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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남아도 여자라고 안 뽑습니다”…여의사들의 폭로
입력 2019.05.24 (16:18) 취재K
“자리 남아도 여자라고 안 뽑습니다”…여의사들의 폭로
어린이들에게 의사는 선망의 대상입니다. 지난해 교육부가 초등·중학생 1만여 명에게 희망 직업을 조사했는데요, 3위가 '의사'였습니다. 특히 여성 청소년들에게서 선호도가 높았는데요. 실력으로 인정받는 몇 안 되는 전문직이기 때문이겠죠.

■ 여의사의 47% "성차별 받았다"

놀고 싶은 것, 자고 싶은 것 참아가며 의사가 되었는데, 현실은 어떨까요?

한국여의사회가 남녀 의사 1,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여의사의 47%가 ‘전공의 지원과정에서 성차별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여의사들이 직접 겪었다고 고백한 일입니다.

A 씨는 00과에 단독 지원해서 ‘같이 일하자’는 답까지 받았는데, 뒤에 남성지원자가 생기자 합격자가 바뀌는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다른 과 지원 시한이 지나 A 씨는 1년을 쉬어야 했습니다. B 씨는 남성 지원자보다 성적이 높았는데도 지원한 과에서 떨어졌습니다. 나중에 들은 말은 “우리는 성적과 상관없이 ‘무조건’ 남성만 뽑는다.”였습니다.

아예 사전에 남자 의사 정원을 정해놓거나, 남성 지원자를 기다리기 위해 심사 일정을 뒤로 미루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 "임신하면 안 된다"... 취직·승진에도 성차별

억울해도 ‘한 번 꾹 참으면' 될까요? 여의사들은 전공의 지원 과정에서 겪은 차별이 이후에도, 어쩌면 병원을 그만두기 전까지 쭉 이어진다고 얘기합니다.

여의사의 36%가 교수 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취직· 승진· 연봉 협상에서도 차별은 존재했습니다. 5명 중 1명은 어려운 결정을 할 때마다 '여자’라는 이유로 힘들었다고 고백합니다.

여자라서, 남의사에 비해 힘든 상황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혹은 체력적으로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많았습니다. 결혼 날짜를 잡았다고 하니 우리 과에는 지원하지 말라고 하거나, 당직이 많은 전공의 1년 차 때에는 임신하면 안 된다는 통보도 받았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데도 연봉은 남의사보다 낮다고도 고백했습니다.


■ '출산·육아·가사' 제일 큰 걸림돌

왜 그럴까요?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출산·육아·가사’ 때문이란 답이 5점 만점 중 4.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다음으로 ‘남성 중심의 의료계 관행’이란 답변이 3.9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부족한 실력이 원인일 것 같다는 의견은 1점대로 매우 낮았습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여건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2011년 당시 조사 때와 비교하면 취업, 전문 직무, 승진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성평등 지수가 상승했습니다. 유일하게 하락한 항목은 ‘병원 내 보직' 이었습니다.

교수가 되었지만, 중요한 보직에서 배제되거나, 최고 보직인 병원장까지는 올라가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보직을 약속받은 상황에서 남자 의사끼리 술 마시고 담합해 결과를 뒤집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 모두가 피해자... '살인적 근무' 강요하는 병원 문화 바꾸지 않으면.

남의사들은 승자일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조사에 응한 남자 의사 423명 역시, 병원에서 힘든 경험이 적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여자 의사의 육아휴직은 인정하지만, 남자 의사의 육아휴직은 아직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조직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반대로 남성들은 여성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더 많은 업무를 떠맡아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사들의 삶은 고단합니다. 응급환자에 매달리다 보면 식사도 제때 못 할 때가 많습니다. 며칠 동안 집에 못 들어가거나, 수십 시간을 뜬 눈으로 버티는 살인적인 업무의 연속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 한 명 빠지면 다른 구성원의 업무는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 관료적이고 위계적인 문화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현재의 병원 문화로는 그 누구도 '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 “자리 남아도 여자라고 안 뽑습니다”…여의사들의 폭로
    • 입력 2019.05.24 (16:18)
    취재K
“자리 남아도 여자라고 안 뽑습니다”…여의사들의 폭로
어린이들에게 의사는 선망의 대상입니다. 지난해 교육부가 초등·중학생 1만여 명에게 희망 직업을 조사했는데요, 3위가 '의사'였습니다. 특히 여성 청소년들에게서 선호도가 높았는데요. 실력으로 인정받는 몇 안 되는 전문직이기 때문이겠죠.

■ 여의사의 47% "성차별 받았다"

놀고 싶은 것, 자고 싶은 것 참아가며 의사가 되었는데, 현실은 어떨까요?

한국여의사회가 남녀 의사 1,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여의사의 47%가 ‘전공의 지원과정에서 성차별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여의사들이 직접 겪었다고 고백한 일입니다.

A 씨는 00과에 단독 지원해서 ‘같이 일하자’는 답까지 받았는데, 뒤에 남성지원자가 생기자 합격자가 바뀌는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다른 과 지원 시한이 지나 A 씨는 1년을 쉬어야 했습니다. B 씨는 남성 지원자보다 성적이 높았는데도 지원한 과에서 떨어졌습니다. 나중에 들은 말은 “우리는 성적과 상관없이 ‘무조건’ 남성만 뽑는다.”였습니다.

아예 사전에 남자 의사 정원을 정해놓거나, 남성 지원자를 기다리기 위해 심사 일정을 뒤로 미루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합니다.


■ "임신하면 안 된다"... 취직·승진에도 성차별

억울해도 ‘한 번 꾹 참으면' 될까요? 여의사들은 전공의 지원 과정에서 겪은 차별이 이후에도, 어쩌면 병원을 그만두기 전까지 쭉 이어진다고 얘기합니다.

여의사의 36%가 교수 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취직· 승진· 연봉 협상에서도 차별은 존재했습니다. 5명 중 1명은 어려운 결정을 할 때마다 '여자’라는 이유로 힘들었다고 고백합니다.

여자라서, 남의사에 비해 힘든 상황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혹은 체력적으로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많았습니다. 결혼 날짜를 잡았다고 하니 우리 과에는 지원하지 말라고 하거나, 당직이 많은 전공의 1년 차 때에는 임신하면 안 된다는 통보도 받았습니다.

같은 일을 하는데도 연봉은 남의사보다 낮다고도 고백했습니다.


■ '출산·육아·가사' 제일 큰 걸림돌

왜 그럴까요?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출산·육아·가사’ 때문이란 답이 5점 만점 중 4.2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다음으로 ‘남성 중심의 의료계 관행’이란 답변이 3.9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부족한 실력이 원인일 것 같다는 의견은 1점대로 매우 낮았습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여건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2011년 당시 조사 때와 비교하면 취업, 전문 직무, 승진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성평등 지수가 상승했습니다. 유일하게 하락한 항목은 ‘병원 내 보직' 이었습니다.

교수가 되었지만, 중요한 보직에서 배제되거나, 최고 보직인 병원장까지는 올라가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보직을 약속받은 상황에서 남자 의사끼리 술 마시고 담합해 결과를 뒤집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 모두가 피해자... '살인적 근무' 강요하는 병원 문화 바꾸지 않으면.

남의사들은 승자일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조사에 응한 남자 의사 423명 역시, 병원에서 힘든 경험이 적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여자 의사의 육아휴직은 인정하지만, 남자 의사의 육아휴직은 아직 보편적이지 않습니다.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조직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는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반대로 남성들은 여성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더 많은 업무를 떠맡아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사들의 삶은 고단합니다. 응급환자에 매달리다 보면 식사도 제때 못 할 때가 많습니다. 며칠 동안 집에 못 들어가거나, 수십 시간을 뜬 눈으로 버티는 살인적인 업무의 연속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 한 명 빠지면 다른 구성원의 업무는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 관료적이고 위계적인 문화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현재의 병원 문화로는 그 누구도 '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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