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미래 교사들이?…교대 성희롱 파문 일파만파

입력 2019.05.14 (08:34) 수정 2019.05.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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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내일은 스승의 날인데요.

미래 교사들의 요람이죠. 예비 교사 양성소인 교육대학이 요즘 시끄럽습니다.

남학생들이 여학생의 외모를 품평하고 성희롱하는가 하면, 불법촬영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1년 전 이맘때쯤에는 '스쿨 미투'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현장으로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지난 주말, 서울교대 캠퍼스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같은 과 여학생들의 외모를 품평하고 성희롱한 이유로 고발당한 학생들에게 학교가 유기정학 처분을 내린 뒤였는데요.

[재학생/음성변조 : "재학생들 입장은 이 징계가 나온 이후에 더 분노를 하고 있는 분위기예요."]

[재학생/음성변조 : "성에 대한 인식이 그 정도로 낮으면 초등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자질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학교 측의 징계가 가볍다는 학생들,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성희롱 문제가 불거진 건 올해 초, 재학생 SNS를 통해서였습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남자 대면식이 안 좋다고 더럽다 이런 식으로 글이 나오다가 나중에는 남자 대면식이 끝난 뒤에 신입생들의 신상을 담은 책자가 찢어져 버려져 있는 걸 목격한 사람이 등장했고……."]

남학생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교대에선 같은 과 졸업생들과 신입 남학생의 만남의 자리를 ‘남자 대면식’이라고 불렀는데요.

대면식이 있을 때마다 2학년 남학생들이 신입생들의 사진과 개인 정보가 담긴 책자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사진, 이름, 사는 곳, 소모임, 동아리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 이런 걸 적었다고 해요. 교수님이 명단 만든다고 사진 보내 달라고 그런 식으로 거짓말해서 사진을 받아서 갔고요. 17학번의 경우에는 SNS 사진을 도용했고, 없으면 닮은 연예인 사진을 넣었다고 했어요."]

여학생들에게는 비밀로 하면서 이 같은 책자를 만들었던 이유는 뭘까요?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책자를 보면서 (외모) 평가를 했고, 스케치북 이용해서 교통정리 한다며 남학생들끼리 좋아하는 여학생이 겹치면 안 되니까 정리를 해 두자 그랬다는 거예요. 14학번 남학생 선배들이 더 심한 수준의 성희롱이 있었다고 인정하셨고요."]

책자를 돌려 보며 여학생들의 외모 순위를 평가하는가 하면 성희롱까지 했다는 겁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3년 동안 같이 지냈던 동기들인데 너무 배신감이 느껴졌고, 저희를 물건도 아니고 그렇게 취급한 것 같아서 좀 수치스러웠죠."]

학생들은 즉각 남학생들에게 사실 확인과 사과를 요구했다는데요.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선배들이 주도해서 그런 거라고 했어요. 선배들이 주도했으면 같이 해결하고, 협조해 달라고 했는데 다 반대하더라고요. 졸업생 대표로 오신 분이 다 기억이 안 난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결국 학생들은 대자보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학교 측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우리도 교사가 될 건데 이걸 아는 상태에서 아무것도 해결 안 하고 아이들을 떳떳하게 볼 수가 있겠냐. 이런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 이런 얘기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잘못이 된 거니까 이해해야 한다는 식으로 저희가 이것을 잘못이라고 얘기해서 잘못이 된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여학생들이 이 일을 공론화해서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키면 임용고시 정원이 줄어들 수 있다."]

학교 측의 징계 발표를 앞두곤 추가 폭로도 이어졌습니다.

'곧 잊혀지니 신경쓰지 말자'거나 피해 신고한 학생들에 대한 비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재학 중인 여학생에 대해서 성희롱하는 발언도 있었고, 자기 제자로 추정되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에 대해서 성희롱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있었고."]

지난 금요일 서울교대 측은 남자 대면식에서 여학생을 성희롱한 11명의 남학생들에게 정학 2~3주의 징계를, 다른 과 학생 10명에겐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정학 처분 학생들은 교생 실습을 이수하지 못해 1년 유급을 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학생/음성변조 : "일 년만 더 기다리면 교사가 언제든지 될 수 있다는 건데 징계가 어떤 효력이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재학생/음성변조 : "이 정도 잘못을 저질러도 그냥 2주, 3주 만 정학당하면 되겠구나. 이런 식으로 되게 가볍게 생각할 것 같아요"]

교사 단체들도 이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다며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홍섭근/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 "학생들에게 인성과 어떤 성적 감수성에 대해서 교육을 할 교육자가 될 자질이 있는가. 그 관점에서 한번 생각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전체 교직 사회에 불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는 광주교대입니다.

이곳에선 남학생이 화장실에 간 동기 여학생을 불법 촬영하려다 적발됐습니다.

지난달 수학여행 마지막 날에 벌어진 일인데요.

[피해 학생/음성변조 : "(창문) 양쪽이 다 열려 있는 거예요. 너무 이상해서 계속 보면서 볼일을 봤거든요. 근데 휴대전화가 창문에서 올라오는 거예요."]

누구였을까요?

바로 같은 과 동기였다고 합니다.

[피해 학생/음성변조 : "휴대전화가 똑같은 거예요. 제가 화장실에서 본 거랑. 전화해서 직접 물어봤어요. 네가 찍은 게 맞냐고 하니까 맞다고……."]

학생들은 가해 학생의 퇴학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피해 학생/음성변조 : "자퇴를 하면 다른 교대에 재입학이 가능한 상황인데 퇴학은 그 이유가 기록에 남으니까 다른 교대에 입학이 안 되잖아요."]

서울교대 총장은 긴급 담화문을 발표했고,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현직 교사 명단 파악에 나섰습니다.

전국 교대 학생들은 피해자 보호, 가해자에 대한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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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미래 교사들이?…교대 성희롱 파문 일파만파
    • 입력 2019-05-14 08:43:06
    • 수정2019-05-14 14: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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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내일은 스승의 날인데요.

미래 교사들의 요람이죠. 예비 교사 양성소인 교육대학이 요즘 시끄럽습니다.

남학생들이 여학생의 외모를 품평하고 성희롱하는가 하면, 불법촬영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1년 전 이맘때쯤에는 '스쿨 미투'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현장으로 따라가 보시죠.

[리포트]

지난 주말, 서울교대 캠퍼스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같은 과 여학생들의 외모를 품평하고 성희롱한 이유로 고발당한 학생들에게 학교가 유기정학 처분을 내린 뒤였는데요.

[재학생/음성변조 : "재학생들 입장은 이 징계가 나온 이후에 더 분노를 하고 있는 분위기예요."]

[재학생/음성변조 : "성에 대한 인식이 그 정도로 낮으면 초등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자질이 안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학교 측의 징계가 가볍다는 학생들, 과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성희롱 문제가 불거진 건 올해 초, 재학생 SNS를 통해서였습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남자 대면식이 안 좋다고 더럽다 이런 식으로 글이 나오다가 나중에는 남자 대면식이 끝난 뒤에 신입생들의 신상을 담은 책자가 찢어져 버려져 있는 걸 목격한 사람이 등장했고……."]

남학생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교대에선 같은 과 졸업생들과 신입 남학생의 만남의 자리를 ‘남자 대면식’이라고 불렀는데요.

대면식이 있을 때마다 2학년 남학생들이 신입생들의 사진과 개인 정보가 담긴 책자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사진, 이름, 사는 곳, 소모임, 동아리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 이런 걸 적었다고 해요. 교수님이 명단 만든다고 사진 보내 달라고 그런 식으로 거짓말해서 사진을 받아서 갔고요. 17학번의 경우에는 SNS 사진을 도용했고, 없으면 닮은 연예인 사진을 넣었다고 했어요."]

여학생들에게는 비밀로 하면서 이 같은 책자를 만들었던 이유는 뭘까요?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책자를 보면서 (외모) 평가를 했고, 스케치북 이용해서 교통정리 한다며 남학생들끼리 좋아하는 여학생이 겹치면 안 되니까 정리를 해 두자 그랬다는 거예요. 14학번 남학생 선배들이 더 심한 수준의 성희롱이 있었다고 인정하셨고요."]

책자를 돌려 보며 여학생들의 외모 순위를 평가하는가 하면 성희롱까지 했다는 겁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3년 동안 같이 지냈던 동기들인데 너무 배신감이 느껴졌고, 저희를 물건도 아니고 그렇게 취급한 것 같아서 좀 수치스러웠죠."]

학생들은 즉각 남학생들에게 사실 확인과 사과를 요구했다는데요.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선배들이 주도해서 그런 거라고 했어요. 선배들이 주도했으면 같이 해결하고, 협조해 달라고 했는데 다 반대하더라고요. 졸업생 대표로 오신 분이 다 기억이 안 난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결국 학생들은 대자보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학교 측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우리도 교사가 될 건데 이걸 아는 상태에서 아무것도 해결 안 하고 아이들을 떳떳하게 볼 수가 있겠냐. 이런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조사가 진행되는 도중 이런 얘기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잘못이 된 거니까 이해해야 한다는 식으로 저희가 이것을 잘못이라고 얘기해서 잘못이 된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여학생들이 이 일을 공론화해서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키면 임용고시 정원이 줄어들 수 있다."]

학교 측의 징계 발표를 앞두곤 추가 폭로도 이어졌습니다.

'곧 잊혀지니 신경쓰지 말자'거나 피해 신고한 학생들에 대한 비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학과 학생/음성변조 : "재학 중인 여학생에 대해서 성희롱하는 발언도 있었고, 자기 제자로 추정되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에 대해서 성희롱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있었고."]

지난 금요일 서울교대 측은 남자 대면식에서 여학생을 성희롱한 11명의 남학생들에게 정학 2~3주의 징계를, 다른 과 학생 10명에겐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정학 처분 학생들은 교생 실습을 이수하지 못해 1년 유급을 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학생/음성변조 : "일 년만 더 기다리면 교사가 언제든지 될 수 있다는 건데 징계가 어떤 효력이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재학생/음성변조 : "이 정도 잘못을 저질러도 그냥 2주, 3주 만 정학당하면 되겠구나. 이런 식으로 되게 가볍게 생각할 것 같아요"]

교사 단체들도 이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다며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홍섭근/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 "학생들에게 인성과 어떤 성적 감수성에 대해서 교육을 할 교육자가 될 자질이 있는가. 그 관점에서 한번 생각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전체 교직 사회에 불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는 광주교대입니다.

이곳에선 남학생이 화장실에 간 동기 여학생을 불법 촬영하려다 적발됐습니다.

지난달 수학여행 마지막 날에 벌어진 일인데요.

[피해 학생/음성변조 : "(창문) 양쪽이 다 열려 있는 거예요. 너무 이상해서 계속 보면서 볼일을 봤거든요. 근데 휴대전화가 창문에서 올라오는 거예요."]

누구였을까요?

바로 같은 과 동기였다고 합니다.

[피해 학생/음성변조 : "휴대전화가 똑같은 거예요. 제가 화장실에서 본 거랑. 전화해서 직접 물어봤어요. 네가 찍은 게 맞냐고 하니까 맞다고……."]

학생들은 가해 학생의 퇴학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피해 학생/음성변조 : "자퇴를 하면 다른 교대에 재입학이 가능한 상황인데 퇴학은 그 이유가 기록에 남으니까 다른 교대에 입학이 안 되잖아요."]

서울교대 총장은 긴급 담화문을 발표했고,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현직 교사 명단 파악에 나섰습니다.

전국 교대 학생들은 피해자 보호, 가해자에 대한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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