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황새 키우는 도시, 도요오카…경제 효과 톡톡

입력 2019.05.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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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서… 황새의 비극
황새와 인간이 상생하는 도시, 일본 도요오카
사람은 황새를 키우고, 황새는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환경보다 경제' 주장도 … 그래서 "언론 역할 중요"

황새. 옛말로는 '한새'. 큰 새를 뜻한다. 언뜻 보면 백로와 비슷하다. 실제로 다리와 부리가 길고 키도 크다. 몸길이는 보통 1m 이상, 날개를 펴면 2m 가까이 된다. 전체적으로 흰색, 부리와 날개깃은 검은색, 눈 주위와 다리는 붉은색이다. 여느 새처럼 울지 않고 부리를 부딪쳐 딱딱 소리를 낸다.

국립생물자원관 자료에 따르면, 1950년대까지 전국적으로 번식한 텃새이자 겨울 철새였다. 농경지, 하천, 호수 등 넓은 들판이나 습지대 물가에 살면서 곤충과 양서류, 파충류, 작은 어류 등을 잡아먹는 잡식성으로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다. 생태계 건강성의 상징이다.

농약 때문에 먹이가 줄고 개발로 서식지까지 감소하면서 숫자가 급격히 줄었다. 민가 가까이 생활하면서 사람에 대한 공포심이 적어 마구잡이 사냥의 표적이 됐다.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 황새 부부 중 수컷이 밀렵꾼에 희생됐다. 홀로 남았던 암컷은 1994년에 죽었다. 그 후에도 천수만, 순천만, 낙동강 하구 등에 소수가 날아와 월동했지만, 텃새로서의 황새는 사라졌다.

토종 황새의 절멸… 해외 황새 들여와 복원 착수

황새는 시베리아, 연해주, 중국, 일본 등을 모두 합쳐야 2천여 마리에 불과하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겸 국가 적색목록(EN)에 올라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세계적색목록 '위기(Endangered; EN)'종은 야생에서 '매우 높은 절멸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간주한다.

한국,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등에서 보존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데, 1960년대부터 보존·복원에 나선 일본은 수백 마리까지 개체 수를 늘렸다. 한국은 30년가량 늦은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교원대학교 주도로 야생복원 노력을 시작했다. 토종 황새와 유전적으로 같은 러시아 등의 황새를 들여와 개체 수를 늘렸다. 20년 만에 160마리까지 늘렸고, 2016년 8마리를 자연 방사하는 성과를 이뤘다.

황새와 인간이 상생하는 도시, 일본 도요오카

일본 도요오카는 황새 복원의 선구자적인 도시이다. 혼슈 효고 현 북쪽, 우리 동해에 접하고 있다. 효고 현에서 가장 넓은 도시이지만, 인구는 8만여 명에 불과하다. 마루야마 강이 시내를 관통해 흐르는 덕분에 다양한 습지를 품고 있다.

도요오카 마루야마 강변 습지도요오카 마루야마 강변 습지

이곳 하늘의 주인은 황새다. 연하장 그림처럼, 산지로 둘러싸인 농경지 위로 크고 흰 새가 목을 길게 빼고 유유히 날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황새는 주민들 속에서 살아간다. 농경지 한복판 높다란 장대 위에 둥지를 틀고 번식을 한다. 트랙터가 논을 갈고 지나가면 어슬렁거리듯 다가와 땅속의 벌레를 찾는다.

전교생 170여 명이 다니는 미에 초등학교. 운동장 한쪽 장대 위에 황새 둥지가 있다.

미에 초등학교(좌)와 황새 둥지(우)미에 초등학교(좌)와 황새 둥지(우)

아이들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에도 황새는 놀라는 기색 없이 새끼를 돌본다. 아이들은 새끼 황새가 커가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배워간다.

환경파괴로 일본 하늘에서 사라진 황새

도요오카는 황새의 고향으로 불린다. 마지막 토종 황새가 사라진 곳이고, 복원된 황새가 자연 방사돼 번식한 곳이기 때문이다.

효고 현립 '황새고향공원'은 황새 복원 운동의 살아 있는 역사이다. 야외서식장에는 9마리가량이 상시 보살핌을 받고 있다. 작은 물고기 등을 먹이로 뿌려주는 시간이 되면 황새 수십 마리가 날아든다. 넉살 좋게 물고기 양동이에 주둥이를 들이미는 놈도 있다. 매년 20만 명 이상이 이 곳을 찾아온다. 어릴 적 고향 하늘의 황새를 기억하는 노인부터 새장 안에 갇힌 황새만 보았던 젊은이, 어린이까지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효고 현립 황새고향공원은 황새 복원 운동의 살아있는 역사다.효고 현립 황새고향공원은 황새 복원 운동의 살아있는 역사다.

일본 하늘에서 황새는 영영 사라질 뻔했다. 실제로 수십 년 동안 황새가 없었다. 전쟁 이후, 식량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농약 살포량을 늘렸고, 토양과 습지 생태계가 파괴됐다. 황새들은 굶주려갔다. 개발의 이름으로 습지가 파괴되면서 서식지도 사라져갔다.

25년 만에 인공 부화 …황새의 고향이 되다

황새가 절멸 위기에 몰린 양상은 한국과 비슷했지만, 생태계의 중요성에 대한 감수성은 달랐다. 위기 대응이 훨씬 앞섰다. 도요오카에서 일본의 황새가 죽은 때는 1971년. 개체 수 보존을 위한 인공 번식 시도는 1960년대 중반부터 이미 시작됐다. 야생 황새를 포획해 인공 번식을 시도한 것인데, 황새들이 낳은 알은 전혀 부화하지 않았다.

포획한 황새들이 모두 죽자, 유전자가 같은 해외 황새를 도입해 인공번식 시도를 이어갔다. 그렇게 24년 동안 실패가 반복됐다. 인공번식 시도 25년째인 1989년 봄, 러시아에서 들여온 황새 부부가 첫 산란과 부화에 성공했다. 이후 개체 수는 급격히 늘었다. 2005년 야생 적응 훈련을 마친 첫 황새가 도요오카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첫 인공번식지첫 인공번식지

자연 번식도 잇따라 성공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늘었다.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서식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도요오카의 성공은 다른 나라에도 소중한 길잡이가 됐다. 황새공원 안쪽,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인공번식장에서는 지금도 끊임없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개체 수 확대와 유전적 다양성 제고를 위해 인공증식을 계속하고 있다. 공원 측은 국가와 광역지자체인 현 측에서 관심을 두고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새 친화적 농법 … 수확량 감소 각오

도요오카 시에서만 일반회계 예산 450억 엔(약 4천500억 원) 중 1억 엔(약 10억 원)을 황새 야생복귀 부문에 쓰고 있다. 황새 보전 정책을 위해 '황새공생과'라는 독특한 조직도 꾸렸다. 사무실 안에는 황새 숫자와 포란 현황까지 보여주는 현황판이 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황새 숫자는 야생 140마리, 사육 94마리에 이른다. 야생 서식 100마리를 넘어섰다는 것은 생태계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단, 과거와 같은 환경 파괴가 없어야 한다.

많은 농민이 황새들을 위해 수확량 감소를 감수하면서, 황새를 위한 친환경적 농법에 동참했다. 농약으로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난 때문에 자긍심을 잃어가던 상태였다.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는 마음은 농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황새 서식처, 습지를 보존하는 운동에 앞장섰다. 덕분에 습지보존을 위한 국제 환경협약, 람사르의 지정 습지가 대폭 확대되는 성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었다.

사람은 황새를 키우고, 황새는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황새가 살기 좋은 환경은 당연히 사람도 살기 좋은 환경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환경보호는 곧 경제적 손실 또는 불이익'이라는 선입견이었다. 황새를 지키기 위해 습지를 보호하고, 농약 사용을 줄이거나 없애고, 화학비료를 억제하는 것은 좋은데, 환경보호를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도요오카 시의 황새 브랜드 쌀. 황새는 도요오카의 강력한 브랜드가 되었다.도요오카 시의 황새 브랜드 쌀. 황새는 도요오카의 강력한 브랜드가 되었다.

도요오카 시는 황새가 날아다니는 친환경 고장이라는 인식을 경제효과로 이어가는데 사활을 걸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 도요오카의 농산물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앞장섰다.

갖가지 환경 오염 사건의 후유증을 오랫동안 보고 듣고 겪어온 일본 소비자들은 먹거리의 안전성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황새의 고향이라는 이미지는 도요오카의 강력한 브랜드가 됐다.

환경친화적 농산물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은 선뜻 지갑을 열었다. 특히 '황새가 키우는 쌀'을 내세운 무농약 쌀은 여느 쌀에 비해 1.5배 이상으로 비싸게 팔렸다.

'환경보다 경제' 주장도 … 그래서 "언론 역할 중요"

친환경 고장의 명성에 더해 람사르 협약 지정 습지의 명성까지 더해지면서, 생태 관광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외국 관광객들은 6년 새 40배로 늘었다.

나카가이 무네하루 도요오카 시장은 필자에게 '환경에 이로운 일을 하면 돈이 되고 경제 활성화가 된다'고 강조했다. 새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황새도 살 수 있는 풍요로운 환경을 복원함으로써 사람의 삶도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작지만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친환경 도시가 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특히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환경을 좋게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환경 복원에 쓸 시간과 에너지를 경제에 쏟아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한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언론의 올바른 역할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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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황새 키우는 도시, 도요오카…경제 효과 톡톡
    • 입력 2019-05-21 07:00:29
    특파원 리포트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서… 황새의 비극
황새와 인간이 상생하는 도시, 일본 도요오카
사람은 황새를 키우고, 황새는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환경보다 경제' 주장도 … 그래서 "언론 역할 중요"

황새. 옛말로는 '한새'. 큰 새를 뜻한다. 언뜻 보면 백로와 비슷하다. 실제로 다리와 부리가 길고 키도 크다. 몸길이는 보통 1m 이상, 날개를 펴면 2m 가까이 된다. 전체적으로 흰색, 부리와 날개깃은 검은색, 눈 주위와 다리는 붉은색이다. 여느 새처럼 울지 않고 부리를 부딪쳐 딱딱 소리를 낸다.

국립생물자원관 자료에 따르면, 1950년대까지 전국적으로 번식한 텃새이자 겨울 철새였다. 농경지, 하천, 호수 등 넓은 들판이나 습지대 물가에 살면서 곤충과 양서류, 파충류, 작은 어류 등을 잡아먹는 잡식성으로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다. 생태계 건강성의 상징이다.

농약 때문에 먹이가 줄고 개발로 서식지까지 감소하면서 숫자가 급격히 줄었다. 민가 가까이 생활하면서 사람에 대한 공포심이 적어 마구잡이 사냥의 표적이 됐다.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 황새 부부 중 수컷이 밀렵꾼에 희생됐다. 홀로 남았던 암컷은 1994년에 죽었다. 그 후에도 천수만, 순천만, 낙동강 하구 등에 소수가 날아와 월동했지만, 텃새로서의 황새는 사라졌다.

토종 황새의 절멸… 해외 황새 들여와 복원 착수

황새는 시베리아, 연해주, 중국, 일본 등을 모두 합쳐야 2천여 마리에 불과하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겸 국가 적색목록(EN)에 올라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세계적색목록 '위기(Endangered; EN)'종은 야생에서 '매우 높은 절멸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간주한다.

한국,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등에서 보존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데, 1960년대부터 보존·복원에 나선 일본은 수백 마리까지 개체 수를 늘렸다. 한국은 30년가량 늦은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교원대학교 주도로 야생복원 노력을 시작했다. 토종 황새와 유전적으로 같은 러시아 등의 황새를 들여와 개체 수를 늘렸다. 20년 만에 160마리까지 늘렸고, 2016년 8마리를 자연 방사하는 성과를 이뤘다.

황새와 인간이 상생하는 도시, 일본 도요오카

일본 도요오카는 황새 복원의 선구자적인 도시이다. 혼슈 효고 현 북쪽, 우리 동해에 접하고 있다. 효고 현에서 가장 넓은 도시이지만, 인구는 8만여 명에 불과하다. 마루야마 강이 시내를 관통해 흐르는 덕분에 다양한 습지를 품고 있다.

도요오카 마루야마 강변 습지
이곳 하늘의 주인은 황새다. 연하장 그림처럼, 산지로 둘러싸인 농경지 위로 크고 흰 새가 목을 길게 빼고 유유히 날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황새는 주민들 속에서 살아간다. 농경지 한복판 높다란 장대 위에 둥지를 틀고 번식을 한다. 트랙터가 논을 갈고 지나가면 어슬렁거리듯 다가와 땅속의 벌레를 찾는다.

전교생 170여 명이 다니는 미에 초등학교. 운동장 한쪽 장대 위에 황새 둥지가 있다.

미에 초등학교(좌)와 황새 둥지(우)
아이들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에도 황새는 놀라는 기색 없이 새끼를 돌본다. 아이들은 새끼 황새가 커가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배워간다.

환경파괴로 일본 하늘에서 사라진 황새

도요오카는 황새의 고향으로 불린다. 마지막 토종 황새가 사라진 곳이고, 복원된 황새가 자연 방사돼 번식한 곳이기 때문이다.

효고 현립 '황새고향공원'은 황새 복원 운동의 살아 있는 역사이다. 야외서식장에는 9마리가량이 상시 보살핌을 받고 있다. 작은 물고기 등을 먹이로 뿌려주는 시간이 되면 황새 수십 마리가 날아든다. 넉살 좋게 물고기 양동이에 주둥이를 들이미는 놈도 있다. 매년 20만 명 이상이 이 곳을 찾아온다. 어릴 적 고향 하늘의 황새를 기억하는 노인부터 새장 안에 갇힌 황새만 보았던 젊은이, 어린이까지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효고 현립 황새고향공원은 황새 복원 운동의 살아있는 역사다.
일본 하늘에서 황새는 영영 사라질 뻔했다. 실제로 수십 년 동안 황새가 없었다. 전쟁 이후, 식량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농약 살포량을 늘렸고, 토양과 습지 생태계가 파괴됐다. 황새들은 굶주려갔다. 개발의 이름으로 습지가 파괴되면서 서식지도 사라져갔다.

25년 만에 인공 부화 …황새의 고향이 되다

황새가 절멸 위기에 몰린 양상은 한국과 비슷했지만, 생태계의 중요성에 대한 감수성은 달랐다. 위기 대응이 훨씬 앞섰다. 도요오카에서 일본의 황새가 죽은 때는 1971년. 개체 수 보존을 위한 인공 번식 시도는 1960년대 중반부터 이미 시작됐다. 야생 황새를 포획해 인공 번식을 시도한 것인데, 황새들이 낳은 알은 전혀 부화하지 않았다.

포획한 황새들이 모두 죽자, 유전자가 같은 해외 황새를 도입해 인공번식 시도를 이어갔다. 그렇게 24년 동안 실패가 반복됐다. 인공번식 시도 25년째인 1989년 봄, 러시아에서 들여온 황새 부부가 첫 산란과 부화에 성공했다. 이후 개체 수는 급격히 늘었다. 2005년 야생 적응 훈련을 마친 첫 황새가 도요오카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첫 인공번식지
자연 번식도 잇따라 성공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늘었다.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 서식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도요오카의 성공은 다른 나라에도 소중한 길잡이가 됐다. 황새공원 안쪽,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인공번식장에서는 지금도 끊임없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개체 수 확대와 유전적 다양성 제고를 위해 인공증식을 계속하고 있다. 공원 측은 국가와 광역지자체인 현 측에서 관심을 두고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새 친화적 농법 … 수확량 감소 각오

도요오카 시에서만 일반회계 예산 450억 엔(약 4천500억 원) 중 1억 엔(약 10억 원)을 황새 야생복귀 부문에 쓰고 있다. 황새 보전 정책을 위해 '황새공생과'라는 독특한 조직도 꾸렸다. 사무실 안에는 황새 숫자와 포란 현황까지 보여주는 현황판이 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황새 숫자는 야생 140마리, 사육 94마리에 이른다. 야생 서식 100마리를 넘어섰다는 것은 생태계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단, 과거와 같은 환경 파괴가 없어야 한다.

많은 농민이 황새들을 위해 수확량 감소를 감수하면서, 황새를 위한 친환경적 농법에 동참했다. 농약으로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난 때문에 자긍심을 잃어가던 상태였다.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다는 마음은 농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황새 서식처, 습지를 보존하는 운동에 앞장섰다. 덕분에 습지보존을 위한 국제 환경협약, 람사르의 지정 습지가 대폭 확대되는 성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었다.

사람은 황새를 키우고, 황새는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황새가 살기 좋은 환경은 당연히 사람도 살기 좋은 환경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환경보호는 곧 경제적 손실 또는 불이익'이라는 선입견이었다. 황새를 지키기 위해 습지를 보호하고, 농약 사용을 줄이거나 없애고, 화학비료를 억제하는 것은 좋은데, 환경보호를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도요오카 시의 황새 브랜드 쌀. 황새는 도요오카의 강력한 브랜드가 되었다.
도요오카 시는 황새가 날아다니는 친환경 고장이라는 인식을 경제효과로 이어가는데 사활을 걸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 도요오카의 농산물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앞장섰다.

갖가지 환경 오염 사건의 후유증을 오랫동안 보고 듣고 겪어온 일본 소비자들은 먹거리의 안전성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황새의 고향이라는 이미지는 도요오카의 강력한 브랜드가 됐다.

환경친화적 농산물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은 선뜻 지갑을 열었다. 특히 '황새가 키우는 쌀'을 내세운 무농약 쌀은 여느 쌀에 비해 1.5배 이상으로 비싸게 팔렸다.

'환경보다 경제' 주장도 … 그래서 "언론 역할 중요"

친환경 고장의 명성에 더해 람사르 협약 지정 습지의 명성까지 더해지면서, 생태 관광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외국 관광객들은 6년 새 40배로 늘었다.

나카가이 무네하루 도요오카 시장은 필자에게 '환경에 이로운 일을 하면 돈이 되고 경제 활성화가 된다'고 강조했다. 새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황새도 살 수 있는 풍요로운 환경을 복원함으로써 사람의 삶도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작지만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친환경 도시가 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특히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환경을 좋게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환경 복원에 쓸 시간과 에너지를 경제에 쏟아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한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언론의 올바른 역할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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