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윽박지르고 유도신문…경찰, 외국인노동자 ‘강압 수사’

입력 2019.05.17 (21:01) 수정 2020.12.1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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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7일)은 탐사K로 시작하겠습니다.

피해액만 117억 원, 180만 리터의 기름이 불타 사라졌던 경기도 고양 저유소 폭발 사건, 기억하시죠?

당시 풍등을 날린 20대 외국인 노동자가 체포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중실화, 그러니까 불이 날 것을 알고도 풍등을 날리고, 불이 난 뒤에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였습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당시 피의자 신문 영상을 단독 입수했는데, 분석 결과가 충격적입니다.

경찰이 '중실화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피의자 인권을 침해하고 강압 수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임재성 기자입니다.

[연관기사]
[탐사K] 저유소, 이미 시한폭탄 상태였다…진짜 범인은?
[탐사K] “물증 부족에 강압수사”…폭발 원인 재조사 불가피

[리포트]

폭발 하루 만에 긴급 체포된 27살 디무두 씨는 곧바로 경기 고양경찰서로 압송됩니다.

경찰이 직접 녹화한 피의자 진술 녹화 영상입니다.

짜증 내듯 질문을 던지고,

["영어 하지 말고 읽어보고 하란 말이에요. 여태까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에요 이거!"]

모르겠다는 답변이 나오자 윽박을 지릅니다.

["만지지 말고! 이 사람아! 묻는 것만 답변하란 말이에요. 모르면 모른다고..."]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추궁합니다.

["그곳(저유소)에 불이 나면 한마디로 X 된다라는 표현 아냐? 알아요? 디무두? 한마디로 X 된다. 알아요?"]

유도신문으로 자백을 받으려다 변호사의 항의를 받습니다.

[경찰 : "너만 모르냐 이거야. 이미 진술을 확보했다고. (지금 진술 확보 다 하셨다는데 모든 사람 다?) 아니죠. 그런 진술을 확보했다는... (그러면 질문이 유도신문 아닙니까?)"]

사건 송치를 앞둔 마지막 네 번째 조사.

풍등을 날린 위치를 거짓말했다며 소리를 지르자 피의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합니다.

[경찰 : "누가 시켰어! (시키는 사람 없어요.) 어디서 가지고 왔어. 풍등! 어디서 날렸어?"]

흥분한 경찰을 오히려 변호사가 말릴 정도입니다.

[경찰 : "기초적인 기초적인 지식이란 말이지. (흥분하지 마시고...)"]

핵심 혐의에 대해 자백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10초만 더 봤으면 돼. 10초. 진짜 눈알만 돌렸어도 보인단 말이야! 이거 보고도 지금 강제추방 당할까 봐 무서워서 거짓말한 거 아니에요? (아니요...)"]

[디무두/저유소 폭발 피의자 : "((경찰이) 거짓말이라고 얘기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어요?) 무서웠어요. 진짜로 얘기해도 안 믿으니까... 혼자 걱정했어요."]

이날 하루 9시간 진행된 조사에서 경찰이 거짓말이라며 피의자를 압박한 것만 84차례입니다.

휴식 시간 경찰들이 나눈 대화에는 결과에 만족하는 듯한 내용이 고스란히 녹화됐습니다.

["잘 되고 있잖아? (확실하게 알고 있구나 그런 것만 지가 사실대로 얘기하지.) 그니까... 다 녹음돼. 아이씨! 거짓말하게 내버려 둬."]

하지만 이런 조사 과정은 대부분 빠지거나 순화된 채 조서가 작성돼 검찰에 넘겨졌고 검찰은 현재 기소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혼자 있었다? 명백한 거짓말 그것도! 내가 자료를 안 보여주는 거야, 지금. 거짓말 계속하라고!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사실대로!"]

[황세훈/변호사 : "비속어를 저렇게 쓰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말이 안 되는 거고, 자백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거 말고는 (경찰) 스스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생각을 하니까."]

경찰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해당 경찰관/음성변조 : "만약에 이 부분이 잘못된 게 맞다라고 하면 제가 감수해야죠. 제가 감수하고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되겠죠. 그러나 사회적 평가가 선행되기 전에 전국의 모든 경찰관이 정말로 제대로 된 추궁을 할 수 있겠느냐..."]

비록 피의자와 변호사가 신문조서에 서명했지만 이와 관계없이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강압 수사와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고양저유소 화재사건 외국인노동자 강압수사’ 관련 반론보도문]

본 방송은 2019. 5. 17. ‘뉴스9’ 프로그램에서 ‘피의자에게 폭언·강요…경찰 ’강압수사‘ 이유는?’라는 헤드라인을 내보내고 방송 중 [탐사K] 색션에서 “윽박지르고 유도신문…외국인노동자 ‘인권침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이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외국인 근로자인 피의자를 추궁하였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해당 경찰관은 다른 참고인이 진술한 사항을 그대로 인용하여 질문하는 과정에서 비속어를 사용하였을 뿐 외국인 근로자를 위축시키려는 목적으로 비속어를 사용한 것이 아님을 알려왔습니다. 이 반론보도는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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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윽박지르고 유도신문…경찰, 외국인노동자 ‘강압 수사’
    • 입력 2019-05-17 21:06:06
    • 수정2020-12-18 19:36:58
    뉴스 9
[앵커]

오늘(17일)은 탐사K로 시작하겠습니다.

피해액만 117억 원, 180만 리터의 기름이 불타 사라졌던 경기도 고양 저유소 폭발 사건, 기억하시죠?

당시 풍등을 날린 20대 외국인 노동자가 체포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중실화, 그러니까 불이 날 것을 알고도 풍등을 날리고, 불이 난 뒤에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였습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당시 피의자 신문 영상을 단독 입수했는데, 분석 결과가 충격적입니다.

경찰이 '중실화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피의자 인권을 침해하고 강압 수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임재성 기자입니다.

[연관기사]
[탐사K] 저유소, 이미 시한폭탄 상태였다…진짜 범인은?
[탐사K] “물증 부족에 강압수사”…폭발 원인 재조사 불가피

[리포트]

폭발 하루 만에 긴급 체포된 27살 디무두 씨는 곧바로 경기 고양경찰서로 압송됩니다.

경찰이 직접 녹화한 피의자 진술 녹화 영상입니다.

짜증 내듯 질문을 던지고,

["영어 하지 말고 읽어보고 하란 말이에요. 여태까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에요 이거!"]

모르겠다는 답변이 나오자 윽박을 지릅니다.

["만지지 말고! 이 사람아! 묻는 것만 답변하란 말이에요. 모르면 모른다고..."]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추궁합니다.

["그곳(저유소)에 불이 나면 한마디로 X 된다라는 표현 아냐? 알아요? 디무두? 한마디로 X 된다. 알아요?"]

유도신문으로 자백을 받으려다 변호사의 항의를 받습니다.

[경찰 : "너만 모르냐 이거야. 이미 진술을 확보했다고. (지금 진술 확보 다 하셨다는데 모든 사람 다?) 아니죠. 그런 진술을 확보했다는... (그러면 질문이 유도신문 아닙니까?)"]

사건 송치를 앞둔 마지막 네 번째 조사.

풍등을 날린 위치를 거짓말했다며 소리를 지르자 피의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합니다.

[경찰 : "누가 시켰어! (시키는 사람 없어요.) 어디서 가지고 왔어. 풍등! 어디서 날렸어?"]

흥분한 경찰을 오히려 변호사가 말릴 정도입니다.

[경찰 : "기초적인 기초적인 지식이란 말이지. (흥분하지 마시고...)"]

핵심 혐의에 대해 자백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10초만 더 봤으면 돼. 10초. 진짜 눈알만 돌렸어도 보인단 말이야! 이거 보고도 지금 강제추방 당할까 봐 무서워서 거짓말한 거 아니에요? (아니요...)"]

[디무두/저유소 폭발 피의자 : "((경찰이) 거짓말이라고 얘기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어요?) 무서웠어요. 진짜로 얘기해도 안 믿으니까... 혼자 걱정했어요."]

이날 하루 9시간 진행된 조사에서 경찰이 거짓말이라며 피의자를 압박한 것만 84차례입니다.

휴식 시간 경찰들이 나눈 대화에는 결과에 만족하는 듯한 내용이 고스란히 녹화됐습니다.

["잘 되고 있잖아? (확실하게 알고 있구나 그런 것만 지가 사실대로 얘기하지.) 그니까... 다 녹음돼. 아이씨! 거짓말하게 내버려 둬."]

하지만 이런 조사 과정은 대부분 빠지거나 순화된 채 조서가 작성돼 검찰에 넘겨졌고 검찰은 현재 기소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혼자 있었다? 명백한 거짓말 그것도! 내가 자료를 안 보여주는 거야, 지금. 거짓말 계속하라고!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사실대로!"]

[황세훈/변호사 : "비속어를 저렇게 쓰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말이 안 되는 거고, 자백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거 말고는 (경찰) 스스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생각을 하니까."]

경찰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해당 경찰관/음성변조 : "만약에 이 부분이 잘못된 게 맞다라고 하면 제가 감수해야죠. 제가 감수하고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되겠죠. 그러나 사회적 평가가 선행되기 전에 전국의 모든 경찰관이 정말로 제대로 된 추궁을 할 수 있겠느냐..."]

비록 피의자와 변호사가 신문조서에 서명했지만 이와 관계없이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강압 수사와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고양저유소 화재사건 외국인노동자 강압수사’ 관련 반론보도문]

본 방송은 2019. 5. 17. ‘뉴스9’ 프로그램에서 ‘피의자에게 폭언·강요…경찰 ’강압수사‘ 이유는?’라는 헤드라인을 내보내고 방송 중 [탐사K] 색션에서 “윽박지르고 유도신문…외국인노동자 ‘인권침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이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외국인 근로자인 피의자를 추궁하였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해당 경찰관은 다른 참고인이 진술한 사항을 그대로 인용하여 질문하는 과정에서 비속어를 사용하였을 뿐 외국인 근로자를 위축시키려는 목적으로 비속어를 사용한 것이 아님을 알려왔습니다. 이 반론보도는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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