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꼼꼼한 ‘첨삭지도’…박근혜 취임사 회의 녹취 공개

입력 2019.05.18 (06:16) 수정 2019.05.1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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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순실 씨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최 씨가 여러 차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었죠.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최 씨가 취임사를 놓고 박 전 대통령 그리고 정호성 전 비서관 등과 나눈 대화 녹음이 한 언론을 통해 새롭게 공개됐습니다.

대화 도중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자주 끊고 심지어 정 전 비서관을 나무라기도 합니다.

양성모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둔 2013년 2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정호성 전 비서관이 모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만든 대통령 취임사 초안을 놓고 대화를 나눕니다.

대통령 당선자 앞이지만 최 씨는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습니다.

[최순실 :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돼? 너무 말이 안 돼. 짜깁기 한 거 짜깁기... 딱 보면 모르냐고..."]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수시로 자르며 끼어들기도 합니다.

[박근혜 : "뭐냐하면 그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최순실 : "그렇지. 경제를 잘 하려면 나의 생각은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는 건지, 주의를 주는 건지 헷갈릴 정도의 말투도 들립니다.

[최순실 : "평국을 조금 다른 말로 해가지고... 글쎄 이건 좀 상의를 해보세요."]

[박근혜 : "예, 예, 예."]

구체적인 표현도 하나하나 고치고.

[최순실 : "누구나 쓰지 않는 말을 써야돼. 누구든지 쓰는 말은 누가 못해?"]

주제 마다 분량과 순서까지 정해 줍니다.

[최순실 : "2페이지 반씩 경제 부분 넣고, 그 다음에 국민의 행복을 넣고, 그 다음에 문화 넣고..."]

[박근혜 : "당당하게 자랑스러운..."]

[최순실 : "당당한 거 넣고, 앞뒤로 1페이지..."]

[박근혜 : "통일..."]

[최순실 : "통일 넣고."]

심지어 자신의 말을 받아적지 않는다며 정 전 비서관을 야단치기도 합니다.

[최순실 : "가장 중요한게 21세기에는... 좀 적어요!"]

[정호성 : "예."]

[최순실 : "문화만 할 수 있는 가치는, 빨리 써요 정 과장님!"]

이렇게 최 씨 앞에서 고쳐진 취임사 내용들은 실제 박 전 대통령 취임사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최순실 : "그게 핵심이다. 그걸 넣어버려. 경제부흥."]

[박근혜 : "새 정부는 경제부흥과."]

[최순실 : "그 다음에 두 번째, 국민행복."]

[박근혜 : "국민행복."]

[최순실 : "그 다음에 그걸 뭐라 그래야 되지? 문화 강국을 만드는 거..."]

[박근혜 : "그리고 문화융성을 통해 새로운 희망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당시 "최 씨가 연설문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와닿는 표현을 쓰는 솜씨가 있어 정 전 비서관에게 조언을 들어보라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양성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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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의 꼼꼼한 ‘첨삭지도’…박근혜 취임사 회의 녹취 공개
    • 입력 2019-05-18 06:19:16
    • 수정2019-05-18 08: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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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순실 씨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최 씨가 여러 차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었죠.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최 씨가 취임사를 놓고 박 전 대통령 그리고 정호성 전 비서관 등과 나눈 대화 녹음이 한 언론을 통해 새롭게 공개됐습니다.

대화 도중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자주 끊고 심지어 정 전 비서관을 나무라기도 합니다.

양성모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둔 2013년 2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정호성 전 비서관이 모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만든 대통령 취임사 초안을 놓고 대화를 나눕니다.

대통령 당선자 앞이지만 최 씨는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내놓습니다.

[최순실 :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돼? 너무 말이 안 돼. 짜깁기 한 거 짜깁기... 딱 보면 모르냐고..."]

박 전 대통령의 말을 수시로 자르며 끼어들기도 합니다.

[박근혜 : "뭐냐하면 그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최순실 : "그렇지. 경제를 잘 하려면 나의 생각은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는 건지, 주의를 주는 건지 헷갈릴 정도의 말투도 들립니다.

[최순실 : "평국을 조금 다른 말로 해가지고... 글쎄 이건 좀 상의를 해보세요."]

[박근혜 : "예, 예, 예."]

구체적인 표현도 하나하나 고치고.

[최순실 : "누구나 쓰지 않는 말을 써야돼. 누구든지 쓰는 말은 누가 못해?"]

주제 마다 분량과 순서까지 정해 줍니다.

[최순실 : "2페이지 반씩 경제 부분 넣고, 그 다음에 국민의 행복을 넣고, 그 다음에 문화 넣고..."]

[박근혜 : "당당하게 자랑스러운..."]

[최순실 : "당당한 거 넣고, 앞뒤로 1페이지..."]

[박근혜 : "통일..."]

[최순실 : "통일 넣고."]

심지어 자신의 말을 받아적지 않는다며 정 전 비서관을 야단치기도 합니다.

[최순실 : "가장 중요한게 21세기에는... 좀 적어요!"]

[정호성 : "예."]

[최순실 : "문화만 할 수 있는 가치는, 빨리 써요 정 과장님!"]

이렇게 최 씨 앞에서 고쳐진 취임사 내용들은 실제 박 전 대통령 취임사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최순실 : "그게 핵심이다. 그걸 넣어버려. 경제부흥."]

[박근혜 : "새 정부는 경제부흥과."]

[최순실 : "그 다음에 두 번째, 국민행복."]

[박근혜 : "국민행복."]

[최순실 : "그 다음에 그걸 뭐라 그래야 되지? 문화 강국을 만드는 거..."]

[박근혜 : "그리고 문화융성을 통해 새로운 희망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당시 "최 씨가 연설문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와닿는 표현을 쓰는 솜씨가 있어 정 전 비서관에게 조언을 들어보라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양성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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