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입양은 사랑입니다”…어느 가족 이야기

입력 2019.05.13 (08:32) 수정 2019.05.1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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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11일이 입양의 날이었죠.

그동안 입양하면 숨기거나 자녀가 받을 상처를 생각해 정작 자녀에게도 쉬쉬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요즘은 입양 사실을 아이에게 미리 알려 주고 사랑으로 키우는 이른바 '공개입양 가족'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가족들일까요?

같이 한번 만나 보시죠.

[리포트]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이곳에는 어떤 가족이 살고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이 가정의 장남은 6살 동하 군입니다.

[윤동하/6세/아들 : "우리 가족은 몇 명이냐면 할아버지, 할머니 빼면 네 명이에요. 아빠, 엄마, 동주, 저요."]

아이들을 보면 꼭 물어보게 되는 질문이 있죠.

[윤동하/6세/아들 : "(동하는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요?) 엄마, 아빠요. 엄마는 저한테 맛있는 요리를 해 주고, 아빠는 쉬는 날에 놀아 주니까요. (엄마는 뭐 맛있는 거 해 줘서 좋아요?) 계란 프라이랑 누룽지요."]

아이의 순수한 말 한마디에 웃음이 끊이지 않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고운 마음에 감동도 받습니다.

[윤동하/6세/아들 : "(동하는 뭐가 되고 싶어요?) 로봇 만드는 사람이요. (왜?) 그러면 엄마 아빠도 편하게 해 드릴 수 있고, 다른 분들도 편하게 해 드릴 수 있으니까요."]

엄마,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른 6살 동하와 세 살 동생 동주는. 윤학신, 김지인 부부가 공개입양을 통해 가족이 된 아이들입니다.

[윤학신/동하·동주 아빠 : "행복한 건 이제 둘째가 오니까 형이랑 동생이랑 잘 노는 거. 재밌게 잘 노는 거. 둘이서 잘 노는 거 보니까 너무 좋았죠."]

[김지인/동하·동주 엄마 : "자연스럽게 첫째가 있으니까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죠. 크면서 서로 입양된 걸 잘 알잖아요. 그러면 어떤 힘든 시기도 같이 서로를 보면서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처음 입양했을 때만 해도 무엇부터 해야 될지 눈앞이 캄캄했다는 초보 엄마 아빠였습니다.

[김지인/동하·동주 엄마 : "처음에 얼떨떨해서 (동하를) 바닥에 눕혀 놓고 나 뭐 해야 되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눈앞이 깜깜한 거예요. 심장이 막 뛰고요. 처음에 (동하를) 안는 것도 제대로 못해서 엄청 불편하게 안고 그랬거든요. 머리도 못 감기고."]

그렇게 벌써 5년, 이제 두 아이들은 가족에게 행복의 원천, 한편으로는 그만큼 더 책임감도 듭니다.

[윤학신/동하·동주 아빠 : "동하는 말도 잘하고, (내가) 힘들다 하면 와서 "아빠 힘내세요" 그러고요. 또 둘째는 특히 애교가 많아서 안아 주고 그러면 치유가 되죠."]

[김지인/동하·동주 엄마 : "지금 서로 사랑해야 하고, 많이 신뢰해야 하고.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가기 전까지 독립하기 전까지 그냥 든든한 울타리 정도 돼 줄 수 있으면 제일 좋겠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이렇게 '공개입양'을 하는 가족들이 늘고 있는데요, 여전히,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게 될 사회적 편견과 정체성 혼란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2002년과 2007년 두 딸을 입양한 주진경, 최철규씨 부부.

조그맣던 아이들은 벌써 고2, 중2 청소년이 됐는데요.

["(내가 뭘 이해를 못 했니?) 맨날 화장한다고 뭐라 그러고. (내가 그래도 다 속아 넘어가 주고.)"]

고등학생인 딸과 엄마의 흔한 신경전. 중학생 딸과는 교복 치마 길이가 문제입니다.

["저 (치마) 별로 안 짧아요. (그렇지 다른 애에 비해서는 안 짧은데 내 눈에는 짧은 거지.)"]

두 딸을 키워 온 긴 시간 동안 힘든 점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이미 두 아들이 있는데 입양하는 걸 이해 못 하는 시선들이었다고 합니다.

[최철규/현진·현서 아빠 : "사람들이 뭐라고 하냐면 "자기가 낳은 애 하고 똑같아?" 이렇게 물어 봐요. 내가 낳은 아이와 입양한 아이는 다를 거라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왜 그런 생각 하는지……."]

자녀들이 직접 겪은 일 한번 들어 볼까요.

[최현진/고2/딸 : "(나한테) 쟤는 입양돼서 가정교육 못 받아서 공부를 좀 못하는 것 같아 이렇게 얘기한 적도 있고, (어떤 애가) 제가 성격이 나쁜 게 입양돼서 그런 것 같다 라고 얘기해서 제가 "그럼 너는 입양 안 됐으니까 성격 좋아야겠네?" 이런 식으로 (말)했던 기억이 나요."]

이런 편견에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부모들은 자매가 어렸을 때부터 이런 노력들을 했다고 합니다.

[최현서/중2/딸 :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너 입양됐어. 이렇게 말을 하셔서 '아, 내가 입양됐구나' 그렇게 알았던 것 같아요. 뭔가 특별하다는 느낌도 들고,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냥 남과 다르게 입양된 거니까 기분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주진경/현진·현서 엄마 : "어려서부터 이야기했어요. 발달 단계에 따라 그 수준에 맞게 이야기해 줬어요. 사람들이 "자매인데 안 닮았네?"이렇게 얘기를 하면 "우리는 입양돼서 그래요" 이렇게 얘기를 하기도 하고요."]

물질적으로는 그렇게 풍족한건 아니지만 자녀들이 똑같이 느낄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부족하거나 치우침이 없도록 더욱 세심하게 힘썼다고 하는데요.

[최현진/고2/딸 : "엄마는 얘기 많이 하고 그런 친구 같고, 아빠는 장난치면서 놀 때 편한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저는 부모님 만나서 고맙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너무 행복하고요. (부모님께) 저도 약간 친구처럼 서로 기댈 수 있고 편안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가족을 만나 국내외로 입양된 입양아 수는 680여 명.

아이들을 위한다는 입양특례법 등 각종 제도가 정작 입양의 문턱을 높이고 있는건 아닌지 우려도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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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입양은 사랑입니다”…어느 가족 이야기
    • 입력 2019-05-13 08:40:25
    • 수정2019-05-13 10: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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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11일이 입양의 날이었죠.

그동안 입양하면 숨기거나 자녀가 받을 상처를 생각해 정작 자녀에게도 쉬쉬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요즘은 입양 사실을 아이에게 미리 알려 주고 사랑으로 키우는 이른바 '공개입양 가족'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가족들일까요?

같이 한번 만나 보시죠.

[리포트]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

이곳에는 어떤 가족이 살고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이 가정의 장남은 6살 동하 군입니다.

[윤동하/6세/아들 : "우리 가족은 몇 명이냐면 할아버지, 할머니 빼면 네 명이에요. 아빠, 엄마, 동주, 저요."]

아이들을 보면 꼭 물어보게 되는 질문이 있죠.

[윤동하/6세/아들 : "(동하는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요?) 엄마, 아빠요. 엄마는 저한테 맛있는 요리를 해 주고, 아빠는 쉬는 날에 놀아 주니까요. (엄마는 뭐 맛있는 거 해 줘서 좋아요?) 계란 프라이랑 누룽지요."]

아이의 순수한 말 한마디에 웃음이 끊이지 않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고운 마음에 감동도 받습니다.

[윤동하/6세/아들 : "(동하는 뭐가 되고 싶어요?) 로봇 만드는 사람이요. (왜?) 그러면 엄마 아빠도 편하게 해 드릴 수 있고, 다른 분들도 편하게 해 드릴 수 있으니까요."]

엄마,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른 6살 동하와 세 살 동생 동주는. 윤학신, 김지인 부부가 공개입양을 통해 가족이 된 아이들입니다.

[윤학신/동하·동주 아빠 : "행복한 건 이제 둘째가 오니까 형이랑 동생이랑 잘 노는 거. 재밌게 잘 노는 거. 둘이서 잘 노는 거 보니까 너무 좋았죠."]

[김지인/동하·동주 엄마 : "자연스럽게 첫째가 있으니까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죠. 크면서 서로 입양된 걸 잘 알잖아요. 그러면 어떤 힘든 시기도 같이 서로를 보면서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처음 입양했을 때만 해도 무엇부터 해야 될지 눈앞이 캄캄했다는 초보 엄마 아빠였습니다.

[김지인/동하·동주 엄마 : "처음에 얼떨떨해서 (동하를) 바닥에 눕혀 놓고 나 뭐 해야 되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눈앞이 깜깜한 거예요. 심장이 막 뛰고요. 처음에 (동하를) 안는 것도 제대로 못해서 엄청 불편하게 안고 그랬거든요. 머리도 못 감기고."]

그렇게 벌써 5년, 이제 두 아이들은 가족에게 행복의 원천, 한편으로는 그만큼 더 책임감도 듭니다.

[윤학신/동하·동주 아빠 : "동하는 말도 잘하고, (내가) 힘들다 하면 와서 "아빠 힘내세요" 그러고요. 또 둘째는 특히 애교가 많아서 안아 주고 그러면 치유가 되죠."]

[김지인/동하·동주 엄마 : "지금 서로 사랑해야 하고, 많이 신뢰해야 하고.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가기 전까지 독립하기 전까지 그냥 든든한 울타리 정도 돼 줄 수 있으면 제일 좋겠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이렇게 '공개입양'을 하는 가족들이 늘고 있는데요, 여전히,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게 될 사회적 편견과 정체성 혼란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2002년과 2007년 두 딸을 입양한 주진경, 최철규씨 부부.

조그맣던 아이들은 벌써 고2, 중2 청소년이 됐는데요.

["(내가 뭘 이해를 못 했니?) 맨날 화장한다고 뭐라 그러고. (내가 그래도 다 속아 넘어가 주고.)"]

고등학생인 딸과 엄마의 흔한 신경전. 중학생 딸과는 교복 치마 길이가 문제입니다.

["저 (치마) 별로 안 짧아요. (그렇지 다른 애에 비해서는 안 짧은데 내 눈에는 짧은 거지.)"]

두 딸을 키워 온 긴 시간 동안 힘든 점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이미 두 아들이 있는데 입양하는 걸 이해 못 하는 시선들이었다고 합니다.

[최철규/현진·현서 아빠 : "사람들이 뭐라고 하냐면 "자기가 낳은 애 하고 똑같아?" 이렇게 물어 봐요. 내가 낳은 아이와 입양한 아이는 다를 거라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왜 그런 생각 하는지……."]

자녀들이 직접 겪은 일 한번 들어 볼까요.

[최현진/고2/딸 : "(나한테) 쟤는 입양돼서 가정교육 못 받아서 공부를 좀 못하는 것 같아 이렇게 얘기한 적도 있고, (어떤 애가) 제가 성격이 나쁜 게 입양돼서 그런 것 같다 라고 얘기해서 제가 "그럼 너는 입양 안 됐으니까 성격 좋아야겠네?" 이런 식으로 (말)했던 기억이 나요."]

이런 편견에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부모들은 자매가 어렸을 때부터 이런 노력들을 했다고 합니다.

[최현서/중2/딸 :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너 입양됐어. 이렇게 말을 하셔서 '아, 내가 입양됐구나' 그렇게 알았던 것 같아요. 뭔가 특별하다는 느낌도 들고,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냥 남과 다르게 입양된 거니까 기분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주진경/현진·현서 엄마 : "어려서부터 이야기했어요. 발달 단계에 따라 그 수준에 맞게 이야기해 줬어요. 사람들이 "자매인데 안 닮았네?"이렇게 얘기를 하면 "우리는 입양돼서 그래요" 이렇게 얘기를 하기도 하고요."]

물질적으로는 그렇게 풍족한건 아니지만 자녀들이 똑같이 느낄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부족하거나 치우침이 없도록 더욱 세심하게 힘썼다고 하는데요.

[최현진/고2/딸 : "엄마는 얘기 많이 하고 그런 친구 같고, 아빠는 장난치면서 놀 때 편한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저는 부모님 만나서 고맙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너무 행복하고요. (부모님께) 저도 약간 친구처럼 서로 기댈 수 있고 편안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가족을 만나 국내외로 입양된 입양아 수는 680여 명.

아이들을 위한다는 입양특례법 등 각종 제도가 정작 입양의 문턱을 높이고 있는건 아닌지 우려도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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