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 FA협상 ‘100만 원 차이 때문에 깨졌다?’

입력 2019.05.17 (20:02) 수정 2019.05.17 (20:1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구단 제시액, 12억 원 ↔ 김종규 요구액, 12억100만 원

김종규의 FA 협상이 단 100만 원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깨진 것으로 드러났다. LG 농구단이 사전 접촉 위반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면서 KBL 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서류를 살펴보면, 구단이 김종규에게 제시한 금액은 12억 원으로 기재돼 있고, 김종규가 요구한 금액은 12억100만 원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LG 구단은 단 100만 원의 차이를 좁히지 못해 올 시즌 FA 최대어인 김종규를 놓친 것일까?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재정위원회에 참석한 LG 구단 손종오 사무국장과 김종규 선수는 둘 다 이 부분에 대해서 답답할 정도로 말을 아꼈다. 송종오 사무국장이 밝힌 것은 다만, 이런 제도 아래에서 희생당하는 구단이 더는 나오지 않고, 제2의 김종규 같은 사태도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사전 접촉 위반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는 것이었다.

김종규 역시, '사전 접촉(Tampering)'은 없었다는 부분만 강조하고 협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왜 결렬됐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모든 것을 자신이 안고 가겠다는 말만 남겼다.

8억 원에서 시작해 12억 원까지…선수가 협상 주도

LG 구단의 사정에 밝은 프로농구 관계자는 김종규와 LG 구단의 협상은 8억 원부터 시작됐다고 알렸다. 그러나 이후 김종규가 더 올려 달라고 요구하자, LG 구단이 그 요구액을 맞춰주겠다는 뜻을 밝히는 식으로 협상이 진행됐다고 그 관계자는 전했다.

처음 8억에서 시작한 금액이 9억.. 10억.. 11억.. 12억 원으로 차츰 올라갔다는 것이다. 협상은 김종규 선수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른다면, 마지막 100만 원 단계에서 못 맞춘 것이라기보다는 12억백만 원을 들어주겠다고 했으면, 다시 그 이상을 불렀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LG 구단이 사전 접촉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아직은 소문이지만, 5년 동안 50억 원을 제시한 구단도 있다는 뒷얘기도 들려온다.

KCC와 DB 2팀, 김종규 영입에 '강한 의지'

재정위원회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사전 접촉에 대한 혐의를 벗은 김종규는 이제 나머지 9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에 임할 수 있다. 김종규를 영입하기 위해선 연봉상한액 25억 원 가운데, 김종규에게 최소 12억 원 이상을 지급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이 실현 가능하고, 김종규 영입 의지가 있는 구단으로는 KCC와 DB 두 팀이 꼽히고 있다.

하승진과 전태풍을 정리하면서 사전 정지 작업을 단행한 KCC는 김종규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이정현을 영입하면서 연봉 9억2천만 원을 지급한 KCC는 내년 시즌 이정현의 연봉을 동결하거나 깎는다고 하더라도 두 선수에게 샐러리캡의 80% 이상을 소진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2017년 당시 이정현 영입을 두고 KCC와 경쟁하다 놓친 DB 구단은 두경민까지 상무에 가 있어 샐러리캡에 여유가 있다. DB 구단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김종규를 잡아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종규 선수 1명이 샐러리캡의 48% 차지

어느 구단을 가든지, 김종규 선수 1명이 샐러리캡 25억 원 가운데, 12억 원으로 48%를 차지한다.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김종규 선수가 그만한 실력과 가치를 지닌 선수냐는 논란은 접어두고서라도 13억 원을 가지고 나머지 선수들의 연봉을 나눠야 하는 상황이다.

구단별로 숫자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 팀당 약 20명 안팎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고, 등록 선수는 15명이다. 이 15명의 등록 선수 가운데 김종규를 제외하고 몇억 원대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있으면 나머지 선수 13명은 평균 1억 원이 안되는 연봉을 받아야 한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선수가 반드시 발생하는 구조가 현행 샐러리캡 제도이다.

사전 접촉(Tampering) 금지 규정, 유명무실

KBL 재정위에 참석한 김종규KBL 재정위에 참석한 김종규

이런 이유로 한 해 12억 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나오는 상황에서 샐러리캡 25억 원은 비현실적이다. 김종규 선수의 연봉의 적절성 논란과는 별개로 현행 샐러리캡 제도 아래에서는 한두 명으로 인해 저연봉 선수가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사전 접촉(Tampering)' 금지 규정 또한 유명무실한 조항임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일부에서는 프로농구 발전을 저해하는 독소 조항이라는 비판까지 하는 상황이다. 원소속 구단과의 협상 과정에서 오를 대로 오른 연봉 액수 때문에 FA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유명무실한 사전 접촉 금지 규정을 폐지 등 자유계약선수(FA) 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LG 구단 손종오 국장은 한국야구위원회, KBO의 모델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사전접촉' 금지를 폐지하고, 구단 제시액과 선수 요구액을 KBL에 제출해 맞지 않을 경우,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게 열어주자는 것이다.

선수단 연봉 총액을 제한하는 샐러리캡 제도 또한 프로야구와 같이 아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는 올해까지 22년 동안 갖가지 제도를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 왔다. 한국농구연맹, KBL은 낡은 제도의 틀 속에 구단과 선수를 억지로 가두지 말고, 이 기회에 새로운 제도에서 구단과 선수가 상생하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김종규 FA협상 ‘100만 원 차이 때문에 깨졌다?’
    • 입력 2019-05-17 20:02:18
    • 수정2019-05-17 20:17:27
    스포츠K
구단 제시액, 12억 원 ↔ 김종규 요구액, 12억100만 원

김종규의 FA 협상이 단 100만 원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깨진 것으로 드러났다. LG 농구단이 사전 접촉 위반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면서 KBL 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서류를 살펴보면, 구단이 김종규에게 제시한 금액은 12억 원으로 기재돼 있고, 김종규가 요구한 금액은 12억100만 원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LG 구단은 단 100만 원의 차이를 좁히지 못해 올 시즌 FA 최대어인 김종규를 놓친 것일까?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재정위원회에 참석한 LG 구단 손종오 사무국장과 김종규 선수는 둘 다 이 부분에 대해서 답답할 정도로 말을 아꼈다. 송종오 사무국장이 밝힌 것은 다만, 이런 제도 아래에서 희생당하는 구단이 더는 나오지 않고, 제2의 김종규 같은 사태도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사전 접촉 위반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는 것이었다.

김종규 역시, '사전 접촉(Tampering)'은 없었다는 부분만 강조하고 협상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왜 결렬됐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모든 것을 자신이 안고 가겠다는 말만 남겼다.

8억 원에서 시작해 12억 원까지…선수가 협상 주도

LG 구단의 사정에 밝은 프로농구 관계자는 김종규와 LG 구단의 협상은 8억 원부터 시작됐다고 알렸다. 그러나 이후 김종규가 더 올려 달라고 요구하자, LG 구단이 그 요구액을 맞춰주겠다는 뜻을 밝히는 식으로 협상이 진행됐다고 그 관계자는 전했다.

처음 8억에서 시작한 금액이 9억.. 10억.. 11억.. 12억 원으로 차츰 올라갔다는 것이다. 협상은 김종규 선수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른다면, 마지막 100만 원 단계에서 못 맞춘 것이라기보다는 12억백만 원을 들어주겠다고 했으면, 다시 그 이상을 불렀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LG 구단이 사전 접촉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아직은 소문이지만, 5년 동안 50억 원을 제시한 구단도 있다는 뒷얘기도 들려온다.

KCC와 DB 2팀, 김종규 영입에 '강한 의지'

재정위원회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사전 접촉에 대한 혐의를 벗은 김종규는 이제 나머지 9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에 임할 수 있다. 김종규를 영입하기 위해선 연봉상한액 25억 원 가운데, 김종규에게 최소 12억 원 이상을 지급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조건이 실현 가능하고, 김종규 영입 의지가 있는 구단으로는 KCC와 DB 두 팀이 꼽히고 있다.

하승진과 전태풍을 정리하면서 사전 정지 작업을 단행한 KCC는 김종규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이정현을 영입하면서 연봉 9억2천만 원을 지급한 KCC는 내년 시즌 이정현의 연봉을 동결하거나 깎는다고 하더라도 두 선수에게 샐러리캡의 80% 이상을 소진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2017년 당시 이정현 영입을 두고 KCC와 경쟁하다 놓친 DB 구단은 두경민까지 상무에 가 있어 샐러리캡에 여유가 있다. DB 구단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김종규를 잡아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종규 선수 1명이 샐러리캡의 48% 차지

어느 구단을 가든지, 김종규 선수 1명이 샐러리캡 25억 원 가운데, 12억 원으로 48%를 차지한다.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다. 김종규 선수가 그만한 실력과 가치를 지닌 선수냐는 논란은 접어두고서라도 13억 원을 가지고 나머지 선수들의 연봉을 나눠야 하는 상황이다.

구단별로 숫자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 팀당 약 20명 안팎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고, 등록 선수는 15명이다. 이 15명의 등록 선수 가운데 김종규를 제외하고 몇억 원대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있으면 나머지 선수 13명은 평균 1억 원이 안되는 연봉을 받아야 한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선수가 반드시 발생하는 구조가 현행 샐러리캡 제도이다.

사전 접촉(Tampering) 금지 규정, 유명무실

KBL 재정위에 참석한 김종규
이런 이유로 한 해 12억 원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나오는 상황에서 샐러리캡 25억 원은 비현실적이다. 김종규 선수의 연봉의 적절성 논란과는 별개로 현행 샐러리캡 제도 아래에서는 한두 명으로 인해 저연봉 선수가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사전 접촉(Tampering)' 금지 규정 또한 유명무실한 조항임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일부에서는 프로농구 발전을 저해하는 독소 조항이라는 비판까지 하는 상황이다. 원소속 구단과의 협상 과정에서 오를 대로 오른 연봉 액수 때문에 FA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유명무실한 사전 접촉 금지 규정을 폐지 등 자유계약선수(FA) 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LG 구단 손종오 국장은 한국야구위원회, KBO의 모델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사전접촉' 금지를 폐지하고, 구단 제시액과 선수 요구액을 KBL에 제출해 맞지 않을 경우,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게 열어주자는 것이다.

선수단 연봉 총액을 제한하는 샐러리캡 제도 또한 프로야구와 같이 아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는 올해까지 22년 동안 갖가지 제도를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 왔다. 한국농구연맹, KBL은 낡은 제도의 틀 속에 구단과 선수를 억지로 가두지 말고, 이 기회에 새로운 제도에서 구단과 선수가 상생하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