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천재들의 장난…대체 누가 이런 일을?!

입력 2019.05.15 (10:25) 수정 2019.05.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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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시에 위치한 세계 최고의 이공계 명문중에 하나인 MIT 대학의 가장 상징적인 건물 그레이트 돔(MIT's Great Dome)이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로 변신했다. (사진은 MIT 2학년에 재학 중인 Raymond Huffman 학생이 올린 YouTube 캡처) 하룻밤 사이 감쪽같이 일어난 '장난'에 MIT 학생들은 물론 동네 전체가 들썩였다.

보스턴 글로브지는 '세계 최고의 천재 또는 수재'로 일컬어지는 MIT 재학생들의 '장난'에 연재 기사로써 경의를 표하며, 실제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았던 배우 크리스 에번스(Chris Evans)의 '매우 멋지군(Very cool)!'이라는 트윗을 함께 실었다.

 MIT 학생들의 장난에 대한 크리스 에번스의 트윗(좌)과 캡틴 아메리카(우) MIT 학생들의 장난에 대한 크리스 에번스의 트윗(좌)과 캡틴 아메리카(우)

뿐만 아니라 긱Geek이나 매셔블 Mashable같은 기술 전문 매체들은 물론, MIT 학보인 더테크The Tech도 이달 초까지 관련 보도를 이어가며 이번 '사건'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 사건은 비록 사건을 벌인 장본인들에 의해 '장난(hack, prank)'으로 통칭되고 있지만 사실 이런 일을 벌이는 과정은 결코 '장난이 아니다.' 서울의 강북과 강남을 구분하는 한강처럼 보스턴과 케임브리지를 구분하는 찰스강(Charles River) 변에 세워진 MIT의 10번 건물(Building 10, the McLaurin Building)은-MIT는 이공계 학교답게 건물 명칭과 전공 명칭에도 종종 숫자 표기를 사용한다- MIT 캠퍼스의 중심 건물로서 건물 위에는 약 50m 높이의 큰 돔이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MIT 10동 건물(MIT’s Building 10/the McLaurin Building)의 외경(좌)과 내부(우) 모습MIT 10동 건물(MIT’s Building 10/the McLaurin Building)의 외경(좌)과 내부(우) 모습

이를 내부에서 보면 위 사진과 같은 모습인데 사진에서처럼 그 크기와 높이가 실로 어마어마하여서 어떻게 그 높은 곳에서 학생들이 감쪽같이 이런 장난을 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일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언제나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으며 이 같은 일을 대체 누가 벌이는지도 비밀에 부쳐져 있다.

다만 이들은 스스로를 '해커 집단(hackers)'으로 칭하며, 영화 <어벤저스:엔드게임>의 대미를 기념하기 위해 수십 명의 학생이 일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번 일을 기획·준비했다고 밝혔다. 익명의 해커 가운데 한 명과 접촉에 성공한 보스턴 글로브지는 "이번 기획은 마블 스튜디오가 새로운 어벤저스 영화를 개봉할 것이란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계획되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현재 MIT 재학생들은 어벤저스 영화 시리즈와 함께 자란 세대라는 점도 상기시키며 이번 기획은 어벤저스 시리즈에 대한 그들 세대의 감사 표시라고 밝혔다.

사실 MIT 그레이트 돔이 밤사이 이렇게 '변신'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MIT 학생들은 오래전부터 마치 전통처럼 그레이트 돔에 이 같은 '장난'을 쳐 왔으며, 학교 측도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학교 공식 웹사이트에 ‘그레이트 돔 위에서의 장난’ 이라고 1994년부터 '장난의 역사'가 분류돼 있는가 하면, 심지어 학교 공식 핸드북에 ‘해킹 에티켓’이라는 가이드라인까지 명시돼 있다.

MIT 10동 건물 돔에 학생들이 벌여온 장난(hack) 사례들MIT 10동 건물 돔에 학생들이 벌여온 장난(hack) 사례들

핸드북에서는 "해킹은 독창적이어야 하고(ingenuity) 머리를 써야 한다(cleverness)"면서도 반드시 "안전(safety)이 담보되어야 하고, 시설물에도 해가 없을 것"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캡틴 아메리카 해킹'을 벌인 학생들도 "돔에 물건을 올리는 작업을 하는 건 오랜 시간과 계획을 필요로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최우선 고려는 사람들과 학교 건물에 대한 '안전'이었다(The priority is safety for people, and safety for MIT structures)"고 강조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kMj58IX_kEc / 드론 촬영 MIT 2학년 Raymond Huffman


MIT 캠퍼스에서는 실제로 이와 같은 '장난'이 아주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번처럼 돔을 이용해 시대를 반영하거나 사회를 풍자하거나 특별한 사건이나 날을 기리는 등의 스케일이 큰 해킹도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기숙사의 방 번호가 바뀌어 있다거나 서로 라이벌인 이웃 동네 하버드대학을 희화화하는 등의 보다 스케일이 작은 장난은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하버드 캠퍼스에 있는 존 하버드(John Harvard) 동상에 MIT 학생들이 장난(hack)을 쳐놓은 모습

그럼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도 밝히지 않은 채,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대대로 이 같은 일을 벌여오고 있는 걸까?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보고 상상력을 펴도록 하기 위해서(We hope people look at it and it gets their imagination going)"라고 MIT 해커들은 말한다. 상상력! 천재 장난꾼들의 명분으로서는 적합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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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T 천재들의 장난…대체 누가 이런 일을?!
    • 입력 2019-05-15 10:25:23
    • 수정2019-05-16 09:24:10
    취재K
지난달 말,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시에 위치한 세계 최고의 이공계 명문중에 하나인 MIT 대학의 가장 상징적인 건물 그레이트 돔(MIT's Great Dome)이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로 변신했다. (사진은 MIT 2학년에 재학 중인 Raymond Huffman 학생이 올린 YouTube 캡처) 하룻밤 사이 감쪽같이 일어난 '장난'에 MIT 학생들은 물론 동네 전체가 들썩였다. 보스턴 글로브지는 '세계 최고의 천재 또는 수재'로 일컬어지는 MIT 재학생들의 '장난'에 연재 기사로써 경의를 표하며, 실제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았던 배우 크리스 에번스(Chris Evans)의 '매우 멋지군(Very cool)!'이라는 트윗을 함께 실었다.  MIT 학생들의 장난에 대한 크리스 에번스의 트윗(좌)과 캡틴 아메리카(우) 뿐만 아니라 긱Geek이나 매셔블 Mashable같은 기술 전문 매체들은 물론, MIT 학보인 더테크The Tech도 이달 초까지 관련 보도를 이어가며 이번 '사건'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 사건은 비록 사건을 벌인 장본인들에 의해 '장난(hack, prank)'으로 통칭되고 있지만 사실 이런 일을 벌이는 과정은 결코 '장난이 아니다.' 서울의 강북과 강남을 구분하는 한강처럼 보스턴과 케임브리지를 구분하는 찰스강(Charles River) 변에 세워진 MIT의 10번 건물(Building 10, the McLaurin Building)은-MIT는 이공계 학교답게 건물 명칭과 전공 명칭에도 종종 숫자 표기를 사용한다- MIT 캠퍼스의 중심 건물로서 건물 위에는 약 50m 높이의 큰 돔이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MIT 10동 건물(MIT’s Building 10/the McLaurin Building)의 외경(좌)과 내부(우) 모습 이를 내부에서 보면 위 사진과 같은 모습인데 사진에서처럼 그 크기와 높이가 실로 어마어마하여서 어떻게 그 높은 곳에서 학생들이 감쪽같이 이런 장난을 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일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언제나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으며 이 같은 일을 대체 누가 벌이는지도 비밀에 부쳐져 있다. 다만 이들은 스스로를 '해커 집단(hackers)'으로 칭하며, 영화 <어벤저스:엔드게임>의 대미를 기념하기 위해 수십 명의 학생이 일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이번 일을 기획·준비했다고 밝혔다. 익명의 해커 가운데 한 명과 접촉에 성공한 보스턴 글로브지는 "이번 기획은 마블 스튜디오가 새로운 어벤저스 영화를 개봉할 것이란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계획되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현재 MIT 재학생들은 어벤저스 영화 시리즈와 함께 자란 세대라는 점도 상기시키며 이번 기획은 어벤저스 시리즈에 대한 그들 세대의 감사 표시라고 밝혔다. 사실 MIT 그레이트 돔이 밤사이 이렇게 '변신'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MIT 학생들은 오래전부터 마치 전통처럼 그레이트 돔에 이 같은 '장난'을 쳐 왔으며, 학교 측도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학교 공식 웹사이트에 ‘그레이트 돔 위에서의 장난’ 이라고 1994년부터 '장난의 역사'가 분류돼 있는가 하면, 심지어 학교 공식 핸드북에 ‘해킹 에티켓’이라는 가이드라인까지 명시돼 있다. MIT 10동 건물 돔에 학생들이 벌여온 장난(hack) 사례들 핸드북에서는 "해킹은 독창적이어야 하고(ingenuity) 머리를 써야 한다(cleverness)"면서도 반드시 "안전(safety)이 담보되어야 하고, 시설물에도 해가 없을 것"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캡틴 아메리카 해킹'을 벌인 학생들도 "돔에 물건을 올리는 작업을 하는 건 오랜 시간과 계획을 필요로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최우선 고려는 사람들과 학교 건물에 대한 '안전'이었다(The priority is safety for people, and safety for MIT structures)"고 강조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kMj58IX_kEc / 드론 촬영 MIT 2학년 Raymond Huffman
MIT 캠퍼스에서는 실제로 이와 같은 '장난'이 아주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번처럼 돔을 이용해 시대를 반영하거나 사회를 풍자하거나 특별한 사건이나 날을 기리는 등의 스케일이 큰 해킹도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난데없이 기숙사의 방 번호가 바뀌어 있다거나 서로 라이벌인 이웃 동네 하버드대학을 희화화하는 등의 보다 스케일이 작은 장난은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하버드 캠퍼스에 있는 존 하버드(John Harvard) 동상에 MIT 학생들이 장난(hack)을 쳐놓은 모습 그럼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도 밝히지 않은 채,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대대로 이 같은 일을 벌여오고 있는 걸까? 그것은 바로 "사람들이 보고 상상력을 펴도록 하기 위해서(We hope people look at it and it gets their imagination going)"라고 MIT 해커들은 말한다. 상상력! 천재 장난꾼들의 명분으로서는 적합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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