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자살 시도 여학생 살린 ‘생명의 전화’…中 매체 대서특필

입력 2019.05.13 (07:03) 수정 2019.05.1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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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시도하던 17살 중국 여학생이 지난 2일 저녁 우리의 112에 해당하는 110 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유언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전화 통화는 95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여경은 자신의 학창 시절을 얘기하며 울먹이는 여학생을 달래고 또 달랬다.

천여 명의 경찰이 위치 추적과 수색 작업에 나선 끝에 결국 2시간 만에 이 여학생은 안전하게 구조돼 집으로 돌아갔다. 17살 여학생의 생사를 갈랐던 95분의 통화 기록을 중국 매체 보도를 토대로 재구성해 봤다.

중국 선양시 공안국 110 신고센터중국 선양시 공안국 110 신고센터

"이모! 저 자살하고 싶어요. 저랑 얘기 좀 할 수 있나요?"

중국 노동절 연휴였던 지난 2일 저녁 10시 15분 랴오닝성 선양시 공안국 110 신고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넘어 17살 여학생 환환(가명)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자살하고 싶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전화를 받은 신고센터 근무자는 여성 경찰관 친쉔이었다. 다소 긴장한 친쉔은 차분한 목소리로 환환과 대화를 시작했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울지 말고 언니한테 말해봐요!"
"언니! 뭐라고 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어요.
세상은 아름답지 않아요. 저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요."


친쉔은 곧바로 환환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뭐든지 하고 싶은 얘기를 해봐요. 기다릴게요.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요. 옆에 화장지나 손수건 있으면 눈물 좀 닦아요."

"제가 자살을 하려고 하는데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도 없고,
자살예방 핫라인에 여러 번 전화를 했는데 한 통도 연결되지 않았어요.
세상이 이렇게까지 삭막할 수 있나요?"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110에 전화하니까 우리가 관심을 가져주잖아요"

친쉔은 통화를 이어가면서 옆 동료에게 상부에 상황을 보고하라고 손짓을 했고, 당직 간부는 친쉔과 환환의 통화 내용을 내부 통신망을 통해 동시에 듣기 시작했다.

중국 CCTV 뉴스 ‘생명의 전화’ 보도 화면중국 CCTV 뉴스 ‘생명의 전화’ 보도 화면

선양시 경찰 천여 명이 수색 끝에 여학생 구조

통화는 한 시간 30분 가까이 계속됐다.

"지금 어디예요? 언니가 찾아갈게요. 언니가 집에 데려다 줄게요."

당직 간부는 친쉔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환환이 자신의 위치를 알리도록 유도할 것을 지시했다. 환환은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여기는 깜깜하고 작은 숲이에요. 벤치도 있고 뒤에 철로로 있어요.
우리 집이랑 가까워요."


환환은 결국 자기 집이 허핑구 다칭로 근처라고 얘기했다. 저녁 10시 40분 선양시 공안국은 예하 파출소 등에 경력을 조직해 연합 구조작전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

환환은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해 6살 전까지 아버지 얼굴도 본 적이 없었다. 할머니와 함께 살아왔는데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위암으로 돌아가셔서 그 후로는 아버지와 살게 됐다.

"마지막으로 저한테 제일 잘해주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어요.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환환은 통화 도중 감정 기복이 매우 심했다. 자꾸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친쉔은 자신의 어릴 적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환환을 설득했다. 환환은 중점 고등학교(우수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2학년 학생으로 성적도 우수했다.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이 학교에 데려다 주는데 자신은 항상 혼자였다고 얘기할 때 다시 감정이 격해졌다. 친쉔은 따뜻하게 말했다.

"언젠가는 어른이 돼야 하잖아요? 영원히 누가 보살펴 줄 수는 없어요.
언니도 대학 다닐 때 집을 떠났어요. 그때 혼자 많은 일을 해내야 했어요."


중국 선양일보 ‘생명의 전화’ 보도 사진중국 선양일보 ‘생명의 전화’ 보도 사진

■경찰, 숲속에서 17살 여학생 찾아내

시간은 벌써 자정을 넘겼다. 새벽 0시 15분쯤 선양시 공안국 예하 허핑분국 베이스창파출소 소속 경찰관 리쥔광은 동료들과 함께 환환이 얘기한 '철로', '작은 숲', '벤치' 등을 떠올리며 환환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환환은 셔츠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리쥔광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한테 말해봐! 무슨 일이 있었어?
천여 명의 경찰관 아저씨들이 잠 안 자고 너를 찾고 있단다!"


환환은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아저씨! 미안해요!"

환환의 신원을 확인한 경찰은 재빨리 환환 아버지에게 연락을 취하고 환환을 파출소로 데려가 난로를 켜주고 먹을거리를 제공했다. 환환은 새벽 2시 30분이 돼서야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환환의 아버지는 종일 택시 운전을 하느라 환환과 소통이 항상 부족했다.

중국 선양시 공안국 위챗 SNS 계정중국 선양시 공안국 위챗 SNS 계정

여경이 보낸 짤막한 동영상…中 네티즌 주목

친쉔은 날이 밝을 때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환환을 안전하게 구조했다는 기쁨보다는 환환의 미래가 더 걱정이었다. 친쉔은 짤막한 동영상을 제작해 환환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환환! 지금은 기분이 어떤가요? 17살은 꽃다운 나이이고
미래에는 아주 많은 아름다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더 넓은 세상이 환환을 기다리고 있어요!"


"새로운 발걸음으로 꿈을 향해 전진했으면 좋겠어요. 하늘에 계신 할머니도
손녀가 희망을 품고 미래로 향하기를 바라실 거예요."


선양시 공안국 110 신고센터는 SNS 위챗 계정을 통해 친쉔의 동영상을 올렸다. 노동절 연휴 동안 훈훈한 사연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95분간의 '생명의 전화'가 자살을 시도하던 여학생을 살려냈으니 중국 공안이 칭찬을 받을 만도 하다. 선양시 공안국은 지역 간부, 학교 선생님 등과 함께 환환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어려운 환경에다 감수성 예민한 시기지만, 환환이 잘 헤쳐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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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13 07:03:01
    • 수정2019-05-13 07:54:30
    특파원 리포트
자살을 시도하던 17살 중국 여학생이 지난 2일 저녁 우리의 112에 해당하는 110 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유언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전화 통화는 95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여경은 자신의 학창 시절을 얘기하며 울먹이는 여학생을 달래고 또 달랬다.

천여 명의 경찰이 위치 추적과 수색 작업에 나선 끝에 결국 2시간 만에 이 여학생은 안전하게 구조돼 집으로 돌아갔다. 17살 여학생의 생사를 갈랐던 95분의 통화 기록을 중국 매체 보도를 토대로 재구성해 봤다.

중국 선양시 공안국 110 신고센터
"이모! 저 자살하고 싶어요. 저랑 얘기 좀 할 수 있나요?"

중국 노동절 연휴였던 지난 2일 저녁 10시 15분 랴오닝성 선양시 공안국 110 신고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넘어 17살 여학생 환환(가명)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자살하고 싶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전화를 받은 신고센터 근무자는 여성 경찰관 친쉔이었다. 다소 긴장한 친쉔은 차분한 목소리로 환환과 대화를 시작했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울지 말고 언니한테 말해봐요!"
"언니! 뭐라고 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어요.
세상은 아름답지 않아요. 저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요."


친쉔은 곧바로 환환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뭐든지 하고 싶은 얘기를 해봐요. 기다릴게요.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요. 옆에 화장지나 손수건 있으면 눈물 좀 닦아요."

"제가 자살을 하려고 하는데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도 없고,
자살예방 핫라인에 여러 번 전화를 했는데 한 통도 연결되지 않았어요.
세상이 이렇게까지 삭막할 수 있나요?"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110에 전화하니까 우리가 관심을 가져주잖아요"

친쉔은 통화를 이어가면서 옆 동료에게 상부에 상황을 보고하라고 손짓을 했고, 당직 간부는 친쉔과 환환의 통화 내용을 내부 통신망을 통해 동시에 듣기 시작했다.

중국 CCTV 뉴스 ‘생명의 전화’ 보도 화면
선양시 경찰 천여 명이 수색 끝에 여학생 구조

통화는 한 시간 30분 가까이 계속됐다.

"지금 어디예요? 언니가 찾아갈게요. 언니가 집에 데려다 줄게요."

당직 간부는 친쉔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환환이 자신의 위치를 알리도록 유도할 것을 지시했다. 환환은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여기는 깜깜하고 작은 숲이에요. 벤치도 있고 뒤에 철로로 있어요.
우리 집이랑 가까워요."


환환은 결국 자기 집이 허핑구 다칭로 근처라고 얘기했다. 저녁 10시 40분 선양시 공안국은 예하 파출소 등에 경력을 조직해 연합 구조작전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

환환은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해 6살 전까지 아버지 얼굴도 본 적이 없었다. 할머니와 함께 살아왔는데 할머니가 지난해 12월 위암으로 돌아가셔서 그 후로는 아버지와 살게 됐다.

"마지막으로 저한테 제일 잘해주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어요.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환환은 통화 도중 감정 기복이 매우 심했다. 자꾸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친쉔은 자신의 어릴 적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환환을 설득했다. 환환은 중점 고등학교(우수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2학년 학생으로 성적도 우수했다.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이 학교에 데려다 주는데 자신은 항상 혼자였다고 얘기할 때 다시 감정이 격해졌다. 친쉔은 따뜻하게 말했다.

"언젠가는 어른이 돼야 하잖아요? 영원히 누가 보살펴 줄 수는 없어요.
언니도 대학 다닐 때 집을 떠났어요. 그때 혼자 많은 일을 해내야 했어요."


중국 선양일보 ‘생명의 전화’ 보도 사진
■경찰, 숲속에서 17살 여학생 찾아내

시간은 벌써 자정을 넘겼다. 새벽 0시 15분쯤 선양시 공안국 예하 허핑분국 베이스창파출소 소속 경찰관 리쥔광은 동료들과 함께 환환이 얘기한 '철로', '작은 숲', '벤치' 등을 떠올리며 환환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환환은 셔츠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리쥔광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한테 말해봐! 무슨 일이 있었어?
천여 명의 경찰관 아저씨들이 잠 안 자고 너를 찾고 있단다!"


환환은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아저씨! 미안해요!"

환환의 신원을 확인한 경찰은 재빨리 환환 아버지에게 연락을 취하고 환환을 파출소로 데려가 난로를 켜주고 먹을거리를 제공했다. 환환은 새벽 2시 30분이 돼서야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환환의 아버지는 종일 택시 운전을 하느라 환환과 소통이 항상 부족했다.

중국 선양시 공안국 위챗 SNS 계정
여경이 보낸 짤막한 동영상…中 네티즌 주목

친쉔은 날이 밝을 때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환환을 안전하게 구조했다는 기쁨보다는 환환의 미래가 더 걱정이었다. 친쉔은 짤막한 동영상을 제작해 환환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환환! 지금은 기분이 어떤가요? 17살은 꽃다운 나이이고
미래에는 아주 많은 아름다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더 넓은 세상이 환환을 기다리고 있어요!"


"새로운 발걸음으로 꿈을 향해 전진했으면 좋겠어요. 하늘에 계신 할머니도
손녀가 희망을 품고 미래로 향하기를 바라실 거예요."


선양시 공안국 110 신고센터는 SNS 위챗 계정을 통해 친쉔의 동영상을 올렸다. 노동절 연휴 동안 훈훈한 사연을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95분간의 '생명의 전화'가 자살을 시도하던 여학생을 살려냈으니 중국 공안이 칭찬을 받을 만도 하다. 선양시 공안국은 지역 간부, 학교 선생님 등과 함께 환환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어려운 환경에다 감수성 예민한 시기지만, 환환이 잘 헤쳐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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