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로 210억 ‘꿀꺽’…국내 최대 성매매 포털 ‘밤OOO’ 적발

입력 2019.05.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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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넷'보다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국내 최대 성매매 포털 사이트 적발

몰카, 리벤지포르노 영상물 같은 음란물을 공유하고, 성범죄를 모의하는 글이 유포되는 등 수년 전 큰 논란이 일었던 소라넷을 기억하시나요?

소라넷은 홈페이지에 성매매 업소, 불법 성인용품 쇼핑몰의 광고를 실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기는 수법으로 불법적인 수익을 올렸는데요. 최근 소라넷보다 더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국내 최대 '성매매 포털 사이트'가 경찰에 적발돼 운영총책 35살 권 모 씨 등 2명이 구속되고, 게시판 관리자 34살 김 모 씨 등 직원 34명이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가입 회원만 70만 명, 성매매 업소 2천 6백여 곳 광고… 부당수익 210억 원

이번에 적발된 성매매 포털 사이트는 '배달 앱'이나 '부동산 중개 앱'처럼 성매매 업소를 광고를 게시하고 성 매수자와 업소를 연결하는 일종의 중개 플랫폼입니다. 위 캡처 사진에 게임 캐릭터처럼 보이는 사진과 그 밑에 지역과 업소의 이름, 연락처들이 적혀있는 배너광고가 있는데요, 종류도 안마방, 오피스텔, 키스방, 립카페 등 거의 모든 변태 성행위를 할 수 있는 업소들이 종류별로 나열돼 있습니다. 성 매수자들은 게시된 배너광고를 보고 업소를 선택합니다.

이같은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 가입한 회원만 70만 명이 넘었습니다. 해당 사이트에 광고를 등록한 성매매 업소는 2,613곳이나 됐습니다. 그만큼 성매매 포털 사이트가 활발하게 운영됐습니다. 붙잡힌 포털 운영진들은 2015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광고수익을 벌어들였다고 진술했는데요, 이들이 3년 동안 광고비로 벌어들인 돈만 21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각종 이벤트로 이용 후기만 21만 건… 철저한 관리에 사이트는 '활황'

체계화된 관리 시스템도 이 사이트가 음지에서 활발히 운영되는 데 한몫했습니다.

운영진은 먼저 성매매 이벤트 관리 담당 직원, 쿠폰 관리 직원을 따로 뒀는데요. 이 직원들에게 안마 이벤트, 오피 이벤트, 립카페 이벤트 등을 열고 성 매수 회원들이 후기 글을 작성토록 했습니다. 후기에는 성 매수 경험담 및 업소와 관련된 평가가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모인 후기 글은 21만 건이 넘어서 하나의 빅데이터로 변모했습니다. 빅데이터는 성매매 업소의 좋고 나쁨을 구분 짓는 평가 잣대로 활용됐습니다.

또 운영진들은 행태별, 지역별로 게시판을 24개로 나누고 게시판마다 '방장'을 뽑아 관리를 맡기기도 했습니다. 방장은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을 삭제하고 회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심지어 정치적 주장을 펴거나 이념 논란을 일으킬만한 게시물에 대해선 페널티를 부여하고 회원 활동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방장에게는 월급 형태로 성매매 업소 무료 이용 쿠폰 4장이 지급됐습니다.

해당 사이트에서 '방장'이었다는 A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하는 게시판 관리와 비슷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 어렵사리 붙잡았지만 약한 처벌에 '한숨'

수천 개의 유흥업소와 수십만 명의 성 매수자들이 제집 드나들듯 이용할 만큼 성매매 포털사이트가 다년간 활발히 운영되는데 경찰은 왜 모르고 있었을까요?

이에 대해 경찰은 알아도 잡기 힘들다며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일본과 필리핀 등 해외로 서버들 두고 유동 IP를 사용해, 서버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 조차 어렵다고 말합니다. 또 이들은 6개월 단위로 서버를 초기화하고 1년 단위로 '방장'도 교체해 추적을 어렵게 만듭니다. 운영진들간 소통도 텔레그램과 대포폰을 사용해 단서를 찾기 쉽지 않다고도 합니다.



행여 이번 성매매 포털 사이트처럼 운영 일당을 검거했더라도 처벌이 약해 맥이 빠집니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신승주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붙잡은 일당이 성매매 처벌법상 '성매매 업소를 광고한 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성매매 업주에 비해 약한 처벌 수위가 적용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상 성매매 포털 운영자 및 후기 글을 올린 성 매수자들은 '성매매업소를 광고한 자'에 해당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성매매 업주들에게 적용되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약합니다.


다음 표적은 성매매 업소 및 성 매수자

경찰은 서버 및 자금을 관리하던 46살 B씨가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터폴 수배를 내리고 계속 뒤쫓고 있습니다. 동시에 운영진이 벌어들인 범죄수익금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또 브리핑을 끝내면서 성매매 업소 광고사이트 운영자 뿐 아니라 성매매 업주와 업소 이용 후기 글을 게시한 성 매수자 모두 성매매처벌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의 다음 타깃은 성매매 업소 및 성 매수자인 겁니다. 그러면서 전국 지방경찰청과 공조를 통해 성매매 포털 사이트에 광고 등록된 성매매 업소 2,613개 업소를 대상으로 전방위 합동단속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성을 사고파는 행위, 알선하고 광고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입니다. 도덕적으로도 떳떳하지 못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 수사로 음성적으로 만연한 불법 성 산업이 근절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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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고비로 210억 ‘꿀꺽’…국내 최대 성매매 포털 ‘밤OOO’ 적발
    • 입력 2019-05-23 09:00:32
    취재K
'소라넷'보다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국내 최대 성매매 포털 사이트 적발

몰카, 리벤지포르노 영상물 같은 음란물을 공유하고, 성범죄를 모의하는 글이 유포되는 등 수년 전 큰 논란이 일었던 소라넷을 기억하시나요?

소라넷은 홈페이지에 성매매 업소, 불법 성인용품 쇼핑몰의 광고를 실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기는 수법으로 불법적인 수익을 올렸는데요. 최근 소라넷보다 더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국내 최대 '성매매 포털 사이트'가 경찰에 적발돼 운영총책 35살 권 모 씨 등 2명이 구속되고, 게시판 관리자 34살 김 모 씨 등 직원 34명이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가입 회원만 70만 명, 성매매 업소 2천 6백여 곳 광고… 부당수익 210억 원

이번에 적발된 성매매 포털 사이트는 '배달 앱'이나 '부동산 중개 앱'처럼 성매매 업소를 광고를 게시하고 성 매수자와 업소를 연결하는 일종의 중개 플랫폼입니다. 위 캡처 사진에 게임 캐릭터처럼 보이는 사진과 그 밑에 지역과 업소의 이름, 연락처들이 적혀있는 배너광고가 있는데요, 종류도 안마방, 오피스텔, 키스방, 립카페 등 거의 모든 변태 성행위를 할 수 있는 업소들이 종류별로 나열돼 있습니다. 성 매수자들은 게시된 배너광고를 보고 업소를 선택합니다.

이같은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 가입한 회원만 70만 명이 넘었습니다. 해당 사이트에 광고를 등록한 성매매 업소는 2,613곳이나 됐습니다. 그만큼 성매매 포털 사이트가 활발하게 운영됐습니다. 붙잡힌 포털 운영진들은 2015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광고수익을 벌어들였다고 진술했는데요, 이들이 3년 동안 광고비로 벌어들인 돈만 21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각종 이벤트로 이용 후기만 21만 건… 철저한 관리에 사이트는 '활황'

체계화된 관리 시스템도 이 사이트가 음지에서 활발히 운영되는 데 한몫했습니다.

운영진은 먼저 성매매 이벤트 관리 담당 직원, 쿠폰 관리 직원을 따로 뒀는데요. 이 직원들에게 안마 이벤트, 오피 이벤트, 립카페 이벤트 등을 열고 성 매수 회원들이 후기 글을 작성토록 했습니다. 후기에는 성 매수 경험담 및 업소와 관련된 평가가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모인 후기 글은 21만 건이 넘어서 하나의 빅데이터로 변모했습니다. 빅데이터는 성매매 업소의 좋고 나쁨을 구분 짓는 평가 잣대로 활용됐습니다.

또 운영진들은 행태별, 지역별로 게시판을 24개로 나누고 게시판마다 '방장'을 뽑아 관리를 맡기기도 했습니다. 방장은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을 삭제하고 회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심지어 정치적 주장을 펴거나 이념 논란을 일으킬만한 게시물에 대해선 페널티를 부여하고 회원 활동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방장에게는 월급 형태로 성매매 업소 무료 이용 쿠폰 4장이 지급됐습니다.

해당 사이트에서 '방장'이었다는 A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하는 게시판 관리와 비슷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 어렵사리 붙잡았지만 약한 처벌에 '한숨'

수천 개의 유흥업소와 수십만 명의 성 매수자들이 제집 드나들듯 이용할 만큼 성매매 포털사이트가 다년간 활발히 운영되는데 경찰은 왜 모르고 있었을까요?

이에 대해 경찰은 알아도 잡기 힘들다며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일본과 필리핀 등 해외로 서버들 두고 유동 IP를 사용해, 서버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 조차 어렵다고 말합니다. 또 이들은 6개월 단위로 서버를 초기화하고 1년 단위로 '방장'도 교체해 추적을 어렵게 만듭니다. 운영진들간 소통도 텔레그램과 대포폰을 사용해 단서를 찾기 쉽지 않다고도 합니다.



행여 이번 성매매 포털 사이트처럼 운영 일당을 검거했더라도 처벌이 약해 맥이 빠집니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신승주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붙잡은 일당이 성매매 처벌법상 '성매매 업소를 광고한 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성매매 업주에 비해 약한 처벌 수위가 적용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상 성매매 포털 운영자 및 후기 글을 올린 성 매수자들은 '성매매업소를 광고한 자'에 해당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성매매 업주들에게 적용되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약합니다.


다음 표적은 성매매 업소 및 성 매수자

경찰은 서버 및 자금을 관리하던 46살 B씨가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터폴 수배를 내리고 계속 뒤쫓고 있습니다. 동시에 운영진이 벌어들인 범죄수익금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또 브리핑을 끝내면서 성매매 업소 광고사이트 운영자 뿐 아니라 성매매 업주와 업소 이용 후기 글을 게시한 성 매수자 모두 성매매처벌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의 다음 타깃은 성매매 업소 및 성 매수자인 겁니다. 그러면서 전국 지방경찰청과 공조를 통해 성매매 포털 사이트에 광고 등록된 성매매 업소 2,613개 업소를 대상으로 전방위 합동단속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성을 사고파는 행위, 알선하고 광고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입니다. 도덕적으로도 떳떳하지 못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 수사로 음성적으로 만연한 불법 성 산업이 근절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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