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값이 오르다 보니”…별걸 다 훔쳐가네!

입력 2019.05.27 (15:32) 수정 2019.05.2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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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인터넷 설치 기사 A(49) 씨는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물색했다. 경기 불황 때문인지 만족스러운 일을 찾지 못했다. 불행하게도 그에게 나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파트 배전반 안에 보면 통신·피뢰침 접지선이 있다. 벼락 등이 치면 강한 전류를 땅속으로 보내 피해를 막아주는 전선인데, 구리로 만들어진다. 인터넷 설치 작업을 하면서 이 구조를 아는 A씨는 구리선을 잘라 팔면 돈이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A 씨는 2017년 11월 초부터 지난 2일까지 대구와 경북 김천, 경산, 구미 등 아파트 62곳에서 73차례에 걸쳐 배전반 안에 있는 통신·피뢰 접지선 6만 9천여m를 니퍼로 잘라 빼돌렸다.

시가로 따지면 7억 1천만 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의 구리선이다. 그는 고물상에 급히 팔아 1억 600만 원을 챙겼다.

A 씨의 범행은 최근 달성군 지역 일부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측이 접지선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가 피해 아파트를 오가는 CCTV 영상과 입차 기록 등을 확보한 뒤, A 씨를 검거해 구속했다.

전직 인터넷 기사가 잘라 낸 대구지역 한 아파트 피뢰침 접지선. [사진 출처 : 대구경찰청 제공]전직 인터넷 기사가 잘라 낸 대구지역 한 아파트 피뢰침 접지선. [사진 출처 : 대구경찰청 제공]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인터넷 기사로 위장해 범행을 저질렀다. 주민과 경비원 의심을 피하려고 아파트 1층에서는 범행을 하지 않고, 2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한 층씩 올라가며 접지선을 끊어냈다.

하지만 A 씨의 이런 행위는 해당 아파트에는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짓이다. 아파트 피뢰침 접지선이 없는 상태에서 아파트에 벼락이라도 치면 통신과 전력선, 가전제품에 결정적인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손병조 대구 달서경찰서 생활범죄팀장은 "피의자가 CCTV 영상 등 증거를 보고는 순순히 자백했다"며 "과거 절도 전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이 돈을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돈이 되는 구리

A씨가 이 같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 것은 구리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구리 가격은 2017년 말부터 많이 상승한 상태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 거래가격 기준으로 현재 구리 시세는 톤당 5,919달러 정도다. 2016년 하반기 대략 4,890달러에 거래됐음을 감안할 때 톤당 1,000달러나 상승했다.

구리 시세. [사진 출처 : 네이버 캡쳐]구리 시세. [사진 출처 : 네이버 캡쳐]

이처럼 구리가 돈이 되면서 ‘구리 절도’도 늘고 있다.

지난 21일 울산에서도 구리 도난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한 지역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울산 대공원 솔 마루 길에 설치된 조명 구리 전선 250m가 도난 당했다. 울산남부경찰서는 지난달 21일부터 일주일 동안 두 차례에 걸쳐 공원 내 조명 전선 50m와 200m가 연달아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공원 내 CCTV에 찍힌 수상한 행동의 남성을 포착하고 동종 전과자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울산남구청은 도난당한 구리선을 다시 설치하려면 1,500만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지는 구리 절도

부산에서도 구리 절도범이 검거됐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심야에 자재창고에 침입해 구리전선 수백㎏을 훔친 혐의(절도)로 B(45) 씨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B 씨는 지난해 5월 3일 새벽 1시쯤 부산 기장군 한 전기 자재 창고업체에 담을 넘어 침입했다. B씨는 창고에서 구리전선 300㎏을 훔쳐 렌터카에 싣고 달아났다. 그는 올해 2월부터 석 달간 자재창고 13곳에 침입해 금속으로 된 수도꼭지, 밸브 벨관, 구리전선 등을 대거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가 훔친 구리 전선만 835㎏으로 시가로는 500만 원 정도였다. B씨는 이를 고물상 등에게 팔아 반값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실직한 이후 모텔을 전전하며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했다"면서 "고물상에 넘길 때 가격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제품 중심으로 절도 행각을 벌였다"고 말했다. 돈이 되는 구리를 주로 노렸다는 것이다.

경찰은 자재창고 주변 폐쇄회로(CC)TV와 범행에 사용한 렌터카를 확인해 B 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B 씨로부터 구리 전선을 사들인 장물업자 7명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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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7 15:32:35
    • 수정2019-05-27 15:46:04
    취재K
전직 인터넷 설치 기사 A(49) 씨는 월급이 적다는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물색했다. 경기 불황 때문인지 만족스러운 일을 찾지 못했다. 불행하게도 그에게 나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파트 배전반 안에 보면 통신·피뢰침 접지선이 있다. 벼락 등이 치면 강한 전류를 땅속으로 보내 피해를 막아주는 전선인데, 구리로 만들어진다. 인터넷 설치 작업을 하면서 이 구조를 아는 A씨는 구리선을 잘라 팔면 돈이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A 씨는 2017년 11월 초부터 지난 2일까지 대구와 경북 김천, 경산, 구미 등 아파트 62곳에서 73차례에 걸쳐 배전반 안에 있는 통신·피뢰 접지선 6만 9천여m를 니퍼로 잘라 빼돌렸다.

시가로 따지면 7억 1천만 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의 구리선이다. 그는 고물상에 급히 팔아 1억 600만 원을 챙겼다.

A 씨의 범행은 최근 달성군 지역 일부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측이 접지선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가 피해 아파트를 오가는 CCTV 영상과 입차 기록 등을 확보한 뒤, A 씨를 검거해 구속했다.

전직 인터넷 기사가 잘라 낸 대구지역 한 아파트 피뢰침 접지선. [사진 출처 : 대구경찰청 제공]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인터넷 기사로 위장해 범행을 저질렀다. 주민과 경비원 의심을 피하려고 아파트 1층에서는 범행을 하지 않고, 2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한 층씩 올라가며 접지선을 끊어냈다.

하지만 A 씨의 이런 행위는 해당 아파트에는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짓이다. 아파트 피뢰침 접지선이 없는 상태에서 아파트에 벼락이라도 치면 통신과 전력선, 가전제품에 결정적인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손병조 대구 달서경찰서 생활범죄팀장은 "피의자가 CCTV 영상 등 증거를 보고는 순순히 자백했다"며 "과거 절도 전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이 돈을 "생활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돈이 되는 구리

A씨가 이 같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 것은 구리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구리 가격은 2017년 말부터 많이 상승한 상태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 거래가격 기준으로 현재 구리 시세는 톤당 5,919달러 정도다. 2016년 하반기 대략 4,890달러에 거래됐음을 감안할 때 톤당 1,000달러나 상승했다.

구리 시세. [사진 출처 : 네이버 캡쳐]
이처럼 구리가 돈이 되면서 ‘구리 절도’도 늘고 있다.

지난 21일 울산에서도 구리 도난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한 지역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울산 대공원 솔 마루 길에 설치된 조명 구리 전선 250m가 도난 당했다. 울산남부경찰서는 지난달 21일부터 일주일 동안 두 차례에 걸쳐 공원 내 조명 전선 50m와 200m가 연달아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공원 내 CCTV에 찍힌 수상한 행동의 남성을 포착하고 동종 전과자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울산남구청은 도난당한 구리선을 다시 설치하려면 1,500만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지는 구리 절도

부산에서도 구리 절도범이 검거됐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심야에 자재창고에 침입해 구리전선 수백㎏을 훔친 혐의(절도)로 B(45) 씨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B 씨는 지난해 5월 3일 새벽 1시쯤 부산 기장군 한 전기 자재 창고업체에 담을 넘어 침입했다. B씨는 창고에서 구리전선 300㎏을 훔쳐 렌터카에 싣고 달아났다. 그는 올해 2월부터 석 달간 자재창고 13곳에 침입해 금속으로 된 수도꼭지, 밸브 벨관, 구리전선 등을 대거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가 훔친 구리 전선만 835㎏으로 시가로는 500만 원 정도였다. B씨는 이를 고물상 등에게 팔아 반값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실직한 이후 모텔을 전전하며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했다"면서 "고물상에 넘길 때 가격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제품 중심으로 절도 행각을 벌였다"고 말했다. 돈이 되는 구리를 주로 노렸다는 것이다.

경찰은 자재창고 주변 폐쇄회로(CC)TV와 범행에 사용한 렌터카를 확인해 B 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B 씨로부터 구리 전선을 사들인 장물업자 7명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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