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과 임을 위한 행진곡, 세 번의 만남 결과는?

입력 2019.05.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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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5.18단체들의 거센 항의받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

"황교안은 물러가라"
제39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 도착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 일부 5.18 단체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졌습니다. 항의 단체들은 황 대표가 행사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피켓을 던지고 물을 뿌렸고, 이 과정에서 경호인력과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아수라장' 뚫고 20분 만에 도착한 행사장...황 대표를 기다린 것은?

차에서 내려 행사장에 들어가기까지 평소 같으면 채 3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를 경호인력에 둘러싸여 20분 만에 들어간 황 대표. 겨우 한숨 돌린 황대표에게 더 큰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입니다.
5.18민주화 운동의 상징 중 하나죠. 1980년 5.18 당시 최후까지 전남도청을 사수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와 '들불야학' 후배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을 계기로 1982년 탄생한 노래입니다.
이후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또 현재는 여러 집회현장에서 '모두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됐습니다. 제목을 모르는 분들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란 첫 구절은 너무나 익숙한, '국민 민중가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

◆ 2016년 5.18 기념식에선 입 꾹 다문 '황교안 국무총리'

2016년 5,18 기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임을 위한 행진곡’과의 첫 만남은 ‘침묵’ 이었다.2016년 5,18 기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임을 위한 행진곡’과의 첫 만남은 ‘침묵’ 이었다.

황 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과 인연(?)을 맺은 건 3년 전인 2016년 5.18기념식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9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모두가 함께 부르는' 제창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부를 수도, 안 부를 수도 있는' 합창으로 바꼈습니다. 일종의 '강등'이라 볼 수 있는 건데요. 이 기조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쭉 이어졌습니다.

2016년 5월 18일, 정부 대표로 광주를 찾은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합창'으로 강등됐지만 여야를 막론한 대다수 정치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따라 불렀는데 황 국무총리는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그 모습에 한 참석자가 다가와 큰 손 동작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항의하기까지 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정부기조 탓인지 냉랭했던 첫 만남이었습니다.

2019년 노동절 행사에선 잠시 '뻥긋' 변화?

5월 1일 노동절 행사에 참석한 한국당 황교안 대표, ‘임을 위한 행진곡’과의 두 번째 만남은 ‘소극적 따라부르기’였다.5월 1일 노동절 행사에 참석한 한국당 황교안 대표, ‘임을 위한 행진곡’과의 두 번째 만남은 ‘소극적 따라부르기’였다.

지난 3년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거쳐 야인을 지나 제1야당 대표가 된 황 대표.
지난 1일 노동절 한국노총 마라톤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공식 무대에서 두 번째 만남인 셈인데요.

패스트트랙 여야 대치 국면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의 어색한 조우에 초점이 맞춰진 사이 공식 무대 위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왔습니다.

다른 당 대표들은 힘차게 팔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불렀는데, 황 대표의 입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6년과 달리 노래 중간 중간 입을 뻥긋하며 짧게 따라 부르려는 변화는 감지됐습니다.

공당 대표로 노력은 보였지만 여전히 어색했던 두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 2019년 5.18 기념식, 세 번째 만남의 결과는?

오늘 열린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는 황 대표오늘 열린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는 황 대표

다시, 오늘입니다. 항의를 뚫고 행사장에 착석한 황 대표. 한 시간 기념행사의 마지막 순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일째인 2017년 5월 12일, 업무지시 2호로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시 '모두가 부르는 노래'로 제창하도록 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래 자리를 되찾아준 셈입니다.

오늘 오전 11시. 광주 국립5.18 민주묘지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졌습니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함께 모인 시민들이 민주 영령을 기리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다짐하며 힘차게 노래를 부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과의 세 번째 만남, 황 대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중계화면에 2초 정도 잡힌 잠깐의 화면에서 황 대표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 옆에서 함께 입을 크게 벌리고 팔을 흔들었습니다. 현장에서도 입을 크게 벌려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 황 대표, '임을 위한 행진곡'과 제대로 만나려면?

3년 동안 세 번의 만남 끝에 드디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황 대표.
하지만, 5.18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이 노래와 제대로 만나려면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5.18 망언' 3인방 징계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딱 100일전이죠. 2월 8일 한국당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은 국회 토론회에서 5.18민주화 운동과 유공자를 폄훼하는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이후 당 내부에서 징계절차를 밟긴했지만 이종명 의원의 제명절차는 의원총회 의결과정이 남아 있고, 김진태·김순례 의원에게 내려진 경고와 당원권 정지 3개월은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망언 3인방의 국회 윤리위 차원의 징계도 자문위원회 파행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황 대표는 지난 16일, 5.18망언 의원에 대한 징계를 마무리하고 광주를 방문하라는 요구에 대해 "광주에 다녀와서 가급적 이른 시간 안에 처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거센 항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오늘, 광주를 찾은 황교안 대표는 5.18 기념식 참석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 북에 글을 남겼습니다. '광주로 갑니다'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저의 참석에 대해 논란이 많았습니다. 광주의 부정적 분위기를 이용해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광주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광주시민의 아픔을 알고 있습니다. 광주시민의 긍지도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시민들은 어디에 살든, 다른 위치에서 다른 생각으로 다른 그 무엇을 하든, 광주시민입니다. 그것이 광주 정신입니다"


선출된 한국당 대표가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15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후 4년 만이라고 합니다.
광주의 아픔을 '행동'으로 보듬는 제1야당 대표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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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교안과 임을 위한 행진곡, 세 번의 만남 결과는?
    • 입력 2019-05-18 13:36:56
    취재K
일부 5.18단체들의 거센 항의받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

"황교안은 물러가라"
제39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 도착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게 일부 5.18 단체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졌습니다. 항의 단체들은 황 대표가 행사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피켓을 던지고 물을 뿌렸고, 이 과정에서 경호인력과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아수라장' 뚫고 20분 만에 도착한 행사장...황 대표를 기다린 것은?

차에서 내려 행사장에 들어가기까지 평소 같으면 채 3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를 경호인력에 둘러싸여 20분 만에 들어간 황 대표. 겨우 한숨 돌린 황대표에게 더 큰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입니다.
5.18민주화 운동의 상징 중 하나죠. 1980년 5.18 당시 최후까지 전남도청을 사수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와 '들불야학' 후배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을 계기로 1982년 탄생한 노래입니다.
이후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또 현재는 여러 집회현장에서 '모두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됐습니다. 제목을 모르는 분들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란 첫 구절은 너무나 익숙한, '국민 민중가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

◆ 2016년 5.18 기념식에선 입 꾹 다문 '황교안 국무총리'

2016년 5,18 기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임을 위한 행진곡’과의 첫 만남은 ‘침묵’ 이었다.
황 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과 인연(?)을 맺은 건 3년 전인 2016년 5.18기념식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9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모두가 함께 부르는' 제창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부를 수도, 안 부를 수도 있는' 합창으로 바꼈습니다. 일종의 '강등'이라 볼 수 있는 건데요. 이 기조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쭉 이어졌습니다.

2016년 5월 18일, 정부 대표로 광주를 찾은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합창'으로 강등됐지만 여야를 막론한 대다수 정치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따라 불렀는데 황 국무총리는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그 모습에 한 참석자가 다가와 큰 손 동작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항의하기까지 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정부기조 탓인지 냉랭했던 첫 만남이었습니다.

2019년 노동절 행사에선 잠시 '뻥긋' 변화?

5월 1일 노동절 행사에 참석한 한국당 황교안 대표, ‘임을 위한 행진곡’과의 두 번째 만남은 ‘소극적 따라부르기’였다.
지난 3년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거쳐 야인을 지나 제1야당 대표가 된 황 대표.
지난 1일 노동절 한국노총 마라톤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공식 무대에서 두 번째 만남인 셈인데요.

패스트트랙 여야 대치 국면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의 어색한 조우에 초점이 맞춰진 사이 공식 무대 위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왔습니다.

다른 당 대표들은 힘차게 팔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불렀는데, 황 대표의 입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6년과 달리 노래 중간 중간 입을 뻥긋하며 짧게 따라 부르려는 변화는 감지됐습니다.

공당 대표로 노력은 보였지만 여전히 어색했던 두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 2019년 5.18 기념식, 세 번째 만남의 결과는?

오늘 열린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는 황 대표
다시, 오늘입니다. 항의를 뚫고 행사장에 착석한 황 대표. 한 시간 기념행사의 마지막 순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일째인 2017년 5월 12일, 업무지시 2호로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시 '모두가 부르는 노래'로 제창하도록 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래 자리를 되찾아준 셈입니다.

오늘 오전 11시. 광주 국립5.18 민주묘지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졌습니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함께 모인 시민들이 민주 영령을 기리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다짐하며 힘차게 노래를 부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과의 세 번째 만남, 황 대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중계화면에 2초 정도 잡힌 잠깐의 화면에서 황 대표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 옆에서 함께 입을 크게 벌리고 팔을 흔들었습니다. 현장에서도 입을 크게 벌려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 황 대표, '임을 위한 행진곡'과 제대로 만나려면?

3년 동안 세 번의 만남 끝에 드디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황 대표.
하지만, 5.18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이 노래와 제대로 만나려면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5.18 망언' 3인방 징계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딱 100일전이죠. 2월 8일 한국당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은 국회 토론회에서 5.18민주화 운동과 유공자를 폄훼하는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이후 당 내부에서 징계절차를 밟긴했지만 이종명 의원의 제명절차는 의원총회 의결과정이 남아 있고, 김진태·김순례 의원에게 내려진 경고와 당원권 정지 3개월은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망언 3인방의 국회 윤리위 차원의 징계도 자문위원회 파행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황 대표는 지난 16일, 5.18망언 의원에 대한 징계를 마무리하고 광주를 방문하라는 요구에 대해 "광주에 다녀와서 가급적 이른 시간 안에 처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거센 항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오늘, 광주를 찾은 황교안 대표는 5.18 기념식 참석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 북에 글을 남겼습니다. '광주로 갑니다'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저의 참석에 대해 논란이 많았습니다. 광주의 부정적 분위기를 이용해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광주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광주시민의 아픔을 알고 있습니다. 광주시민의 긍지도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시민들은 어디에 살든, 다른 위치에서 다른 생각으로 다른 그 무엇을 하든, 광주시민입니다. 그것이 광주 정신입니다"


선출된 한국당 대표가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15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후 4년 만이라고 합니다.
광주의 아픔을 '행동'으로 보듬는 제1야당 대표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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