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 확대]⑪ 남성보다 훨씬 적은 임금…“남성한테 승진도 양보하래요”

입력 2019.05.26 (10:02) 수정 2019.05.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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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A씨:“전 미혼여성이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고 부모님은 은퇴하셔서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건 저 하나입니다. 그런데, 성과 평가할 때 제가 동료 남직원보다 평가가 좋았음에도 남직원은 결혼을 앞두고 있고 저는 결혼할 계획도, 자녀도 없다는 이유로 남직원에게 평가를 몰아주라는 상사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남자는 아무래도 가정이 생기면 돈이 더 필요하다는 말 같지도 않은 이유였어요. 저도 먹여 살릴 가정이 있는데 말입니다."

여성 B씨: "그 해 실적이 더 좋았는데도 '아무개는 아이 아빠니까 승진해야지'하며 제 실적을 양보할 것을 강요당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집에 가면 배우자가 있고 아이도 있는데요."


위 인터뷰는 올해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계가 설문조사한 '나의 페이미투'에서 여성 직장인들이 직접 말한 직장에서의 성차별 사례들이다. 두 여성 직장인의 공통점은 직장내 성과평가에서 남녀 차별을 받는다는 건데, 직장내 성과평가는 승진으로 이어지고, 승진은 곧 임금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모두에게 민감한 부분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승진 기회가 적어 임금격차가 벌어지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 우리나라 남녀 임금격차, OECD 국가 중 가장 크다

지난해 OECD가 발표한 성별 남녀 임금격차를 보면 우리나라는 36.7%로 OECD 국가 가운데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컸다. 우리나라 뒤를 이어 에스토니아, 일본, 라트비아 등이 뒤를 잇고 있는데, OECD 평균이 13.8%인 점을 고려하면 평균보다도 2배 이상 우리나라 성별임금 격차가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은 저임금 노동자를 봐도 우리나라 여성들은 OECD 국가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다. OECD 회원국 중 23개 국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저임금 비율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여성 저임금 비율은 여성 37.2%를 기록했다.

조사대상국 가운데 저임금을 받는 여성들의 비율은 우리나라가 가장 높았다. 여성 10명 중 4명가량은 저임금 노동자라는 얘기로, OECD 평균 20%보다 훨씬 높고 폴란드(22.6%), 멕시코(21.7%), 헝가리(21.1%) 같은 나라들보다도 저임금 여성노동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남성은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15.3%로 OECD 평균 15.3%보다는 높지만, 조사대상국 중 10번째로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높아 여성 노동자들과 차이를 보였다. 왜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남녀 간 임금격차가 큰 걸까?


■ 여성, 출산 등을 이유로 경력단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출산 등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는 점을 주요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출산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뒤 승진 경로가 차단되고 그런 이유로 회사를 나가곤 한다. 또, 재취업을 할 때는 이전 직장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로 가거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면서 저임금 여성노동자를 양산하게 된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더라도 20대에서는 오히려 한국 여성들의 고용률이 OECD 국가 평균보다 2.5%p 높게 나타난 반면 30~34세에서는 6.3%p 낮아지고 35~39세에는 -10.3%p, 40~44세에 -6.3%p를 기록하며 고용률이 뚝 떨어진다.

자료: OECD 통계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난주 부연구위원이 재구성자료: OECD 통계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난주 부연구위원이 재구성

■ "발버둥 쳐도 항상 그 자리, 비정규직"

또 다른 문제는 여성 비정규직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2018년 기준 여성노동자 중 50.7%가 비정규직인 반면, 남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33.2%에 달한다. 특히 여성들은 1~29인 소규모 사업장에 대부분 몰려 있어, 영세사업장이 휴폐업하면 일자리를 잃고 다시 적은 임금의 다른 소규모 사업장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는 일을 반복하곤 한다.

"일자리를 알아보려 워크넷에 가면 여성은 온통 비정규직 일자리만 있어요"

"2년 계약직으로 인력업체 통해 고용된 사원들의 직급 이름 자체가 ‘여사원’이었어요. 하는 일은 서무, 장보기, 음식 돌리기, 전표처리, 남직원들 대화 상대. 이런거죠"


위 인터뷰 역시 올해 세계여성의날 기념 '나의 페이미투' 설문조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동일임금의날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을 엄격히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비율이 남성에 비해 높은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며 "관리자에 의한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여성관리자를 늘여야 한다. 우리나라 여성 관리자는 전체의 12.1%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다 남성이다"라며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채용, 배치, 승진, 직업교육훈련 등에서 차별 금지가 실질적으로 실현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장은 "모든 이슈에서 남녀평등 문제가 밀리고 있고, 최근에는 있지도 않은 젠더갈등을 핑계 삼아서 정부가 여성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데 주저하고 있다"며 "하루속히 서울시가 하는 것처럼 남녀 임금격차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국가들은 남녀 임금을 어떻게 주고 있는지 입법을 통해서 정부 등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남녀 임금 보고를 의무화하도록 해 부당하면 이를 알리고 개선하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 '세계 동일임금의 날'처럼 우리나라도 '동일임금의 날'을 지정해 남녀 임금격차의 심각성을 매년 꾸준히 이슈화해야 남녀 임금격차 문제가 조금이라도 해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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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격차 확대]⑪ 남성보다 훨씬 적은 임금…“남성한테 승진도 양보하래요”
    • 입력 2019-05-26 10:02:34
    • 수정2019-05-29 17:54:29
    취재K
여성 A씨:“전 미혼여성이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고 부모님은 은퇴하셔서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건 저 하나입니다. 그런데, 성과 평가할 때 제가 동료 남직원보다 평가가 좋았음에도 남직원은 결혼을 앞두고 있고 저는 결혼할 계획도, 자녀도 없다는 이유로 남직원에게 평가를 몰아주라는 상사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남자는 아무래도 가정이 생기면 돈이 더 필요하다는 말 같지도 않은 이유였어요. 저도 먹여 살릴 가정이 있는데 말입니다."

여성 B씨: "그 해 실적이 더 좋았는데도 '아무개는 아이 아빠니까 승진해야지'하며 제 실적을 양보할 것을 강요당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집에 가면 배우자가 있고 아이도 있는데요."


위 인터뷰는 올해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계가 설문조사한 '나의 페이미투'에서 여성 직장인들이 직접 말한 직장에서의 성차별 사례들이다. 두 여성 직장인의 공통점은 직장내 성과평가에서 남녀 차별을 받는다는 건데, 직장내 성과평가는 승진으로 이어지고, 승진은 곧 임금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모두에게 민감한 부분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승진 기회가 적어 임금격차가 벌어지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 우리나라 남녀 임금격차, OECD 국가 중 가장 크다

지난해 OECD가 발표한 성별 남녀 임금격차를 보면 우리나라는 36.7%로 OECD 국가 가운데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컸다. 우리나라 뒤를 이어 에스토니아, 일본, 라트비아 등이 뒤를 잇고 있는데, OECD 평균이 13.8%인 점을 고려하면 평균보다도 2배 이상 우리나라 성별임금 격차가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은 저임금 노동자를 봐도 우리나라 여성들은 OECD 국가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다. OECD 회원국 중 23개 국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저임금 비율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여성 저임금 비율은 여성 37.2%를 기록했다.

조사대상국 가운데 저임금을 받는 여성들의 비율은 우리나라가 가장 높았다. 여성 10명 중 4명가량은 저임금 노동자라는 얘기로, OECD 평균 20%보다 훨씬 높고 폴란드(22.6%), 멕시코(21.7%), 헝가리(21.1%) 같은 나라들보다도 저임금 여성노동자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남성은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15.3%로 OECD 평균 15.3%보다는 높지만, 조사대상국 중 10번째로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높아 여성 노동자들과 차이를 보였다. 왜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는 남녀 간 임금격차가 큰 걸까?


■ 여성, 출산 등을 이유로 경력단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출산 등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는 점을 주요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출산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뒤 승진 경로가 차단되고 그런 이유로 회사를 나가곤 한다. 또, 재취업을 할 때는 이전 직장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로 가거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면서 저임금 여성노동자를 양산하게 된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더라도 20대에서는 오히려 한국 여성들의 고용률이 OECD 국가 평균보다 2.5%p 높게 나타난 반면 30~34세에서는 6.3%p 낮아지고 35~39세에는 -10.3%p, 40~44세에 -6.3%p를 기록하며 고용률이 뚝 떨어진다.

자료: OECD 통계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난주 부연구위원이 재구성
■ "발버둥 쳐도 항상 그 자리, 비정규직"

또 다른 문제는 여성 비정규직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2018년 기준 여성노동자 중 50.7%가 비정규직인 반면, 남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은 33.2%에 달한다. 특히 여성들은 1~29인 소규모 사업장에 대부분 몰려 있어, 영세사업장이 휴폐업하면 일자리를 잃고 다시 적은 임금의 다른 소규모 사업장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는 일을 반복하곤 한다.

"일자리를 알아보려 워크넷에 가면 여성은 온통 비정규직 일자리만 있어요"

"2년 계약직으로 인력업체 통해 고용된 사원들의 직급 이름 자체가 ‘여사원’이었어요. 하는 일은 서무, 장보기, 음식 돌리기, 전표처리, 남직원들 대화 상대. 이런거죠"


위 인터뷰 역시 올해 세계여성의날 기념 '나의 페이미투' 설문조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동일임금의날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을 엄격히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비율이 남성에 비해 높은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며 "관리자에 의한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여성관리자를 늘여야 한다. 우리나라 여성 관리자는 전체의 12.1%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다 남성이다"라며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채용, 배치, 승진, 직업교육훈련 등에서 차별 금지가 실질적으로 실현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장은 "모든 이슈에서 남녀평등 문제가 밀리고 있고, 최근에는 있지도 않은 젠더갈등을 핑계 삼아서 정부가 여성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데 주저하고 있다"며 "하루속히 서울시가 하는 것처럼 남녀 임금격차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국가들은 남녀 임금을 어떻게 주고 있는지 입법을 통해서 정부 등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남녀 임금 보고를 의무화하도록 해 부당하면 이를 알리고 개선하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 '세계 동일임금의 날'처럼 우리나라도 '동일임금의 날'을 지정해 남녀 임금격차의 심각성을 매년 꾸준히 이슈화해야 남녀 임금격차 문제가 조금이라도 해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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