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정자로 인공수정 통해 태어난 아이도 법적 친자식?…대법서 공방

입력 2019.05.22 (20:17) 수정 2019.05.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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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자녀를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대법원에서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찬성 측은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하고서 뒤늦게 친생자 추정을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고, 반대 측은 아이를 낳기 위한 인공수정에 동의한 것일 뿐이지 친생자라는 법적 효력까지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늘(22일) A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소송의 상고심 공개변론을 열고 각계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현행 민법 844조는 혼인한 아내가 낳은 자식은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내가 낳은 자식이 친자식이 아닐 경우 이를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친생 부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남편이 '친생 부인' 소송에서 패소하거나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아내가 낳은 자식은 남편의 친생자로서 법적 효력을 갖는데, 이 경우에도 '친생자 추정 원칙'의 예외에 해당할 때는 남편이 자식을 상대로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소송을 내야 친자 관계를 부정할 수 있습니다.

A씨가 제기한 소송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현재 판례는 부부가 동거하지 않았을 때 생긴 자녀만이 친생자 추정 원칙의 예외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A씨의 경우에는 동거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통해 자녀를 얻었기 때문에, 이 경우도 '예외'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공개변론에서 A씨 측은 "우리 민법은 친자관계에 대해 '혈연 진실주의'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혈연적 친자'와 '사회적 친자'를 구별한 입법 취지에 따라 혈연관계가 아님이 확인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는 친생자 추정의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반대 측은 "아이를 낳기 위해 인공수정에 동의한 남편은 민법상 친생자 관계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동의한 것"이라며 "아내가 낳은 아이를 친자식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남편에게 필요 이상으로 많은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전문가 단체들도 변론에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친자관계 관련 상담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으로 출생신고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녀의 복리와 인권보호 등을 고려해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제3자 인공수정'에 남편이 동의한 경우에는 신의칙 등에 따라 친생 부인 주장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A씨는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자 1993년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얻은 뒤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습니다. 이후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무정자증이 치유됐다고 생각해 이번에도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2014년 아내와 이혼 소송 과정에서 둘째 아이가 혼외 관계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에 A씨는 두 자녀 모두 친자가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 2심 재판부는 기존 판례에 따라 "친생 추정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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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사람 정자로 인공수정 통해 태어난 아이도 법적 친자식?…대법서 공방
    • 입력 2019-05-22 20:17:15
    • 수정2019-05-22 20:21:59
    사회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난 자녀를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대법원에서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찬성 측은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하고서 뒤늦게 친생자 추정을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고, 반대 측은 아이를 낳기 위한 인공수정에 동의한 것일 뿐이지 친생자라는 법적 효력까지 동의한 것은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늘(22일) A씨가 자녀들을 상대로 낸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소송의 상고심 공개변론을 열고 각계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현행 민법 844조는 혼인한 아내가 낳은 자식은 남편의 친자식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내가 낳은 자식이 친자식이 아닐 경우 이를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친생 부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남편이 '친생 부인' 소송에서 패소하거나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아내가 낳은 자식은 남편의 친생자로서 법적 효력을 갖는데, 이 경우에도 '친생자 추정 원칙'의 예외에 해당할 때는 남편이 자식을 상대로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소송을 내야 친자 관계를 부정할 수 있습니다.

A씨가 제기한 소송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현재 판례는 부부가 동거하지 않았을 때 생긴 자녀만이 친생자 추정 원칙의 예외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A씨의 경우에는 동거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통해 자녀를 얻었기 때문에, 이 경우도 '예외'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공개변론에서 A씨 측은 "우리 민법은 친자관계에 대해 '혈연 진실주의'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혈연적 친자'와 '사회적 친자'를 구별한 입법 취지에 따라 혈연관계가 아님이 확인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는 친생자 추정의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반대 측은 "아이를 낳기 위해 인공수정에 동의한 남편은 민법상 친생자 관계가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동의한 것"이라며 "아내가 낳은 아이를 친자식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남편에게 필요 이상으로 많은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전문가 단체들도 변론에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친자관계 관련 상담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으로 출생신고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녀의 복리와 인권보호 등을 고려해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제3자 인공수정'에 남편이 동의한 경우에는 신의칙 등에 따라 친생 부인 주장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A씨는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자 1993년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얻은 뒤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했습니다. 이후 1997년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무정자증이 치유됐다고 생각해 이번에도 친자식으로 출생신고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2014년 아내와 이혼 소송 과정에서 둘째 아이가 혼외 관계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에 A씨는 두 자녀 모두 친자가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 2심 재판부는 기존 판례에 따라 "친생 추정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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