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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학자금 대출 다 갚아줄테니…” 어느 억만장자의 당부
입력 2019.05.20 (18:39) 수정 2019.05.21 (09:24) 글로벌 돋보기
[글로벌 돋보기] “학자금 대출 다 갚아줄테니…” 어느 억만장자의 당부
세계적 석학이자 사상가 노엄 촘스키(Noam Chomsky)는 몇 해 전 (미국) 대학 등록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학생들이 졸업하고 사회로 나올 때 벌써 5만 달러(6천만 원) 정도의 '빚'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어떤 '덫'에 걸려 있는 거나 다름이 없죠…. (중략)…. 1970년대 초반에 미국이 지나치게 민주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컸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이들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학교가 학생들을 길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죠. 그래서 급기야 실질적인 조치들이 시행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등록금 인상이었습니다."

십수 년이라는 길고 긴 배움의 터널을 지나 이제 갓 사회인이 된 학생들에게 졸업과 동시에 '굴레'이자 '멍에'가 된다는 미국의 대학 등록금. 그렇다면 그 '덫'에서 생각지 못하게 바로 풀려났을 때 학생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진에서처럼 '꿈인지 생시인지' 자신들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열렬하게 환호하는 대학 졸업생들의 모습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모어 하우스 대학(Morehouse College) 졸업식장에서 실제로 목격되었다.

이날 이 대학의 135회 졸업식에 '올해의 연설자(Commencement speaker)'로 초대된 억만장자 투자가이자 독지가(Billionaire investor, philanthropist) 로버트 F. 스미스(Robert F. Smith)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Vista Equity Partners) 회장이 졸업 축하 연설 도중 깜짝 발언을 한 것.

로버트 F. 스미스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 사모펀드 창업자·최고경영자로버트 F. 스미스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 사모펀드 창업자·최고경영자

"우리 가족은 여러분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지원금(grant)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 말에 학생들은 잠시 당황하는 듯하더니 이내 "MVP(가장 소중한 사람 또는 가장 소중한 독지가)"를 외치며 열광했고, 이 대학은 '흑인 남성들'만 다니는 학교임에도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졸업생들 가운데는 무려 9만 달러(1억 원)의 학자금 융자를 갚아야 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것은 졸업하는 학생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부모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수십 년 동안 어마어마한 '짐'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AFP와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런 '깜짝 학자금 대출 상환 약속'으로 스미스 회장이 감당해야 할 돈은 대략 4천만 달러(한화 약 478억 원). 스미스 회장은 비교적 담담하게 2019년 졸업생 396명의 학자금 대출을 대신 상환해주겠다고 밝히면서 학생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했다.

-학위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받은 게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당신들의 부와 성공, 재능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달라.
-학위는 사회적 계약으로, 우리가 어깨 위에 서 있는 거인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기 위해 여러분의 재능과 열정을 헌신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사회와 마을, 팀이 만들어낸 것임을 기억하라.
-나도 누군가가 먼저 닦아놓은 길을 걸어왔으며 나는 여러분이 나의 선행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학위 취득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하고 인상적인 성취이며 우리 모두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기회가 있다는 점을 확신한다.


  Morehouse College Commencement Speech 풀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P1CcRphVnM)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If I have seen further than others, it is by standing upon the shoulders of giants-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멀리 내다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Issac Newton)의 말과 '성공했을 만큼 운이 좋았다면, 그 다음은 당신이 타고 온 엘리베이터를 다시 내려보낼 책임이 있다(If you're lucky enough to do well, it's your responsibility to send the elevator back down)'는 배우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의 말을 모두 인용해가며 학생들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당부를 기분좋게 한 스미스 회장.

이 억만장자 '키다리 아저씨'의 통 큰 '선물'에 대해 언론은 "사회로 나가는 졸업생들 모두에게 빚 없이 새 출발선에 서서 마음껏 '아메리칸 드림'을 좇으라는 속 깊은 뜻이 담긴 선물이었다"고 평했다.

스미스 회장의 발표를 졸업식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처음 들었다는 데이비드 A. 토머스 모어하우스대 총장도 "학자금 대출과 이자까지를 갚으려면 세상에 나가 무엇을 할 것인지 선택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에게 꿈과 열정을 좇을 '자유'를 선물한 것"이라고 밝혔다.

스미스 회장은 이번 기부로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그는 오랜 '독지가'이다. 지난 2018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미국 부자 순위에서 163위를 차지하기도 한 그는 흑인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오면서 지난 2016년 모교인 코넬대에 5천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고, 2017년에는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약속하는 '기부 서약(The Giving Pledge)'에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서명하기도 했다. 이 서약에는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 등도 동참하고 있는데, 이러한 스미스 회장의 행보를 보면 '기부도 습관'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표지를 장식한 로버트 F. 스미스 회장. 그의 재산은 44억 달러(약 5조2천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교육학 박사인 부모 아래 태어나 백인 학생이 대부분인 초등학교를 다닌 그는 “선생님들은 내가 비판적 사고를 하고 내 모든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독려했다”며 “나는 어릴 때부터 일찌감치 흑인이나 백인이나, 유대인이나 아시아계나 모든 어린이가 동등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표지를 장식한 로버트 F. 스미스 회장. 그의 재산은 44억 달러(약 5조2천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교육학 박사인 부모 아래 태어나 백인 학생이 대부분인 초등학교를 다닌 그는 “선생님들은 내가 비판적 사고를 하고 내 모든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독려했다”며 “나는 어릴 때부터 일찌감치 흑인이나 백인이나, 유대인이나 아시아계나 모든 어린이가 동등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미스 회장이 통 큰 선물을 안긴 모어하우스 대학은 1867년 세워진 미국의 대표적 흑인 남성 대학으로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영화배우 새뮤얼 L. 잭슨 등을 배출한 학교이기도 해 그 배경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 [글로벌 돋보기] “학자금 대출 다 갚아줄테니…” 어느 억만장자의 당부
    • 입력 2019.05.20 (18:39)
    • 수정 2019.05.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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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돋보기] “학자금 대출 다 갚아줄테니…” 어느 억만장자의 당부
세계적 석학이자 사상가 노엄 촘스키(Noam Chomsky)는 몇 해 전 (미국) 대학 등록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학생들이 졸업하고 사회로 나올 때 벌써 5만 달러(6천만 원) 정도의 '빚'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어떤 '덫'에 걸려 있는 거나 다름이 없죠…. (중략)…. 1970년대 초반에 미국이 지나치게 민주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컸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이들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학교가 학생들을 길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죠. 그래서 급기야 실질적인 조치들이 시행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등록금 인상이었습니다."

십수 년이라는 길고 긴 배움의 터널을 지나 이제 갓 사회인이 된 학생들에게 졸업과 동시에 '굴레'이자 '멍에'가 된다는 미국의 대학 등록금. 그렇다면 그 '덫'에서 생각지 못하게 바로 풀려났을 때 학생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진에서처럼 '꿈인지 생시인지' 자신들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열렬하게 환호하는 대학 졸업생들의 모습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모어 하우스 대학(Morehouse College) 졸업식장에서 실제로 목격되었다.

이날 이 대학의 135회 졸업식에 '올해의 연설자(Commencement speaker)'로 초대된 억만장자 투자가이자 독지가(Billionaire investor, philanthropist) 로버트 F. 스미스(Robert F. Smith)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Vista Equity Partners) 회장이 졸업 축하 연설 도중 깜짝 발언을 한 것.

로버트 F. 스미스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 사모펀드 창업자·최고경영자로버트 F. 스미스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 사모펀드 창업자·최고경영자

"우리 가족은 여러분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지원금(grant)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이 말에 학생들은 잠시 당황하는 듯하더니 이내 "MVP(가장 소중한 사람 또는 가장 소중한 독지가)"를 외치며 열광했고, 이 대학은 '흑인 남성들'만 다니는 학교임에도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졸업생들 가운데는 무려 9만 달러(1억 원)의 학자금 융자를 갚아야 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것은 졸업하는 학생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부모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수십 년 동안 어마어마한 '짐'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AFP와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런 '깜짝 학자금 대출 상환 약속'으로 스미스 회장이 감당해야 할 돈은 대략 4천만 달러(한화 약 478억 원). 스미스 회장은 비교적 담담하게 2019년 졸업생 396명의 학자금 대출을 대신 상환해주겠다고 밝히면서 학생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했다.

-학위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받은 게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당신들의 부와 성공, 재능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달라.
-학위는 사회적 계약으로, 우리가 어깨 위에 서 있는 거인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기 위해 여러분의 재능과 열정을 헌신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사회와 마을, 팀이 만들어낸 것임을 기억하라.
-나도 누군가가 먼저 닦아놓은 길을 걸어왔으며 나는 여러분이 나의 선행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학위 취득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하고 인상적인 성취이며 우리 모두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기회가 있다는 점을 확신한다.


  Morehouse College Commencement Speech 풀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P1CcRphVnM)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If I have seen further than others, it is by standing upon the shoulders of giants-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멀리 내다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Issac Newton)의 말과 '성공했을 만큼 운이 좋았다면, 그 다음은 당신이 타고 온 엘리베이터를 다시 내려보낼 책임이 있다(If you're lucky enough to do well, it's your responsibility to send the elevator back down)'는 배우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의 말을 모두 인용해가며 학생들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당부를 기분좋게 한 스미스 회장.

이 억만장자 '키다리 아저씨'의 통 큰 '선물'에 대해 언론은 "사회로 나가는 졸업생들 모두에게 빚 없이 새 출발선에 서서 마음껏 '아메리칸 드림'을 좇으라는 속 깊은 뜻이 담긴 선물이었다"고 평했다.

스미스 회장의 발표를 졸업식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처음 들었다는 데이비드 A. 토머스 모어하우스대 총장도 "학자금 대출과 이자까지를 갚으려면 세상에 나가 무엇을 할 것인지 선택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에게 꿈과 열정을 좇을 '자유'를 선물한 것"이라고 밝혔다.

스미스 회장은 이번 기부로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지만, 사실 그는 오랜 '독지가'이다. 지난 2018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미국 부자 순위에서 163위를 차지하기도 한 그는 흑인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오면서 지난 2016년 모교인 코넬대에 5천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고, 2017년에는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할 것을 약속하는 '기부 서약(The Giving Pledge)'에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서명하기도 했다. 이 서약에는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 등도 동참하고 있는데, 이러한 스미스 회장의 행보를 보면 '기부도 습관'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표지를 장식한 로버트 F. 스미스 회장. 그의 재산은 44억 달러(약 5조2천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교육학 박사인 부모 아래 태어나 백인 학생이 대부분인 초등학교를 다닌 그는 “선생님들은 내가 비판적 사고를 하고 내 모든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독려했다”며 “나는 어릴 때부터 일찌감치 흑인이나 백인이나, 유대인이나 아시아계나 모든 어린이가 동등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표지를 장식한 로버트 F. 스미스 회장. 그의 재산은 44억 달러(약 5조2천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교육학 박사인 부모 아래 태어나 백인 학생이 대부분인 초등학교를 다닌 그는 “선생님들은 내가 비판적 사고를 하고 내 모든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독려했다”며 “나는 어릴 때부터 일찌감치 흑인이나 백인이나, 유대인이나 아시아계나 모든 어린이가 동등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미스 회장이 통 큰 선물을 안긴 모어하우스 대학은 1867년 세워진 미국의 대표적 흑인 남성 대학으로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영화배우 새뮤얼 L. 잭슨 등을 배출한 학교이기도 해 그 배경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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