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강요·유도신문…경찰, 외국인노동자 ‘강압 수사’

입력 2019.05.18 (07:33) 수정 2019.05.1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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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헤 경기도 고양 저유소 폭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고성과 비속어를 서슴지 않으며 강압적인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한 사실이 KBS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일부 잘못을 시인했고 인권위는 수사 과정의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임재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발 하루 만에 긴급 체포된 27살 디무두 씨는 곧바로 경기 고양경찰서로 압송됩니다.

경찰이 직접 녹화한 피의자 진술 녹화 영상입니다.

짜증 내듯 질문을 던지고,

["영어 하지 말고 읽어보고 하란 말이에요. 여태까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에요, 이거!"]

모르겠다는 답변이 나오자 윽박을 지릅니다.

["만지지 말고! 이 사람아! 묻는 것만 답변하란 말이에요. 모르면 모른다고..."]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추궁합니다.

["그곳(저유소)에 불이 나면 한마디로 X 된다라는 표현 아냐? 알아요? 디무두? 한마디로 X 된다. 알아요?"]

사건 송치를 앞둔 마지막 네 번째 조사.

풍등을 날린 위치를 거짓말했다며 소리를 지르자 피의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합니다.

[경찰 : "누가 시켰어!"]

[피의자 : "시킨 사람 없어요."]

[경찰 : 어디서 가지고 왔어. 풍등! 어디서 날렸어?"]

[디무두/저유소 폭발 피의자 : "((경찰이) 거짓말이라고 얘기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어요?) 내가 진짜로 얘기해도 안 믿으니까 나 혼자 걱정이..."]

이날 하루 9시간 진행된 조사에서 경찰이 거짓말이라며 피의자를 압박한 것만 84차례입니다.

하지만 이런 조사 과정은 대부분 빠지거나 순화된 채 조서가 작성돼 검찰에 넘겨졌고 검찰은 현재 기소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혼자 있었다? 명백한 거짓말 그것도! 내가 자료를 안 보여주는 거야 지금. 거짓말 계속하라고!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사실대로!"]

[황세훈/변호사 : "비속어를 저렇게 쓰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말이 안 되는 거고, 자백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거 말고는 (경찰) 스스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생각을 하니까..."]

경찰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해당 경찰관/음성변조 : "만약에 이 부분이 잘못된 게 맞다라고 하면 제가 감수해야죠. 제가 감수하고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되겠죠. 그러나 사회적 평가가 선행되기 전에 전국의 모든 경찰관이 정말로 제대로 된 추궁을 할 수 있겠느냐..."]

비록 피의자와 변호사가 신문조서에 서명했지만 이와 관계없이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강압 수사와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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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언·강요·유도신문…경찰, 외국인노동자 ‘강압 수사’
    • 입력 2019-05-18 07:36:49
    • 수정2019-05-18 07: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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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헤 경기도 고양 저유소 폭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고성과 비속어를 서슴지 않으며 강압적인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한 사실이 KBS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일부 잘못을 시인했고 인권위는 수사 과정의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임재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발 하루 만에 긴급 체포된 27살 디무두 씨는 곧바로 경기 고양경찰서로 압송됩니다.

경찰이 직접 녹화한 피의자 진술 녹화 영상입니다.

짜증 내듯 질문을 던지고,

["영어 하지 말고 읽어보고 하란 말이에요. 여태까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에요, 이거!"]

모르겠다는 답변이 나오자 윽박을 지릅니다.

["만지지 말고! 이 사람아! 묻는 것만 답변하란 말이에요. 모르면 모른다고..."]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추궁합니다.

["그곳(저유소)에 불이 나면 한마디로 X 된다라는 표현 아냐? 알아요? 디무두? 한마디로 X 된다. 알아요?"]

사건 송치를 앞둔 마지막 네 번째 조사.

풍등을 날린 위치를 거짓말했다며 소리를 지르자 피의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합니다.

[경찰 : "누가 시켰어!"]

[피의자 : "시킨 사람 없어요."]

[경찰 : 어디서 가지고 왔어. 풍등! 어디서 날렸어?"]

[디무두/저유소 폭발 피의자 : "((경찰이) 거짓말이라고 얘기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어요?) 내가 진짜로 얘기해도 안 믿으니까 나 혼자 걱정이..."]

이날 하루 9시간 진행된 조사에서 경찰이 거짓말이라며 피의자를 압박한 것만 84차례입니다.

하지만 이런 조사 과정은 대부분 빠지거나 순화된 채 조서가 작성돼 검찰에 넘겨졌고 검찰은 현재 기소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혼자 있었다? 명백한 거짓말 그것도! 내가 자료를 안 보여주는 거야 지금. 거짓말 계속하라고!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사실대로!"]

[황세훈/변호사 : "비속어를 저렇게 쓰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말이 안 되는 거고, 자백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거 말고는 (경찰) 스스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생각을 하니까..."]

경찰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해당 경찰관/음성변조 : "만약에 이 부분이 잘못된 게 맞다라고 하면 제가 감수해야죠. 제가 감수하고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되겠죠. 그러나 사회적 평가가 선행되기 전에 전국의 모든 경찰관이 정말로 제대로 된 추궁을 할 수 있겠느냐..."]

비록 피의자와 변호사가 신문조서에 서명했지만 이와 관계없이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강압 수사와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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