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저는 후배 교사들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입력 2019.05.17 (07:00) 수정 2019.05.17 (07: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교사는 자존심으로 삽니다. 그런데 반 아이에게 공개사과를, 그것도 두 번씩이나 하면서 계속 같은 공간에…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까요."

카메라 앞에 선 부인 서 모 씨는 동료교사이자 남편인 김 모 씨가 느꼈을 모멸감을 떠올리면서 말했습니다. 남편 김 씨의 상황은 유서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담임교사에게 ‘인간쓰레기’라고 했다.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학생 아버지가 담임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려고 했다"
"교장 선생님이 그 아이에 대해서는 반성문도 쓰게 하지 말고 말로만 지도하라고 하셨다"
(김 모 씨의 유서)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 씨는 학기 초부터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에게 욕을 하는 아이와 갈등을 빚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아이에게 불미스러운 말 한마디를 했고, 학부모가 찾아와 항의했습니다. 결국, 김 씨는 반 아이들 앞에서 두 번 사과했습니다.

교사로서의 지도력과 권위가 사라졌지만, 학교 측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담임을 바꾸거나 해당 학생을 다른 반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이와 교사 김 씨는 1년을 한 교실에서 지냈습니다. 학교마다 있는 교권보호위원회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9] 벼랑 끝 교권…교사 보호 제도는 ‘유명무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김 씨는 이듬해인 2017년 초 정년퇴직을 불과 6개월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교사 김 씨의 사례에는 교권침해의 여러 형태가 다 들어 있습니다.

교권침해 사례 가운데 교사가 학생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듣는 경우가 절반가량을 차지해 가장 많습니다. '수업 방해'도 빈번히 발생하는 교권침해로 꼽힙니다. 김 씨는 학부모에게 폭행 위협까지 당했습니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설문조사 결과,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들의 55.5%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61.8%였습니다.

김 씨의 부인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주변에 물어봐도 교권보호위원회 열렸느냐고 물어보면, (교권침해) 문제가 있는 학교 모두 (교권보호위원회를) 안 열렸다고 말해요."

제대로 된 대응이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징계권이 없는 교권보호위원회도 문제지만, 제대로 학생을 교육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자책하거나, 학생을 용서하고 개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교사들은 말합니다.

●교권은 교사의 인권이자 학습 권한…학생 인권과 상호보완

교권을 이야기하면 같이 나오는 것이 '학생인권'입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교권침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학생인권 사안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교권과 학생인권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입장입니다. 수업 방해가 교사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도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행정학 교수는 "내 권리를 찾는 것뿐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학생의 수업방해가 교사 개인의 인권은 물론, 다른 학생의 기본권인 학습권까지 침해하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김 씨의 부인은 인터뷰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을 방해하고 함부로 하는 아이들은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는 겁니다. 저는 곧 정년이라서 자리를 비우지만, 적어도 내가 떠난 자리에 우리 집 같은 슬픈 일을 후배 선생님들한테 남겨주고 싶지 않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저는 후배 교사들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 입력 2019-05-17 07:00:59
    • 수정2019-05-17 07:01:08
    취재후·사건후
"교사는 자존심으로 삽니다. 그런데 반 아이에게 공개사과를, 그것도 두 번씩이나 하면서 계속 같은 공간에…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까요."

카메라 앞에 선 부인 서 모 씨는 동료교사이자 남편인 김 모 씨가 느꼈을 모멸감을 떠올리면서 말했습니다. 남편 김 씨의 상황은 유서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담임교사에게 ‘인간쓰레기’라고 했다.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학생 아버지가 담임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려고 했다"
"교장 선생님이 그 아이에 대해서는 반성문도 쓰게 하지 말고 말로만 지도하라고 하셨다"
(김 모 씨의 유서)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 씨는 학기 초부터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에게 욕을 하는 아이와 갈등을 빚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아이에게 불미스러운 말 한마디를 했고, 학부모가 찾아와 항의했습니다. 결국, 김 씨는 반 아이들 앞에서 두 번 사과했습니다.

교사로서의 지도력과 권위가 사라졌지만, 학교 측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담임을 바꾸거나 해당 학생을 다른 반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이와 교사 김 씨는 1년을 한 교실에서 지냈습니다. 학교마다 있는 교권보호위원회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연관 기사] [뉴스9] 벼랑 끝 교권…교사 보호 제도는 ‘유명무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김 씨는 이듬해인 2017년 초 정년퇴직을 불과 6개월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교사 김 씨의 사례에는 교권침해의 여러 형태가 다 들어 있습니다.

교권침해 사례 가운데 교사가 학생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듣는 경우가 절반가량을 차지해 가장 많습니다. '수업 방해'도 빈번히 발생하는 교권침해로 꼽힙니다. 김 씨는 학부모에게 폭행 위협까지 당했습니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설문조사 결과,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들의 55.5%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61.8%였습니다.

김 씨의 부인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주변에 물어봐도 교권보호위원회 열렸느냐고 물어보면, (교권침해) 문제가 있는 학교 모두 (교권보호위원회를) 안 열렸다고 말해요."

제대로 된 대응이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징계권이 없는 교권보호위원회도 문제지만, 제대로 학생을 교육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자책하거나, 학생을 용서하고 개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교사들은 말합니다.

●교권은 교사의 인권이자 학습 권한…학생 인권과 상호보완

교권을 이야기하면 같이 나오는 것이 '학생인권'입니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교권침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학생인권 사안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교권과 학생인권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입장입니다. 수업 방해가 교사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도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행정학 교수는 "내 권리를 찾는 것뿐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학생의 수업방해가 교사 개인의 인권은 물론, 다른 학생의 기본권인 학습권까지 침해하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김 씨의 부인은 인터뷰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을 방해하고 함부로 하는 아이들은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빼앗는 겁니다. 저는 곧 정년이라서 자리를 비우지만, 적어도 내가 떠난 자리에 우리 집 같은 슬픈 일을 후배 선생님들한테 남겨주고 싶지 않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