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투스·마드리드, 호날두 영입 ‘손익 계산서’는?

입력 2019.05.24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유벤투스, '빅 이어'를 위해 호날두를 품다

최근 은퇴한 유벤투스 수비수 바르잘리는 지난해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팀과 만나게 됐습니다." 바르잘리가 말한 팀은 레알 마드리드다.

유벤투스는 2016-2017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호날두에게 두 골을 얻어맞고 레알 마드리드에 4대 1로 완패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2017-2018시즌에도 유벤투스는 8강에서 다시 호날두를 마주했는데 호날두는 8강 1차전에서 보란 듯이 기념비적인 골을 터트린다. 무려 2m 38cm 높이의 공을 찬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이었다. 유벤투스 홈 팬들이 기립 박수를 보낼 정도로 챔피언스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골이었다.


1차전에서 두 골을 터트리며 레알 마드리드의 3대 0 승리를 이끈 호날두는 2차전에서는 3대 0으로 뒤지던 후반 추가 시간 페널티킥을 넣어 유벤투스에 또 한 번 탈락의 아픔을 안겼다.


두 번이나 호날두에 막혀 좌절한 유벤투스는 결국 1억 유로의 이적료를 지급하고 호날두를 영입한다. 7회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한 유벤투스의 목표는 단 하나, 챔피언스리그 우승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3회 연속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호날두가 누구보다 절실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 유벤투스가 '빅 이어'를 들어 올린 것은 무려 1995-1996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지단 등을 앞세워 다섯 차례나 결승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준우승에 머물러 챔피언스리그와의 악연은 계속됐다.

'챔스의 사나이'도 끊지 못한 유벤투스의 악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유벤투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답게 다시 날아오르는 듯했다. 16강 1차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2대 0으로 패한 유벤투스를 구해낸 해결사도 역시 호날두였다.

호날두는 2차전에서 해트트릭으로 3대 0 승리를 이끌며 팀을 8강에 올려놓는 저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기적은 거기까지였다. 유벤투스는 작심하고 호날두를 지워낸 아약스 19세 수비수 데 리흐트의 패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호날두가 사라진 챔피언스리그 4강전은 9년 만이었다.

유벤투스는 예상대로 8회 연속 리그 우승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호날두의 영입으로 높아진 팬들의 기대는 맞추지 못했다. 호날두는 리그 최종전 한 경기를 남긴 가운데 21골로 득점 4위를 달리고 있는데 명성에 비하면 평범한 성적이다. 10년 연속 시즌 30골 달성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리그에서도 타성에 젖은 유벤투스보다는 74골로 세리에 A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인 아탈란타가 시원한 공격 축구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다양한 전술로 팬들을 매료시킨 알레그리 감독도 챔피언스리그 성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호날두가 파리 생제르맹 이적설에 휩싸이는 등 후폭풍도 상당하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 공백'에 시름

호날두가 떠난 레알 마드리드는 부진에 허덕이며 이번 시즌 '라 리가' 양강이라는 이미지가 실추됐다. 리그에서 8패나 당하며 승점 68점에 그쳐 우승팀이자 맞수 바르셀로나와의 승점 차이는 역대 최다인 19점까지 벌어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역 라이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도 밀려 3위에 그쳤고,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는 아약스의 희생양이 됐다. 호날두가 사라지면 '마드리드의 왕'이 될 것으로 믿었던 베일은 구단과 불화를 일으키고 있고, 감독은 시즌 도중 두 차례나 바뀌었다.

스페인의 마르카가 선정한 '올 시즌 기대에 못 미친 11명의 선수(워스트 11)'도 레알 마드리드 선수가 절반이 넘는 6명이나 차지했다. 호날두가 떠나 메시만 남은 '엘 클라시코'도 예전만 한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호날두가 가세한 유벤투스는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의 공백이 너무 컸다. 2018-2019 시즌은 호날두는 물론 현 소속팀과 전 소속팀에게도 그리 유쾌하지 못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유벤투스·마드리드, 호날두 영입 ‘손익 계산서’는?
    • 입력 2019-05-24 07:00:39
    스포츠K
유벤투스, '빅 이어'를 위해 호날두를 품다

최근 은퇴한 유벤투스 수비수 바르잘리는 지난해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팀과 만나게 됐습니다." 바르잘리가 말한 팀은 레알 마드리드다.

유벤투스는 2016-2017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호날두에게 두 골을 얻어맞고 레알 마드리드에 4대 1로 완패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2017-2018시즌에도 유벤투스는 8강에서 다시 호날두를 마주했는데 호날두는 8강 1차전에서 보란 듯이 기념비적인 골을 터트린다. 무려 2m 38cm 높이의 공을 찬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이었다. 유벤투스 홈 팬들이 기립 박수를 보낼 정도로 챔피언스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골이었다.


1차전에서 두 골을 터트리며 레알 마드리드의 3대 0 승리를 이끈 호날두는 2차전에서는 3대 0으로 뒤지던 후반 추가 시간 페널티킥을 넣어 유벤투스에 또 한 번 탈락의 아픔을 안겼다.


두 번이나 호날두에 막혀 좌절한 유벤투스는 결국 1억 유로의 이적료를 지급하고 호날두를 영입한다. 7회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한 유벤투스의 목표는 단 하나, 챔피언스리그 우승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3회 연속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호날두가 누구보다 절실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 유벤투스가 '빅 이어'를 들어 올린 것은 무려 1995-1996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지단 등을 앞세워 다섯 차례나 결승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준우승에 머물러 챔피언스리그와의 악연은 계속됐다.

'챔스의 사나이'도 끊지 못한 유벤투스의 악연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유벤투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답게 다시 날아오르는 듯했다. 16강 1차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2대 0으로 패한 유벤투스를 구해낸 해결사도 역시 호날두였다.

호날두는 2차전에서 해트트릭으로 3대 0 승리를 이끌며 팀을 8강에 올려놓는 저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기적은 거기까지였다. 유벤투스는 작심하고 호날두를 지워낸 아약스 19세 수비수 데 리흐트의 패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호날두가 사라진 챔피언스리그 4강전은 9년 만이었다.

유벤투스는 예상대로 8회 연속 리그 우승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호날두의 영입으로 높아진 팬들의 기대는 맞추지 못했다. 호날두는 리그 최종전 한 경기를 남긴 가운데 21골로 득점 4위를 달리고 있는데 명성에 비하면 평범한 성적이다. 10년 연속 시즌 30골 달성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리그에서도 타성에 젖은 유벤투스보다는 74골로 세리에 A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인 아탈란타가 시원한 공격 축구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다양한 전술로 팬들을 매료시킨 알레그리 감독도 챔피언스리그 성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호날두가 파리 생제르맹 이적설에 휩싸이는 등 후폭풍도 상당하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 공백'에 시름

호날두가 떠난 레알 마드리드는 부진에 허덕이며 이번 시즌 '라 리가' 양강이라는 이미지가 실추됐다. 리그에서 8패나 당하며 승점 68점에 그쳐 우승팀이자 맞수 바르셀로나와의 승점 차이는 역대 최다인 19점까지 벌어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역 라이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도 밀려 3위에 그쳤고,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는 아약스의 희생양이 됐다. 호날두가 사라지면 '마드리드의 왕'이 될 것으로 믿었던 베일은 구단과 불화를 일으키고 있고, 감독은 시즌 도중 두 차례나 바뀌었다.

스페인의 마르카가 선정한 '올 시즌 기대에 못 미친 11명의 선수(워스트 11)'도 레알 마드리드 선수가 절반이 넘는 6명이나 차지했다. 호날두가 떠나 메시만 남은 '엘 클라시코'도 예전만 한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호날두가 가세한 유벤투스는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의 공백이 너무 컸다. 2018-2019 시즌은 호날두는 물론 현 소속팀과 전 소속팀에게도 그리 유쾌하지 못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