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관세 폭탄’보다 쏠쏠한 ‘화웨이’ 카드…트럼프의 선택은?

입력 2019.05.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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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화웨이'라는 기업은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은 아니었죠? 하지만, '화웨이'는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인 삼성을 턱밑까지 추격해 온 세계 2위 스마트폰 생산 업체입니다.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이기도 합니다. "아니, 중국 통신 산업이 이렇게까지 성장했어?" 라고 깜짝 놀라실 분들도 계실 텐데요. 트럼프가 미중무역분쟁 와중에 '안보 문제'를 내세워서 '화웨이 고사작전'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도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이참에 완전히 꺾어 놓겠다는 계산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화웨이와 거래 중단"...'反 화웨이' 대열 속속 동참하는 기업들

지난 16일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계열사 68곳을 '거래 제한' 리스트에 올려서, 미국 기술이나 제품이 25% 이상 포함된 제품을 이 기업들에게 판매할 경우 미국의 제재를 받도록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 위협으로부터 미국 정보통신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따른 후속조치입니다.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제재는 일주일 만에 화웨이를 '사면초가'의 위기로 몰아붙이면서 중국을 제대로 압박하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영국과 일본, 대만 등 외국 기업들까지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면서 화웨이에 부품 공급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화웨이와 거래를 끊겠다고 선언한 기업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업체는 ARM이라는 곳입니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의 '설계도'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를 비롯한 전 세계 1,000여 개 기업들은 ARM이 공급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반도체를 만듭니다. 쉽게 말해서 ARM이 새로운 설계도를 더이상 공급하지 않으면, 화웨이도 새 스마트폰을 시장에 출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강력하죠.

ARM이 이 시점에서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은 건 반도체 설계도에 미국의 원천기술이 쓰이기 때문입니다. ARM은 "미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최신 제한 사항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혀서, 이번 조치가 화웨이와는 거래하지 말라는 미국 정부의 제재 방침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의 '화웨이 거래 제한'조치로 구글이 화웨이에 기술 지원을 중단한 것도 화웨이로서는 뼈아픈 부분입니다. 영국과 일본, 대만 이동통신 업체들이 잇따라 화웨이의 새 모델 출시를 중단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화웨이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술 지원을 중단하게 된다는 의미는 화웨이 스마트폰으로는 더이상 플레이스토어와 유튜브 같은 콘텐츠를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세계 시장을 상대로 장사해야 하는 화웨이에겐 ARM의 거래 중단만큼은 아니더라도, 치명타에 해당합니다.

■트럼프, '관세 폭탄'보다 더 효과적인 무기 발견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화웨이 고사작전' 카드로 미·중 무역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요? 화웨이를 압박하면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관세보다 더 강력한 무기를 발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의 무역 전정에서 지금까지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겨냥해 왔지만 새로운 전선을 발견했다"면서, 그 새로운 전선은 바로 "미국의 수출상품을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가 중국 기업 화웨이에 공급되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핵심 부품들의 수출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중국의 '핵심 기술에 대한 접근'을 봉쇄해 가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화웨이'는 시작에 불과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중국 감시카메라 생산 업체 5곳에 대해서도 같은 형식의 제재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미국 정부 내 통상 강경파들이 AI나 로봇공학, 3D 프린팅 같은 미래 먹거리 관련 기술로 '거래 제한'의 범위를 확대하는 새 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어느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양상으로 번져 가는 미·중 무역분쟁을 볼 때, 새 규정이 가장 먼저 적용될 대상은 중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 폼페이오 "화웨이, 중국 공산당과 연계"…. 트럼프는 "협상으로 해결 가능"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함께 일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건 거짓말"이라면서, 화웨이의 안보 위협을 또다시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더 많은 기업이 화웨이와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화웨이'로 상징되는 중국의 기술 굴기 봉쇄에 더 많은 국가가 동참하라고 간접적인 압박 신호를 보낸 겁니다.

반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협상하자'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합의할 좋은 가능성이 있다"면서 "합의 일부나, 일정한 형태로 화웨이 문제가 포함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역 협상에서 합의하면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를 풀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히는 발언이죠? 바꿔 말하면, 미국이 무역 협상에서 중국의 양보를 압박하기 위해 화웨이 카드를 노골적으로 쓰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협상을 계속하기를 원한다면 미국부터 잘못된 행동을 고쳐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기 위해 미국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길 희망한다"고 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압박은 이어가되, 협상의 끊은 놓지 않고 싶은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효과도 꽤 괜찮은 데다, 이미 서명까지 한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하루아침에 뒤집기는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중국이 연일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무역전쟁에서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라, 두 나라가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앉기 위해서는 중국의 체면을 세워줄 만한 최소한의 조치나 제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에게'진정성 있는 태도'로 받아들여질 만한 미국의 카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주목할 만한 미국의 대응은 역시, '화웨이'에 관한 것입니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사장.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멍완저우 ‘화웨이’ 부사장.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캐나다 주재 중국 대사는 현지시간 23일, 지난해 12월 미국의 요청에 따라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돼 가택연금 상태인 화웨이의 부회장, 멍완저우의 석방을 거듭 요구했습니다. 멍완저우 부회장은 현재 가택연금 상태에서 미국 인도 절차를 위한 법원 심리를 받고 있습니다. 루사예 주캐나다 중국 대사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석방 없이는 양국 관계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루 대사는 "매듭은 묶은 측에서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멍완저우 부회장의 석방 없이는 양국 관계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한 루 대사의 발언은 멍완저우 부회장의 거취가 앞으로 미·중 무역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장기전' 대비 들어간 트럼프...다음 선택은?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과 중국이 주고받은 관세 폭탄의 여파는 중국은 물론, 미국의 평범한 시민들에게도 그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지난해 농가 소득이 630억 달러로, 2013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면서, 농민들이 중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대상 중 하나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저소득층, 농민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에 트럼프 대통령은 '돈을 풀어 소득 줄어든 걸 막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대책의 타깃은 미국 농민들입니다. 160억 달러, 우리 돈 19조 원을 농업 지원에 쓰겠다고 했습니다. 160억 달러 지원금 중에서 145억 달러는 직불금 형태로 3차례 걸쳐 지급합니다. 또, 농가 자원 패키지에는 14억 달러로 규모의 식품 구매와 해외 시장 개척 지원금 1억 달러도 포함됐습니다. 미국 농민들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준 핵심 지지층 중의 하나입니다. 내년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지지층 달래기에 나서면서, 중국과도 시간에 쫓겨 '나쁜 합의'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무부는 오늘 "무역 통해 이익을 보기 위해서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나라에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상계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정부 보조금 받아 가격 경쟁력 높인 수입 상품 때문에 미국 업체들이 피해 입은 걸로 결론 나면, 그만큼 관세를 물리겠다는 겁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에 이어 환율을 또 다른 무기로 꺼낸 든 건데, 어디라고 콕 찍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먼저 '제 발 저릴' 나라로 중국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 10일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노딜'로 끝나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총력전으로 흐르는 모양새입니다. 양측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을지를 점쳐 볼 가늠자는 다음 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마주앉을지가 될 전망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새로운 '기술 냉전'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협상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적 의사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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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를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화웨이'라는 기업은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은 아니었죠? 하지만, '화웨이'는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인 삼성을 턱밑까지 추격해 온 세계 2위 스마트폰 생산 업체입니다.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이기도 합니다. "아니, 중국 통신 산업이 이렇게까지 성장했어?" 라고 깜짝 놀라실 분들도 계실 텐데요. 트럼프가 미중무역분쟁 와중에 '안보 문제'를 내세워서 '화웨이 고사작전'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도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이참에 완전히 꺾어 놓겠다는 계산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화웨이와 거래 중단"...'反 화웨이' 대열 속속 동참하는 기업들

지난 16일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계열사 68곳을 '거래 제한' 리스트에 올려서, 미국 기술이나 제품이 25% 이상 포함된 제품을 이 기업들에게 판매할 경우 미국의 제재를 받도록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 위협으로부터 미국 정보통신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따른 후속조치입니다.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제재는 일주일 만에 화웨이를 '사면초가'의 위기로 몰아붙이면서 중국을 제대로 압박하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영국과 일본, 대만 등 외국 기업들까지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면서 화웨이에 부품 공급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화웨이와 거래를 끊겠다고 선언한 기업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업체는 ARM이라는 곳입니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의 '설계도'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를 비롯한 전 세계 1,000여 개 기업들은 ARM이 공급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반도체를 만듭니다. 쉽게 말해서 ARM이 새로운 설계도를 더이상 공급하지 않으면, 화웨이도 새 스마트폰을 시장에 출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강력하죠.

ARM이 이 시점에서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은 건 반도체 설계도에 미국의 원천기술이 쓰이기 때문입니다. ARM은 "미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최신 제한 사항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혀서, 이번 조치가 화웨이와는 거래하지 말라는 미국 정부의 제재 방침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미국의 '화웨이 거래 제한'조치로 구글이 화웨이에 기술 지원을 중단한 것도 화웨이로서는 뼈아픈 부분입니다. 영국과 일본, 대만 이동통신 업체들이 잇따라 화웨이의 새 모델 출시를 중단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화웨이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술 지원을 중단하게 된다는 의미는 화웨이 스마트폰으로는 더이상 플레이스토어와 유튜브 같은 콘텐츠를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는 의미가 됩니다. 세계 시장을 상대로 장사해야 하는 화웨이에겐 ARM의 거래 중단만큼은 아니더라도, 치명타에 해당합니다.

■트럼프, '관세 폭탄'보다 더 효과적인 무기 발견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화웨이 고사작전' 카드로 미·중 무역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요? 화웨이를 압박하면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관세보다 더 강력한 무기를 발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의 무역 전정에서 지금까지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겨냥해 왔지만 새로운 전선을 발견했다"면서, 그 새로운 전선은 바로 "미국의 수출상품을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가 중국 기업 화웨이에 공급되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핵심 부품들의 수출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중국의 '핵심 기술에 대한 접근'을 봉쇄해 가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화웨이'는 시작에 불과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중국 감시카메라 생산 업체 5곳에 대해서도 같은 형식의 제재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미국 정부 내 통상 강경파들이 AI나 로봇공학, 3D 프린팅 같은 미래 먹거리 관련 기술로 '거래 제한'의 범위를 확대하는 새 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어느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양상으로 번져 가는 미·중 무역분쟁을 볼 때, 새 규정이 가장 먼저 적용될 대상은 중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 폼페이오 "화웨이, 중국 공산당과 연계"…. 트럼프는 "협상으로 해결 가능"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함께 일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건 거짓말"이라면서, 화웨이의 안보 위협을 또다시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더 많은 기업이 화웨이와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화웨이'로 상징되는 중국의 기술 굴기 봉쇄에 더 많은 국가가 동참하라고 간접적인 압박 신호를 보낸 겁니다.

반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협상하자'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합의할 좋은 가능성이 있다"면서 "합의 일부나, 일정한 형태로 화웨이 문제가 포함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역 협상에서 합의하면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한 조치를 풀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히는 발언이죠? 바꿔 말하면, 미국이 무역 협상에서 중국의 양보를 압박하기 위해 화웨이 카드를 노골적으로 쓰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협상을 계속하기를 원한다면 미국부터 잘못된 행동을 고쳐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기 위해 미국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길 희망한다"고 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압박은 이어가되, 협상의 끊은 놓지 않고 싶은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효과도 꽤 괜찮은 데다, 이미 서명까지 한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하루아침에 뒤집기는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중국이 연일 관영 매체들을 동원해 무역전쟁에서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라, 두 나라가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앉기 위해서는 중국의 체면을 세워줄 만한 최소한의 조치나 제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에게'진정성 있는 태도'로 받아들여질 만한 미국의 카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주목할 만한 미국의 대응은 역시, '화웨이'에 관한 것입니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사장.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캐나다 주재 중국 대사는 현지시간 23일, 지난해 12월 미국의 요청에 따라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돼 가택연금 상태인 화웨이의 부회장, 멍완저우의 석방을 거듭 요구했습니다. 멍완저우 부회장은 현재 가택연금 상태에서 미국 인도 절차를 위한 법원 심리를 받고 있습니다. 루사예 주캐나다 중국 대사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석방 없이는 양국 관계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루 대사는 "매듭은 묶은 측에서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멍완저우 부회장의 석방 없이는 양국 관계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한 루 대사의 발언은 멍완저우 부회장의 거취가 앞으로 미·중 무역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장기전' 대비 들어간 트럼프...다음 선택은?

"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과 중국이 주고받은 관세 폭탄의 여파는 중국은 물론, 미국의 평범한 시민들에게도 그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지난해 농가 소득이 630억 달러로, 2013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면서, 농민들이 중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대상 중 하나라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저소득층, 농민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에 트럼프 대통령은 '돈을 풀어 소득 줄어든 걸 막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대책의 타깃은 미국 농민들입니다. 160억 달러, 우리 돈 19조 원을 농업 지원에 쓰겠다고 했습니다. 160억 달러 지원금 중에서 145억 달러는 직불금 형태로 3차례 걸쳐 지급합니다. 또, 농가 자원 패키지에는 14억 달러로 규모의 식품 구매와 해외 시장 개척 지원금 1억 달러도 포함됐습니다. 미국 농민들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준 핵심 지지층 중의 하나입니다. 내년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지지층 달래기에 나서면서, 중국과도 시간에 쫓겨 '나쁜 합의'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무부는 오늘 "무역 통해 이익을 보기 위해서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나라에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상계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정부 보조금 받아 가격 경쟁력 높인 수입 상품 때문에 미국 업체들이 피해 입은 걸로 결론 나면, 그만큼 관세를 물리겠다는 겁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에 이어 환율을 또 다른 무기로 꺼낸 든 건데, 어디라고 콕 찍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먼저 '제 발 저릴' 나라로 중국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 10일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노딜'로 끝나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총력전으로 흐르는 모양새입니다. 양측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을지를 점쳐 볼 가늠자는 다음 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이 마주앉을지가 될 전망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새로운 '기술 냉전'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협상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적 의사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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