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심각한데…“실적 가져와” 외면받는 작은 기업

입력 2019.05.20 (08:17) 수정 2019.05.2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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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번 친절한뉴스는 미세먼지 저감 기술에 관한 이야깁니다.

먼저 이 장면을 보실까요,

독일 거리 곳곳에 설치된 공기정화벤치, '시티트리'로 불리는 겁니다.

벤치 뒤에 있는 초록색 패널의 이끼가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벤치 2개당 하루 약 250g의 미세먼지를 흡수합니다.

이 기술은 독일의 '그린시티 솔루션'이라는 회사의 기술인데요, 당시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았던 이 기업의 기술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미세먼지 기술은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요?

미세먼지가 사회적 재난으로까지 규정되다보니 저감기술 개발에 뛰어든 중소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센데요,

앞서 말씀드린 독일의 사례처럼 딱 떠오르는 중소기업의 기술, 없는 게 사실입니다.

정말 획기적인 기술이 아닌 이상 중소기업의 기술이 이름난 경우는 드물지만, 중소기업 기술을 외면하는 풍토도 한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걸 한 번 보실까요, "나는 중국에 가서 인형 눈을 붙여가면서 돈을 벌어 버텼다. 그래서 이 기술을 지킬 수 있었다"

저희 취재진이 만난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10여 년간 만든 한 벤처기업 사장의 호솝니다.

이 벤처기업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연소했을 때 나오는 황산화물, 그러니까 미세먼지 비중의 대략 50%를 차지하는 황산화물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이 벤처기업이 개발한 촉매제를 분사하면 화력발전이 끝나기 전에 황산화물이 일부 제거된다는 겁니다.

공공기관인 한국 기계연구원에선 거의 대부분 저감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고, 중국과 러시아에선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에 힘입어 최근에 러시아 등에선 수출계약도 마쳤는데, 그런데 국내에선 번번이 수주에 실패했습니다. 왜일까요?

한마디로 규모가 작은 기업이다,라며 실적부터 가져오라는 일부 화력발전소와 공공기관의 제한 때문입니다.

기술은 있지만, 신생기업이다보니 실적이 있을 수가 없겠죠,

그래서 당장 실적이 없는 이 기업은 실적을 가져오라는 조건에 맞추기 위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중국과 러시아로 쫓겨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나마 외국은 기업의 규모를 따지지 않고 신 기술을 받아들여서 그곳에서 버틸 수 있었다는 건데요, 당시 상황 업체 대표에게 들어보겠습니다.

[이철/저감기술 확보 기업 대표 : "해외에 나가서는 가능성을 제대로 제안을 하면 받아주어서 저희가 무리 없이 실제 설비에 저희 기술을 실현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업체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당신들을 뭘 믿고 기술을 쓰느냐", "같은 값이면 이름난 기업의 기술을 쓰겠다"

한마디로 위험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화력발전소, 공공기관의 냉대에 시장진입이 지금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습니다.

정말 그런지 한 번 보겠습니다.

정부 지원 사업 공고문인데요, 선정되면 수십 억 원을 지원받는데 지원 자격에 국내외 실적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해당 공공기관은 공적자금을 쓰다보니까 "최대한 안전하게 운용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작은 기업들이 설 자리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이렇게 기업 규모를 따지는 풍토가 반복된다면 어떨까요, 당연히 저감 기술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겠죠.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 대응기술 수준은 미국 등 최고 기술 보유국과 비교해 평균 70.5%, 기술 격차는 7.5년에 이릅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다른 방법을 쓰기보다 이런 풍토부터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요?

친절한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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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 심각한데…“실적 가져와” 외면받는 작은 기업
    • 입력 2019-05-20 08:22:09
    • 수정2019-05-20 08: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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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친절한뉴스는 미세먼지 저감 기술에 관한 이야깁니다.

먼저 이 장면을 보실까요,

독일 거리 곳곳에 설치된 공기정화벤치, '시티트리'로 불리는 겁니다.

벤치 뒤에 있는 초록색 패널의 이끼가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벤치 2개당 하루 약 250g의 미세먼지를 흡수합니다.

이 기술은 독일의 '그린시티 솔루션'이라는 회사의 기술인데요, 당시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았던 이 기업의 기술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미세먼지 기술은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요?

미세먼지가 사회적 재난으로까지 규정되다보니 저감기술 개발에 뛰어든 중소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센데요,

앞서 말씀드린 독일의 사례처럼 딱 떠오르는 중소기업의 기술, 없는 게 사실입니다.

정말 획기적인 기술이 아닌 이상 중소기업의 기술이 이름난 경우는 드물지만, 중소기업 기술을 외면하는 풍토도 한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걸 한 번 보실까요, "나는 중국에 가서 인형 눈을 붙여가면서 돈을 벌어 버텼다. 그래서 이 기술을 지킬 수 있었다"

저희 취재진이 만난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10여 년간 만든 한 벤처기업 사장의 호솝니다.

이 벤처기업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연소했을 때 나오는 황산화물, 그러니까 미세먼지 비중의 대략 50%를 차지하는 황산화물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이 벤처기업이 개발한 촉매제를 분사하면 화력발전이 끝나기 전에 황산화물이 일부 제거된다는 겁니다.

공공기관인 한국 기계연구원에선 거의 대부분 저감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었고, 중국과 러시아에선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에 힘입어 최근에 러시아 등에선 수출계약도 마쳤는데, 그런데 국내에선 번번이 수주에 실패했습니다. 왜일까요?

한마디로 규모가 작은 기업이다,라며 실적부터 가져오라는 일부 화력발전소와 공공기관의 제한 때문입니다.

기술은 있지만, 신생기업이다보니 실적이 있을 수가 없겠죠,

그래서 당장 실적이 없는 이 기업은 실적을 가져오라는 조건에 맞추기 위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중국과 러시아로 쫓겨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나마 외국은 기업의 규모를 따지지 않고 신 기술을 받아들여서 그곳에서 버틸 수 있었다는 건데요, 당시 상황 업체 대표에게 들어보겠습니다.

[이철/저감기술 확보 기업 대표 : "해외에 나가서는 가능성을 제대로 제안을 하면 받아주어서 저희가 무리 없이 실제 설비에 저희 기술을 실현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업체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당신들을 뭘 믿고 기술을 쓰느냐", "같은 값이면 이름난 기업의 기술을 쓰겠다"

한마디로 위험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화력발전소, 공공기관의 냉대에 시장진입이 지금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습니다.

정말 그런지 한 번 보겠습니다.

정부 지원 사업 공고문인데요, 선정되면 수십 억 원을 지원받는데 지원 자격에 국내외 실적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해당 공공기관은 공적자금을 쓰다보니까 "최대한 안전하게 운용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작은 기업들이 설 자리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이렇게 기업 규모를 따지는 풍토가 반복된다면 어떨까요, 당연히 저감 기술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겠죠.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 대응기술 수준은 미국 등 최고 기술 보유국과 비교해 평균 70.5%, 기술 격차는 7.5년에 이릅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다른 방법을 쓰기보다 이런 풍토부터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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