩍 가져온 이 말에 돌 연작을 그리는 이유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 스스로 돌을 그린 작품에 '독백(monologue)'이란 제목을 붙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에 자기 모습을 투영하고, 돌을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토로한다는 것. 그런 작가의 진지한 고민이 그림에 담겨 있습니다.


"모래 위에 돌이 미끄러져 가는 모습은 모래알이 뭉쳐서 돌이 되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돌은 부조로 조각이 되어 있다. 뭉쳐서 덩어리가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나는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의 이치를 담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추우나 더우나 모든 것을 견디어 내는 돌."

화가는, 예술가는 이렇게 자신의 작업을 통해 어떤 '의미'를 찾아가는 존재입니다. 경기도 장흥에 있는 작업실에서 작가를 처음 만난 건 2015년이었습니다. 당시에 윤위동 작가는 수채물감으로 주로 인물을 그렸죠. 그 뒤로 2017년과 2018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릴 때마다 빼놓지 않고 가보았습니다.

 91x73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2019 91x73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2019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을 모색하는 예술가

5년여의 세월 동안 윤위동 작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었죠.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작품이 뜻대로 되지 않는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깊은 한숨이 좀처럼 잊히지 않더군요. 뭔가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예술가의 고뇌가 느껴졌습니다. 그런 시간을 통과하면서 작가가 찾은 것은 '돌'이었고요.

화가의 이런 깊은 뜻을 알고 나면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질 수밖에요. 극사실주의 그림은 굉장히 고된 노동의 결과물입니다. 엄청난 인내의 산물이기도 하고요. 계절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작업실에 앉아 팔이 빠지도록 그리고 또 그립니다. 그런 각고의 노력으로 완성한 그림들을 떨리는 마음으로 세상에 선보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몰랐던 작가의 전시회 제목은 '사계'입니다.

■전시정보
제목: 윤위동 개인전 ‘사계 The Four Seasons : eternity of life’
기간: 2019년 5월 31일까지
장소: 서울시 종로구 더 트리니티 갤러리
작품: 돌 연작 회화 15점

  • 돌에서 길어낸 자연의 섭리…화가 윤위동의 극사실 회화
    • 입력 2019.05.12 (08:01)
    • 수정 2019.05.12 (15:02)
    취재K
돌에서 길어낸 자연의 섭리…화가 윤위동의 극사실 회화
여기, 그림이 있습니다. 첫 번째 의문. 사진일까? 이 낯선 이미지가 전달하는 정보는 아주 단순합니다. 모래밭에 돌멩이 하나. 비를 맞은 건지, 일부러 물을 뿌렸는지 돌멩이도 모래밭도 젖어 있군요. 보이는 그대로입니다. 해가 화면 위쪽에서 아래로 빛을 뿌린 흔적이 그림자를 만들었고요. 언뜻 봐선 시멘트 바닥에 물에 젖은 돌을 올려놓고 찍은 사진 같죠?

이제 상상력을 발휘해볼까요. 돌은 여기서 화면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어엿한 주인공입니다. 자, 저 돌멩이를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돌이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니면 눈물일까? 무엇을 상상하든 그건 감상하는 이의 자유죠. 그냥 돌 하나일 뿐이지만 조금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이 이미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화가 윤위동의 독보적인 작품 세계

이제 첫 번째 의문에 대한 답을 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사진이 아닙니다. 그림입니다. 믿기지 않죠.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장면을 그대로 옮겼다고 해도 믿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이렇게 극도로 사실적인 묘사를 보여주는 그림의 경향을 '극사실주의(hyper realism)'라고 합니다.

그림을 그린 이는 윤위동. 젊은 서양화가입니다. 20대 시절부터 극사실주의 기법의 인물화에서 출중한 재능을 선보여온 윤 작가의 독보적인 작품 세계는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제법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한동안 수채화로 그린 인물화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돌을 그리는 데 몰두하고 있더군요.

저토록 생생한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세심하게 관찰하고 얼마나 많은 붓질을 거듭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고민 앞에서 주저하고 고뇌하던 작가에게 아주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반들반들해진 '돌의 고뇌'가 보였다지요. 그 돌에서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던 겁니다.

90.5x50.5cm, 모래 위에 레진, 아크릴물감, 201890.5x50.5cm, 모래 위에 레진, 아크릴물감, 2018

"작은 모래알 하나에 우주가 담겨 있다. 작은 모래알 하나에 지구의 역사가 담겨 있다. 작은 모래알이 뭉쳐서 돌이 되고 바위도 된다. 그래서 돌이나 바위에 기도하는 것이다. 바위는 신이 드나드는 통로이기도 하다. 나는 인간이 윤회한다고 믿는다. 모래나 흙이 뭉쳐서 돌이 되고 그것이 부서져서 다시 모래나 흙으로 돌아간다. 이것을 계속 반복해 왔다. 그것을 암석윤회라고 한다."

돌에 화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다

작가의 노트에서 슬쩍 가져온 이 말에 돌 연작을 그리는 이유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 스스로 돌을 그린 작품에 '독백(monologue)'이란 제목을 붙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에 자기 모습을 투영하고, 돌을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토로한다는 것. 그런 작가의 진지한 고민이 그림에 담겨 있습니다.


"모래 위에 돌이 미끄러져 가는 모습은 모래알이 뭉쳐서 돌이 되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돌은 부조로 조각이 되어 있다. 뭉쳐서 덩어리가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나는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의 이치를 담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추우나 더우나 모든 것을 견디어 내는 돌."

화가는, 예술가는 이렇게 자신의 작업을 통해 어떤 '의미'를 찾아가는 존재입니다. 경기도 장흥에 있는 작업실에서 작가를 처음 만난 건 2015년이었습니다. 당시에 윤위동 작가는 수채물감으로 주로 인물을 그렸죠. 그 뒤로 2017년과 2018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릴 때마다 빼놓지 않고 가보았습니다.

 91x73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2019 91x73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2019

끊임없이 새로운 표현을 모색하는 예술가

5년여의 세월 동안 윤위동 작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었죠.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작품이 뜻대로 되지 않는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깊은 한숨이 좀처럼 잊히지 않더군요. 뭔가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예술가의 고뇌가 느껴졌습니다. 그런 시간을 통과하면서 작가가 찾은 것은 '돌'이었고요.

화가의 이런 깊은 뜻을 알고 나면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질 수밖에요. 극사실주의 그림은 굉장히 고된 노동의 결과물입니다. 엄청난 인내의 산물이기도 하고요. 계절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작업실에 앉아 팔이 빠지도록 그리고 또 그립니다. 그런 각고의 노력으로 완성한 그림들을 떨리는 마음으로 세상에 선보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몰랐던 작가의 전시회 제목은 '사계'입니다.

■전시정보
제목: 윤위동 개인전 ‘사계 The Four Seasons : eternity of life’
기간: 2019년 5월 31일까지
장소: 서울시 종로구 더 트리니티 갤러리
작품: 돌 연작 회화 1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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