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킬레스건 희토류…무역전쟁 속 “진퇴양난이다”

입력 2019.05.23 (07:03) 수정 2019.05.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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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과의 무역전쟁 끝에 정말로 중국이 희토류나 리튬 수출을 중단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희토류는 미국의 산업 기술의 핵심 원재료인데다 미 국방 시스템 장비에서도 중요한 원재료로 쓰이는 광물질이다.

사실 미국은 국가 경제와 안보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23가지 금속을 해외 국가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국가들에 큰소리를 쳐가며 외교를 하고 있지만, 사실 해외 원자재 수출국들은 미국에게 중요한 존재임은 분명하다. 실제로 미국지질조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국가 안전과 경제에 핵심적인 23개 광물질 가운데 20개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일 중국이 갑자기 20가지의 판매를 거부한다며 미국 경제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희토류에 대한 약점을 알고 있었다

지난 2017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내렸을 때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알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상당량을 수입하고 있는 핵심 광물질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심적인 광물질을 러시아나 중국 같은 경쟁국들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새로운 전기에너지 경제의 핵심인 리튬과 희토류에 절대적 강자다. 다시 말해 중국은 이를 무기로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압박을 가할 충분한 힘이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한때 전기자동차 같은 수많은 산업 제품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의 가장 큰 생산국이었다.

영구자석은 희토류인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디스프로슘 등을 통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것은 1990년대 중반까지의 일이었다. 이후 미국은 스마트폰에서 첨단무기까지 모든 곳에서 사용되는 주기율표상 17개 원소, 즉 희토류 채굴과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 영구자석 시장을 넘겨주고 말았다.

미국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군사장비와 우주 장비를 만드는데 경쟁국인 중국의 희토류와 기술에 의지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희토류로 만들어진 영구자석은 미 국방부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다목적 전투기인 '조인트 스트라이크 파이터'에 사용된다.

사진 출처 : 호주 국방부 홈페이지사진 출처 : 호주 국방부 홈페이지

미국 국방부가 필요로 하는 희토류 금속과 합금, 영구자석은 대부분 중국에서 직간접적으로 들어온다. 미국은 이를 원하지 않지만 앞서 전했다시피 중국은 희토류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희토류를 채굴하거나 생산하는 다른 여러 국가가 있지만, 그 양이 적고 환경에도 해를 준다.

미국의 유일한 희토류 채굴 업체인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는 몇 년 전에 한 컨소시엄에 팔렸다. 중국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생산 업체였던 호주의 '라이나스'는 생산시설에서 수년간 쌓여있던 폐기물을 말레이시아에 버렸다는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여 있다.

■ 청정에너지 무역 야심국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전략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희토류 수출국이다. 2018년엔 2017년보다 4% 늘어난 5만 3,000톤의 희토류를 수출했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에너지 수출국이고, 청정에너지 무역에 큰 야심을 갖고 있다.

2020년까지 중국 정부는 전기배터리 생산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전기배터리에 들어가는 희토류가 당연히 중국으로서는 중요할 수밖에 없고, 계속 이를 독점하려고 전략을 짜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 세계 희토류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중국은 2020년까지 자국 내 희토류 생산을 15% 올리려고 한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2013년에서 2016년 사이 수입한 희토류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78%를 차지한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빅토리아 브루스는 '더힐'에 쓴 칼럼에서 "희토류는 스마트폭탄, 표적레이저, 레이더, 야간투시경, 전투기 엔진 등 수많은 방어망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일 중국이 이에 대한 공급을 끊는다면 미국은 새로운 무기 시스템을 만들거나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모터, 센서, 컴퓨터, 상업용 비행기, 녹색기술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쓰이는데, 만일 중국이 공급을 중단한다면 미국 기업들은 상당수의 기술생산라인을 중단해야 할 위기로 몰리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국제 금융거래 차단 방법 등 금융시스템을 지배함으로써 상대국에게 압박을 가해왔다. 미국은 이번에 금융시스템이 아닌 첨단기술의 사용 금지 조치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다른 방법의 제재 조치를 시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미국이 역으로 중국으로부터 다른 방식의 제재 조치 위협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광물 금속 컨설팅 전문가인 라이언 캐스틸러는 "미국의 플랜 B가 더이상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미국은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물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2010년에 일본에 썼던 것처럼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를 실행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희토류 카드 실행와 동시에 미국도 새로운 제재 카드로 중국을 몰아붙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미국이 갖고 있는 압박 카드만큼이나 치명적인 카드를 중국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과연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는 사이 중국도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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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3 07:03:10
    • 수정2019-05-23 08:52:22
    취재K
중국과 미국과의 무역전쟁 끝에 정말로 중국이 희토류나 리튬 수출을 중단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희토류는 미국의 산업 기술의 핵심 원재료인데다 미 국방 시스템 장비에서도 중요한 원재료로 쓰이는 광물질이다.

사실 미국은 국가 경제와 안보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23가지 금속을 해외 국가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국가들에 큰소리를 쳐가며 외교를 하고 있지만, 사실 해외 원자재 수출국들은 미국에게 중요한 존재임은 분명하다. 실제로 미국지질조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국가 안전과 경제에 핵심적인 23개 광물질 가운데 20개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일 중국이 갑자기 20가지의 판매를 거부한다며 미국 경제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희토류에 대한 약점을 알고 있었다

지난 2017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내렸을 때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알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상당량을 수입하고 있는 핵심 광물질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미국의 경제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심적인 광물질을 러시아나 중국 같은 경쟁국들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새로운 전기에너지 경제의 핵심인 리튬과 희토류에 절대적 강자다. 다시 말해 중국은 이를 무기로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압박을 가할 충분한 힘이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한때 전기자동차 같은 수많은 산업 제품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의 가장 큰 생산국이었다.

영구자석은 희토류인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디스프로슘 등을 통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것은 1990년대 중반까지의 일이었다. 이후 미국은 스마트폰에서 첨단무기까지 모든 곳에서 사용되는 주기율표상 17개 원소, 즉 희토류 채굴과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 영구자석 시장을 넘겨주고 말았다.

미국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군사장비와 우주 장비를 만드는데 경쟁국인 중국의 희토류와 기술에 의지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희토류로 만들어진 영구자석은 미 국방부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다목적 전투기인 '조인트 스트라이크 파이터'에 사용된다.

사진 출처 : 호주 국방부 홈페이지
미국 국방부가 필요로 하는 희토류 금속과 합금, 영구자석은 대부분 중국에서 직간접적으로 들어온다. 미국은 이를 원하지 않지만 앞서 전했다시피 중국은 희토류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희토류를 채굴하거나 생산하는 다른 여러 국가가 있지만, 그 양이 적고 환경에도 해를 준다.

미국의 유일한 희토류 채굴 업체인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패스'는 몇 년 전에 한 컨소시엄에 팔렸다. 중국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생산 업체였던 호주의 '라이나스'는 생산시설에서 수년간 쌓여있던 폐기물을 말레이시아에 버렸다는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여 있다.

■ 청정에너지 무역 야심국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전략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희토류 수출국이다. 2018년엔 2017년보다 4% 늘어난 5만 3,000톤의 희토류를 수출했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에너지 수출국이고, 청정에너지 무역에 큰 야심을 갖고 있다.

2020년까지 중국 정부는 전기배터리 생산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전기배터리에 들어가는 희토류가 당연히 중국으로서는 중요할 수밖에 없고, 계속 이를 독점하려고 전략을 짜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전 세계 희토류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중국은 2020년까지 자국 내 희토류 생산을 15% 올리려고 한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2013년에서 2016년 사이 수입한 희토류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78%를 차지한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빅토리아 브루스는 '더힐'에 쓴 칼럼에서 "희토류는 스마트폭탄, 표적레이저, 레이더, 야간투시경, 전투기 엔진 등 수많은 방어망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일 중국이 이에 대한 공급을 끊는다면 미국은 새로운 무기 시스템을 만들거나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모터, 센서, 컴퓨터, 상업용 비행기, 녹색기술 등에서도 광범위하게 쓰이는데, 만일 중국이 공급을 중단한다면 미국 기업들은 상당수의 기술생산라인을 중단해야 할 위기로 몰리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국제 금융거래 차단 방법 등 금융시스템을 지배함으로써 상대국에게 압박을 가해왔다. 미국은 이번에 금융시스템이 아닌 첨단기술의 사용 금지 조치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다른 방법의 제재 조치를 시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미국이 역으로 중국으로부터 다른 방식의 제재 조치 위협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광물 금속 컨설팅 전문가인 라이언 캐스틸러는 "미국의 플랜 B가 더이상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미국은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물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2010년에 일본에 썼던 것처럼 희토류 수출 중단 카드를 실행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희토류 카드 실행와 동시에 미국도 새로운 제재 카드로 중국을 몰아붙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미국이 갖고 있는 압박 카드만큼이나 치명적인 카드를 중국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과연 방아쇠를 당길 것인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는 사이 중국도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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