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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국대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성폭행을 고발합니다”
입력 2019.05.20 (17:15) 수정 2019.05.20 (20:49) 취재K
“10년 전 국대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성폭행을 고발합니다”
KBS 취재팀에게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2009년 3월에 일어났던 성폭행 사건이었습니다.

제보자는 성폭행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당시 27살 유 모 씨. 가해자는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인 이 모 씨와 김 모 씨 였습니다. 제보자 유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털어놓은 그 날의 이야기는 2009년 3월 21일 새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떡볶이 노점에서 시작합니다.

10년 전, 3월 21일…그 날 무슨 일이 있었나?

"친한 친구의 생일이라서 밖에서 술을 마시고 콜택시를 부르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한 남자가 다가와서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는데 제가 거부했죠. 건너편에 편의점이 있었는데, 음료를 사 갖고 건네줬어요. 그러고 나서 기억이 없어요."

떡볶이 노점에서 유 씨에게 다가간 남성은 그날 처음 본 사람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인 이 모 씨였습니다.

이후 유 씨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이 씨가 건네 준 음료를 마신 뒤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뜬 곳은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모텔 205호실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때 유 씨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앞서 만났던 이 모 씨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처음 보는 사람인 또 다른 남성 김 모 씨가 자신을 성폭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누가 제 머리를 누르고 갑갑해서 눈을 떴어요. 숨을 못 쉴 것 같아서 떴는데 위에 있었어요 남자가. 꿈인가 했다가 움직이는데 뭐가 느껴졌고 이게 꿈이 아니다 해서 그때부터 공포가 몰려오기 시작했죠 " (피해자 유 모 씨)

화장실로 재빨리 피한 피해 여성. 자신을 성폭행하고 있던 남성은 급하게 옷을 입은 뒤 서둘러 모텔 방을 나갔다고 합니다.

검경의 수사로 본 '사건의 재구성'


되돌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취재진에게 털어놓은 유 씨. 유 씨의 주장을 토대로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취재진은 본인의 동의를 얻어 검찰의 수사 기록과 당시 경찰과 검찰 수사과정에서의 진술서 등을 확보했습니다.

기록을 토대로 살펴 본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2009년 3월 21일 새벽 4시 30분 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이 모 씨는 정신을 잃은 유 씨를 데리고 모텔로 들어갑니다. 이 씨는 유 씨를 성폭행한 뒤 유 씨의 지갑에서 현금과 수표 등 72만 원을 훔쳐 모텔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친한 동료였던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김 모 씨에게 연락을 합니다.

당시 자신의 집에 머무르고 있었던 김 씨와 만난 이 씨는 자신의 성폭행 사실을 말했고, 이 이야기를 들은 김 씨는 이 씨와 함께 차를 몰고 모텔로 향합니다. 이 씨가 모텔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이 김 씨는 모텔 205호 실로 들어가 유 씨를 또다시 성폭행합니다. 이 씨와 김 씨는 당시 음주상태에서 차량을 몰았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그 다음은 앞서 전해드린 유 씨의 진술대로입니다. 깨어난 유 씨가 자신을 성폭행하고 있던 김 씨를 발견하고, 놀란 김 씨가 도망칩니다.

'음료수와 국소마취제'…남는 의문점은?

유 씨와 일면식도 없던 이들의 범행, 어떻게 들통난 걸까요. 사건 직후, 도난 수표를 쓰던 이 씨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유 씨가 도난 당한 수표 번호를 은행에 가서 확인한 뒤 경찰에 알렸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궁금증은 또 있습니다. 사건 당일, 유 씨는 친한 친구의 생일 파티 등에서 술을 마시긴 했지만 기억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 합니다. 또 자신이 살면서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적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유독 이 날의 기억만큼은 유 씨에게 없습니다.

유 씨는 검찰 조사에서 떡볶이 노점에서 만난 이 씨가 준 '음료수'가 기억을 잃게 한 원인일 수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유 씨는 사건 직후 경찰 조사를 받다가 끊임 없이 구토를 했다고도 기억합니다. 이같은 내용은 경찰에서 한 진술 내용에 포함돼 있습니다.

또 자신에게서 평소보다 알코올 냄새도 강하게 났다고 말했습니다. 유 씨가 경찰·검찰 조사 단계에서 약물 검사를 요구했던 까닭입니다. 하지만 약물 성분은 결국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점은 유 씨의 소변에서 '리도카인'이라는 국소 마취제가 검출됐다는 점입니다. 혹시 리도카인이라는 마취제가 유 씨의 정신을 잃게 한 '약물'과 관련성이 있지는 않을까.

취재팀은 해당 전문가들을 찾아가 물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답을 얻었습니다. 리도카인이란 마취제 성분은 몸에 바르는 것으로 설령 마실 수 있는 형태로 섭취하더라도 정신을 잃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왜 피해자의 소변에서는 약물이 나왔던 걸까. 검사가 가해자인 이 모 씨에게 강하게 추궁하자 이 씨는 수개월 전 지인에게서 리도카인을 받아 놓았고, 3월 21일 유 씨를 성폭행하면서 사용했다고 실토했습니다.

유 씨의 정신을 잃게 한 약물과는 상관이 없지만, 이 씨는 국소마취제를 신체에 바르고 성폭행을 한 것입니다.

주거침입강간죄에 기소유예?


해답은 10년 전 당시 사건을 처리했던 검찰의 처분에 있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8달 뒤인 2009년 11월 30일, 검찰은 두 선수에 대해 '기소유예' 결정을 합니다. 즉, 검찰이 두 선수에 대한 수사를 검찰 단계에서 마무리하고, 재판에 넘기지 않은 겁니다.

검찰은 '불기소 이유서'에 이렇게 밝혔습니다.

가해자들이 초범이고 우발적 범행이라는 판단과 함께, 피해자가 선처를 호소하며 탄원서를 냈다는 겁니다. 또한 이들이 국가대표 선수들이란 점도 고려했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두 사람에게 적용한 혐의를 고려할 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검찰은 먼저 유 씨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이 씨에게 준강간과 절도, 그리고 '주거침입강간등'의 혐의를, 뒤이어 성폭행한 김 씨에게도 검찰은 '주거침입강간등'의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당시 '준강간'죄는 '친고죄'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합의로 고소가 취하됐고,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없었습니다.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된 건 2013년 6월이기 때문에 당시로선 적법한 처리입니다.

그러나 이 씨와 김 씨에게 모두 적용된 주거침입강간 등의 혐의는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기소할 수 있고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이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들 물어보니.."굉장히 이례적인 결정"


취재진이 만난 성범죄 전담 변호사들 역시 "굉장히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말하면서 "법적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용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2명이 차례로 벌인 성폭행을 우발적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주거침입강간등의 특수강간범죄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있다고 규정한 '입법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변호사도 있었습니다.

기소유예 처분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계속 알아보던 취재팀은 어렵사리 당시 수사 검사를 만나 판단의 이유를 물었습니다. 검사가 밝힌 가장 큰 판단 기준은 역시 '합의'였습니다. 피해자가 '간곡한' 탄원서를 썼고, 이미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피해자가 재판을 받으며 겪게 될 '고통'을 고려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해당 검사는 2009년 당시 주거침입강간등의 죄도 합의가 이뤄질 경우에는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성폭행 피해자인 유 씨는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당시 합의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상대 변호사가) 합의를 봐줘도 벌을 받는다니까? 이러는 거예요. 저는 (합의를 하더라도)처벌은 받을 줄 알았는데...억장이 무너졌죠." (피해자 유 모 씨)

즉 합의를 한 것은 맞지만 상대 변호사의 말을 듣고 가해자들이 최소한의 처벌은 받을 줄 알았다는 겁니다. 또한 검찰의 처분 직전에 처벌불원서를 다시 쓴 것도 합의금을 받기 위해선 그래야 한다는 검사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수사 검사는 취재진에게 "처음부터 기소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며, 수사 검사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먼저 제안할 상황도 아니었고, 그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피해자가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원만하게 합의했고, 두 선수가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로 밝은 미래가 있기에 선처를 구한다고 적었기 때문에 피해자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여 기소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10년의 고통, 10년의 태극마크


결국 두 사람은 범행 이후에도 법적인 처벌없이 국가대표로 활동해왔고, 그 사이 피해자는 고통의 10년을 보냈다고 말합니다.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했어요. 왜냐면 정체성을 잃었기 때문에 살고 싶었던 의욕이 없었고..." (피해자 유 모 씨)

이번 사건과 관련한 KBS 취재진의 질문에, 두 사람 중 한 명은 묵묵부답이었고, 또다른 한 명은 가족을 통해 10년 전 사건을 다시 꺼내는 것에 반발하면서도, 특별히 밝힐 입장은 없다고 전해왔습니다.

KBS는 오늘(20일) 9시뉴스를 통해 당시 아이스하키 협회의 대응과 두 사람이 10년 동안 어떻게 국가대표로 활동할 수 있었는지를 후속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 “10년 전 국대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성폭행을 고발합니다”
    • 입력 2019.05.20 (17:15)
    • 수정 2019.05.20 (20:49)
    취재K
“10년 전 국대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성폭행을 고발합니다”
KBS 취재팀에게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2009년 3월에 일어났던 성폭행 사건이었습니다.

제보자는 성폭행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당시 27살 유 모 씨. 가해자는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인 이 모 씨와 김 모 씨 였습니다. 제보자 유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털어놓은 그 날의 이야기는 2009년 3월 21일 새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떡볶이 노점에서 시작합니다.

10년 전, 3월 21일…그 날 무슨 일이 있었나?

"친한 친구의 생일이라서 밖에서 술을 마시고 콜택시를 부르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한 남자가 다가와서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는데 제가 거부했죠. 건너편에 편의점이 있었는데, 음료를 사 갖고 건네줬어요. 그러고 나서 기억이 없어요."

떡볶이 노점에서 유 씨에게 다가간 남성은 그날 처음 본 사람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인 이 모 씨였습니다.

이후 유 씨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이 씨가 건네 준 음료를 마신 뒤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뜬 곳은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모텔 205호실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때 유 씨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앞서 만났던 이 모 씨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처음 보는 사람인 또 다른 남성 김 모 씨가 자신을 성폭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누가 제 머리를 누르고 갑갑해서 눈을 떴어요. 숨을 못 쉴 것 같아서 떴는데 위에 있었어요 남자가. 꿈인가 했다가 움직이는데 뭐가 느껴졌고 이게 꿈이 아니다 해서 그때부터 공포가 몰려오기 시작했죠 " (피해자 유 모 씨)

화장실로 재빨리 피한 피해 여성. 자신을 성폭행하고 있던 남성은 급하게 옷을 입은 뒤 서둘러 모텔 방을 나갔다고 합니다.

검경의 수사로 본 '사건의 재구성'


되돌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취재진에게 털어놓은 유 씨. 유 씨의 주장을 토대로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취재진은 본인의 동의를 얻어 검찰의 수사 기록과 당시 경찰과 검찰 수사과정에서의 진술서 등을 확보했습니다.

기록을 토대로 살펴 본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2009년 3월 21일 새벽 4시 30분 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이 모 씨는 정신을 잃은 유 씨를 데리고 모텔로 들어갑니다. 이 씨는 유 씨를 성폭행한 뒤 유 씨의 지갑에서 현금과 수표 등 72만 원을 훔쳐 모텔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친한 동료였던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김 모 씨에게 연락을 합니다.

당시 자신의 집에 머무르고 있었던 김 씨와 만난 이 씨는 자신의 성폭행 사실을 말했고, 이 이야기를 들은 김 씨는 이 씨와 함께 차를 몰고 모텔로 향합니다. 이 씨가 모텔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이 김 씨는 모텔 205호 실로 들어가 유 씨를 또다시 성폭행합니다. 이 씨와 김 씨는 당시 음주상태에서 차량을 몰았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그 다음은 앞서 전해드린 유 씨의 진술대로입니다. 깨어난 유 씨가 자신을 성폭행하고 있던 김 씨를 발견하고, 놀란 김 씨가 도망칩니다.

'음료수와 국소마취제'…남는 의문점은?

유 씨와 일면식도 없던 이들의 범행, 어떻게 들통난 걸까요. 사건 직후, 도난 수표를 쓰던 이 씨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유 씨가 도난 당한 수표 번호를 은행에 가서 확인한 뒤 경찰에 알렸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궁금증은 또 있습니다. 사건 당일, 유 씨는 친한 친구의 생일 파티 등에서 술을 마시긴 했지만 기억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 합니다. 또 자신이 살면서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적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유독 이 날의 기억만큼은 유 씨에게 없습니다.

유 씨는 검찰 조사에서 떡볶이 노점에서 만난 이 씨가 준 '음료수'가 기억을 잃게 한 원인일 수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유 씨는 사건 직후 경찰 조사를 받다가 끊임 없이 구토를 했다고도 기억합니다. 이같은 내용은 경찰에서 한 진술 내용에 포함돼 있습니다.

또 자신에게서 평소보다 알코올 냄새도 강하게 났다고 말했습니다. 유 씨가 경찰·검찰 조사 단계에서 약물 검사를 요구했던 까닭입니다. 하지만 약물 성분은 결국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점은 유 씨의 소변에서 '리도카인'이라는 국소 마취제가 검출됐다는 점입니다. 혹시 리도카인이라는 마취제가 유 씨의 정신을 잃게 한 '약물'과 관련성이 있지는 않을까.

취재팀은 해당 전문가들을 찾아가 물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답을 얻었습니다. 리도카인이란 마취제 성분은 몸에 바르는 것으로 설령 마실 수 있는 형태로 섭취하더라도 정신을 잃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왜 피해자의 소변에서는 약물이 나왔던 걸까. 검사가 가해자인 이 모 씨에게 강하게 추궁하자 이 씨는 수개월 전 지인에게서 리도카인을 받아 놓았고, 3월 21일 유 씨를 성폭행하면서 사용했다고 실토했습니다.

유 씨의 정신을 잃게 한 약물과는 상관이 없지만, 이 씨는 국소마취제를 신체에 바르고 성폭행을 한 것입니다.

주거침입강간죄에 기소유예?


해답은 10년 전 당시 사건을 처리했던 검찰의 처분에 있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8달 뒤인 2009년 11월 30일, 검찰은 두 선수에 대해 '기소유예' 결정을 합니다. 즉, 검찰이 두 선수에 대한 수사를 검찰 단계에서 마무리하고, 재판에 넘기지 않은 겁니다.

검찰은 '불기소 이유서'에 이렇게 밝혔습니다.

가해자들이 초범이고 우발적 범행이라는 판단과 함께, 피해자가 선처를 호소하며 탄원서를 냈다는 겁니다. 또한 이들이 국가대표 선수들이란 점도 고려했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두 사람에게 적용한 혐의를 고려할 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생겼습니다. 검찰은 먼저 유 씨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이 씨에게 준강간과 절도, 그리고 '주거침입강간등'의 혐의를, 뒤이어 성폭행한 김 씨에게도 검찰은 '주거침입강간등'의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당시 '준강간'죄는 '친고죄'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합의로 고소가 취하됐고,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없었습니다.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된 건 2013년 6월이기 때문에 당시로선 적법한 처리입니다.

그러나 이 씨와 김 씨에게 모두 적용된 주거침입강간 등의 혐의는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기소할 수 있고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이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들 물어보니.."굉장히 이례적인 결정"


취재진이 만난 성범죄 전담 변호사들 역시 "굉장히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말하면서 "법적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용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2명이 차례로 벌인 성폭행을 우발적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주거침입강간등의 특수강간범죄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있다고 규정한 '입법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변호사도 있었습니다.

기소유예 처분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계속 알아보던 취재팀은 어렵사리 당시 수사 검사를 만나 판단의 이유를 물었습니다. 검사가 밝힌 가장 큰 판단 기준은 역시 '합의'였습니다. 피해자가 '간곡한' 탄원서를 썼고, 이미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피해자가 재판을 받으며 겪게 될 '고통'을 고려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해당 검사는 2009년 당시 주거침입강간등의 죄도 합의가 이뤄질 경우에는 '기소유예' 처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성폭행 피해자인 유 씨는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당시 합의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상대 변호사가) 합의를 봐줘도 벌을 받는다니까? 이러는 거예요. 저는 (합의를 하더라도)처벌은 받을 줄 알았는데...억장이 무너졌죠." (피해자 유 모 씨)

즉 합의를 한 것은 맞지만 상대 변호사의 말을 듣고 가해자들이 최소한의 처벌은 받을 줄 알았다는 겁니다. 또한 검찰의 처분 직전에 처벌불원서를 다시 쓴 것도 합의금을 받기 위해선 그래야 한다는 검사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수사 검사는 취재진에게 "처음부터 기소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며, 수사 검사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먼저 제안할 상황도 아니었고, 그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피해자가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원만하게 합의했고, 두 선수가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로 밝은 미래가 있기에 선처를 구한다고 적었기 때문에 피해자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여 기소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10년의 고통, 10년의 태극마크


결국 두 사람은 범행 이후에도 법적인 처벌없이 국가대표로 활동해왔고, 그 사이 피해자는 고통의 10년을 보냈다고 말합니다.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했어요. 왜냐면 정체성을 잃었기 때문에 살고 싶었던 의욕이 없었고..." (피해자 유 모 씨)

이번 사건과 관련한 KBS 취재진의 질문에, 두 사람 중 한 명은 묵묵부답이었고, 또다른 한 명은 가족을 통해 10년 전 사건을 다시 꺼내는 것에 반발하면서도, 특별히 밝힐 입장은 없다고 전해왔습니다.

KBS는 오늘(20일) 9시뉴스를 통해 당시 아이스하키 협회의 대응과 두 사람이 10년 동안 어떻게 국가대표로 활동할 수 있었는지를 후속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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