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병천, 고교생 아들을 논문 공동저자로”…부정 편입학 의혹도

입력 2019.05.1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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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왔더니 익명의 제보자가 보낸 우편물 한 통이 취재팀에게 도착해 있었습니다. 봉투 속에는 이병천 교수의 논문 3편이 들어있었습니다.

'이 논문들은 서로 무슨 관계일까?'

한참 동안 퍼즐을 맞추듯 논문을 들여다보다가, 유독 눈에 띄는 한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소속이 미국의 한 고등학교로 돼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이 국내 동물복제 분야의 1인자인 이 교수와 함께 논문을 썼다? 평범한 학생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일 겁니다. 그런데 두 번째 논문에도, 세 번째 논문에도 이 학생의 이름은 자꾸만 등장했습니다. 이 학생은, 다름 아닌 이병천 교수의 아들이었습니다.

■ "고등학생 아들을 논문 공저자로"…이병천 교수의 어긋난 부정(父情)


지난 2012년, 이병천 교수가 일본의 한 유명 학술지 'Journal of Veterinary Medical Science'(수의학저널) 11월호에 발표한 논문입니다. 특정 화학 물질을 주입했을 때 소의 복제 배아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연구한 SCI급 논문입니다. 전문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 논문 게재 승인 과정에서의 검증 수준도 그만큼 높았을 겁니다.

이 교수 아들은 이 논문의 제2 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아이디어를 냈든, 실험을 진행했든, 결과를 분석해 논문을 쓰는 과정에 참여했든, 논문 작성 과정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을 때 공동저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고등학생에겐 분명 어려운 일일 겁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미국의 한 주립대학에 진학한 뒤인 2013년과 2015년에도, 이 씨는 아버지 이병천 교수의 개 복제 관련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교수의 아들은 올해 초 서울대 수의대 석사과정에 입학했습니다. 이 교수와 같은 '수의산과학' 전공으로 들어와, 지금은 이 교수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23.2:1'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학 경쟁률…면접관은 누구였을까


이 교수의 아들은 강원대 수의학과를 올해 졸업했습니다. 전국의 수의학과는 국립대 9곳과 사립대 1곳을 합쳐 10곳뿐, 수능성적으로 1% 안에 들어야 신입학이 가능합니다.

편입학도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이 교수의 아들은 2015년 강원대 수의학과로 일반편입을 했습니다. 당시 경쟁률은 23.2:1. 5명 뽑는 자리에 116명이 지원했습니다. 이 교수 아들은 이 경쟁률을 뚫고 편입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선발 절차를 보면, 1단계에서 50명으로 추려내고, 2단계 면접(60%)과 공인영어 성적(40%)을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결정했습니다.

정량화된 점수인 전적(前籍) 대학 학점과 영어 성적 외에 정성평가인 '수학계획서'와 '면접'이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입니다. 이 평가는 수의학과 소속 교수들이 전적으로 담당했습니다. 편입학 특성상 블라인드 면접은 아니었고, 지원자의 이름부터 전적대학, 수학계획서 등을 모두 참고하며 진행됐습니다. 면접 시간은 한 사람당 10분에 불과했습니다.

면접관 중 한 명은 이 면접이 있던 전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이름 하나만 기억해줘요. 이ㅇㅇ 라고…"

과연 이 편입학 면접은 지원생들의 간절한 바람처럼 공정하게 진행됐을까요? 이 과정에 문제는 없었을까요?

■ 이병천 교수의 '수의학 권력'…실험실 너머로

KBS는 지난달 15일 이 교수의 비윤리적 동물실험 정황을 보도했습니다. 서울대가 자체조사를 벌였고, 청와대 국민 청원은 20만 명을 넘어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16일) KBS는 이 교수가 실험실에서 쌓아 올린 명성과 영향력, 이른바 '수의학 권력'을 그의 자녀를 위해 어떻게 이용했는지, 어긋난 부정(父情)으로 저지른 부정(不正)의혹의 실체를 알리고자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오늘 저녁 'KBS 뉴스9'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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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이병천, 고교생 아들을 논문 공동저자로”…부정 편입학 의혹도
    • 입력 2019-05-16 1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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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왔더니 익명의 제보자가 보낸 우편물 한 통이 취재팀에게 도착해 있었습니다. 봉투 속에는 이병천 교수의 논문 3편이 들어있었습니다.

'이 논문들은 서로 무슨 관계일까?'

한참 동안 퍼즐을 맞추듯 논문을 들여다보다가, 유독 눈에 띄는 한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소속이 미국의 한 고등학교로 돼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고등학생이 국내 동물복제 분야의 1인자인 이 교수와 함께 논문을 썼다? 평범한 학생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일 겁니다. 그런데 두 번째 논문에도, 세 번째 논문에도 이 학생의 이름은 자꾸만 등장했습니다. 이 학생은, 다름 아닌 이병천 교수의 아들이었습니다.

■ "고등학생 아들을 논문 공저자로"…이병천 교수의 어긋난 부정(父情)


지난 2012년, 이병천 교수가 일본의 한 유명 학술지 'Journal of Veterinary Medical Science'(수의학저널) 11월호에 발표한 논문입니다. 특정 화학 물질을 주입했을 때 소의 복제 배아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연구한 SCI급 논문입니다. 전문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 논문 게재 승인 과정에서의 검증 수준도 그만큼 높았을 겁니다.

이 교수 아들은 이 논문의 제2 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아이디어를 냈든, 실험을 진행했든, 결과를 분석해 논문을 쓰는 과정에 참여했든, 논문 작성 과정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을 때 공동저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고등학생에겐 분명 어려운 일일 겁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미국의 한 주립대학에 진학한 뒤인 2013년과 2015년에도, 이 씨는 아버지 이병천 교수의 개 복제 관련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교수의 아들은 올해 초 서울대 수의대 석사과정에 입학했습니다. 이 교수와 같은 '수의산과학' 전공으로 들어와, 지금은 이 교수 연구실에서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23.2:1'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학 경쟁률…면접관은 누구였을까


이 교수의 아들은 강원대 수의학과를 올해 졸업했습니다. 전국의 수의학과는 국립대 9곳과 사립대 1곳을 합쳐 10곳뿐, 수능성적으로 1% 안에 들어야 신입학이 가능합니다.

편입학도 마찬가지로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이 교수의 아들은 2015년 강원대 수의학과로 일반편입을 했습니다. 당시 경쟁률은 23.2:1. 5명 뽑는 자리에 116명이 지원했습니다. 이 교수 아들은 이 경쟁률을 뚫고 편입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선발 절차를 보면, 1단계에서 50명으로 추려내고, 2단계 면접(60%)과 공인영어 성적(40%)을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결정했습니다.

정량화된 점수인 전적(前籍) 대학 학점과 영어 성적 외에 정성평가인 '수학계획서'와 '면접'이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입니다. 이 평가는 수의학과 소속 교수들이 전적으로 담당했습니다. 편입학 특성상 블라인드 면접은 아니었고, 지원자의 이름부터 전적대학, 수학계획서 등을 모두 참고하며 진행됐습니다. 면접 시간은 한 사람당 10분에 불과했습니다.

면접관 중 한 명은 이 면접이 있던 전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이름 하나만 기억해줘요. 이ㅇㅇ 라고…"

과연 이 편입학 면접은 지원생들의 간절한 바람처럼 공정하게 진행됐을까요? 이 과정에 문제는 없었을까요?

■ 이병천 교수의 '수의학 권력'…실험실 너머로

KBS는 지난달 15일 이 교수의 비윤리적 동물실험 정황을 보도했습니다. 서울대가 자체조사를 벌였고, 청와대 국민 청원은 20만 명을 넘어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16일) KBS는 이 교수가 실험실에서 쌓아 올린 명성과 영향력, 이른바 '수의학 권력'을 그의 자녀를 위해 어떻게 이용했는지, 어긋난 부정(父情)으로 저지른 부정(不正)의혹의 실체를 알리고자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오늘 저녁 'KBS 뉴스9'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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