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나비효과’ 일으킨 서진학교…지금은?

입력 2019.05.28 (14:00) 수정 2019.05.28 (14: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개교 미뤄진 서진학교…공사 민원에 아파트 담장 설치 요구까지
‘서진학교 효과’로 특수학교 인식 달라져…환영 현수막까지
달라진 인식에 고마워하는 장애학생 학부모들

올해 9월 개교가 어려운 서울 강서 서진학교

[연관 기사] “특수학교 환영합니다”…‘반가운 변화’ 이유는?

"조금만 공사기간이 늘어지면 바로 오셔서 항의한다고 하시니까, 마음이 매우 착잡합니다. 아직도 반대를 많이 하시니까…" (강서지역 장애 학생 학부모)

서울 강서구에 들어설 예정인 '서진학교'는 올해 9월 개교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정률은 45%, 절반에 못 미칩니다. 빨라야 올해 11월, 늦으면 내년 3월에야 문을 열 것으로 보입니다.

학부모들은 서진학교 설립을 반대했던 주민들이 공사에 대해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한다고 말합니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했던 일부 주민들이 학교 공사에 민원을 계속 제기해 공사가 늦어진다는 겁니다. 일부 주민은 학교 인근 아파트에 담장까지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진학교에 아이를 진학시킬 학부모들은 조심스럽습니다. 개교가 늦어지면 아이와 학부모의 고통이 길어지지만, 결국엔 학교 인근 주민들과 원만하게 지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년 서진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에서 장애학생 어머니들은 무릎을 꿇고 호소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를 만들어 달라는 외침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계기로 시민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중랑구에서는 이달 초 특수학교 설립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토지 소유주들이 내건 거였습니다. 이 지역에 들어설 특수학교 '동진학교'에 대해 서울시교육청과 이야기를 하면서, 토주 소유주들이 마음을 모았다고 합니다.

토지 소유주들은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한 서진학교 뉴스를 보고 특수학교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아이들을 보낼 곳이 없다고 하잖아요. 사실 학교가 그렇게 많이 부족한지 몰랐고 그 계기로 많이 알게 됐습니다. 엄마들이 무슨 죄에요. 무릎 꿇고 사죄하고 그러는데…" (한지애 중랑구 특수학교 후보지 토지주)


서울 중랑구와 전남 광양 지역의 특수학교 환영 현수막서울 중랑구와 전남 광양 지역의 특수학교 환영 현수막

지난달 전라남도 광양시에도 특수학교 설립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폐교된 중학교 용지에 특수학교인 '광양햇살학교' 설립이 확정 발표된 직후, 지역주민들과 학교 총동문회에서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이곳에서도 특수학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특수학교를 설명하고 설득시키는 데 애를 먹었던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를 이곳 교육청 담당자들도 느꼈다고 말합니다.

"주민 설명회 때 지역주민들이 "우리 지역 장애인들은 우리가 안고 갈란다." "반대하는 지역을 많이 봤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개인적으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조남준 전라남도교육청 특수교육팀 장학관)

학부모들의 절박한 상황을 접하고 특수학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겁니다. 교육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이른바 '서진학교 효과'가 나타났다고 입을 모읍니다.

KBS 뉴스 9 “특수학교 환영합니다”…‘반가운 변화’ 이유는?KBS 뉴스 9 “특수학교 환영합니다”…‘반가운 변화’ 이유는?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감사하다' '고맙다'는 반응입니다.

"여기에 특수학교를 지어도 된다는 현수막 보고 아주 반가웠어요. 장애 학생들의 학령기는 얼마 안 돼요. 학교를 졸업하면 지역사회에 살아야 하는데, 지역 주민들이 이렇게 나서서 반겨주니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임은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중랑지회 사무국장)

현재 전국 22곳에서 특수학교를 짓고 있거나 계획 중입니다. 여전히 반대 의견이 심한 지역도 있습니다. 교육 당국도 반대 여론을 의식해 주민설명회를 열기 전에는 대외적으로 특수학교 설립 지역을 발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특수학교 설립한다는 소식에 환영하고 동의하는 지역들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2년 전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어 무릎까지 꿇었던 학부모들의 모습이 다른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 ‘나비효과’ 일으킨 서진학교…지금은?
    • 입력 2019-05-28 14:00:20
    • 수정2019-05-28 14:04:33
    취재후·사건후
개교 미뤄진 서진학교…공사 민원에 아파트 담장 설치 요구까지<br />‘서진학교 효과’로 특수학교 인식 달라져…환영 현수막까지<br />달라진 인식에 고마워하는 장애학생 학부모들
올해 9월 개교가 어려운 서울 강서 서진학교

[연관 기사] “특수학교 환영합니다”…‘반가운 변화’ 이유는?

"조금만 공사기간이 늘어지면 바로 오셔서 항의한다고 하시니까, 마음이 매우 착잡합니다. 아직도 반대를 많이 하시니까…" (강서지역 장애 학생 학부모)

서울 강서구에 들어설 예정인 '서진학교'는 올해 9월 개교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정률은 45%, 절반에 못 미칩니다. 빨라야 올해 11월, 늦으면 내년 3월에야 문을 열 것으로 보입니다.

학부모들은 서진학교 설립을 반대했던 주민들이 공사에 대해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한다고 말합니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했던 일부 주민들이 학교 공사에 민원을 계속 제기해 공사가 늦어진다는 겁니다. 일부 주민은 학교 인근 아파트에 담장까지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진학교에 아이를 진학시킬 학부모들은 조심스럽습니다. 개교가 늦어지면 아이와 학부모의 고통이 길어지지만, 결국엔 학교 인근 주민들과 원만하게 지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7년 서진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토론회에서 장애학생 어머니들은 무릎을 꿇고 호소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를 만들어 달라는 외침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계기로 시민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중랑구에서는 이달 초 특수학교 설립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토지 소유주들이 내건 거였습니다. 이 지역에 들어설 특수학교 '동진학교'에 대해 서울시교육청과 이야기를 하면서, 토주 소유주들이 마음을 모았다고 합니다.

토지 소유주들은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한 서진학교 뉴스를 보고 특수학교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아이들을 보낼 곳이 없다고 하잖아요. 사실 학교가 그렇게 많이 부족한지 몰랐고 그 계기로 많이 알게 됐습니다. 엄마들이 무슨 죄에요. 무릎 꿇고 사죄하고 그러는데…" (한지애 중랑구 특수학교 후보지 토지주)


서울 중랑구와 전남 광양 지역의 특수학교 환영 현수막
지난달 전라남도 광양시에도 특수학교 설립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폐교된 중학교 용지에 특수학교인 '광양햇살학교' 설립이 확정 발표된 직후, 지역주민들과 학교 총동문회에서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이곳에서도 특수학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특수학교를 설명하고 설득시키는 데 애를 먹었던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를 이곳 교육청 담당자들도 느꼈다고 말합니다.

"주민 설명회 때 지역주민들이 "우리 지역 장애인들은 우리가 안고 갈란다." "반대하는 지역을 많이 봤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개인적으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조남준 전라남도교육청 특수교육팀 장학관)

학부모들의 절박한 상황을 접하고 특수학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겁니다. 교육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이른바 '서진학교 효과'가 나타났다고 입을 모읍니다.

KBS 뉴스 9 “특수학교 환영합니다”…‘반가운 변화’ 이유는?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감사하다' '고맙다'는 반응입니다.

"여기에 특수학교를 지어도 된다는 현수막 보고 아주 반가웠어요. 장애 학생들의 학령기는 얼마 안 돼요. 학교를 졸업하면 지역사회에 살아야 하는데, 지역 주민들이 이렇게 나서서 반겨주니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임은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중랑지회 사무국장)

현재 전국 22곳에서 특수학교를 짓고 있거나 계획 중입니다. 여전히 반대 의견이 심한 지역도 있습니다. 교육 당국도 반대 여론을 의식해 주민설명회를 열기 전에는 대외적으로 특수학교 설립 지역을 발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특수학교 설립한다는 소식에 환영하고 동의하는 지역들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2년 전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싶어 무릎까지 꿇었던 학부모들의 모습이 다른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