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토크쇼J] 노무현과 언론개혁① 전투에서 처절하게 패하다

입력 2019.05.26 (22:28) 수정 2019.05.2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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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개혁의 시작
“저는 언론을 권력으로써 어떻게 흔들 생각도 없지만 그러나 언론에게 고개를 숙이고 비굴하게 굴복하는 정치인은 되지 않겠습니다.”
“언론 이거 개혁해야 합니다. 언론자유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만 말하고 있는데 사실은 돈으로부터의 자유. 말하자면 금권으로부터의 자유가 대단히 중요한 것이고….”
“사주로부터의 기자의 자유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정치와 언론만 선진국 수준에 미달하고 있지 않습니까. 부탁합니다. 최소한 있는 정책과 사실만은 제대로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십시오.”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 中

# 전쟁의 시작
[앵커] 올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말은
[기자]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앵커] 참았어야 될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이렇게 가다가는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그런 위기감이 생깁니다.”

“이 말도 앞뒤가 잘린 거 아니었어요?” -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그렇습니다. 이게 어떤 거냐하면요 당시….” - 천호선 노무현 재단 이사

“다른 데도 아니고 광주 5·18 기념식에서 경찰력을 가지고 학생들을 제압하고 길을 뚫고 그런 모습. 전부 힘으로 하자고 하니까 이렇게 가다가는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언론의 수준이 그 사회의 수준을 좌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언론의 시샘과 박해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방어해나가야 합니다.”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 中

[앵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언론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을 둘러싸고 ‘언론통제다’, ‘언론 정상화를 위한 것이다’ 이런 정치권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자신이 밝힌 내용과 배치되는 진술이 검찰에 공식적인 확인 없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인권과 인격침해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왜 면목없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면목 없는 일이죠”
“나는 참여정부에서 가장 보람이 있는 정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언론정책’, ‘언론대응’이라고 그렇게 말할 것입니다.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 中

# 노무현 대통령이 원했던 언론
“언론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시민의 권력이 되어야 합니다. 약자의 권력이 되어야 합니다. 깨어있는 소비자를 거쳐서 깨어있는 시민으로 가야 합니다.”
“언론 스스로 개혁하고 수준을 높여야 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 中

[정세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분들 소개해드립니다. 먼저 저널리즘 전문가죠. 정준희 교수입니다.

[정준희] 안녕하세요. 정준희입니다.

[정세진]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입니다.

[최 욱] 어느새 유시민 이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최욱입니다.

[정세진] 누가 그래요? (웃음)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송수진 기자도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송수진] 안녕하세요. 송수진입니다.

[정세진] 안톤 숄츠 기자 오늘도 나와 주셨습니다.

[숄 츠] 안녕하세요.

[정세진] 괜찮으시죠?

[숄 츠] 괜찮아요.

[패널들] (웃음)

[정세진] 오늘 주제와 관련해서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유시민] 반갑습니다. 유시민입니다.

[최 욱] 저희 J에서 수차례 섭외를 했었는데 계속 거절하시다가 오늘 나와 주셨고요. 그리고 요즘 또 대외활동 많이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본인이 아무리 부인해도 자꾸 이러시니까 대권설이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세진] 그 얘기 좀 그만해요 (웃음)

[유시민] 또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어. 오늘은 (노무현 재단) 이사장으로 좀 나와 달라고 하셔서 여기 나가서 언론 문제는 더 한 번 같이 생각해 볼만한 거리가 많으니까 나가야겠다고 해서. (웃음)

[정세진] 오늘 이 자리에 있는 분들 중에 최욱 씨와만 인연이 있으시죠? 저도 처음 뵙고.

[유시민] 최욱 씨 한 번 딱 봤죠. 특별한 인연은 아니고요.

[정세진] 그 전에는 전혀 인연이 없었나요?

[유시민] 소문만 듣고 있었죠.

[최 욱] 죄송한데요. 제가 거의 절친으로 이미 다 얘기를 해놓은 상태인데 이렇게 하시면 제 입장이 난처합니다. (웃음)

[유시민] 팟캐스트의 황태자인데 제가 못 들었을 리는 없죠.

[정세진] 최욱 씨를 좀 평가해주신다면, 한 번 보셨지만.

[유시민] 최욱 씨는 업그레이드 버전 김구라.

[최 욱] 아유, 그런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유시민] 구라가 화내려나?

[최 욱] 화내죠. (웃음) 오늘 굉장히 제가 기대가 크고 설레는 게 우리 사이에서 정준희 교수는 또 유시민으로 통하고 있거든요. 이 두 분의 만남. 너무 설레고 기대가 큽니다.

[유시민] 저보다 말씀을 더 잘하시더라고요.

[최 욱] 그렇습니까?

[정준희] 개인적으로 되게 영광이에요. 한번 뵙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제 생에 이렇게 뵙고서 같이 얘기를 나눌 시간이 있을까.

[정세진] 아직 생이 많이 남으셨는데. (웃음)

[최 욱] 뭐 ‘생에’ 까지 가. 아이 거참. (웃음)

[정준희] 왜냐하면 오래 안 남으셨으니까. (웃음)

[유시민] 분위기 이상하네. (웃음)

[정세진] 원래 이런 분위기는 아닌데 오늘 굉장히 화기애애한데요.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대한 평가를 해주신다면요? 거의 1년이 다 돼가고 있거든요, 방송이.

[유시민] 평가까지 제가 할 수는 없고요. 다만 처음에 좀 눈여겨봤던 건 방송국 언론사에서 언론을 비평하는 거를 하는구나. 심지어 지난주에는 보니까 셀프디스를 막, KBS가 KBS를 막 셀프디스 하는 이런 내용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점이 되게 저는 개인이든 조직이든 자기 성찰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런 점에서 귀하게 제가 평소에 보고 있죠.

[정세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시간 오늘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 가져보면서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KBS 1TV, myK, pooq,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정세진] 10년 전, 2009년 5월 23일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죠. 서거 10주기를 맞아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각도로 재조명하고 있는데요.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수많은 이슈들 가운데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 바로 언론이었을 겁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은 노무현과 언론, 노무현 대통령에게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던 중요 과제였던 언론개혁 되돌아보는 시간 가져보고요. 현재 언론의 현주소도 비춰보는 시간을 마련해보려고 합니다. “언론으로부터 가장 혹독한 대우를 받은 대통령이다” 이런 이야기를 참 많이 합니다. 동의하시는지요?

[유시민] 언론이 그때만 그랬던 것도 아니고 그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데 차이가 있는 거는 노무현 대통령은 대놓고 (언론과) 싸웠다는 차이죠.

[정세진] 얼마 전에 뉴스타파가 노무현 대통령 자필 메모를 입수해서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언론과 관련된 메모가 역시 많았습니다. ‘식민지 독재 정치 하에서 썩어 빠진 언론’,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는 철없는 언론’ 왜 웃으세요? (웃음)

[유시민] 표현이 (웃음)

[정세진] 이런 거 쓰고 있는 줄 아셨어요?

[유시민] 아니요. 저는 몰랐습니다.

[정세진] 직접 이렇게 메모를 보셨을 때는 어떠셨는지.

[유시민] 저도 봤어요. 그런데 메모까지 그렇게 하실 줄은 몰랐죠. 메모는 좀 점잖게 하시고 말씀하실 때 좀 그렇게 구어체로 그렇게 하시지 않을까 짐작했는데 의외로 메모까지도 그렇더라고요. 이 분이 대단한 카피라이터셨구나.

[정세진] 저널리즘 측면에서 또 언론학계에서도 노무현이라는 존재는 좀 더 각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준희] 정치인으로서는 사실 일반적으로 발언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언론개혁이라는 모토를 걸고 실제로 정책적으로까지 추진했고, 메모도 나왔지만 언론에 대해서 강한 적대감이나 개혁 의지 같은 것들을 보였단 말이에요. 왜 정치인들은 이런 식의 표현을 안 할까? 무섭기 때문이거든요, 사실은. 정치인들은 언론이 정말 무서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어떤 펜대 한 번에 의해서 실제로 정치 생명이 왔다 갔다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서도 실제로 정치인이나 특히 대통령과 같은 사람들이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겉으로 언론개혁을 내거는 경우는 실제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언론학이나 언론이 대응하는 방식이 어땠느냐 하는 것이죠. 상당히 저항하거나 당황하는 그런 모습들을 보였고 그것이 언론이나 언론학이 가지고 있는 민낯을 드러내는 상당한 계기가 됐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평가를 합니다.

[정세진] 숄츠 기자는 어떻게 기억하세요?

[숄 츠] 한국에서는 그 언론 제도가 옛날부터 조금 이상하다고 말하기보단 안 좋게 되는 점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개혁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다만 약간 이런 거 커뮤니케이션하면 아주 부드럽게 해야 하는데 부드러운 스타일, 약간 노무현 전 대통령 스타일은 좀 아니었습니다.

[정세진] 먼저 그 질문을 드려보고 싶어요. 이사장님은 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에 나온 기사들 중에서 가장, 계속 뇌리에 박혀 있는 기사가 있다면요?

[유시민] 그게 뇌리에 오래 남는 거는 중요한 게 남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좀 기이한 거.

[송수진] 기이한 거? 네. (웃음)

[유시민] 좀 괴상한 거 이런 게 남더라고요. 제가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 청와대 권 모 행정관, 노무현 대통령 처 20촌 비리 의혹 보도. 그게 지금도 굉장히 (기억에) 남고요. 다른 것도 많지만 그게 제일. (웃음)

[정세진] 그게 조선일보에 나왔던 기사인가요?

[유시민] 네, 뭐 어디 다른 데겠어요?

[패널들] (웃음)

[정세진] 뭐가 그렇게 기이하고 이상하게 느껴지셨는지?

[유시민] 그러니까 청와대 권 모 행정관이 무슨 비리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아니고 어떤 의혹 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거는 취재해서 보도하면 되는데 그 사람이 권 씨잖아요. 그러니까 권양숙 여사하고 20촌쯤 된다는 기사를 굉장히 앞에 도드라지게 한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볼 때는 ‘영부인하고 20촌이니까 가까운 친척이구나. 그러니까 저 무슨 권력을 등에 업고 비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고 만약 그랬다면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지’ 이렇게 생각하라고 쓴 기사예요. 그런데 제가 웃겼던 거는 20촌이 몇 명쯤 될까 그거를 계산해봤어요. 20촌이면요. 그러니까 10대 조상이 같아요. 10대 조상이 같으면 한 세대주기를 30년으로 보면 300년 전 사람이 공통 조상인 거예요. 300년 전이면 병자호란 끝나고 얼마 안 됐을 때예요, 그렇죠? 병자호란 끝나고 얼마 안 됐을 때 살았던 어떤 권 아무개라는 분의 자손들이 쭉 퍼져서 10대를 내려와서 20촌 관계가 됐어요. 그러면 한 세대 당 자녀를 네 명씩만 낳았다고 가정을 하면 그게 한 106만 명인가 되더라고요, 계산 해보면. 제가 계산 다 해봤어요.

[최 욱] 대단하시다. (웃음)

[유시민] 그러니까 세 명 잡으면 한 70만 명, 80만 명 사이되고요. 그러면 대통령의 20촌과 영부인의 20촌을 다 합치면 200만 명 되는 거예요. 도대체가 아니 뭐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건 좋아요. 그리고 누구나 권력을 쥐면 남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게 인간이니까 언론은 또 그런 거를 잘 감시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지적하고 비판하고 추적하고 당연한 언론의 권리고 의무죠. 그런데 그걸 하는 건 좋은데 최소한 말이 되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정세진] 그래도 ‘먼’ 자는 넣었네요, 먼 친척.

[정준희] 이게 심지어 팩트체크 대상이 될 수도 없는 내용이에요. 체크할 팩트 자체도 없거든요? 이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어떤 표현을 쓰냐 하면 “권씨와 권양숙 여사는 고향이 같은 마산 진전면 출신으로 이곳에는 안동 권씨가 씨족을 이루어 살고 있다” 씨족이라고 하는 이유 때문에 ‘뭔가 연결될 거야’라고 하는 거를 지금 증거랍시고 얘기를 하고 있는 그런 형태거든요.

[유시민] 저 보도를 한 신문이 이명박 대통령의 영부인의 사촌 언니인가?

[정세진] 20촌 말고 사촌이요?

[유시민] 사촌이요. 사촌은 친족 범위에 들어가죠. 사촌 언니가 공천 헌금을 몇 억대로 받아서 그게 적발이 돼서 구속이 됐어요. 그런데 그 기사를 저거보다 더 작게 냈을 걸요? 영부인, (노무현 대통령) 처 20촌 비리 의혹 기사 보다요. 그러니까 제가 이 사례를 든 것은 그냥 비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 관련 보도를 할 때 특정한 언론사가 자기의 정치적인, 이념적인 지향성을 가지는 것은 오케이. 그거는 사람이 기계가 아니니까 당연히 그건 가질 수밖에 없는 거고, 그거에 따라서 취재를 하고 사실을 캐내고 기사를 작성하면 좋다 이거예요. 그러나 최소한 일관성을 가져야 하지 않나.

[정세진]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으로부터 받았던 일종의 수모, 혹독한 대우 관련된 내용들을 좀 짚어보려고 합니다. 취임 12일 만에 2003년 3월 9일에 평검사들과 공개 토론을 벌였었죠. 법무부 장관의 인사제청권을 검찰 총장에게 넘겨야 하느냐를 두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는데 평검사들과의 대화 장면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영상> 노무현 대통령,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 中 (2003.03.09.)

[허상구 검사] 대통령께서는 저희들이 인식하기에 토론의 달인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토론과는 익숙지 않은 그야말로 아마추어들입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 검사들을 토론을 통하여 제압하시겠다면 이 토론은 좀 무의미하지 않겠나. 보나마나 대통령님의 승리이십니다. 따라서 대통령께서 검사들을 제압하려고 하시지 마시고 어렵게 마련된 자리이니 만큼 검사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십시오.

[노무현 대통령] 내가 잔재주나 가지고 여러분들하고 대화해서 여러분들을 제압하려고 하는 그런 인품의 사람으로 좀 비하하는 그런 뜻이 들어있습니다. 나는 상당히 모욕감을 느끼지만 이 자리에서 모욕 안 느끼도록 하고 토론에 지장 없이 서로 웃으며 넘어갑시다.

[김영종 검사] 대통령께서는 대통령에 취임하시기 전에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뇌물 사건 관련해서 잘 좀 처리해달라는 것이었는데요, 신문 보도에 의하면. 그때는 왜 검찰에 전화를 하셨습니까? 그것이 바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노무현 대통령]
이쯤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청탁전화 아니었습니다.

[이정만 검사] 워낙 일관된 신념과 소신을 가지고 계신 분이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시리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만 그러나 이것은 대통령 혼자만의 그런 결의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 형님에 대한 어떤 해프닝. 이런 것을 포함해서 주위에서 또 생길수가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해프닝이 하나 일어났습니다. 그 형님 얘기, 이런 자리에서 꺼내서 굳이 대통령 낯을 깎으려고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정말 이런 식으로 토론하시렵니까?

[박경춘 검사]
대통령님께서 ‘83학번이다’라는 보도를 어디서 봤습니다, 제가. 혹시 기억하십니까?

[노무현 대통령]
네, 뭐 80학번쯤으로 보면 될 겁니다.

[박경춘 검사]
그렇습니까? 하하하.

[노무현 대통령]
네.

[박경춘 검사]
저는 83학번이라는 그 보도를 보고 ‘아, 내가 83학번인데 그럼 동기생이 대통령이 되셨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정세진] 방송으로까지 됐던 거라서 더 느끼는 충격이 더 컸었는데요. 보는 저희 시청자나 국민들 입장에서도 이게 뭐지? 도대체 뭐하는 거지? 최욱 씨가 굉장히 분노? 다시 봐도?

[최 욱] 개인적으로 이 영상은 보고 싶지 않은 영상 중에 하나인데 어떻게 하다 보면 자주 보게 되더라고요. 이번에도 이제 방송 준비하면서 또 봤는데 저는 뭐 이거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게 검사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떨어져서 그랬던 겁니까? 이런 상황을 예견할 수 없었던 건가요?

[유시민]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들과 토론 같은 것을 한 것은 잘하신 결정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문재인 대통령은 그렇게 안 하시잖아요. 그냥 인사를 해버리시지. 그렇죠? 대통령 권한인데 뭐. 그냥 해버리는 거예요. 대들면 잘라버려요. 제가 대통령이면 그렇게 해요. 제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과 얘기해서 “검찰 인사의 원칙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원칙에 따라서 지금까지 적폐를 손 보고 새로운 인사 혁신을 하시오” 지시하고 못해? 그러면 잘라요. 내 권한인데. 나는 그렇게 해요, 내가 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그래도 검찰의 문제에 대해서 당사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어떤 공감을 이루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셨던 것 같아요.

[정세진] 너무 기대하신 것 같은데요.

[유시민] 실패작이죠. 안 하셨더라면 훨씬 좋았을 거고. 그런데 좋은 부작용이 남았어요. 좋은 부작용.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이. 실제 (토론이) 진행된 것과 기성의 언론이 보도하는 것 사이에 얼마만큼의 간극이 있는가. 이거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요. 실제 토론회를 보지 않은 시민들이라면 언론 보도만 보고 거기에 영향을 심하게 받게 되죠.

[최 욱] 그렇죠.

[유시민] 정말 좋은 사례라고 저는 생각해요.

[정세진] 언론 보도 내용 좀 짚어보죠.

[송수진] 당시 언론들이 검사들의 질문 내용에 대해서 비판을 하기 보다는 노 대통령이 어떻게 그 질문에 대해서 반응했나에 초점을 맞춰서 보도를 했었는데요. 예를 들어서 노 대통령이 “공격적으로 되받았다” “노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조선일보의 보도를 보면 “(시민들은) 수원지검 특수부 김영종 검사에게 특히 눈길을 주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전 검찰에 청탁 전화를 한 사실 등 ‘괘씸죄’에 걸릴 만한 질문들을 서슴지 않고 퍼부었다.” “김 검사에 대한 검찰의 평은 ‘편법을 사용할 줄 모르는 수사검사’라는 것. 최근 수원지법 안산지원의 이철규 분당서장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 판사와 변호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내사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보도를 했습니다.

[정세진] 당시 언론 보도를 보시고 청와대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유시민] 그때까지 검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같이 모여서 대통령하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다음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이 뭐가 있는지. 그중에서 중요한 것이 인사인데 인사는 어떤 절차와 원칙에 따라서 앞으로 하면 정치적 외풍을 타지 않고 오로지 전문성을 기준으로 해서 인사 원칙을 세울 수 있을지 이렇게 토론하기를 대통령은 원했던 거예요. 그런데 검사들은 그 얘기를 할 뜻이 조금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토론은 엉망이 되었고요. 언론 보도를 보면 결국 대통령을 비방하거나 대통령에게 무례하게 하거나 대통령을 좀 조롱하거나 이랬던 검사들을 영웅 만들기를 하는 보도들이 쭉 이어진 거죠. 그러니까 언론의 수준도 검사 수준 못지않구나.

[정준희] 이렇게까지 했는데 솔직히 괘씸하지? 처벌할 거야? 어떻게 할래? 인사권 쓸래? 이거를 자꾸 건드리는 식의 언사들을 계속 쓰고 있는 거예요. 학번 얘기까지 하면서 대놓고 조롱하는 거죠. 전형적으로 언론과 검사라고 하는 조직들이 가지고 있는 카르텔적 속성. 그다음에 그 대통령을 얼마나 듣보잡 대통령이라고 보고 있는지. 민주적이라고 자처하지만 실제로 자기 권력을 쓸까 안 쓸까를 조롱하면서 시험하는 그런 식의 우스운 대통령. 이러한 시각 자체가 이 검사와 언론 사이에 동일하게 공유되고 있는 모습들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봐요.

[최 욱] 이거 보면 거의 집단 따돌림 느낌까지 들거든요. 언론에서는 피해 본 학생을 어떻게 반응했다고 그거를 지금 얘기하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송수진] 당시에 ‘검사스럽다’라는 유행어도 생겼잖아요.

[정세진] 저렇게 해야 검사스럽다?

[정준희] 검새스럽다. (웃음)

[송수진] 검새스럽다. 검사스럽다. (웃음)

[정세진] 언론이 다른 대통령한테는 정말 이렇게 한 적이?

[유시민] 많죠. 노무현 대통령만 이렇게 한 건 아니에요. 심했죠. 그러니까 다른 대통령들에 대해서도 이런 인신공격성의 그리고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은 무조건 악으로 규정하는 듯한 태도. 그리고 언론의 어떤 언론인의 자부심과 언론의 사명감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권력을 두들겨 패는 데에 있는 것이라는 그런 생각에 입각한 보도들은 뭐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시작해서 민주화 이후로 단 한 번도 없었던 적이 없어요, 기본적으로. 그런데 이제 노무현 대통령처럼 “네가 뭔데?”라고 이렇게 눈 똑바로 뜨고 싸움을 걸어오니까 이거는 뭐 모든 화력을 동원해서 세게 쏟아 부은 거죠. 그러니까 양과 강도의 차이. 그다음에 어떤 독한 정도의 차이. 그런 차이는 있죠.

[최 욱] 노무현 대통령한테는 뭔가 좀 인신공격? 인격모독적인 공격의 행태가 많았다고 봅니다. 그것 때문에 재임 기간 동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대통령감이 아니다’ ‘대통령답지 않다’ 이런 비판이 또 많지 않았습니까? 예를 들면 언행, 학벌.

[정세진] 외모까지.

[최 욱] 외모, 인격 이런 걸로 굉장히 많이 비판을 받았던 거로 저는 기억을 하고 있거든요.

[정세진] 그런 기사들이 좀 있었죠? 많았죠?

[송수진] 2005년에 당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한 방송에 나가서 이른바 대졸 대통령론을 주장했는데요. “대학 다닌 경험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이 시대에 적절한 대통령이다.”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국민일보에서는 이 <大卒 대통령론>을 받아서 인터넷 판에서 네티즌 투표를 했습니다. “대통령의 적당한 학력은 무엇일까요?” 이렇게 물어서 이 결과가 나왔는데 절반 이상이 “대학은 나와야 한다.”라고 응답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그 내용을 기사화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기사에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들이 일정 부분 품격이 거론될 만큼 빌미를 제공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썼습니다.

[최 욱] 저는 무엇보다 국민일보에서 이 대통령의 학력이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설문조사를 했던 거. 이거는 진짜 너무.

[정준희] 밑바닥이 나오는 거죠.

[최 욱]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진짜? 이거를 설문조사를 한다는 발상이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진짜.

[정준희] 자신의 무의식. 그러니까 사실은 언론, 특히나 메이저 언론들은 완전 학벌주의거든요? 여전히 그런데, 그거를 이렇게 겉으로 드러낼 정도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데 이렇게 드러내잖아요? 과감하게. 또 한 가지는 사실 대통령의 언행을 문제 삼는 건 대단히 일반적이었었어요. 그리고 그럴 만한 요소도 일부 있었습니다. 왜 그러냐면 기본적으로 대단히 직설적인 정치인답지 않았고 과감했어요. 이거는 지금까지 없었던 대통령 화법이었거든요. 이거에 대한 낯설음과 당황함 같은 것들이 사실은 있었어요. 근데 그게 나중에는 조롱과 무시로 바뀐 거죠. 저는 이런 일상어나 직설적인 것이 가끔은 어떤 설화의 대상은 될 수 있지만, 조롱과 무시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이거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보고요. 또 한 가지는 이걸 막말하고 구별해봐야 해요. 요즘 사실 얼마나 많은 막말들이 있습니까? 특히나 정치인의 막말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들의 말이 왜 막말이냐? 약자를 비하하거나 국민을 비하하는 경우들이 되게 많아요, 사실은. 강자에 대한 것들이 아니라. 문제가 돼야 하는 거는 그런 식의 막말들이거든요. 약자나 국민들이나 이런 존재들을 비하하고 폄하하는 그런 형태의 막말들. 노무현 대통령의 실제 화법 속에는 사실 그런 것들은 거의 없었다고 저는 판단을 하거든요. 문제 삼는 방법도 상당히 치사하고 비열했다는 거죠.

[최 욱] 대중 언어를 썼다고 해서 얕잡아봤다는 거는 대중들 자체를

[정준희] 얕잡아 본거죠.

[최 욱] 얕잡아 본다는 반증 아닙니까? 속상하네요.

[숄 츠] 스티브 잡스도 예를 들어서 대학교는 졸업 안 했거든요? 그래서 사실 우리 세계에서 참 대단한 사람 몇 명들은 대학교 졸업하지도 않았고 그리고 사실 법대 나오고 변호사 되는 거는 어느 정도 보통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법대도 못 가서 그래도 혼자 힘으로 변호사 되는 게 이게 훨씬 더 대단한 사람 아닌가? 서양 사람들은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유시민] 그런데 저는 이 일을 같이 겪으면서 많이 생각해봤죠. 왜 이렇게 공격할까. 그때는 잘 설명이 안 됐어요. 언론사의 엘리트들이나 또는 그 당시 권력을 탈환하지 못한 야권의 명문대학을 나온 정치인들이나 이런 분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싫어서 그러는 걸 거다. 그렇게만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10년이 지나는 동안 저는 계속 생각했어요. 왜 그랬을까? 그것도 있었겠지만, 다른 면이 또 있었던 거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까 데이터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했던 개별 정책들은 지지율이 과반이 안 된 게 거의 없었어요. 언론개혁, 사학법 개정, 국가보안법 개정 그다음에 한미 FTA, 심지어 이라크 파병까지도 찬성률이 훨씬 높았어요. 그 메시지로는 싸울 수가 없는 거예요. 노 대통령이 발산하는 메시지는 논리적이고 정합성이 있고 국민 여론에 부합하는 거였기 때문에 메시지를 가지고 싸워서는 이기기가 힘든 거예요. 메시지를 가지고 싸워서 이기기 힘들다고 느낄 때 뭘 합니까? 메신저를 공격하죠. 그 발화자. 그 메시지를 발산한 사람의 인격을 공격하는 거예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에요. 그래서 참여정부 내내 제가 다 끝나고 나서 몇 개 데이터들을 봤더니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전국 평균을 보면 거의 다 과반수가 넘어갔는데,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초반을 빼고는, 임기 초를 빼고는 완전히 30% 밑으로 가서 바닥을 쳤어요. 퇴임하실 때까지. 그러니까 메시지를 공격하기 힘들 때는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일종의 미디어 전략 또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그 공격이 매우 효율적이었어요. 굉장히 효과적으로 먹혔고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셨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임기 끝날 때까지도 계속해서 메신저를 공격할 수 있는 공격거리를 계속해서 제공하셨던 거예요. 그 결과 전투에서 패한 거죠.
저는 그렇게 해석해요.

[최 욱] 어차피 기사도 사람이 쓰는 거라 정치적 지향이 있고 그게 같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정책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총공세를 가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이제 왜 그런지?

[정준희] 노무현 대통령은 계통이 잘 안 보이는 인물이었다는 게 상당히 크다고 봐요. ‘친노’라고 하는 프레임을 씌워버리고 그들이 마치 이익을 나눠먹는 것처럼 했는데 이들이 보기에는 듣보잡들, 잘 모르는 사람들, 운동권, 뭐 약간의 얼치기들 이런 애들이 노무현을 앞세워서 서로 모여가지고 국정을 농단하면서 나눠먹고 있다는 그런 식의 어떤 반감? 이런 것들이 바탕에 깔려 있고 이들은 자기들이 인정할 수 있는 좌파의 관점에서건 우파의 관점에서건 그 계통이나 계파나 보호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거죠.

[유시민] 그 점을 노무현 대통령은 나중에 돌아가시기 직전인데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고향으로 돌아가셔서 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라고.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육성 > (2009.04.22.)

“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야. 산맥이 없어. 이 봉화산이 큰 산맥에, 연결돼 있는 산맥이 아무것도 없고 딱 홀로 서 있는 돌출돼 있는 산이야”

[유시민] 자기가 저 산과 같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그러니까 이게 그 계열이라는 게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뭐 학연, 지연 또는 뭐 심지어는 민주화 운동, 운동권, 노동조합, 하다못해 뭐라도 있잖아요?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정말 그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이리저리 아무리 찾아봐도 딛고 선 땅이 없는 거예요. 그냥 대한민국이라는 들판에 혼자 솟아있는 그런 존재였던 것 같다고 스스로 말씀을 하셨는데 그러다 보니까 비바람 치고 눈보라 치면 뭐 기댈 대가 없죠.

[정준희] 막아줄 사람이 없고.

[유시민] 막아줄 사람도 없고요. 그 말이 생각나네요.

[정세진] 재임 기간 내내 또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도 굉장히 많이 시달렸습니다. 경포대.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주요언론들은 언제나 경제 파탄, 경제 위기 이런 표현을 쓰면서 계속해서 경제정책을 비판했는데요. 2007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또 공개적으로 언론의 경제 위기론에 대해서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 장면 함께 보시죠.

<영상> 노무현 대통령 신년연설 中 (2007.01.23.)

“2004년도에 ‘위기다. 파탄이다’ 얘기를 참 많이 했었죠. 사실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아니다’ 이렇게 얘기 했습니다. 대통령이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가면 될 텐데, 왜 아니라고 말했냐? 저는 아니라고 얘기해서 이 심리적인 악영향을 좀 차단해보자. 경제가 심리라는데 자꾸 ‘위기, 파탄’하니깐 소비가 줄어들고 경제가 나빠질 거 아니냐? 그래서 그거 막아보자고 ‘파탄, 위기 아닙니다.’ 했다가 ‘떡이 됐다’ 이렇게 말하는 거 있죠? 야당한테도 엄청나게 맞았고요, 우리 언론한테도 엄청나게 맞았는데, 그분들한테야 제가 밤낮없이 맞는 게 일이지만은 우리 국민들도 때립디다. 정치하는 사람이든지, 언론하는 사람이든지 ‘위기다, 파탄이다’ 이런 얘기를 쓸 땐 좀 조심해야 합니다.”

[정세진] 당시 언론 보도가 어떻게 했길래 대통령이 이렇게 직접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했던 건가요?

[송수진] 한국 경제가 바로 무너질 것처럼 그렇게 보도를 했습니다. 중앙일보의 경우에는 2004년 5월 10일에 사설 제목이 <한국경제 이대로 가다간 회복 불능>이라고 뽑았고요. 조선일보 2006년 8월 14일자 제목이 <盧 정권 경제 성적표 역대 정부 중 ‘최악’>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중앙일보 2006년 12월 15일자 제목은 <“한국 경제, 잃어버린 10년 올 수도”> 이렇게 표현을 했습니다. 굉장히 강한 어조로.

[최 욱] 항상 뭐 느끼는 거지만 경제 관련 뉴스가 가장 어렵거든요. 항상 우리네 삶은 풍요로운 건 아니니까 경제가 안 좋다고 그러면 ‘어, 경제 안 좋은가 보다’ 이렇게 받아들이기 마련인데, 실제로 참여 정부 때 그렇게 경제가 안 좋았던 건지?

[유시민] 데이터로 말을 해야 하는데요. 보통 경제 성적표는 거시 데이터 가지고 많이 말을 하거든요? 주로 보수 언론 쪽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성장과 관련된 지표예요. 거시 데이터는 성장지표가 있고 분배 지표가 있죠. 그런데 총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분배지표를 보면 성과가 별로 안 좋았고요. 성장과 관련된 지표를 보면 괜찮았어요.

[최 욱] 의외네요?

[유시민] 네.

[송수진] 진짜 의외네요.

[유시민] 그러니까 IMF 이후만 보면 김대중 대통령 때는 초기에 두 자릿수 성장률도 기록을 하고 전체적으로 5%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을 했고요. 참여정부는 4%대. 4.5%였어요, 5년간. 그럼 보수가 집권한 이명박 정부,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적인) 했는데 3%대 했고요. 박근혜 정부 4년간은 2%대. 2.9%인가 그래요. 그러니까 이거는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다 알아요. 그런데 언론인들은 이렇게 해놓고 아무 반성도 안 해요. ‘아니면 말고’예요, 그냥.

[정준희] 사후적으로 그나마 이렇게 드러나니까 비판을 할 수가 있는데 실제로 우리 경제 보도 여러번 다뤘습니다만, 우리나라 경제 보도의 질이라고 하는 건 사실은 너무나 처참한 수준이라 더 말하고 싶지는 않고요. 기본적으로 여기에 섞여 있는 게 정견(政見)이 섞여 있어서 나오는 거예요. 경제가 나쁘다는 기술(記述)을 하는 게 아니라 나빠야 한다는 희망을 투사하는 거죠.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서.

[유시민] 왜 그런 걸 희망한대요?

[최 욱] (웃음)

[정준희] 그러니까 국민을 생각을 하는 게 아닌 거죠, 그러니까. 이 정부를 무너뜨리고 이 정부의 허점을 잡기 위한 어떤 일종의 흔히 말하면 wishful thinking(희망사항)이라고 그러죠.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기사로 써버리는 그런 식의 형태들이 워낙 많이 나타났고요. 제가 볼 때는 민주주의. 그러니까 민주화가 일어난 87년 이후에 대부분의 경제 보도는 다 매번 그랬어요.

[유시민] 똑같아요. 네, 똑같아요.

[정준희] 매번 경제가 나빴거든요?

[정세진] 2007년 노무현 대통령 신년 연설 중에 또 이 경제 문제, 민생 문제와 관련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도 들어있었는데요.

<영상> 노무현 대통령 신년연설 中 (2007.01.23.)

“민생문제가 오로지 참여정부 책임 아니냐? 제가 여기서 ‘책임 없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국민들이 매우 섭섭하죠. 책임이 있습니다. 회피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민생문제를 참여정부가 풀지 못한 책임은 있지만 민생문제를 만들어낸 책임, 초래한 책임은 참여정부가 몽땅 다 질 수는 없다. 이점은 밝힐 건 좀 밝히자.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세진] 기자회견 다음 날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로 <盧 대통령 “민생파탄 책임없다”>, 동아일보 역시 톱기사로 <“민생문제 과거 정부서 물려받아, 집값 못 잡은 것 반대 세력 때문”>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요. 중앙일보도 톱기사로 <“민생 어려움 만든 책임 없어, 문민‧국민의 정부 때 경제가 골병 들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를 냈습니다. 어떻게 보셨는지요?

[정준희] 이거는 앞뒤를 자른 것도 아니라 왜곡해버린 거예요. 심지어는 어떤 관심법까지 있어요. 그래서 ‘원래 얘기하고 싶었던 건 이건데, 이렇게 표현 됐네?’로 만들어낸 그런 보도의 형태고요. 기껏해야 동아일보가 “민생문제 과거 정부서 물려받아, 집값 못 잡은 것 반대 세력 때문” 이렇게 얘기한 것 중에 과거 정부의 책임을 일부 얘기한 거 정도가 약간 반영된 거 빼고는 사실, 심지어는 중앙일보가 “문민‧국민의 정부 때 경제가 골병이 들었다” 한건 일부러 약간의 갈라치기 의혹까지도 보이는 그런 식의 아주 심각한 왜곡의 형태라고 볼 수 있죠.

[정세진] 경제 파탄 프레임과 관련된 거는 이런 (보수)언론들만 내세웠던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정준희] 경향신문이 2006년 12월 6일 1면에 보도한 기획기사인 <‘도탄’에 빠진 民生, ‘승부’에 빠진 盧心> 이것도 상당히 좀 악의적 측면들이 좀 있는데요. 민생은 도탄에 빠져 있고 노심은 승부에만 집착한다는 식인데요.

[정세진] 신문 좀 읽어드리면, <도탄에 빠진 민생>이라는 기사에서는 “지난 4일 서울 안국동 아파트 모델하우스 건설현장. 경향신문 취재팀이 동행 취재한 일용직 노동자 김철웅 씨. 오후 6시. 일이 끝났다. 피곤이 몰려든다. 차갑게 언 몸을 소주로 녹인다. ‘뼈 빠지게 일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네요. 정치판은 싸움질이나 하고…. 도대체 나라가 있긴 한 겁니까?’ 김 씨는 항변했다. 메아리는 없다.” <승부에 빠진 노심>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에 ‘올인(다 걸기)’하고 있다. ‘임기’ 관련 발언이 나온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나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나 AI 피해 축산 농가들에 대한 위로의 말은 전무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두고도 ‘조기 타결’만을 되풀이할 뿐, 농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일은 외면해왔다.” 이런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유시민] 보수, 진보 양쪽에서 다 경제파탄론을 펼쳤는데 그건 사실의 근거를 보면 보수 쪽의 경제파탄론은 그때 당시는 진행 중이어서 데이터가 확실치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까 선동이었어요. 그러나 진보 쪽에서 제기한 문제는 (당시엔) 데이터로 뒷받침을 못 했지만 나중에 데이터로 확인됐어요. 그러니까 5분위 배분율. 최상위 20%와 최하위 20%의 소득격차 배율이 벌어졌다는 거. 그다음에 ‘지니계수’라고 해서 분배지표가 있는데 그것도 악화되었다는 거. 명확하게 나타나요. 그러니까 참여정부가 이 문제를 일으켰느냐 아니면 해결을 못한 거냐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까 저는 여러 가지 대책을 썼지만 이거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대책들이었다. 지나고 보니. 그래서 벌어진 거죠. 그런데 문제는 “도탄에 빠진 민생” 좋아요, 저렇게 말할 수도 있어요. 저게 올바른 표현인지는 의문이지만. 근데 “승부에 빠진 노심” 저거를 대비시킨 것은 정말 저것도 선동이에요. 노무현 대통령은 승부에 빠지지 않았어요. 제가 그 증인이에요. 다만 자기가 속한 열린우리당을 해체하려는 움직임을 정치인들이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소위 수석 당원으로서 당원들에게 의견 표시를 한 거에 불과하고요. 그다음에 뭐, 자기 후계자를 세우기 위해서 여권 내에서 누구를 세우기 위한 작업을 했다? 다 거짓말이에요. 진보 쪽에서는 대통령이 정권 교체를 수수방관했다는 비난을 오히려 받았고요. 그러니까 저거는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저걸 저렇게 대비시키는 거는요. 노 대통령이 정치적 승부를 벌이는 데에 빠져서, 경제를 돌보지 않아서 민생이 도탄에 빠졌다. 이거를 얘기하는 거잖아요. 저거는 선동이에요.

[최 욱] 시간이 지나고 났더니 ‘경제파탄론’은 선동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 같은 사람은 거기에 선동이 됐던 것 같아요. 경제 쪽만큼은.

[정준희] 성장 측면에서.

[최 욱] 네, 성장 측면에서.

[유시민] 저는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당시에 너무너무 끔찍했어요, 매일 매일이. 8시, 9시 메인 TV 뉴스를 볼 때도 끔찍했고요. 아침에 조간신문들을 펼칠 때도 매일 매일이 무서웠어요, 그 공포감. 정말 고립무원의 대통령 혼자 떠 있는 것 같은, 바다 위에. 그런 느낌.

[정세진] 신문 언론뿐만 아니라 방송 쪽도 마찬가지로 느끼신 거죠?

[유시민] 신문이 그렇게 가면 방송은 끌려가더라고요. 그게 좀 묘한 건데 제가 <100분토론> 진행했던 1999년, 2000년, 2001년. 그 무렵만 해도요. 방송이 자꾸 신문이 설정한 의제를 따라가는 거예요. 토론 주제를 선정하거나 이럴 때. 제가 물어봤죠. “아니, 방송이 훨씬 힘이 센데. 왜 의제 설정을 할 때 신문을 따라가요?”

[최 욱] 오 재미있다.

[유시민] 그랬더니 그때 어떤 분이, 그 프로그램 제작인의 어떤 분이 지금 막 국장급 이상의 고위 간부들은 그런 걸 갖고 있대요. 옛날에는 신문기자들이 방송기자들을 기자 취급을 안 했대요. 그래서 기자회견, 뭐 중요한 인물 기자회견 하는데 방송 카메라가 앞으로 지나다니면 “어이, 어이! 씁! 어디 방송이!” 이러면 “죄송합니다.” 이러고 이랬대요, 옛날에는. 신문이 언론이고 방송은 언론 취급도 안 했대요. 그런데 세월이 가서 이미 2000년 무렵에는 방송이 훨씬 센데, 여전히 고위 간부들은 그때의 그 기억들을 못 벗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일리가 있다”

[정세진] ‘노무현 정부 때 방송이 공정했나?’에 대해서 의견은 ‘아니다’라는?

[유시민] 저는 대체로 방송은 크게 이렇게 흠을 잡아서 ‘나빴다’ 이렇게 말하기는 좀 어려운 면이 있다고 봐요.

[정세진] 끌려갔던 점만 조금 지적하고 싶다?

[유시민] 네, 좀 끌려간. 그러니까 의제 설정에서 끌려간 면만 제외하면 그 당시 방송이 거의 독립적이었잖아요.

[정준희] 방송 저널리즘의 황금기로 보통은 평가되긴 합니다.

[유시민] KBS 사장님을 대통령이 조금 잘 아는 분으로 한번 처음에 밀었다가 언론노조하고 난리가 나서 결국 철회하고 그런 일도 초기에 있었고요. 문화방송도 KBS하고는 다르지만 또 거기도 공영방송이잖아요. 거기도 거의 뭐 사건 관련해서 정부 눈치를 요만큼이라도 보기라도 했나요? 그 당시 방송이 특별히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어디 편향돼있었다’ 그렇게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정세진]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으로부터 일종의 공격을 당하는 것, 퇴임 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가장 어떻게 보면 극에 달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이에나 저널리즘’의 정수를 보여줬다. 이런 표현도 쓰고 있는데요. 퇴임 후에, 박연차 리스트에 연루된 의혹과 관련해서 나온 기사를 보면 중앙일보 2009년 4월 11일 <화류관문, 금전관문>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만지지 말아야 할 돈을 만지면 그것이 똥이 되는 것이다. 그 똥을 먹고 자신의 얼굴에 처바르고 온몸 전체에 뒤집어쓴 사람들이 지난 시절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고 그 부인이었으며 아들이었고 활개 치며 내로라하는 얼굴들이었다니….” 이렇게 담았고요. 조선일보는 <어제는 대통령 부인, 오늘은 대통령 아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노 전 대통령과 그 가족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국민의 눈과 법률의 감시로부터 가려주는 ‘권력의 가림막’이 영원한 듯 착각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검찰이 먼지떨이로 먼지를 털자마자 온몸에서 먼지가 솟아오르듯이 지난 5년 동안 아무 때, 아무 곳에서나 서슴없이 검은돈에 손을 뻗친 모습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노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향신문은 <아내 핑계 대는 남편들>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연극 공연용으로 적어본 대사라면서 또 이런 내용을 실었습니다. “여자: 당신, 구속 안 되겠지? 다른 대통령들은 2000억 원 넘게 챙기던데. 우린 80억 원도 안 되잖아요. 남자: 내가 판사출신 대통령이야! 고시 보느라 당신에게 가족생계 떠맡긴 죄밖에 없다고. 여자: 그래요. 당신 대통령될 때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로 동정표 좀 얻었잖아. 이번에도 내가 총대 멜게요. 남자: 걱정 마, 내가 막무가내로 떼쓰는 초딩화법의 달인이잖아. 초지일관 당신이 돈 받아서 쓴 걸 몰랐다고 할 테니까” 조롱도 이런 조롱이 없었죠. 한숨부터.

[최 욱] 이거는 진짜. 이거 좀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할 정도로 굉장히 과도하게 보입니다.

[정준희] 경향신문은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의 일부라고 잠시 기대했거나 또는 어느 정도 그것에 기여할 거라고 봤던 것에 대한 몇 차례의 배반감의 표현들이 뒤로 갈수록 굉장히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이거든요. 그 중에 하나가 이라크전 참전에 관련된 거, 한·미 FTA에 관련된 거, 이후에 개혁 입법들이 실패하는 그런 과정. 이런 것들에 대해서 경향신문이 지속적으로 점점 노무현 정부하고 되게 날카로운 거리 두기를 하는 그런 경향을 보여요.

[송수진] 제가 당시에 경향신문 소속 기자 분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 굉장히 비판기사를 많이 쓰셨던 기자 분 한 분하고 통화를 해봤는데요. “그런 기사를 쓴 것에 대해서 전혀 후회는 없다. 그렇게 한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한다고 약속한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서 양극화 해소, 재벌 개혁,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했던 약속들은 온데간데없고 정말 다른 사람이 돼버렸다, 이런 데서 오는 배신감 같은 것을 느꼈고 우리는 그 부분을 충분히 비판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비판을 했던 것이다”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유시민] 그때 나왔던 모든 논평은 일종의 ‘라면 논평’이에요. 이게 모두가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깔고 논평을 한 거예요. 이 논평은 너무너무 잔인한 거예요. 그거는 ‘사실이라면 참 실망이다.’ 그 정도로 끝나야 해요. 이 ‘~라면’, ‘이것이 사실이라면’이라고 해놓고 그 위에다가 온갖 상상을 동원해서 이렇게 올리는 것은 저는 죄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책이 잘못된 걸 비판하는 건 얼마든지 해야 해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싫어졌다고 해서 그걸로 이런 식의, 이것도 ‘라면 극본’이잖아요.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 위에 이게 정당화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왜 그랬을까? 이렇게 보면 이건 원망이에요, 기본적으로. 그러니까 노무현이, 노무현 때문에 진보가 다 망했다. 그러니까 진보 정치 세력, 진보 세력과 노무현을 분리해야 한다. 분리하기 위해서는 저 사람이 진보의 대표도 아니고 진짜 진보도 아니었다는 것을 논증해야 해요.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 그래서 공격한 거고.

[정세진]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언론은 검찰이 흘린 정보를 정말 무차별적으로 받아 적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도 나왔었는데요. 뉴스장면 함께 보시죠.

<영상> 명품 시계 논란 보도

- 검찰 “박연차, 노 부부에 명품 시계 2개 선물” (2009.04.22.)

[앵커] 박연차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에게 2억 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자] 보석이 박혀있어 개당 가격이 1억 원에 달하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위스 P사의 명품 시계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 회장은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맞아 선물용으로 2억 원을 들여 시계를 선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권 여사, 1억 원짜리 시계 2개 논두렁에 버렸다” (2009.05.13.)

[앵커] 권양숙 여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갑 선물로 받은 1억 원짜리 명품 시계 두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자] 지난달 30일, 검찰에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병우 중수 1과장으로부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 시계를 받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가 자기 몰래 시계를 받아 보관하다가 지난해, 박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시계 두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세진] 보도가 나온 이후에 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한 적 없다”고 부인 했지만 다른 언론들은 이를 주요하게 다루면서 기정사실화했습니다. 조선일보 2009년 5월 14일 <盧 “피아제시계, 집사람이 올초 봉하마을에 버렸다>. 동아일보 <“盧측 버린 2억시계 주우러 가자” 포털 누리꾼 들끓어>, 경향신문 <검찰 “盧측 증거인멸 시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논두렁에 시계 찾으러 가자’ 뭐 이런 만평도 신문에 나왔었고요. 아이고, 할 말이 없어지네요.

[최 욱] 이건 좀 사실 관계는 짚고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것 좀 짚어 주시죠.

[유시민] 시계요? 제가 직접 노 대통령한테 들었어요, 이 시계 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검찰에서 뭐라고 진술하셨는지는 제가 잘 모르겠고요. 시계가 언제 발견이 됐냐하면 ‘e지원’ 시스템 복사본 문제 때문에 퇴임하시고 얼마 안 돼서 검찰에서 참모들 기소한다고 하고, 불러다 조사하고, 봉하마을에도 조사 들어온다고 하고, 봉하마을에 그 사본을 압수수색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집에 뭐 있는지 재물 조사를 한번 하자고. 이제 압수수색 들어오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우리가 미리 알고 있어야 할 거 아니냐 해서 우리 집에 뭐가 있는지 재물 목록을 만들었대요. 그 과정에서 시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신 거예요. 그래서 “이 시계가 뭐냐?” 그러니까 박연차 씨가 대통령 회갑 선물로 사왔는데 그거를 직접 주면 안 받을 것 같으니까 형님(노건평 씨). 거기에 맡겼다는 거예요. 좀 전해주라고. 근데 그 집에서도 현직 계실 때는 못 전해주고 그냥 그 시계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퇴임하셔서 집 지어서 거기로 오고 나니까 그 시계를 그쪽에서 이렇게, 이렇게 형님이 직접 갖고 오신 건 아니고 하여튼 이렇게 해서 (권양숙)여사님한테 갖다 주고 와서 이걸 돌려줄 방법도 없고 그래서 대통령이 아시면 화내실까 봐 서랍에 숨겨 놓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시계인지도 몰랐고 얼마짜리인지도 모르지만 너무 화가 나서 그 시계를 망치로 부숴서 버렸다고. 제가 들은 얘기는 그거예요.

[숄 츠] 이런 케이스에 대해서 스토리를 만드는 게 사실 잘못 아니라고 생각해요. 독일에서 만약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이것도 무조건 신문에서 나오는 스토리 되고. 이 스토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그거에 대해서는 논란할 수 있지만.

[유시민] 언론의 생리라고 봐요. 상업 언론의 기본 생리. 정치적인 그런 것도 있지만 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봐요.

[정세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 2009년 6월 초에 한국일보가 창간 55주년 국민의식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한국일보 2009년 6월 9일 이런 제목이었는데요. <盧 前 대통령 서거 책임, 언론-본인과 가족-MB 順 많아> 이런 제목의 기사였고요. “노 전 대통령 서거 책임을 놓고 2개의 복수응답을 받아 합산한 결과, 언론이 40.3%로 가장 많았고 근소한 차이로 노 전 대통령 자신과 가족(38.2%), 이명박 대통령(36.6%), 검찰(31.8%)이 뒤를 이었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검찰의 밀어붙이기식 수사, 언론의 무차별 보도,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의 사적인 문제가 뒤얽힌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라고 보도를 했습니다.

[유시민] 언론에서 그 사안들을 보도하는 방식이나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이게 특별히 잘못이었다고 저는 생각 안 합니다. 그냥 원래 그런 것이다. 이 정치라는 것이 언론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무엇인가? 우리는 정치라는 것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언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런 거에 대해서는 저는 이것은 고대 로마에서 벌어졌던 콜로세움의 검투 경기와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도. 그리고 그 전제 위에서 검투사로 출전하는 사람은 하고 객석에서 손가락을 세우거나 내리거나 할 사람들은 하는 것이고 그리고 그 검투 경기장에서는 누가 보기에도 공정한 게임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고 극히 야비한 암수(暗數)와 살수(殺手) 이런 것들이 다 동원된다. 그리고 이긴 자는 영웅이 되고 진 자는 사라진다. 그런 단면을 그냥 보여준다는 생각이에요. 저는.

<예고 영상> 노무현과 언론개혁 2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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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널리즘토크쇼J] 노무현과 언론개혁① 전투에서 처절하게 패하다
    • 입력 2019-05-26 23:02:14
    • 수정2019-05-26 23:44:03
    저널리즘 토크쇼 J
# 언론개혁의 시작
“저는 언론을 권력으로써 어떻게 흔들 생각도 없지만 그러나 언론에게 고개를 숙이고 비굴하게 굴복하는 정치인은 되지 않겠습니다.”
“언론 이거 개혁해야 합니다. 언론자유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만 말하고 있는데 사실은 돈으로부터의 자유. 말하자면 금권으로부터의 자유가 대단히 중요한 것이고….”
“사주로부터의 기자의 자유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정치와 언론만 선진국 수준에 미달하고 있지 않습니까. 부탁합니다. 최소한 있는 정책과 사실만은 제대로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십시오.”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 中

# 전쟁의 시작
[앵커] 올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말은
[기자]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앵커] 참았어야 될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이렇게 가다가는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그런 위기감이 생깁니다.”

“이 말도 앞뒤가 잘린 거 아니었어요?” -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그렇습니다. 이게 어떤 거냐하면요 당시….” - 천호선 노무현 재단 이사

“다른 데도 아니고 광주 5·18 기념식에서 경찰력을 가지고 학생들을 제압하고 길을 뚫고 그런 모습. 전부 힘으로 하자고 하니까 이렇게 가다가는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언론의 수준이 그 사회의 수준을 좌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언론의 시샘과 박해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방어해나가야 합니다.”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 中

[앵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언론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을 둘러싸고 ‘언론통제다’, ‘언론 정상화를 위한 것이다’ 이런 정치권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은 자신이 밝힌 내용과 배치되는 진술이 검찰에 공식적인 확인 없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인권과 인격침해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왜 면목없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면목 없는 일이죠”
“나는 참여정부에서 가장 보람이 있는 정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언론정책’, ‘언론대응’이라고 그렇게 말할 것입니다.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 中

# 노무현 대통령이 원했던 언론
“언론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시민의 권력이 되어야 합니다. 약자의 권력이 되어야 합니다. 깨어있는 소비자를 거쳐서 깨어있는 시민으로 가야 합니다.”
“언론 스스로 개혁하고 수준을 높여야 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 中

[정세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 이야기 나눌 분들 소개해드립니다. 먼저 저널리즘 전문가죠. 정준희 교수입니다.

[정준희] 안녕하세요. 정준희입니다.

[정세진] 팟캐스트 황태자 최욱 씨입니다.

[최 욱] 어느새 유시민 이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최욱입니다.

[정세진] 누가 그래요? (웃음)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송수진 기자도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송수진] 안녕하세요. 송수진입니다.

[정세진] 안톤 숄츠 기자 오늘도 나와 주셨습니다.

[숄 츠] 안녕하세요.

[정세진] 괜찮으시죠?

[숄 츠] 괜찮아요.

[패널들] (웃음)

[정세진] 오늘 주제와 관련해서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유시민] 반갑습니다. 유시민입니다.

[최 욱] 저희 J에서 수차례 섭외를 했었는데 계속 거절하시다가 오늘 나와 주셨고요. 그리고 요즘 또 대외활동 많이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본인이 아무리 부인해도 자꾸 이러시니까 대권설이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세진] 그 얘기 좀 그만해요 (웃음)

[유시민] 또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어. 오늘은 (노무현 재단) 이사장으로 좀 나와 달라고 하셔서 여기 나가서 언론 문제는 더 한 번 같이 생각해 볼만한 거리가 많으니까 나가야겠다고 해서. (웃음)

[정세진] 오늘 이 자리에 있는 분들 중에 최욱 씨와만 인연이 있으시죠? 저도 처음 뵙고.

[유시민] 최욱 씨 한 번 딱 봤죠. 특별한 인연은 아니고요.

[정세진] 그 전에는 전혀 인연이 없었나요?

[유시민] 소문만 듣고 있었죠.

[최 욱] 죄송한데요. 제가 거의 절친으로 이미 다 얘기를 해놓은 상태인데 이렇게 하시면 제 입장이 난처합니다. (웃음)

[유시민] 팟캐스트의 황태자인데 제가 못 들었을 리는 없죠.

[정세진] 최욱 씨를 좀 평가해주신다면, 한 번 보셨지만.

[유시민] 최욱 씨는 업그레이드 버전 김구라.

[최 욱] 아유, 그런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유시민] 구라가 화내려나?

[최 욱] 화내죠. (웃음) 오늘 굉장히 제가 기대가 크고 설레는 게 우리 사이에서 정준희 교수는 또 유시민으로 통하고 있거든요. 이 두 분의 만남. 너무 설레고 기대가 큽니다.

[유시민] 저보다 말씀을 더 잘하시더라고요.

[최 욱] 그렇습니까?

[정준희] 개인적으로 되게 영광이에요. 한번 뵙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제 생에 이렇게 뵙고서 같이 얘기를 나눌 시간이 있을까.

[정세진] 아직 생이 많이 남으셨는데. (웃음)

[최 욱] 뭐 ‘생에’ 까지 가. 아이 거참. (웃음)

[정준희] 왜냐하면 오래 안 남으셨으니까. (웃음)

[유시민] 분위기 이상하네. (웃음)

[정세진] 원래 이런 분위기는 아닌데 오늘 굉장히 화기애애한데요.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대한 평가를 해주신다면요? 거의 1년이 다 돼가고 있거든요, 방송이.

[유시민] 평가까지 제가 할 수는 없고요. 다만 처음에 좀 눈여겨봤던 건 방송국 언론사에서 언론을 비평하는 거를 하는구나. 심지어 지난주에는 보니까 셀프디스를 막, KBS가 KBS를 막 셀프디스 하는 이런 내용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점이 되게 저는 개인이든 조직이든 자기 성찰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런 점에서 귀하게 제가 평소에 보고 있죠.

[정세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시간 오늘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 가져보면서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KBS 1TV, myK, pooq,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정세진] 10년 전, 2009년 5월 23일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죠. 서거 10주기를 맞아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각도로 재조명하고 있는데요.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수많은 이슈들 가운데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 바로 언론이었을 겁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은 노무현과 언론, 노무현 대통령에게 중요한 화두 중 하나였던 중요 과제였던 언론개혁 되돌아보는 시간 가져보고요. 현재 언론의 현주소도 비춰보는 시간을 마련해보려고 합니다. “언론으로부터 가장 혹독한 대우를 받은 대통령이다” 이런 이야기를 참 많이 합니다. 동의하시는지요?

[유시민] 언론이 그때만 그랬던 것도 아니고 그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데 차이가 있는 거는 노무현 대통령은 대놓고 (언론과) 싸웠다는 차이죠.

[정세진] 얼마 전에 뉴스타파가 노무현 대통령 자필 메모를 입수해서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언론과 관련된 메모가 역시 많았습니다. ‘식민지 독재 정치 하에서 썩어 빠진 언론’,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는 철없는 언론’ 왜 웃으세요? (웃음)

[유시민] 표현이 (웃음)

[정세진] 이런 거 쓰고 있는 줄 아셨어요?

[유시민] 아니요. 저는 몰랐습니다.

[정세진] 직접 이렇게 메모를 보셨을 때는 어떠셨는지.

[유시민] 저도 봤어요. 그런데 메모까지 그렇게 하실 줄은 몰랐죠. 메모는 좀 점잖게 하시고 말씀하실 때 좀 그렇게 구어체로 그렇게 하시지 않을까 짐작했는데 의외로 메모까지도 그렇더라고요. 이 분이 대단한 카피라이터셨구나.

[정세진] 저널리즘 측면에서 또 언론학계에서도 노무현이라는 존재는 좀 더 각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준희] 정치인으로서는 사실 일반적으로 발언하거나 행동하지 않는 언론개혁이라는 모토를 걸고 실제로 정책적으로까지 추진했고, 메모도 나왔지만 언론에 대해서 강한 적대감이나 개혁 의지 같은 것들을 보였단 말이에요. 왜 정치인들은 이런 식의 표현을 안 할까? 무섭기 때문이거든요, 사실은. 정치인들은 언론이 정말 무서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어떤 펜대 한 번에 의해서 실제로 정치 생명이 왔다 갔다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서도 실제로 정치인이나 특히 대통령과 같은 사람들이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겉으로 언론개혁을 내거는 경우는 실제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언론학이나 언론이 대응하는 방식이 어땠느냐 하는 것이죠. 상당히 저항하거나 당황하는 그런 모습들을 보였고 그것이 언론이나 언론학이 가지고 있는 민낯을 드러내는 상당한 계기가 됐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평가를 합니다.

[정세진] 숄츠 기자는 어떻게 기억하세요?

[숄 츠] 한국에서는 그 언론 제도가 옛날부터 조금 이상하다고 말하기보단 안 좋게 되는 점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개혁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다만 약간 이런 거 커뮤니케이션하면 아주 부드럽게 해야 하는데 부드러운 스타일, 약간 노무현 전 대통령 스타일은 좀 아니었습니다.

[정세진] 먼저 그 질문을 드려보고 싶어요. 이사장님은 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에 나온 기사들 중에서 가장, 계속 뇌리에 박혀 있는 기사가 있다면요?

[유시민] 그게 뇌리에 오래 남는 거는 중요한 게 남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좀 기이한 거.

[송수진] 기이한 거? 네. (웃음)

[유시민] 좀 괴상한 거 이런 게 남더라고요. 제가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 청와대 권 모 행정관, 노무현 대통령 처 20촌 비리 의혹 보도. 그게 지금도 굉장히 (기억에) 남고요. 다른 것도 많지만 그게 제일. (웃음)

[정세진] 그게 조선일보에 나왔던 기사인가요?

[유시민] 네, 뭐 어디 다른 데겠어요?

[패널들] (웃음)

[정세진] 뭐가 그렇게 기이하고 이상하게 느껴지셨는지?

[유시민] 그러니까 청와대 권 모 행정관이 무슨 비리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아니고 어떤 의혹 제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거는 취재해서 보도하면 되는데 그 사람이 권 씨잖아요. 그러니까 권양숙 여사하고 20촌쯤 된다는 기사를 굉장히 앞에 도드라지게 한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볼 때는 ‘영부인하고 20촌이니까 가까운 친척이구나. 그러니까 저 무슨 권력을 등에 업고 비리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고 만약 그랬다면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지’ 이렇게 생각하라고 쓴 기사예요. 그런데 제가 웃겼던 거는 20촌이 몇 명쯤 될까 그거를 계산해봤어요. 20촌이면요. 그러니까 10대 조상이 같아요. 10대 조상이 같으면 한 세대주기를 30년으로 보면 300년 전 사람이 공통 조상인 거예요. 300년 전이면 병자호란 끝나고 얼마 안 됐을 때예요, 그렇죠? 병자호란 끝나고 얼마 안 됐을 때 살았던 어떤 권 아무개라는 분의 자손들이 쭉 퍼져서 10대를 내려와서 20촌 관계가 됐어요. 그러면 한 세대 당 자녀를 네 명씩만 낳았다고 가정을 하면 그게 한 106만 명인가 되더라고요, 계산 해보면. 제가 계산 다 해봤어요.

[최 욱] 대단하시다. (웃음)

[유시민] 그러니까 세 명 잡으면 한 70만 명, 80만 명 사이되고요. 그러면 대통령의 20촌과 영부인의 20촌을 다 합치면 200만 명 되는 거예요. 도대체가 아니 뭐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건 좋아요. 그리고 누구나 권력을 쥐면 남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게 인간이니까 언론은 또 그런 거를 잘 감시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지적하고 비판하고 추적하고 당연한 언론의 권리고 의무죠. 그런데 그걸 하는 건 좋은데 최소한 말이 되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정세진] 그래도 ‘먼’ 자는 넣었네요, 먼 친척.

[정준희] 이게 심지어 팩트체크 대상이 될 수도 없는 내용이에요. 체크할 팩트 자체도 없거든요? 이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어떤 표현을 쓰냐 하면 “권씨와 권양숙 여사는 고향이 같은 마산 진전면 출신으로 이곳에는 안동 권씨가 씨족을 이루어 살고 있다” 씨족이라고 하는 이유 때문에 ‘뭔가 연결될 거야’라고 하는 거를 지금 증거랍시고 얘기를 하고 있는 그런 형태거든요.

[유시민] 저 보도를 한 신문이 이명박 대통령의 영부인의 사촌 언니인가?

[정세진] 20촌 말고 사촌이요?

[유시민] 사촌이요. 사촌은 친족 범위에 들어가죠. 사촌 언니가 공천 헌금을 몇 억대로 받아서 그게 적발이 돼서 구속이 됐어요. 그런데 그 기사를 저거보다 더 작게 냈을 걸요? 영부인, (노무현 대통령) 처 20촌 비리 의혹 기사 보다요. 그러니까 제가 이 사례를 든 것은 그냥 비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 관련 보도를 할 때 특정한 언론사가 자기의 정치적인, 이념적인 지향성을 가지는 것은 오케이. 그거는 사람이 기계가 아니니까 당연히 그건 가질 수밖에 없는 거고, 그거에 따라서 취재를 하고 사실을 캐내고 기사를 작성하면 좋다 이거예요. 그러나 최소한 일관성을 가져야 하지 않나.

[정세진]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으로부터 받았던 일종의 수모, 혹독한 대우 관련된 내용들을 좀 짚어보려고 합니다. 취임 12일 만에 2003년 3월 9일에 평검사들과 공개 토론을 벌였었죠. 법무부 장관의 인사제청권을 검찰 총장에게 넘겨야 하느냐를 두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는데 평검사들과의 대화 장면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영상> 노무현 대통령,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 中 (2003.03.09.)

[허상구 검사] 대통령께서는 저희들이 인식하기에 토론의 달인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토론과는 익숙지 않은 그야말로 아마추어들입니다. 그래서 대통령께서 검사들을 토론을 통하여 제압하시겠다면 이 토론은 좀 무의미하지 않겠나. 보나마나 대통령님의 승리이십니다. 따라서 대통령께서 검사들을 제압하려고 하시지 마시고 어렵게 마련된 자리이니 만큼 검사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십시오.

[노무현 대통령] 내가 잔재주나 가지고 여러분들하고 대화해서 여러분들을 제압하려고 하는 그런 인품의 사람으로 좀 비하하는 그런 뜻이 들어있습니다. 나는 상당히 모욕감을 느끼지만 이 자리에서 모욕 안 느끼도록 하고 토론에 지장 없이 서로 웃으며 넘어갑시다.

[김영종 검사] 대통령께서는 대통령에 취임하시기 전에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뇌물 사건 관련해서 잘 좀 처리해달라는 것이었는데요, 신문 보도에 의하면. 그때는 왜 검찰에 전화를 하셨습니까? 그것이 바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노무현 대통령]
이쯤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 청탁전화 아니었습니다.

[이정만 검사] 워낙 일관된 신념과 소신을 가지고 계신 분이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시리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만 그러나 이것은 대통령 혼자만의 그런 결의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 형님에 대한 어떤 해프닝. 이런 것을 포함해서 주위에서 또 생길수가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해프닝이 하나 일어났습니다. 그 형님 얘기, 이런 자리에서 꺼내서 굳이 대통령 낯을 깎으려고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정말 이런 식으로 토론하시렵니까?

[박경춘 검사]
대통령님께서 ‘83학번이다’라는 보도를 어디서 봤습니다, 제가. 혹시 기억하십니까?

[노무현 대통령]
네, 뭐 80학번쯤으로 보면 될 겁니다.

[박경춘 검사]
그렇습니까? 하하하.

[노무현 대통령]
네.

[박경춘 검사]
저는 83학번이라는 그 보도를 보고 ‘아, 내가 83학번인데 그럼 동기생이 대통령이 되셨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정세진] 방송으로까지 됐던 거라서 더 느끼는 충격이 더 컸었는데요. 보는 저희 시청자나 국민들 입장에서도 이게 뭐지? 도대체 뭐하는 거지? 최욱 씨가 굉장히 분노? 다시 봐도?

[최 욱] 개인적으로 이 영상은 보고 싶지 않은 영상 중에 하나인데 어떻게 하다 보면 자주 보게 되더라고요. 이번에도 이제 방송 준비하면서 또 봤는데 저는 뭐 이거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게 검사 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떨어져서 그랬던 겁니까? 이런 상황을 예견할 수 없었던 건가요?

[유시민]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들과 토론 같은 것을 한 것은 잘하신 결정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문재인 대통령은 그렇게 안 하시잖아요. 그냥 인사를 해버리시지. 그렇죠? 대통령 권한인데 뭐. 그냥 해버리는 거예요. 대들면 잘라버려요. 제가 대통령이면 그렇게 해요. 제가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과 얘기해서 “검찰 인사의 원칙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원칙에 따라서 지금까지 적폐를 손 보고 새로운 인사 혁신을 하시오” 지시하고 못해? 그러면 잘라요. 내 권한인데. 나는 그렇게 해요, 내가 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그래도 검찰의 문제에 대해서 당사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어떤 공감을 이루는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셨던 것 같아요.

[정세진] 너무 기대하신 것 같은데요.

[유시민] 실패작이죠. 안 하셨더라면 훨씬 좋았을 거고. 그런데 좋은 부작용이 남았어요. 좋은 부작용.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이. 실제 (토론이) 진행된 것과 기성의 언론이 보도하는 것 사이에 얼마만큼의 간극이 있는가. 이거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요. 실제 토론회를 보지 않은 시민들이라면 언론 보도만 보고 거기에 영향을 심하게 받게 되죠.

[최 욱] 그렇죠.

[유시민] 정말 좋은 사례라고 저는 생각해요.

[정세진] 언론 보도 내용 좀 짚어보죠.

[송수진] 당시 언론들이 검사들의 질문 내용에 대해서 비판을 하기 보다는 노 대통령이 어떻게 그 질문에 대해서 반응했나에 초점을 맞춰서 보도를 했었는데요. 예를 들어서 노 대통령이 “공격적으로 되받았다” “노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조선일보의 보도를 보면 “(시민들은) 수원지검 특수부 김영종 검사에게 특히 눈길을 주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전 검찰에 청탁 전화를 한 사실 등 ‘괘씸죄’에 걸릴 만한 질문들을 서슴지 않고 퍼부었다.” “김 검사에 대한 검찰의 평은 ‘편법을 사용할 줄 모르는 수사검사’라는 것. 최근 수원지법 안산지원의 이철규 분당서장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 판사와 변호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내사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보도를 했습니다.

[정세진] 당시 언론 보도를 보시고 청와대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유시민] 그때까지 검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같이 모여서 대통령하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다음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이 뭐가 있는지. 그중에서 중요한 것이 인사인데 인사는 어떤 절차와 원칙에 따라서 앞으로 하면 정치적 외풍을 타지 않고 오로지 전문성을 기준으로 해서 인사 원칙을 세울 수 있을지 이렇게 토론하기를 대통령은 원했던 거예요. 그런데 검사들은 그 얘기를 할 뜻이 조금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토론은 엉망이 되었고요. 언론 보도를 보면 결국 대통령을 비방하거나 대통령에게 무례하게 하거나 대통령을 좀 조롱하거나 이랬던 검사들을 영웅 만들기를 하는 보도들이 쭉 이어진 거죠. 그러니까 언론의 수준도 검사 수준 못지않구나.

[정준희] 이렇게까지 했는데 솔직히 괘씸하지? 처벌할 거야? 어떻게 할래? 인사권 쓸래? 이거를 자꾸 건드리는 식의 언사들을 계속 쓰고 있는 거예요. 학번 얘기까지 하면서 대놓고 조롱하는 거죠. 전형적으로 언론과 검사라고 하는 조직들이 가지고 있는 카르텔적 속성. 그다음에 그 대통령을 얼마나 듣보잡 대통령이라고 보고 있는지. 민주적이라고 자처하지만 실제로 자기 권력을 쓸까 안 쓸까를 조롱하면서 시험하는 그런 식의 우스운 대통령. 이러한 시각 자체가 이 검사와 언론 사이에 동일하게 공유되고 있는 모습들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봐요.

[최 욱] 이거 보면 거의 집단 따돌림 느낌까지 들거든요. 언론에서는 피해 본 학생을 어떻게 반응했다고 그거를 지금 얘기하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송수진] 당시에 ‘검사스럽다’라는 유행어도 생겼잖아요.

[정세진] 저렇게 해야 검사스럽다?

[정준희] 검새스럽다. (웃음)

[송수진] 검새스럽다. 검사스럽다. (웃음)

[정세진] 언론이 다른 대통령한테는 정말 이렇게 한 적이?

[유시민] 많죠. 노무현 대통령만 이렇게 한 건 아니에요. 심했죠. 그러니까 다른 대통령들에 대해서도 이런 인신공격성의 그리고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은 무조건 악으로 규정하는 듯한 태도. 그리고 언론의 어떤 언론인의 자부심과 언론의 사명감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권력을 두들겨 패는 데에 있는 것이라는 그런 생각에 입각한 보도들은 뭐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시작해서 민주화 이후로 단 한 번도 없었던 적이 없어요, 기본적으로. 그런데 이제 노무현 대통령처럼 “네가 뭔데?”라고 이렇게 눈 똑바로 뜨고 싸움을 걸어오니까 이거는 뭐 모든 화력을 동원해서 세게 쏟아 부은 거죠. 그러니까 양과 강도의 차이. 그다음에 어떤 독한 정도의 차이. 그런 차이는 있죠.

[최 욱] 노무현 대통령한테는 뭔가 좀 인신공격? 인격모독적인 공격의 행태가 많았다고 봅니다. 그것 때문에 재임 기간 동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대통령감이 아니다’ ‘대통령답지 않다’ 이런 비판이 또 많지 않았습니까? 예를 들면 언행, 학벌.

[정세진] 외모까지.

[최 욱] 외모, 인격 이런 걸로 굉장히 많이 비판을 받았던 거로 저는 기억을 하고 있거든요.

[정세진] 그런 기사들이 좀 있었죠? 많았죠?

[송수진] 2005년에 당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한 방송에 나가서 이른바 대졸 대통령론을 주장했는데요. “대학 다닌 경험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이 시대에 적절한 대통령이다.”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국민일보에서는 이 <大卒 대통령론>을 받아서 인터넷 판에서 네티즌 투표를 했습니다. “대통령의 적당한 학력은 무엇일까요?” 이렇게 물어서 이 결과가 나왔는데 절반 이상이 “대학은 나와야 한다.”라고 응답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그 내용을 기사화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기사에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들이 일정 부분 품격이 거론될 만큼 빌미를 제공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썼습니다.

[최 욱] 저는 무엇보다 국민일보에서 이 대통령의 학력이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설문조사를 했던 거. 이거는 진짜 너무.

[정준희] 밑바닥이 나오는 거죠.

[최 욱]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진짜? 이거를 설문조사를 한다는 발상이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진짜.

[정준희] 자신의 무의식. 그러니까 사실은 언론, 특히나 메이저 언론들은 완전 학벌주의거든요? 여전히 그런데, 그거를 이렇게 겉으로 드러낼 정도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데 이렇게 드러내잖아요? 과감하게. 또 한 가지는 사실 대통령의 언행을 문제 삼는 건 대단히 일반적이었었어요. 그리고 그럴 만한 요소도 일부 있었습니다. 왜 그러냐면 기본적으로 대단히 직설적인 정치인답지 않았고 과감했어요. 이거는 지금까지 없었던 대통령 화법이었거든요. 이거에 대한 낯설음과 당황함 같은 것들이 사실은 있었어요. 근데 그게 나중에는 조롱과 무시로 바뀐 거죠. 저는 이런 일상어나 직설적인 것이 가끔은 어떤 설화의 대상은 될 수 있지만, 조롱과 무시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이거는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보고요. 또 한 가지는 이걸 막말하고 구별해봐야 해요. 요즘 사실 얼마나 많은 막말들이 있습니까? 특히나 정치인의 막말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들의 말이 왜 막말이냐? 약자를 비하하거나 국민을 비하하는 경우들이 되게 많아요, 사실은. 강자에 대한 것들이 아니라. 문제가 돼야 하는 거는 그런 식의 막말들이거든요. 약자나 국민들이나 이런 존재들을 비하하고 폄하하는 그런 형태의 막말들. 노무현 대통령의 실제 화법 속에는 사실 그런 것들은 거의 없었다고 저는 판단을 하거든요. 문제 삼는 방법도 상당히 치사하고 비열했다는 거죠.

[최 욱] 대중 언어를 썼다고 해서 얕잡아봤다는 거는 대중들 자체를

[정준희] 얕잡아 본거죠.

[최 욱] 얕잡아 본다는 반증 아닙니까? 속상하네요.

[숄 츠] 스티브 잡스도 예를 들어서 대학교는 졸업 안 했거든요? 그래서 사실 우리 세계에서 참 대단한 사람 몇 명들은 대학교 졸업하지도 않았고 그리고 사실 법대 나오고 변호사 되는 거는 어느 정도 보통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법대도 못 가서 그래도 혼자 힘으로 변호사 되는 게 이게 훨씬 더 대단한 사람 아닌가? 서양 사람들은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유시민] 그런데 저는 이 일을 같이 겪으면서 많이 생각해봤죠. 왜 이렇게 공격할까. 그때는 잘 설명이 안 됐어요. 언론사의 엘리트들이나 또는 그 당시 권력을 탈환하지 못한 야권의 명문대학을 나온 정치인들이나 이런 분들이 (노무현 대통령이) 싫어서 그러는 걸 거다. 그렇게만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10년이 지나는 동안 저는 계속 생각했어요. 왜 그랬을까? 그것도 있었겠지만, 다른 면이 또 있었던 거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까 데이터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했던 개별 정책들은 지지율이 과반이 안 된 게 거의 없었어요. 언론개혁, 사학법 개정, 국가보안법 개정 그다음에 한미 FTA, 심지어 이라크 파병까지도 찬성률이 훨씬 높았어요. 그 메시지로는 싸울 수가 없는 거예요. 노 대통령이 발산하는 메시지는 논리적이고 정합성이 있고 국민 여론에 부합하는 거였기 때문에 메시지를 가지고 싸워서는 이기기가 힘든 거예요. 메시지를 가지고 싸워서 이기기 힘들다고 느낄 때 뭘 합니까? 메신저를 공격하죠. 그 발화자. 그 메시지를 발산한 사람의 인격을 공격하는 거예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에요. 그래서 참여정부 내내 제가 다 끝나고 나서 몇 개 데이터들을 봤더니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전국 평균을 보면 거의 다 과반수가 넘어갔는데,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초반을 빼고는, 임기 초를 빼고는 완전히 30% 밑으로 가서 바닥을 쳤어요. 퇴임하실 때까지. 그러니까 메시지를 공격하기 힘들 때는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일종의 미디어 전략 또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그 공격이 매우 효율적이었어요. 굉장히 효과적으로 먹혔고 노무현 대통령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셨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임기 끝날 때까지도 계속해서 메신저를 공격할 수 있는 공격거리를 계속해서 제공하셨던 거예요. 그 결과 전투에서 패한 거죠.
저는 그렇게 해석해요.

[최 욱] 어차피 기사도 사람이 쓰는 거라 정치적 지향이 있고 그게 같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정책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총공세를 가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이제 왜 그런지?

[정준희] 노무현 대통령은 계통이 잘 안 보이는 인물이었다는 게 상당히 크다고 봐요. ‘친노’라고 하는 프레임을 씌워버리고 그들이 마치 이익을 나눠먹는 것처럼 했는데 이들이 보기에는 듣보잡들, 잘 모르는 사람들, 운동권, 뭐 약간의 얼치기들 이런 애들이 노무현을 앞세워서 서로 모여가지고 국정을 농단하면서 나눠먹고 있다는 그런 식의 어떤 반감? 이런 것들이 바탕에 깔려 있고 이들은 자기들이 인정할 수 있는 좌파의 관점에서건 우파의 관점에서건 그 계통이나 계파나 보호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거죠.

[유시민] 그 점을 노무현 대통령은 나중에 돌아가시기 직전인데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고향으로 돌아가셔서 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라고.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육성 > (2009.04.22.)

“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야. 산맥이 없어. 이 봉화산이 큰 산맥에, 연결돼 있는 산맥이 아무것도 없고 딱 홀로 서 있는 돌출돼 있는 산이야”

[유시민] 자기가 저 산과 같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그러니까 이게 그 계열이라는 게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뭐 학연, 지연 또는 뭐 심지어는 민주화 운동, 운동권, 노동조합, 하다못해 뭐라도 있잖아요?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정말 그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이리저리 아무리 찾아봐도 딛고 선 땅이 없는 거예요. 그냥 대한민국이라는 들판에 혼자 솟아있는 그런 존재였던 것 같다고 스스로 말씀을 하셨는데 그러다 보니까 비바람 치고 눈보라 치면 뭐 기댈 대가 없죠.

[정준희] 막아줄 사람이 없고.

[유시민] 막아줄 사람도 없고요. 그 말이 생각나네요.

[정세진] 재임 기간 내내 또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도 굉장히 많이 시달렸습니다. 경포대.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주요언론들은 언제나 경제 파탄, 경제 위기 이런 표현을 쓰면서 계속해서 경제정책을 비판했는데요. 2007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또 공개적으로 언론의 경제 위기론에 대해서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 장면 함께 보시죠.

<영상> 노무현 대통령 신년연설 中 (2007.01.23.)

“2004년도에 ‘위기다. 파탄이다’ 얘기를 참 많이 했었죠. 사실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아니다’ 이렇게 얘기 했습니다. 대통령이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가면 될 텐데, 왜 아니라고 말했냐? 저는 아니라고 얘기해서 이 심리적인 악영향을 좀 차단해보자. 경제가 심리라는데 자꾸 ‘위기, 파탄’하니깐 소비가 줄어들고 경제가 나빠질 거 아니냐? 그래서 그거 막아보자고 ‘파탄, 위기 아닙니다.’ 했다가 ‘떡이 됐다’ 이렇게 말하는 거 있죠? 야당한테도 엄청나게 맞았고요, 우리 언론한테도 엄청나게 맞았는데, 그분들한테야 제가 밤낮없이 맞는 게 일이지만은 우리 국민들도 때립디다. 정치하는 사람이든지, 언론하는 사람이든지 ‘위기다, 파탄이다’ 이런 얘기를 쓸 땐 좀 조심해야 합니다.”

[정세진] 당시 언론 보도가 어떻게 했길래 대통령이 이렇게 직접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했던 건가요?

[송수진] 한국 경제가 바로 무너질 것처럼 그렇게 보도를 했습니다. 중앙일보의 경우에는 2004년 5월 10일에 사설 제목이 <한국경제 이대로 가다간 회복 불능>이라고 뽑았고요. 조선일보 2006년 8월 14일자 제목이 <盧 정권 경제 성적표 역대 정부 중 ‘최악’>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중앙일보 2006년 12월 15일자 제목은 <“한국 경제, 잃어버린 10년 올 수도”> 이렇게 표현을 했습니다. 굉장히 강한 어조로.

[최 욱] 항상 뭐 느끼는 거지만 경제 관련 뉴스가 가장 어렵거든요. 항상 우리네 삶은 풍요로운 건 아니니까 경제가 안 좋다고 그러면 ‘어, 경제 안 좋은가 보다’ 이렇게 받아들이기 마련인데, 실제로 참여 정부 때 그렇게 경제가 안 좋았던 건지?

[유시민] 데이터로 말을 해야 하는데요. 보통 경제 성적표는 거시 데이터 가지고 많이 말을 하거든요? 주로 보수 언론 쪽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성장과 관련된 지표예요. 거시 데이터는 성장지표가 있고 분배 지표가 있죠. 그런데 총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분배지표를 보면 성과가 별로 안 좋았고요. 성장과 관련된 지표를 보면 괜찮았어요.

[최 욱] 의외네요?

[유시민] 네.

[송수진] 진짜 의외네요.

[유시민] 그러니까 IMF 이후만 보면 김대중 대통령 때는 초기에 두 자릿수 성장률도 기록을 하고 전체적으로 5%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을 했고요. 참여정부는 4%대. 4.5%였어요, 5년간. 그럼 보수가 집권한 이명박 정부,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적인) 했는데 3%대 했고요. 박근혜 정부 4년간은 2%대. 2.9%인가 그래요. 그러니까 이거는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다 알아요. 그런데 언론인들은 이렇게 해놓고 아무 반성도 안 해요. ‘아니면 말고’예요, 그냥.

[정준희] 사후적으로 그나마 이렇게 드러나니까 비판을 할 수가 있는데 실제로 우리 경제 보도 여러번 다뤘습니다만, 우리나라 경제 보도의 질이라고 하는 건 사실은 너무나 처참한 수준이라 더 말하고 싶지는 않고요. 기본적으로 여기에 섞여 있는 게 정견(政見)이 섞여 있어서 나오는 거예요. 경제가 나쁘다는 기술(記述)을 하는 게 아니라 나빠야 한다는 희망을 투사하는 거죠.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서.

[유시민] 왜 그런 걸 희망한대요?

[최 욱] (웃음)

[정준희] 그러니까 국민을 생각을 하는 게 아닌 거죠, 그러니까. 이 정부를 무너뜨리고 이 정부의 허점을 잡기 위한 어떤 일종의 흔히 말하면 wishful thinking(희망사항)이라고 그러죠.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기사로 써버리는 그런 식의 형태들이 워낙 많이 나타났고요. 제가 볼 때는 민주주의. 그러니까 민주화가 일어난 87년 이후에 대부분의 경제 보도는 다 매번 그랬어요.

[유시민] 똑같아요. 네, 똑같아요.

[정준희] 매번 경제가 나빴거든요?

[정세진] 2007년 노무현 대통령 신년 연설 중에 또 이 경제 문제, 민생 문제와 관련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도 들어있었는데요.

<영상> 노무현 대통령 신년연설 中 (2007.01.23.)

“민생문제가 오로지 참여정부 책임 아니냐? 제가 여기서 ‘책임 없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국민들이 매우 섭섭하죠. 책임이 있습니다. 회피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민생문제를 참여정부가 풀지 못한 책임은 있지만 민생문제를 만들어낸 책임, 초래한 책임은 참여정부가 몽땅 다 질 수는 없다. 이점은 밝힐 건 좀 밝히자.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세진] 기자회견 다음 날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로 <盧 대통령 “민생파탄 책임없다”>, 동아일보 역시 톱기사로 <“민생문제 과거 정부서 물려받아, 집값 못 잡은 것 반대 세력 때문”>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고요. 중앙일보도 톱기사로 <“민생 어려움 만든 책임 없어, 문민‧국민의 정부 때 경제가 골병 들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를 냈습니다. 어떻게 보셨는지요?

[정준희] 이거는 앞뒤를 자른 것도 아니라 왜곡해버린 거예요. 심지어는 어떤 관심법까지 있어요. 그래서 ‘원래 얘기하고 싶었던 건 이건데, 이렇게 표현 됐네?’로 만들어낸 그런 보도의 형태고요. 기껏해야 동아일보가 “민생문제 과거 정부서 물려받아, 집값 못 잡은 것 반대 세력 때문” 이렇게 얘기한 것 중에 과거 정부의 책임을 일부 얘기한 거 정도가 약간 반영된 거 빼고는 사실, 심지어는 중앙일보가 “문민‧국민의 정부 때 경제가 골병이 들었다” 한건 일부러 약간의 갈라치기 의혹까지도 보이는 그런 식의 아주 심각한 왜곡의 형태라고 볼 수 있죠.

[정세진] 경제 파탄 프레임과 관련된 거는 이런 (보수)언론들만 내세웠던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정준희] 경향신문이 2006년 12월 6일 1면에 보도한 기획기사인 <‘도탄’에 빠진 民生, ‘승부’에 빠진 盧心> 이것도 상당히 좀 악의적 측면들이 좀 있는데요. 민생은 도탄에 빠져 있고 노심은 승부에만 집착한다는 식인데요.

[정세진] 신문 좀 읽어드리면, <도탄에 빠진 민생>이라는 기사에서는 “지난 4일 서울 안국동 아파트 모델하우스 건설현장. 경향신문 취재팀이 동행 취재한 일용직 노동자 김철웅 씨. 오후 6시. 일이 끝났다. 피곤이 몰려든다. 차갑게 언 몸을 소주로 녹인다. ‘뼈 빠지게 일해도 희망이 보이지 않네요. 정치판은 싸움질이나 하고…. 도대체 나라가 있긴 한 겁니까?’ 김 씨는 항변했다. 메아리는 없다.” <승부에 빠진 노심>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에 ‘올인(다 걸기)’하고 있다. ‘임기’ 관련 발언이 나온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나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나 AI 피해 축산 농가들에 대한 위로의 말은 전무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두고도 ‘조기 타결’만을 되풀이할 뿐, 농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일은 외면해왔다.” 이런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유시민] 보수, 진보 양쪽에서 다 경제파탄론을 펼쳤는데 그건 사실의 근거를 보면 보수 쪽의 경제파탄론은 그때 당시는 진행 중이어서 데이터가 확실치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까 선동이었어요. 그러나 진보 쪽에서 제기한 문제는 (당시엔) 데이터로 뒷받침을 못 했지만 나중에 데이터로 확인됐어요. 그러니까 5분위 배분율. 최상위 20%와 최하위 20%의 소득격차 배율이 벌어졌다는 거. 그다음에 ‘지니계수’라고 해서 분배지표가 있는데 그것도 악화되었다는 거. 명확하게 나타나요. 그러니까 참여정부가 이 문제를 일으켰느냐 아니면 해결을 못한 거냐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까 저는 여러 가지 대책을 썼지만 이거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대책들이었다. 지나고 보니. 그래서 벌어진 거죠. 그런데 문제는 “도탄에 빠진 민생” 좋아요, 저렇게 말할 수도 있어요. 저게 올바른 표현인지는 의문이지만. 근데 “승부에 빠진 노심” 저거를 대비시킨 것은 정말 저것도 선동이에요. 노무현 대통령은 승부에 빠지지 않았어요. 제가 그 증인이에요. 다만 자기가 속한 열린우리당을 해체하려는 움직임을 정치인들이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소위 수석 당원으로서 당원들에게 의견 표시를 한 거에 불과하고요. 그다음에 뭐, 자기 후계자를 세우기 위해서 여권 내에서 누구를 세우기 위한 작업을 했다? 다 거짓말이에요. 진보 쪽에서는 대통령이 정권 교체를 수수방관했다는 비난을 오히려 받았고요. 그러니까 저거는 정말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저걸 저렇게 대비시키는 거는요. 노 대통령이 정치적 승부를 벌이는 데에 빠져서, 경제를 돌보지 않아서 민생이 도탄에 빠졌다. 이거를 얘기하는 거잖아요. 저거는 선동이에요.

[최 욱] 시간이 지나고 났더니 ‘경제파탄론’은 선동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저 같은 사람은 거기에 선동이 됐던 것 같아요. 경제 쪽만큼은.

[정준희] 성장 측면에서.

[최 욱] 네, 성장 측면에서.

[유시민] 저는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당시에 너무너무 끔찍했어요, 매일 매일이. 8시, 9시 메인 TV 뉴스를 볼 때도 끔찍했고요. 아침에 조간신문들을 펼칠 때도 매일 매일이 무서웠어요, 그 공포감. 정말 고립무원의 대통령 혼자 떠 있는 것 같은, 바다 위에. 그런 느낌.

[정세진] 신문 언론뿐만 아니라 방송 쪽도 마찬가지로 느끼신 거죠?

[유시민] 신문이 그렇게 가면 방송은 끌려가더라고요. 그게 좀 묘한 건데 제가 <100분토론> 진행했던 1999년, 2000년, 2001년. 그 무렵만 해도요. 방송이 자꾸 신문이 설정한 의제를 따라가는 거예요. 토론 주제를 선정하거나 이럴 때. 제가 물어봤죠. “아니, 방송이 훨씬 힘이 센데. 왜 의제 설정을 할 때 신문을 따라가요?”

[최 욱] 오 재미있다.

[유시민] 그랬더니 그때 어떤 분이, 그 프로그램 제작인의 어떤 분이 지금 막 국장급 이상의 고위 간부들은 그런 걸 갖고 있대요. 옛날에는 신문기자들이 방송기자들을 기자 취급을 안 했대요. 그래서 기자회견, 뭐 중요한 인물 기자회견 하는데 방송 카메라가 앞으로 지나다니면 “어이, 어이! 씁! 어디 방송이!” 이러면 “죄송합니다.” 이러고 이랬대요, 옛날에는. 신문이 언론이고 방송은 언론 취급도 안 했대요. 그런데 세월이 가서 이미 2000년 무렵에는 방송이 훨씬 센데, 여전히 고위 간부들은 그때의 그 기억들을 못 벗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일리가 있다”

[정세진] ‘노무현 정부 때 방송이 공정했나?’에 대해서 의견은 ‘아니다’라는?

[유시민] 저는 대체로 방송은 크게 이렇게 흠을 잡아서 ‘나빴다’ 이렇게 말하기는 좀 어려운 면이 있다고 봐요.

[정세진] 끌려갔던 점만 조금 지적하고 싶다?

[유시민] 네, 좀 끌려간. 그러니까 의제 설정에서 끌려간 면만 제외하면 그 당시 방송이 거의 독립적이었잖아요.

[정준희] 방송 저널리즘의 황금기로 보통은 평가되긴 합니다.

[유시민] KBS 사장님을 대통령이 조금 잘 아는 분으로 한번 처음에 밀었다가 언론노조하고 난리가 나서 결국 철회하고 그런 일도 초기에 있었고요. 문화방송도 KBS하고는 다르지만 또 거기도 공영방송이잖아요. 거기도 거의 뭐 사건 관련해서 정부 눈치를 요만큼이라도 보기라도 했나요? 그 당시 방송이 특별히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어디 편향돼있었다’ 그렇게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정세진]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으로부터 일종의 공격을 당하는 것, 퇴임 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가장 어떻게 보면 극에 달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하이에나 저널리즘’의 정수를 보여줬다. 이런 표현도 쓰고 있는데요. 퇴임 후에, 박연차 리스트에 연루된 의혹과 관련해서 나온 기사를 보면 중앙일보 2009년 4월 11일 <화류관문, 금전관문>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만지지 말아야 할 돈을 만지면 그것이 똥이 되는 것이다. 그 똥을 먹고 자신의 얼굴에 처바르고 온몸 전체에 뒤집어쓴 사람들이 지난 시절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고 그 부인이었으며 아들이었고 활개 치며 내로라하는 얼굴들이었다니….” 이렇게 담았고요. 조선일보는 <어제는 대통령 부인, 오늘은 대통령 아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노 전 대통령과 그 가족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국민의 눈과 법률의 감시로부터 가려주는 ‘권력의 가림막’이 영원한 듯 착각한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검찰이 먼지떨이로 먼지를 털자마자 온몸에서 먼지가 솟아오르듯이 지난 5년 동안 아무 때, 아무 곳에서나 서슴없이 검은돈에 손을 뻗친 모습이 이렇게 적나라하게 노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향신문은 <아내 핑계 대는 남편들>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연극 공연용으로 적어본 대사라면서 또 이런 내용을 실었습니다. “여자: 당신, 구속 안 되겠지? 다른 대통령들은 2000억 원 넘게 챙기던데. 우린 80억 원도 안 되잖아요. 남자: 내가 판사출신 대통령이야! 고시 보느라 당신에게 가족생계 떠맡긴 죄밖에 없다고. 여자: 그래요. 당신 대통령될 때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로 동정표 좀 얻었잖아. 이번에도 내가 총대 멜게요. 남자: 걱정 마, 내가 막무가내로 떼쓰는 초딩화법의 달인이잖아. 초지일관 당신이 돈 받아서 쓴 걸 몰랐다고 할 테니까” 조롱도 이런 조롱이 없었죠. 한숨부터.

[최 욱] 이거는 진짜. 이거 좀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할 정도로 굉장히 과도하게 보입니다.

[정준희] 경향신문은 노무현 대통령이 진보의 일부라고 잠시 기대했거나 또는 어느 정도 그것에 기여할 거라고 봤던 것에 대한 몇 차례의 배반감의 표현들이 뒤로 갈수록 굉장히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이거든요. 그 중에 하나가 이라크전 참전에 관련된 거, 한·미 FTA에 관련된 거, 이후에 개혁 입법들이 실패하는 그런 과정. 이런 것들에 대해서 경향신문이 지속적으로 점점 노무현 정부하고 되게 날카로운 거리 두기를 하는 그런 경향을 보여요.

[송수진] 제가 당시에 경향신문 소속 기자 분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 굉장히 비판기사를 많이 쓰셨던 기자 분 한 분하고 통화를 해봤는데요. “그런 기사를 쓴 것에 대해서 전혀 후회는 없다. 그렇게 한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한다고 약속한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서 양극화 해소, 재벌 개혁,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했던 약속들은 온데간데없고 정말 다른 사람이 돼버렸다, 이런 데서 오는 배신감 같은 것을 느꼈고 우리는 그 부분을 충분히 비판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비판을 했던 것이다”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유시민] 그때 나왔던 모든 논평은 일종의 ‘라면 논평’이에요. 이게 모두가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깔고 논평을 한 거예요. 이 논평은 너무너무 잔인한 거예요. 그거는 ‘사실이라면 참 실망이다.’ 그 정도로 끝나야 해요. 이 ‘~라면’, ‘이것이 사실이라면’이라고 해놓고 그 위에다가 온갖 상상을 동원해서 이렇게 올리는 것은 저는 죄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책이 잘못된 걸 비판하는 건 얼마든지 해야 해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싫어졌다고 해서 그걸로 이런 식의, 이것도 ‘라면 극본’이잖아요.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 위에 이게 정당화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왜 그랬을까? 이렇게 보면 이건 원망이에요, 기본적으로. 그러니까 노무현이, 노무현 때문에 진보가 다 망했다. 그러니까 진보 정치 세력, 진보 세력과 노무현을 분리해야 한다. 분리하기 위해서는 저 사람이 진보의 대표도 아니고 진짜 진보도 아니었다는 것을 논증해야 해요.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 그래서 공격한 거고.

[정세진]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언론은 검찰이 흘린 정보를 정말 무차별적으로 받아 적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도 나왔었는데요. 뉴스장면 함께 보시죠.

<영상> 명품 시계 논란 보도

- 검찰 “박연차, 노 부부에 명품 시계 2개 선물” (2009.04.22.)

[앵커] 박연차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에게 2억 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자] 보석이 박혀있어 개당 가격이 1억 원에 달하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위스 P사의 명품 시계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 회장은 검찰에서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맞아 선물용으로 2억 원을 들여 시계를 선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권 여사, 1억 원짜리 시계 2개 논두렁에 버렸다” (2009.05.13.)

[앵커] 권양숙 여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갑 선물로 받은 1억 원짜리 명품 시계 두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자] 지난달 30일, 검찰에 소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병우 중수 1과장으로부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 시계를 받아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가 자기 몰래 시계를 받아 보관하다가 지난해, 박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시계 두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세진] 보도가 나온 이후에 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한 적 없다”고 부인 했지만 다른 언론들은 이를 주요하게 다루면서 기정사실화했습니다. 조선일보 2009년 5월 14일 <盧 “피아제시계, 집사람이 올초 봉하마을에 버렸다>. 동아일보 <“盧측 버린 2억시계 주우러 가자” 포털 누리꾼 들끓어>, 경향신문 <검찰 “盧측 증거인멸 시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논두렁에 시계 찾으러 가자’ 뭐 이런 만평도 신문에 나왔었고요. 아이고, 할 말이 없어지네요.

[최 욱] 이건 좀 사실 관계는 짚고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것 좀 짚어 주시죠.

[유시민] 시계요? 제가 직접 노 대통령한테 들었어요, 이 시계 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검찰에서 뭐라고 진술하셨는지는 제가 잘 모르겠고요. 시계가 언제 발견이 됐냐하면 ‘e지원’ 시스템 복사본 문제 때문에 퇴임하시고 얼마 안 돼서 검찰에서 참모들 기소한다고 하고, 불러다 조사하고, 봉하마을에도 조사 들어온다고 하고, 봉하마을에 그 사본을 압수수색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집에 뭐 있는지 재물 조사를 한번 하자고. 이제 압수수색 들어오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우리가 미리 알고 있어야 할 거 아니냐 해서 우리 집에 뭐가 있는지 재물 목록을 만들었대요. 그 과정에서 시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신 거예요. 그래서 “이 시계가 뭐냐?” 그러니까 박연차 씨가 대통령 회갑 선물로 사왔는데 그거를 직접 주면 안 받을 것 같으니까 형님(노건평 씨). 거기에 맡겼다는 거예요. 좀 전해주라고. 근데 그 집에서도 현직 계실 때는 못 전해주고 그냥 그 시계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퇴임하셔서 집 지어서 거기로 오고 나니까 그 시계를 그쪽에서 이렇게, 이렇게 형님이 직접 갖고 오신 건 아니고 하여튼 이렇게 해서 (권양숙)여사님한테 갖다 주고 와서 이걸 돌려줄 방법도 없고 그래서 대통령이 아시면 화내실까 봐 서랍에 숨겨 놓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무슨 시계인지도 몰랐고 얼마짜리인지도 모르지만 너무 화가 나서 그 시계를 망치로 부숴서 버렸다고. 제가 들은 얘기는 그거예요.

[숄 츠] 이런 케이스에 대해서 스토리를 만드는 게 사실 잘못 아니라고 생각해요. 독일에서 만약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이것도 무조건 신문에서 나오는 스토리 되고. 이 스토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그거에 대해서는 논란할 수 있지만.

[유시민] 언론의 생리라고 봐요. 상업 언론의 기본 생리. 정치적인 그런 것도 있지만 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고 봐요.

[정세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 2009년 6월 초에 한국일보가 창간 55주년 국민의식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한국일보 2009년 6월 9일 이런 제목이었는데요. <盧 前 대통령 서거 책임, 언론-본인과 가족-MB 順 많아> 이런 제목의 기사였고요. “노 전 대통령 서거 책임을 놓고 2개의 복수응답을 받아 합산한 결과, 언론이 40.3%로 가장 많았고 근소한 차이로 노 전 대통령 자신과 가족(38.2%), 이명박 대통령(36.6%), 검찰(31.8%)이 뒤를 이었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검찰의 밀어붙이기식 수사, 언론의 무차별 보도,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의 사적인 문제가 뒤얽힌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라고 보도를 했습니다.

[유시민] 언론에서 그 사안들을 보도하는 방식이나 그 내용에 대해서는 이게 특별히 잘못이었다고 저는 생각 안 합니다. 그냥 원래 그런 것이다. 이 정치라는 것이 언론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무엇인가? 우리는 정치라는 것을 어떻게 대해야 하고 언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런 거에 대해서는 저는 이것은 고대 로마에서 벌어졌던 콜로세움의 검투 경기와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도. 그리고 그 전제 위에서 검투사로 출전하는 사람은 하고 객석에서 손가락을 세우거나 내리거나 할 사람들은 하는 것이고 그리고 그 검투 경기장에서는 누가 보기에도 공정한 게임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고 극히 야비한 암수(暗數)와 살수(殺手) 이런 것들이 다 동원된다. 그리고 이긴 자는 영웅이 되고 진 자는 사라진다. 그런 단면을 그냥 보여준다는 생각이에요. 저는.

<예고 영상> 노무현과 언론개혁 2부.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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