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전’ 김성규 “연쇄살인마 역…끝없는 고민의 산물”

입력 2019.05.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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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성규(33)는 영화 '악인전'에서 등장과 동시에 스크린을 얼어붙게 만든다. 강렬한 눈빛과 날카로운 생김새, 낮은 목소리에서 악인의 포스와 서늘한 기운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름은 잘 몰라도 그의 얼굴이 낯익은 관객이 제법 많을 법하다.

김성규는 영화 '범죄도시'(2017)에서 극악무도한 장첸(윤계상)의 수하 양태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에서 영신 역으로 출연했다. 역병이 창궐한 지율헌에서 서비(배두나)와 함께 살아남은 의문의 남자로 존재감을 뽐냈다.

필모그래피를 많이 쌓지는 않았지만, 매 작품 메소드 연기로 호평받은 김성규를 최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킹덤2' 촬영이 한창이라 긴 머리로 나타난 그에게서 K와 양태, 영신의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15일 개봉한 '악인전'은 그가 첫 주연을 맡은 작품. 그는 특정 대상이 아닌 무차별로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마 K역을 맡았다.

김성규는 "정확한 살인 동기나 사고가 파악이 안 돼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연쇄살인마 관련 다큐멘터리나 책 등을 많이 봤지만, 하나로 규정할 수 없었다"며 촬영 때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오디션을 통해 K 역에 발탁됐다. 이원태 감독은 "김성규를 처음 봤을 때 얼굴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눈에서 묘한 빛이 났고, 강하면서도 섬세하고, 연약해 보이면서도 악하고, 신비한 슬픔 같은 게 느껴졌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김성규는 "촬영을 하면서도 이 연기가 맞을까 고민하면서 찍었다"면서 "다행히 감독님이 저를 믿고 맡겨주셨고, 결과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마른 체형인 그는 날카로운 이미지를 만들려고 살을 더 뺐다. 그는 "감독님이 말랐지만, 이소룡처럼 잔 근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평소 63㎏인 몸무게를 56㎏까지 줄였다"면서 "어지러웠을 정도"라고 떠올렸다.

촬영 중에도 배역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현장 분위기는 좋았지만, 그는 한발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 그는 "역할 때문에 고민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혼자 있었다"면서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라는 생각도 했다"며 웃었다.

김성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1살 때 연극에 입문했고, 뒤늦게 대학에서 연기를 공부했다.

"우연히 뮤지컬 공연을 본 뒤 '나도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큰 꿈을 갖고 배우를 시작했다기보다 흥미에서 출발한 것이지요."

그는 '악인전'으로 전 세계 영화인들 꿈의 무대인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다. "제가 칸영화제에 간다거나 주연으로 영화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어요.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주로 고민했었죠. 앞으로 배우로서 성장통도 있겠지만, 지금은 감사하고 즐기고 싶어요"

그가 무명 시절을 딛고 10여년간 연기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든든한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가 연쇄살인마 역이라고 하니까 가족들이 '왜 자꾸…(그런 역만 맡냐)'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부모님은 오랫동안 제가 연극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셨기에 이번에도 너무 열심히 할까 봐 걱정하셨죠. 아버지는 제가 나온 '범죄도시'를 수없이 보셨대요."

'범죄도시'로 얼굴을 알렸지만, 함께 출연한 진선규에게 가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데 대해서도 그는 "당연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 당시 저는 욕심이 많지 않았고, '범죄도시'가 그렇게 잘 될 줄 몰랐어요. 오히려 (진) 선규형이 제가 따라가기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더 좋았죠."

그는 '킹덤'을 통해 해외 팬도 얻었다.

김성규는 "많은 분이 김성규와 영신이라는 캐릭터를 멋있고 섹시하다고 봐주시는 것 같다"면서 "그런 이야기를 내가 듣다니 신기했고, 드라마 힘이 대단하구나, 사람의 눈은 다양하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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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인전’ 김성규 “연쇄살인마 역…끝없는 고민의 산물”
    • 입력 2019-05-16 11:56:57
    연합뉴스
배우 김성규(33)는 영화 '악인전'에서 등장과 동시에 스크린을 얼어붙게 만든다. 강렬한 눈빛과 날카로운 생김새, 낮은 목소리에서 악인의 포스와 서늘한 기운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름은 잘 몰라도 그의 얼굴이 낯익은 관객이 제법 많을 법하다.

김성규는 영화 '범죄도시'(2017)에서 극악무도한 장첸(윤계상)의 수하 양태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에서 영신 역으로 출연했다. 역병이 창궐한 지율헌에서 서비(배두나)와 함께 살아남은 의문의 남자로 존재감을 뽐냈다.

필모그래피를 많이 쌓지는 않았지만, 매 작품 메소드 연기로 호평받은 김성규를 최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킹덤2' 촬영이 한창이라 긴 머리로 나타난 그에게서 K와 양태, 영신의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15일 개봉한 '악인전'은 그가 첫 주연을 맡은 작품. 그는 특정 대상이 아닌 무차별로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마 K역을 맡았다.

김성규는 "정확한 살인 동기나 사고가 파악이 안 돼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연쇄살인마 관련 다큐멘터리나 책 등을 많이 봤지만, 하나로 규정할 수 없었다"며 촬영 때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오디션을 통해 K 역에 발탁됐다. 이원태 감독은 "김성규를 처음 봤을 때 얼굴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눈에서 묘한 빛이 났고, 강하면서도 섬세하고, 연약해 보이면서도 악하고, 신비한 슬픔 같은 게 느껴졌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김성규는 "촬영을 하면서도 이 연기가 맞을까 고민하면서 찍었다"면서 "다행히 감독님이 저를 믿고 맡겨주셨고, 결과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마른 체형인 그는 날카로운 이미지를 만들려고 살을 더 뺐다. 그는 "감독님이 말랐지만, 이소룡처럼 잔 근육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평소 63㎏인 몸무게를 56㎏까지 줄였다"면서 "어지러웠을 정도"라고 떠올렸다.

촬영 중에도 배역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 현장 분위기는 좋았지만, 그는 한발 떨어져 있었다고 했다. 그는 "역할 때문에 고민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혼자 있었다"면서 "'왜 나만 이렇게 힘들지?'라는 생각도 했다"며 웃었다.

김성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1살 때 연극에 입문했고, 뒤늦게 대학에서 연기를 공부했다.

"우연히 뮤지컬 공연을 본 뒤 '나도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큰 꿈을 갖고 배우를 시작했다기보다 흥미에서 출발한 것이지요."

그는 '악인전'으로 전 세계 영화인들 꿈의 무대인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다. "제가 칸영화제에 간다거나 주연으로 영화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어요.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주로 고민했었죠. 앞으로 배우로서 성장통도 있겠지만, 지금은 감사하고 즐기고 싶어요"

그가 무명 시절을 딛고 10여년간 연기 한 우물을 팔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든든한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가 연쇄살인마 역이라고 하니까 가족들이 '왜 자꾸…(그런 역만 맡냐)'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부모님은 오랫동안 제가 연극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셨기에 이번에도 너무 열심히 할까 봐 걱정하셨죠. 아버지는 제가 나온 '범죄도시'를 수없이 보셨대요."

'범죄도시'로 얼굴을 알렸지만, 함께 출연한 진선규에게 가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데 대해서도 그는 "당연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 당시 저는 욕심이 많지 않았고, '범죄도시'가 그렇게 잘 될 줄 몰랐어요. 오히려 (진) 선규형이 제가 따라가기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더 좋았죠."

그는 '킹덤'을 통해 해외 팬도 얻었다.

김성규는 "많은 분이 김성규와 영신이라는 캐릭터를 멋있고 섹시하다고 봐주시는 것 같다"면서 "그런 이야기를 내가 듣다니 신기했고, 드라마 힘이 대단하구나, 사람의 눈은 다양하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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