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고용동향에 나온 숫자 ‘19’의 의미는?

입력 2019.05.16 (18:02) 수정 2019.05.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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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가장 높은 실업률' … 지방 공무원 시험 영향 크다

어제(15일) '2019년 4월 고용동향'이 나오자 유독 '19'란 숫자가 강조됐습니다. ['19년 만에 실업률이 가장 높았다.', '30대 취업자가 19개월 연속 줄었다']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게 왜 그런지는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19년 만에 가장 높은 실업률] 입니다.


실업률은 실업자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눈 비율입니다. 경제활동인구에는 취업을 한 사람과 하려는 사람을 합한 겁니다. 쉽게 말해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노력한 사람 중에서 취직을 못 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자는 겁니다.

일단 이게 19년 만에 가장 높았다는 말은 19년 내내 동안을 통틀어서 얘기하는 게 아니고 '4월'을 기준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겁니다. 고용동향은 계절마다 차이가 있어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엔 다소 예기치 못한 변수가 있었습니다. 평소 3월에 다 치러지던 지방직 공무원 시험이 일부 지역에서 4월로 연기됐기 때문입니다. '에이 그게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라는 반응도 있던데 뜻밖에 큽니다.

일단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납니다. 고시생은 평소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여기서 제외되는데 시험 원서를 내면 구직에 나선 것으로 인정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럼 취업자일까요? 아닙니다. 합격 여부가 결정 안 됐으니 실업자로 집계됩니다.

이 숫자가 얼마 정도나 될까요? 통계청은 자료를 받아보니 시험이 3월에서 4월로 연기되면서 거기에 해당하는 응시자가 17만 8천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4월 실업자는 1년 전보다 8만 4천 명이 늘었는데 이보다 더 큰 수치죠. 왜 그럴까요? 여러 지역 시험에 중복 지원을 한 응시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긴 힘들지만 어찌됐든 이 수치가 실업자 수 증가에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입니다.


1년 전과 비교해보면 취업자 수는 17만 천 명이 늘었는데도 실업자가 8만 4천 명이나 늘어나다 보니 실업률이 높아진 겁니다.

40대 실업률 3, 4월엔 떨어졌다? … "구직 포기한 대기자 늘어"

실업률 얘기가 나온 김에 고용 사정이 가장 안 좋다는 40대를 보면 최근 3, 4월에 오히려 1년 전보다 각각 0.3%P와 0.2%P가 떨어졌습니다. 이 중에 4월을 살펴볼까요?


40대는 취업자와 실업자 비율이 40:1 정도로 다른 연령대보다 실업률이 낮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 비율보다 실업자가 더 많이 줄다보니 수치가 더 낮아진 겁니다.

그럼 대체 실업자는 왜 이렇게 많이 줄어든 걸까요? 통계청은 고용시장이 워낙 얼어붙다 보니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고 상황이 나아지기를 대기하는 '비경제활동 인구'가 많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취업한 사람이 늘어난 게 아니라 구직을 포기한 사람, 그러니까 마땅한 일이 없어서 쉬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보면 됩니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 거죠. 이처럼 실업률만으론 고용상황을 제대로 알기 힘들기 때문에 취업자수, 고용률도 같이 살펴봐야 합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을 주로 따지는 이유는?

이번엔 [19개월째 감소한 30대 취업자수] 입니다.

먼저 얘기할 게 있습니다. 통상 고용동향을 보도할 때 언론사들이 '○○만 명이 늘었다'를 내세우곤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와 비교해서 보는 취업자 비율입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 1년 치 증감폭을 보면 -0.3%P에서 0.2%까지 폭이 작습니다. 좋아진 건지 나빠진 건지 한눈에 알기 힘듭니다. 반면 취업자 수는 3천 명에서 26만 3천 명까지 숫자도 크고 폭이 큽니다. 그래서 이걸 주로 소개하는 겁니다.

19달 연속 감소한 취업자 수 … '고용률'로 보면 6달에 불과

여기엔 인구가 계속 증가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이 전제가 있으면 취업자 수가 얼마나 늘었는지만 보면 고용 사정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됐습니다. 특히 구조도 노인은 늘어나고 한창 일할 청년과 중장년층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자리가 없어서라기보단 인구 자체가 줄어서 취업자가 못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10월을 예로 들자면 취업자가 1년 전보다 7만 4천 명이 줄었다는데 고용률은 0.2%P가 높아졌습니다. 이유를 살펴보니 분모인 인구 자체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19달을 분석해 봤더니 취업자 수가 줄곧 감소한 건 맞지만, 고용률로 따져보면 증가한 달이 11번이었고 변화가 없었던 달은 2번, 그리고 정작 감소한 달은 6달에 불과했습니다. 우리 경제가 갑자기 급성장하거나 이변이 있지 않은 이상 30대는 취업자수를 전년과 비교하면 앞으로 19달이 아니라 줄곧 감소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제조업 부진', '공공 주도', '노인 단기 일자리' 맞지만 과도한 확대 해석은...

물론 고용률만 따졌을 때도 40대는 전년 대비 14개월 연속 감소해 상황이 무척 좋지 않습니다. 이와 더불어 매달 고용동향이 나올 때마다 '쓸만한 일자리인 제조업은 줄고 있다.', '공공부문 위주의 보건·복지 서비스업이 늘었다.', '노인 단기 일자리가 늘었다' 이런 비판은 저희도 계속했었고 정부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너무 관성적으로 '○○개월 만에 최악 또는 최고' 인지만을 찾아서 별다른 설명 없이 기사에 남발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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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고용동향에 나온 숫자 ‘19’의 의미는?
    • 입력 2019-05-16 18:02:38
    • 수정2019-05-16 20:17:25
    취재후·사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실업률' … 지방 공무원 시험 영향 크다

어제(15일) '2019년 4월 고용동향'이 나오자 유독 '19'란 숫자가 강조됐습니다. ['19년 만에 실업률이 가장 높았다.', '30대 취업자가 19개월 연속 줄었다']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게 왜 그런지는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19년 만에 가장 높은 실업률] 입니다.


실업률은 실업자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눈 비율입니다. 경제활동인구에는 취업을 한 사람과 하려는 사람을 합한 겁니다. 쉽게 말해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노력한 사람 중에서 취직을 못 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자는 겁니다.

일단 이게 19년 만에 가장 높았다는 말은 19년 내내 동안을 통틀어서 얘기하는 게 아니고 '4월'을 기준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겁니다. 고용동향은 계절마다 차이가 있어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달엔 다소 예기치 못한 변수가 있었습니다. 평소 3월에 다 치러지던 지방직 공무원 시험이 일부 지역에서 4월로 연기됐기 때문입니다. '에이 그게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라는 반응도 있던데 뜻밖에 큽니다.

일단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납니다. 고시생은 평소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여기서 제외되는데 시험 원서를 내면 구직에 나선 것으로 인정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럼 취업자일까요? 아닙니다. 합격 여부가 결정 안 됐으니 실업자로 집계됩니다.

이 숫자가 얼마 정도나 될까요? 통계청은 자료를 받아보니 시험이 3월에서 4월로 연기되면서 거기에 해당하는 응시자가 17만 8천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4월 실업자는 1년 전보다 8만 4천 명이 늘었는데 이보다 더 큰 수치죠. 왜 그럴까요? 여러 지역 시험에 중복 지원을 한 응시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긴 힘들지만 어찌됐든 이 수치가 실업자 수 증가에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입니다.


1년 전과 비교해보면 취업자 수는 17만 천 명이 늘었는데도 실업자가 8만 4천 명이나 늘어나다 보니 실업률이 높아진 겁니다.

40대 실업률 3, 4월엔 떨어졌다? … "구직 포기한 대기자 늘어"

실업률 얘기가 나온 김에 고용 사정이 가장 안 좋다는 40대를 보면 최근 3, 4월에 오히려 1년 전보다 각각 0.3%P와 0.2%P가 떨어졌습니다. 이 중에 4월을 살펴볼까요?


40대는 취업자와 실업자 비율이 40:1 정도로 다른 연령대보다 실업률이 낮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 비율보다 실업자가 더 많이 줄다보니 수치가 더 낮아진 겁니다.

그럼 대체 실업자는 왜 이렇게 많이 줄어든 걸까요? 통계청은 고용시장이 워낙 얼어붙다 보니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고 상황이 나아지기를 대기하는 '비경제활동 인구'가 많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취업한 사람이 늘어난 게 아니라 구직을 포기한 사람, 그러니까 마땅한 일이 없어서 쉬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보면 됩니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 거죠. 이처럼 실업률만으론 고용상황을 제대로 알기 힘들기 때문에 취업자수, 고용률도 같이 살펴봐야 합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을 주로 따지는 이유는?

이번엔 [19개월째 감소한 30대 취업자수] 입니다.

먼저 얘기할 게 있습니다. 통상 고용동향을 보도할 때 언론사들이 '○○만 명이 늘었다'를 내세우곤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와 비교해서 보는 취업자 비율입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 1년 치 증감폭을 보면 -0.3%P에서 0.2%까지 폭이 작습니다. 좋아진 건지 나빠진 건지 한눈에 알기 힘듭니다. 반면 취업자 수는 3천 명에서 26만 3천 명까지 숫자도 크고 폭이 큽니다. 그래서 이걸 주로 소개하는 겁니다.

19달 연속 감소한 취업자 수 … '고용률'로 보면 6달에 불과

여기엔 인구가 계속 증가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이 전제가 있으면 취업자 수가 얼마나 늘었는지만 보면 고용 사정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겠죠.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됐습니다. 특히 구조도 노인은 늘어나고 한창 일할 청년과 중장년층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자리가 없어서라기보단 인구 자체가 줄어서 취업자가 못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10월을 예로 들자면 취업자가 1년 전보다 7만 4천 명이 줄었다는데 고용률은 0.2%P가 높아졌습니다. 이유를 살펴보니 분모인 인구 자체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19달을 분석해 봤더니 취업자 수가 줄곧 감소한 건 맞지만, 고용률로 따져보면 증가한 달이 11번이었고 변화가 없었던 달은 2번, 그리고 정작 감소한 달은 6달에 불과했습니다. 우리 경제가 갑자기 급성장하거나 이변이 있지 않은 이상 30대는 취업자수를 전년과 비교하면 앞으로 19달이 아니라 줄곧 감소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제조업 부진', '공공 주도', '노인 단기 일자리' 맞지만 과도한 확대 해석은...

물론 고용률만 따졌을 때도 40대는 전년 대비 14개월 연속 감소해 상황이 무척 좋지 않습니다. 이와 더불어 매달 고용동향이 나올 때마다 '쓸만한 일자리인 제조업은 줄고 있다.', '공공부문 위주의 보건·복지 서비스업이 늘었다.', '노인 단기 일자리가 늘었다' 이런 비판은 저희도 계속했었고 정부도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너무 관성적으로 '○○개월 만에 최악 또는 최고' 인지만을 찾아서 별다른 설명 없이 기사에 남발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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