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美 전역에서 ‘낙태금지법’ 반대 시위…“몸은 내 것이다, 내가 결정한다!”

입력 2019.05.22 (15:12) 수정 2019.05.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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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내 것이다! 내가 결정한다!"
현지시각 21일 워싱턴DC와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전역의 500여 곳에서 '낙태금지법' 반대 집회가 일제히 열렸다.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앞에도 수백 명의 시위자가 모여 여성의 낙태 권리를 옹호하는 시위를 벌였다. 낙태권리행동동맹(NARAL),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시민단체들이 "낙태의 권리가 공격받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국가적 행동의 날에 맞춰 행진에 참여해달라."라면서 집회를 주도하고 독려했다.

로스앤젤레스 시내 집회에 참석한 탈릿 테리카 씨는 "여성의 인권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몸의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는 거죠. 낙태도 남성들의 책임이 아닌 온전히 여성들의 몫입니다."라며 여성의 낙태 권리를 강조했다.


앨라배마주 초강력 '낙태금지법'이 불붙인 낙태 찬반 논쟁

지난주 앨라배마주에서 입법화된 '낙태금지법'이 이번 집회의 도화선이 됐다.
지난 15일,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주 주지사는 임신 중인 여성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됐을 때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초강력 '낙태금지법안'에 서명했다. 이어 아이비 주지사는 "이 법률은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 법안을 보면 성폭행 피해로 인한 낙태까지 금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낙태를 시술한 의사에게는 최고 99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대목에서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대부분의 강간범보다 낙태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더 엄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인가"라며 분노한 사실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앨라배마주뿐만이 아니었다. 역시 공화당이 주의회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는 조지아, 미시시피, 미주리주 등지에서도 잇달아 낙태금지법안이 마련됐다.

그렇다면 보수인 공화당이 다수인 주에서 왜 이 시기에 일제히 '낙태금지법'을 만들어 낙태 찬반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는 걸까?


기념비적인 '로 대 웨이드' 판결 뒤집기?

미국에서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의 권리가 낙태의 권리를 포함하는지에 관한 미국 대법원의 가장 중요한 판례가 있다.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s. Wade)판결'이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여성은 임신 후 6개월까지 임신중절을 선택할 헌법상의 권리를 가진다고 판결한 것인데, 그때까지 미국 주 대부분은 여성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가 아닌 한 낙태를 금지하고 있었다.

이번 앨라배마주의 낙태금지 법안은 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려는 목적에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을 발의한 테리 콜린스 앨라배마주 하원의원(공화)은 "이 법안은 '로 대 웨이드'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며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대법원에 보수 성향의 재판관이 늘어나면서 낙태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이 누군가 법적 싸움을 일으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는 판결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 연방대법원에는 대법원장 1명과 대법관 8명 등 모두 9명의 재판관이 있는데, 이 가운데 5명이 보수 성향의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대선주자들까지 끼어든 낙태 찬반 논쟁

민주당 대선 주자들까지 낙태 찬반 논쟁에 가세했다.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 상원의원은 집회에 참석해 "나라가 뒤로 퇴보하는 것을 그대로 좌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 모두 낙태를 줄이고 싶어 하는데, 이것은 피임하면 될 일입니다. 절대로 시민의 낙태 권리가 침해당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젊은 대선주자인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도 시위대에 합류해 자신의 대선 캠페인은 완전한 자유에 관한 것이라면서 여성의 낙태 권리를 옹호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오랜 침묵을 깨고 지난 주말 트윗을 통해 생각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낙태 반대론자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3대 예외조건을 덧붙였다.
"나는 강력하게 낙태를 반대한다"면서도 "성폭행과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경우 등 3가지는 예외"라는 글을 올렸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낙태 지지 법안' 잇단 추진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주 의회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이번엔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반대로 낙태 지지 법안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현지시각 20일, 캘리포니아 주의회 상원은 주내 모든 공립 대학교의 학생 건강센터에 임신 초기의 비수술적 낙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관련된 약물을 비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주 의회 하원에서는 낙태를 금지한 주에서 캘리포니아로 스튜디오를 옮겨오는 영화사, 방송국, 프로덕션 등에 대해 세제 감면 혜택을 주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낙태금지법을 마련한 조지아와 앨라배마 주에는 현재 수백 개의 영화제작사가 자리 잡고 있다.


'낙태 찬반 논쟁' 2020년 미국 대선 쟁점으로 조기 부상

통상 낙태에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잣대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진영 간 낙태 찬반 논쟁을 둘러싸고 첨예한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 하려는 것만이 아니라, 내년 대선에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벌어질 치열한 혈투의 전초전인 셈이다.

낙태 찬반 논쟁이 내년에 치러질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조기에 떠오른 가운데, 앞으로 연방대법원에서 펼쳐질 치열한 법정 공방도 예고하고 있다.

[사진 출처 : C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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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2 15:12:47
    • 수정2019-05-22 16:01:29
    특파원 리포트
"몸은 내 것이다! 내가 결정한다!"
현지시각 21일 워싱턴DC와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전역의 500여 곳에서 '낙태금지법' 반대 집회가 일제히 열렸다.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앞에도 수백 명의 시위자가 모여 여성의 낙태 권리를 옹호하는 시위를 벌였다. 낙태권리행동동맹(NARAL),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시민단체들이 "낙태의 권리가 공격받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국가적 행동의 날에 맞춰 행진에 참여해달라."라면서 집회를 주도하고 독려했다.

로스앤젤레스 시내 집회에 참석한 탈릿 테리카 씨는 "여성의 인권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몸의 결정권은 우리에게 있는 거죠. 낙태도 남성들의 책임이 아닌 온전히 여성들의 몫입니다."라며 여성의 낙태 권리를 강조했다.


앨라배마주 초강력 '낙태금지법'이 불붙인 낙태 찬반 논쟁

지난주 앨라배마주에서 입법화된 '낙태금지법'이 이번 집회의 도화선이 됐다.
지난 15일,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주 주지사는 임신 중인 여성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됐을 때를 제외하고는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초강력 '낙태금지법안'에 서명했다. 이어 아이비 주지사는 "이 법률은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 법안을 보면 성폭행 피해로 인한 낙태까지 금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낙태를 시술한 의사에게는 최고 99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대목에서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대부분의 강간범보다 낙태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더 엄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인가"라며 분노한 사실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앨라배마주뿐만이 아니었다. 역시 공화당이 주의회에서 다수를 점하고 있는 조지아, 미시시피, 미주리주 등지에서도 잇달아 낙태금지법안이 마련됐다.

그렇다면 보수인 공화당이 다수인 주에서 왜 이 시기에 일제히 '낙태금지법'을 만들어 낙태 찬반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는 걸까?


기념비적인 '로 대 웨이드' 판결 뒤집기?

미국에서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의 권리가 낙태의 권리를 포함하는지에 관한 미국 대법원의 가장 중요한 판례가 있다.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s. Wade)판결'이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여성은 임신 후 6개월까지 임신중절을 선택할 헌법상의 권리를 가진다고 판결한 것인데, 그때까지 미국 주 대부분은 여성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가 아닌 한 낙태를 금지하고 있었다.

이번 앨라배마주의 낙태금지 법안은 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려는 목적에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을 발의한 테리 콜린스 앨라배마주 하원의원(공화)은 "이 법안은 '로 대 웨이드'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며 태어나지 않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대법원에 보수 성향의 재판관이 늘어나면서 낙태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이 누군가 법적 싸움을 일으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는 판결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 연방대법원에는 대법원장 1명과 대법관 8명 등 모두 9명의 재판관이 있는데, 이 가운데 5명이 보수 성향의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대선주자들까지 끼어든 낙태 찬반 논쟁

민주당 대선 주자들까지 낙태 찬반 논쟁에 가세했다.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 상원의원은 집회에 참석해 "나라가 뒤로 퇴보하는 것을 그대로 좌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 모두 낙태를 줄이고 싶어 하는데, 이것은 피임하면 될 일입니다. 절대로 시민의 낙태 권리가 침해당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젊은 대선주자인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밴드 시장도 시위대에 합류해 자신의 대선 캠페인은 완전한 자유에 관한 것이라면서 여성의 낙태 권리를 옹호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오랜 침묵을 깨고 지난 주말 트윗을 통해 생각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낙태 반대론자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3대 예외조건을 덧붙였다.
"나는 강력하게 낙태를 반대한다"면서도 "성폭행과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경우 등 3가지는 예외"라는 글을 올렸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낙태 지지 법안' 잇단 추진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주 의회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이번엔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반대로 낙태 지지 법안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현지시각 20일, 캘리포니아 주의회 상원은 주내 모든 공립 대학교의 학생 건강센터에 임신 초기의 비수술적 낙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관련된 약물을 비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주 의회 하원에서는 낙태를 금지한 주에서 캘리포니아로 스튜디오를 옮겨오는 영화사, 방송국, 프로덕션 등에 대해 세제 감면 혜택을 주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낙태금지법을 마련한 조지아와 앨라배마 주에는 현재 수백 개의 영화제작사가 자리 잡고 있다.


'낙태 찬반 논쟁' 2020년 미국 대선 쟁점으로 조기 부상

통상 낙태에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잣대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과 민주당 진영 간 낙태 찬반 논쟁을 둘러싸고 첨예한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 하려는 것만이 아니라, 내년 대선에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벌어질 치열한 혈투의 전초전인 셈이다.

낙태 찬반 논쟁이 내년에 치러질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조기에 떠오른 가운데, 앞으로 연방대법원에서 펼쳐질 치열한 법정 공방도 예고하고 있다.

[사진 출처 : CN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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