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벌써?” 어린이 성조숙증 급증, 원인은?

사춘기 정의 (출처: 국립국어원)

'사춘기가 시작됐다는 걸 어떻게 아셨나요?'

모든 게 빨라졌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이미 얼굴에 여드름이 올라온 어린이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띕니다. 사춘기 신체적 변화를 '2차 성징'이라고 합니다. 이전엔 중학교에 입학할 즈음에 2차 성징이 시작됐는데 최근엔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창 어리광을 부릴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면 어떨까요? 무척 당황하게 되죠? 하지만 이런 일이 드물지만은 않습니다.

2차 성징이 또래보다 비정상적으로 빨리 오면 성조숙증입니다. 여아의 경우 만 8세, 남아의 경우 만 9세 이전에 신체적 변화가 생기는 걸 조발성 사춘기, 성조숙증이라고 합니다. 2차 성징이 일찍 오면 신체가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그만큼 좋은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조숙증은 엄연히 질병입니다.

성조숙증이 생기면 성장은 빨라지지만 성장판이 일찍 열려 빨리 닫힙니다. 성장판이 빨리 닫히면 성인이 됐을 때의 최종 키가 줄어듭니다. 여성의 경우엔 장기적으로 불임이나 유방암 발생 위험이 커집니다.

성조숙증 환자 추이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늘어나는 성조숙증 환자… 연평균 9% 성장률'

성조숙증으로 병·의원을 찾는 어린이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16년 9만 명 넘게 성조숙증으로 병·의원을 찾았는데, 최근 5년간 연평균 환자 증가율이 9.2%에 달합니다.

정인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 식생활 변화에 따른 비만 그리고 빠른 사춘기의 가족력" 등을 성조숙증 환자가 많아지는 이유로 꼽았습니다.

'성조숙증 급증 이유는 비만… 간편식 줄여야'

성조숙증 환자의 급증엔 '비만'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체지방에서는 여성 호르몬과 비슷한 물질이 분비됩니다. 이 물질이 여성 호르몬의 역할을 해 2차 성징을 앞당기고 성조숙증을 일으킵니다.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24%는 과체중이거나 비만입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과도한 사교육에 시달리고 활동량이 적어 살이 찌기 쉽습니다. 영양가는 적고 열량만 높은 패스트푸드도 많이 먹습니다. 초등학생의 65%가량은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습니다.

성조숙증을 예방하려면 간편식을 줄이고 활동량을 높여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또래와 어울려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초등학생들이 사교육과 스마트폰에 묶여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간편식을 구하기도 쉽습니다.

급격한 사회 변화를 거스르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어른들이 좀 더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