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씨뿌리고,여자는 받는 존재’ 경찰 간부, 의경 성교육에 부적절한 발언”

입력 2019.05.23 (15:06) 수정 2019.05.2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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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인 군 인권센터는 오늘(2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현직 경찰 간부가 의경 수십 명을 상대로 성교육 강의를 하면서 남녀의 성 역할에 관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군 인권센터는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11일 해당 강의 도중 녹음된 4분가량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강의하는 남성은 서울지방경찰청 제2기동단 부단장인 김 모 경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공개된 녹취 파일에는 "성욕이라는 건 평생 해소가 안 되는 욕구인데, 그렇게 여자한테 들이대는 걸로만 하고, 몰래 도촬(불법촬영)하고, 이런 걸로만 해서 평생 내 성욕을 해결할 수 있느냐"는 남성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이 남성은 "남자는 성욕이라는 거를 (여성이) 젊고, 건강하고, 몸매 좋고 이러면 대부분 느낀다", "남자들은 씨를 뿌리는 입장이다 보니까 (여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범위가 다양하지만, 여자는 젊다고 해서 성적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또 "여자는 정자를 받아서 몸에서 10개월 동안 임신을 했다가, 또 애가 태어나면 주로 육아를 책임지게 돼 있다"면서, "예전부터 인류 역사상 그렇게 계속 지내왔기 때문에 여성 호르몬 자체가 더 모성애를 갖도록 설계가 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어 남성은 "자기가 10개월 동안 안고 낳아서 기르고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인데, (여성이) 어떤 거에 매력을 느끼겠느냐. 뛰어난 유전자에 매력을 느낀다. 그럼 뛰어난 유전자가 뭐냐. 능력이지"라며, "여자들이 성적 매력을 느끼는 존재가 미리 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군 인권센터는 해당 교육이 '지휘관 주관 성인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제2기동단 소속 의경 부대마다 돌아가며 받은 순회 교육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음성이 녹음된 지난달 11일 외에도, 김 경정이 순회 교육에서 비슷한 발언을 이어왔다는 점이 복수의 제보자들을 통해 확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성인지 교육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성별이 미치는 영향과 역학 관계를 이해하도록 도와야 하지만, 김 부단장은 성욕과 정자, 호르몬, 유전자 등 1차원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관점에서 남녀의 성 역할 등을 설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러한 설명이 남성의 성욕은 불가침적이고 억제할 수 없다는 잘못된 관념을 퍼트리고, 여성이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전근대적인 인식을 강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센터는 해당 성인지 교육이 사실상 '성차별 교육'이었다며, 경찰청 성평등위원회와 성평성정책 담당관에게 비슷한 교육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김 경정을 엄중히 징계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경정은 "교육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생물학적 내용을 인용하여 언급했던 것이지, 성차별 의식을 조장하려 한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는 오늘 오후 입장을 내고 김 경정의 해명을 전하는 한편, 해당 교육을 받은 의경들의 진술과 김 경정 본인의 주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의경부대 지휘요원들에게 빠른 시일 내에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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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는 씨뿌리고,여자는 받는 존재’ 경찰 간부, 의경 성교육에 부적절한 발언”
    • 입력 2019-05-23 15:06:30
    • 수정2019-05-23 18:50:09
    사회
시민단체인 군 인권센터는 오늘(2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현직 경찰 간부가 의경 수십 명을 상대로 성교육 강의를 하면서 남녀의 성 역할에 관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군 인권센터는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11일 해당 강의 도중 녹음된 4분가량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강의하는 남성은 서울지방경찰청 제2기동단 부단장인 김 모 경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공개된 녹취 파일에는 "성욕이라는 건 평생 해소가 안 되는 욕구인데, 그렇게 여자한테 들이대는 걸로만 하고, 몰래 도촬(불법촬영)하고, 이런 걸로만 해서 평생 내 성욕을 해결할 수 있느냐"는 남성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이 남성은 "남자는 성욕이라는 거를 (여성이) 젊고, 건강하고, 몸매 좋고 이러면 대부분 느낀다", "남자들은 씨를 뿌리는 입장이다 보니까 (여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범위가 다양하지만, 여자는 젊다고 해서 성적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또 "여자는 정자를 받아서 몸에서 10개월 동안 임신을 했다가, 또 애가 태어나면 주로 육아를 책임지게 돼 있다"면서, "예전부터 인류 역사상 그렇게 계속 지내왔기 때문에 여성 호르몬 자체가 더 모성애를 갖도록 설계가 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어 남성은 "자기가 10개월 동안 안고 낳아서 기르고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인데, (여성이) 어떤 거에 매력을 느끼겠느냐. 뛰어난 유전자에 매력을 느낀다. 그럼 뛰어난 유전자가 뭐냐. 능력이지"라며, "여자들이 성적 매력을 느끼는 존재가 미리 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군 인권센터는 해당 교육이 '지휘관 주관 성인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3월부터 지난달까지 제2기동단 소속 의경 부대마다 돌아가며 받은 순회 교육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음성이 녹음된 지난달 11일 외에도, 김 경정이 순회 교육에서 비슷한 발언을 이어왔다는 점이 복수의 제보자들을 통해 확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성인지 교육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성별이 미치는 영향과 역학 관계를 이해하도록 도와야 하지만, 김 부단장은 성욕과 정자, 호르몬, 유전자 등 1차원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관점에서 남녀의 성 역할 등을 설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러한 설명이 남성의 성욕은 불가침적이고 억제할 수 없다는 잘못된 관념을 퍼트리고, 여성이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전근대적인 인식을 강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센터는 해당 성인지 교육이 사실상 '성차별 교육'이었다며, 경찰청 성평등위원회와 성평성정책 담당관에게 비슷한 교육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김 경정을 엄중히 징계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경정은 "교육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생물학적 내용을 인용하여 언급했던 것이지, 성차별 의식을 조장하려 한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는 오늘 오후 입장을 내고 김 경정의 해명을 전하는 한편, 해당 교육을 받은 의경들의 진술과 김 경정 본인의 주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의경부대 지휘요원들에게 빠른 시일 내에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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