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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 하는 국회의원이나 돼라”
입력 2019.05.22 (07:00) 수정 2019.05.22 (07:02) 취재K
“밥값 하는 국회의원이나 돼라”
"'밥값 하는 국회의원' 되라고 성토해도 모자랄 판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희망'을 얘기하겠다며 모인 '호프 미팅'에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사자후(獅子吼)'를 토했습니다. "호프 한잔 하는 것이 뭐 대수겠습니까. 그런데 이건 아니지요. 이런 보여주기식 정치가 수십 년 동안 계속됐습니다. 사람은 바뀌었는데 정치는 늘 그대로 이 모습입니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의 ‘호프 미팅’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의 ‘호프 미팅’

윤소하 원내대표가 화가 난 이유는 패스트트랙 이후의 정국 때문입니다. 선거법 개혁안과 사법개혁 법안 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막겠다며 '완력'을 동원했단 한국당 의원들을 대거 고발할 때는 언제고, 이제 국회가 한국당만 바라보는 모양새라는 겁니다.

"국민을 우롱하고 국회를 농단하고 있는 세력과 호프집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잘못을 탓하고 바로잡기는커녕 그들에게 오히려 러브콜을 하는 민주당은 반성해야 합니다. 본말이 전도된 지금의 모습은 자유한국당에 대한 정치적 면죄부를 주는 것을 넘어서서 국민의 뜻과 배치되는 정치 기술을 부리는 구태 정치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밥 잘 사주는 누나'가 아니라 '밥값 하는 국회의원'이 되라고 성토해도 부족할 판에….'동물 국회'라는 원죄를 제공한 자들이 사죄는커녕 사과를 요구하며, 국회 정상화 조건을 내세우는 웃지 못할 적반하장에 호응하며 달랠 때가 아닙니다."

이틀째 '뿔난' 윤소하 원내대표…국회의장 항의방문도

윤소하 원내대표의 '깊은 분노'는 이번 주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격주로 모여 정국을 논의하는 정례 회동이 월요일에 무산됐는데,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호프 미팅'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입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역 일정'을 공식 이유로 내세웠지만, 패스트트랙 대치 당시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들의 '사보임'을 문제 삼으며 문 의장과의 회동을 거부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의장과 정례회동이 예정됐던 시각, 혼자 의장실을 찾았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불참한다고 해도 나머지 4당 원내대표들과 회동은 예정대로 진행했어야 한다는 항의의 뜻을 전달하러 간 겁니다.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나오는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나오는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윤소하 원내대표는 20일 당 상무위원 회의에서 "국회의장은 물론 다른 정당 대표들도 한국당 입장에 따라 일정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이 정도면 한국당이 국회 운영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본말이 전도된 상황에 유감을 넘어 자괴감을 느낄 정도"라며 "우리 국회가 국민의 국회인지, 아니면 한국당의 국회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간의 회의 메시지를 직접 일필휘지로 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KBS와의 통화에서 "낮에는 싸우고 밤에는 술 먹고….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을 한다는 구태 정치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고 '사자후'를 토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같이 술 한 잔은 할 수도 있다"면서 "국회 정례 회동을 무시하고 따로 술잔을 부딪칠 게 아니라, 일부터 하고 새참이나 먹으라는 얘기"라고 했습니다.

"맥주잔 한두 개 더 놓는 게 어렵나?"…평화당도 서운하다.

정의당만큼 화가 난 건 아니지만 민주평화당도 서운해했습니다.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는 21일 의원총회에서 "국회를 정상화하려는 노력 자체는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지금 그렇게 한가하게 맥주잔이나 기울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또 "맥주잔을 기울인다 하더라도 한두 잔 더 테이블에 올려놓는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는 일도 아니다."라면서 교섭단체 3당 만의 '호프 미팅'에 서운함을 드러냈습니다.

평화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유성엽 원내대표평화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유성엽 원내대표

유성엽 원내대표는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는 좀 더 직설적으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섭섭한 감정을 토로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5당 모두 같이하자고 해야 했다"면서 "3당이 해야 한다면 평화당과 정의당과는 그 전에 따로 모여서 얘기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했습니다.

정의당과 평화당의 이런 '분노'와 '서운함'에 일리가 없는 게 아닙니다. '동물 국회'를 만든 한국당에 갑자기 정국 주도권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왜 망연자실하지 않겠습니까. 또 당내 반발 여론을 다독여가면서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밀어붙인 평화당 지도부로서는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가 다르냐'는 불만이 나올 법도 합니다.

패스트트랙 정국이 끝난 뒤 '개혁 입법 연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시 거대 정당들의 정치적 협상이 국회의 중심에 놓였습니다.

장외투쟁의 효과?…다수 정당의 '협치'는 과연 가능할까

어쩌면 이런 상황은 이미 모두가 예측했던 일일지도 모릅니다. '동물 국회'에 똘똘 뭉쳤던 민주당과 바른미래, 평화, 정의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끝나고는, 국회를 뛰쳐나간 한국당을 애타게 기다리는 상황이 됐습니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성공했지만, 추경안 처리도 해야 하고 공수처 법안과 수사권 조정 법안 세부 논의도 해야 하고...해야 할 일이 많은 여당은 속이 탈 겁니다. 빨리 들어와서 국회를 정상화하자고, 러브콜을 보낼 수밖에 없는 노릇이기도 합니다. 이게 바로 장외투쟁의 효과일까요?

협상하고, 반대하고, 깨지고, 강행하고, 뛰쳐나가고, 담판하고, 불러들이고…. 윤소하 원내대표의 얘기대로 이런 과정은 국회에서 수십 년에 걸쳐 반복됐습니다. 여당과 제1 야당, 두 거대 정당의 대치 정국에서 늘 볼 수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이걸 바꾸자고 지금 선거제 개혁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거대 양당이 '담판'으로 해결하는 정치를 다수 정당의 협치로 결정하는 국회로 바꿔보자는 겁니다. 그런데 이 논의 과정에도 역시나 그동안 반복돼 온 '막후 담판'의 틀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과연 선거제 개혁, 나아가 정치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정치는 바뀔 수가 있는 걸까요?
  • “밥값 하는 국회의원이나 돼라”
    • 입력 2019.05.22 (07:00)
    • 수정 2019.05.22 (07:02)
    취재K
“밥값 하는 국회의원이나 돼라”
"'밥값 하는 국회의원' 되라고 성토해도 모자랄 판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희망'을 얘기하겠다며 모인 '호프 미팅'에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사자후(獅子吼)'를 토했습니다. "호프 한잔 하는 것이 뭐 대수겠습니까. 그런데 이건 아니지요. 이런 보여주기식 정치가 수십 년 동안 계속됐습니다. 사람은 바뀌었는데 정치는 늘 그대로 이 모습입니다."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의 ‘호프 미팅’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의 ‘호프 미팅’

윤소하 원내대표가 화가 난 이유는 패스트트랙 이후의 정국 때문입니다. 선거법 개혁안과 사법개혁 법안 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막겠다며 '완력'을 동원했단 한국당 의원들을 대거 고발할 때는 언제고, 이제 국회가 한국당만 바라보는 모양새라는 겁니다.

"국민을 우롱하고 국회를 농단하고 있는 세력과 호프집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잘못을 탓하고 바로잡기는커녕 그들에게 오히려 러브콜을 하는 민주당은 반성해야 합니다. 본말이 전도된 지금의 모습은 자유한국당에 대한 정치적 면죄부를 주는 것을 넘어서서 국민의 뜻과 배치되는 정치 기술을 부리는 구태 정치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밥 잘 사주는 누나'가 아니라 '밥값 하는 국회의원'이 되라고 성토해도 부족할 판에….'동물 국회'라는 원죄를 제공한 자들이 사죄는커녕 사과를 요구하며, 국회 정상화 조건을 내세우는 웃지 못할 적반하장에 호응하며 달랠 때가 아닙니다."

이틀째 '뿔난' 윤소하 원내대표…국회의장 항의방문도

윤소하 원내대표의 '깊은 분노'는 이번 주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격주로 모여 정국을 논의하는 정례 회동이 월요일에 무산됐는데,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호프 미팅'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입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역 일정'을 공식 이유로 내세웠지만, 패스트트랙 대치 당시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들의 '사보임'을 문제 삼으며 문 의장과의 회동을 거부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의장과 정례회동이 예정됐던 시각, 혼자 의장실을 찾았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불참한다고 해도 나머지 4당 원내대표들과 회동은 예정대로 진행했어야 한다는 항의의 뜻을 전달하러 간 겁니다.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나오는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나오는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윤소하 원내대표는 20일 당 상무위원 회의에서 "국회의장은 물론 다른 정당 대표들도 한국당 입장에 따라 일정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이 정도면 한국당이 국회 운영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본말이 전도된 상황에 유감을 넘어 자괴감을 느낄 정도"라며 "우리 국회가 국민의 국회인지, 아니면 한국당의 국회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간의 회의 메시지를 직접 일필휘지로 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 원내대표는 KBS와의 통화에서 "낮에는 싸우고 밤에는 술 먹고….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을 한다는 구태 정치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고 '사자후'를 토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 "같이 술 한 잔은 할 수도 있다"면서 "국회 정례 회동을 무시하고 따로 술잔을 부딪칠 게 아니라, 일부터 하고 새참이나 먹으라는 얘기"라고 했습니다.

"맥주잔 한두 개 더 놓는 게 어렵나?"…평화당도 서운하다.

정의당만큼 화가 난 건 아니지만 민주평화당도 서운해했습니다.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는 21일 의원총회에서 "국회를 정상화하려는 노력 자체는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지금 그렇게 한가하게 맥주잔이나 기울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또 "맥주잔을 기울인다 하더라도 한두 잔 더 테이블에 올려놓는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되는 일도 아니다."라면서 교섭단체 3당 만의 '호프 미팅'에 서운함을 드러냈습니다.

평화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유성엽 원내대표평화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유성엽 원내대표

유성엽 원내대표는 출입기자단과의 오찬에서는 좀 더 직설적으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섭섭한 감정을 토로했습니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5당 모두 같이하자고 해야 했다"면서 "3당이 해야 한다면 평화당과 정의당과는 그 전에 따로 모여서 얘기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했습니다.

정의당과 평화당의 이런 '분노'와 '서운함'에 일리가 없는 게 아닙니다. '동물 국회'를 만든 한국당에 갑자기 정국 주도권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왜 망연자실하지 않겠습니까. 또 당내 반발 여론을 다독여가면서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밀어붙인 평화당 지도부로서는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가 다르냐'는 불만이 나올 법도 합니다.

패스트트랙 정국이 끝난 뒤 '개혁 입법 연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시 거대 정당들의 정치적 협상이 국회의 중심에 놓였습니다.

장외투쟁의 효과?…다수 정당의 '협치'는 과연 가능할까

어쩌면 이런 상황은 이미 모두가 예측했던 일일지도 모릅니다. '동물 국회'에 똘똘 뭉쳤던 민주당과 바른미래, 평화, 정의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끝나고는, 국회를 뛰쳐나간 한국당을 애타게 기다리는 상황이 됐습니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성공했지만, 추경안 처리도 해야 하고 공수처 법안과 수사권 조정 법안 세부 논의도 해야 하고...해야 할 일이 많은 여당은 속이 탈 겁니다. 빨리 들어와서 국회를 정상화하자고, 러브콜을 보낼 수밖에 없는 노릇이기도 합니다. 이게 바로 장외투쟁의 효과일까요?

협상하고, 반대하고, 깨지고, 강행하고, 뛰쳐나가고, 담판하고, 불러들이고…. 윤소하 원내대표의 얘기대로 이런 과정은 국회에서 수십 년에 걸쳐 반복됐습니다. 여당과 제1 야당, 두 거대 정당의 대치 정국에서 늘 볼 수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이걸 바꾸자고 지금 선거제 개혁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거대 양당이 '담판'으로 해결하는 정치를 다수 정당의 협치로 결정하는 국회로 바꿔보자는 겁니다. 그런데 이 논의 과정에도 역시나 그동안 반복돼 온 '막후 담판'의 틀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과연 선거제 개혁, 나아가 정치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정치는 바뀔 수가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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