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K] ‘타다’ 운영 이재웅 대표가 개인택시 면허를 산다면?

입력 2019.05.28 (19:1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혁신 논쟁'에서 '택시 면허값' 논쟁으로 번지다

택시 문제를 둘러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의 혁신논쟁이 '1라운드'였다면 '2라운드'의 주제는 '면허값'이었다. 시작은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전 포티스 대표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네이버 공동창업자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의 글을 공유하면서부터였다.

김정호 대표는 글에서 "택시업계와 차량 공유 업계, 정부와 언론이 계속 싸우기만 하고 해결책은 아예 안 보이는 모습을 보며 답답해서 제안을 하나 해본다" 면서 "운송서비스를 하려는 기업은 자기가 수행할 양만큼의 면허를 매입하게 하는 게 어떨까"라고 썼다.

이찬진 전 대표도 이 글을 공유하면서 "타다가 요즘 6,500만 원 정도인 택시 면허를 사 들이고, 정부는 이 면허를 타다와 같은 사업 면허로 전환해주면 어떨까"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개인택시 기사들이 타다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로 기사들에게는 일종의 권리금 성격인 '개인택시 면허값'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부터다. 면허값을 사들여 적절한 금액으로 보상해주면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재웅 쏘카 대표는 면허값을 보상해준다고 택시 기사들의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냈다.

이재웅 대표는 "면허 매각 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논의 없이 개인택시 기사 면허만 돈 주고 사주면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한쪽 면만 보시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썼다.

이러자 면허 매입 아이디어를 냈던 김정호 대표가 발끈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타다가 1,000대이고 개인택시가 1,000대이면 타다는 면허권을 안 사서 1,000억 원을 덜 투자한 상태로 경쟁" 하는 것이라면서, 타다 등 새로운 운송서비스를 내놓는 사업자들이 일종의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을 내놓은 것이다.

이재웅 대표는 차량공유 서비스인 쏘카의 대표인 동시에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실질적 대주주다. 때문에 택시업계에서는 이 대표를 '공공의 적'으로 보고 있다. 택시 집회에서는 이재웅 대표를 비난하는 원색적인 구호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도 한다.


'타다'의 개인택시 면허 구매, 실제로 가능할까?

IT 기업가들이 내놓은 '면허 구매' 아이디어는 현실에서 실현 가능할까? 국토교통부는 회의적이다.

일단 첫 출발부터 막힌다. 개인택시 면허는 '개인' 사이에서만 양도 양수가 가능하다. 타다나 타다를 운영하는 VCNC같은 '법인'이 개인택시 면허를 구매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재웅 대표가 개인 자격으로 택시면허를 사는 건 어떨까? 그건 가능하다. 택시면허를 사서 타다의 드라이버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카카오T가 하고 있는 것처럼 타다 앱을 이용해 택시영업을 중개하는 방식이라면 말이다. 아니면 타다가 가맹운송사업자 자격을 취득해 '웨이고'와 같은 일종의 플랫폼택시 영업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도 제한이 있다. 개인택시면허 취득을 위해서는 사업용자동차 3년 이상의 운전경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개인과 개인의 거래방식으로 영업이 가능할 만한 수준의 면허를 사들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타다가 직접 택시면허를 매입하기 어렵다면, 국가에서 매입을 대행하면 어떨까. 타다는 매입에 필요한 재원을 국가에 내고, 국가가 택시와는 다른 형태의 '운송면허'를 타다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면허를 아이디어 차원에서 '혁신 면허'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현행 운수사업법을 완전히 뛰어넘기 때문에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타다로부터 재원을 조달받아 면허를 발급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업역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법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쉽게 말해 타다를 허용하는 대신에 상생 차원에서 돈을 내라는 건데, 택시업계에서는 새로운 업역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찬성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다를 제외한 다른 모빌리티 업체와의 형평성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타다처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형 업체들은 새로운 면허를 발급받기 위한 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에게는 역차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잉공급 해소 위한 '감차'는 피할 수 없는 과제

이처럼 '면허 구매' 아이디어는 현행법에서는 시도조차 하기 어렵지만,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택시의 과잉공급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감차는 꼬일 대로 꼬인 택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택시 약 25만 대 가운데 공급 과잉으로 여겨지는 택시는 4만 6천 대. 전체의 18% 정도다. 하지만 감차 실적은 저조하다. 공급 과잉이 5% 이상인 137개 사업구역 5만 2천 대가 감차 대상인데, 작년까지 감차는 2,000여 대에 그쳤다. 목표의 4%에 불과하다.

결국 감차 보상을 위한 재원 마련이 관건인데, 기사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감차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세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택시업체가 낸 부가가치세 가운데 5%를 감차를 위해서 쓰도록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모자란다.

3월 타결된 택시-카풀 사회적대타협에는 출퇴근 시간 카풀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대신 택시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당근'도 포함됐다. 법인택시 업체에는 수익 개선을 위한 '규제혁신형 플랫폼택시'가, 사납금에 시달리는 법인택시 기사들에게는 '월급제'가 일종의 당근이 됐다.

하지만, 개인택시 기사들에게는 '혜택'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출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면허 값 폭락이 새로운 갈등에 불을 붙인 셈이다.

'사회적 대타협'이 도출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하지만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체들 사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고, 승객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승자는 없는데 모두가 패배했다고 느끼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면허 구매' 제안과 뒤이은 논쟁도 이같은 안타까움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기존의 법과 제도를 우회하거나 대체하는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 새로운 모델로 수익을 창출하는 민간 업체들이 사회적 갈등에 따른 비용을 일정 부분 분담해야 한다" 이같은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한 것이 이번 면허구매 논쟁에서의 성과라면 성과다. 이 작은 성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대타협의 후속 조치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K] ‘타다’ 운영 이재웅 대표가 개인택시 면허를 산다면?
    • 입력 2019-05-28 19:13:53
    취재K
'혁신 논쟁'에서 '택시 면허값' 논쟁으로 번지다

택시 문제를 둘러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의 혁신논쟁이 '1라운드'였다면 '2라운드'의 주제는 '면허값'이었다. 시작은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전 포티스 대표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네이버 공동창업자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의 글을 공유하면서부터였다.

김정호 대표는 글에서 "택시업계와 차량 공유 업계, 정부와 언론이 계속 싸우기만 하고 해결책은 아예 안 보이는 모습을 보며 답답해서 제안을 하나 해본다" 면서 "운송서비스를 하려는 기업은 자기가 수행할 양만큼의 면허를 매입하게 하는 게 어떨까"라고 썼다.

이찬진 전 대표도 이 글을 공유하면서 "타다가 요즘 6,500만 원 정도인 택시 면허를 사 들이고, 정부는 이 면허를 타다와 같은 사업 면허로 전환해주면 어떨까"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개인택시 기사들이 타다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로 기사들에게는 일종의 권리금 성격인 '개인택시 면허값'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부터다. 면허값을 사들여 적절한 금액으로 보상해주면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재웅 쏘카 대표는 면허값을 보상해준다고 택시 기사들의 생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냈다.

이재웅 대표는 "면허 매각 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논의 없이 개인택시 기사 면허만 돈 주고 사주면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한쪽 면만 보시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썼다.

이러자 면허 매입 아이디어를 냈던 김정호 대표가 발끈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타다가 1,000대이고 개인택시가 1,000대이면 타다는 면허권을 안 사서 1,000억 원을 덜 투자한 상태로 경쟁" 하는 것이라면서, 타다 등 새로운 운송서비스를 내놓는 사업자들이 일종의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을 내놓은 것이다.

이재웅 대표는 차량공유 서비스인 쏘카의 대표인 동시에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실질적 대주주다. 때문에 택시업계에서는 이 대표를 '공공의 적'으로 보고 있다. 택시 집회에서는 이재웅 대표를 비난하는 원색적인 구호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도 한다.


'타다'의 개인택시 면허 구매, 실제로 가능할까?

IT 기업가들이 내놓은 '면허 구매' 아이디어는 현실에서 실현 가능할까? 국토교통부는 회의적이다.

일단 첫 출발부터 막힌다. 개인택시 면허는 '개인' 사이에서만 양도 양수가 가능하다. 타다나 타다를 운영하는 VCNC같은 '법인'이 개인택시 면허를 구매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재웅 대표가 개인 자격으로 택시면허를 사는 건 어떨까? 그건 가능하다. 택시면허를 사서 타다의 드라이버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카카오T가 하고 있는 것처럼 타다 앱을 이용해 택시영업을 중개하는 방식이라면 말이다. 아니면 타다가 가맹운송사업자 자격을 취득해 '웨이고'와 같은 일종의 플랫폼택시 영업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도 제한이 있다. 개인택시면허 취득을 위해서는 사업용자동차 3년 이상의 운전경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개인과 개인의 거래방식으로 영업이 가능할 만한 수준의 면허를 사들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타다가 직접 택시면허를 매입하기 어렵다면, 국가에서 매입을 대행하면 어떨까. 타다는 매입에 필요한 재원을 국가에 내고, 국가가 택시와는 다른 형태의 '운송면허'를 타다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면허를 아이디어 차원에서 '혁신 면허'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현행 운수사업법을 완전히 뛰어넘기 때문에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타다로부터 재원을 조달받아 면허를 발급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업역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법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쉽게 말해 타다를 허용하는 대신에 상생 차원에서 돈을 내라는 건데, 택시업계에서는 새로운 업역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찬성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다를 제외한 다른 모빌리티 업체와의 형평성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타다처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형 업체들은 새로운 면허를 발급받기 위한 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에게는 역차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잉공급 해소 위한 '감차'는 피할 수 없는 과제

이처럼 '면허 구매' 아이디어는 현행법에서는 시도조차 하기 어렵지만,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택시의 과잉공급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감차는 꼬일 대로 꼬인 택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택시 약 25만 대 가운데 공급 과잉으로 여겨지는 택시는 4만 6천 대. 전체의 18% 정도다. 하지만 감차 실적은 저조하다. 공급 과잉이 5% 이상인 137개 사업구역 5만 2천 대가 감차 대상인데, 작년까지 감차는 2,000여 대에 그쳤다. 목표의 4%에 불과하다.

결국 감차 보상을 위한 재원 마련이 관건인데, 기사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감차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세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택시업체가 낸 부가가치세 가운데 5%를 감차를 위해서 쓰도록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모자란다.

3월 타결된 택시-카풀 사회적대타협에는 출퇴근 시간 카풀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대신 택시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당근'도 포함됐다. 법인택시 업체에는 수익 개선을 위한 '규제혁신형 플랫폼택시'가, 사납금에 시달리는 법인택시 기사들에게는 '월급제'가 일종의 당근이 됐다.

하지만, 개인택시 기사들에게는 '혜택'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출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면허 값 폭락이 새로운 갈등에 불을 붙인 셈이다.

'사회적 대타협'이 도출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하지만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체들 사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고, 승객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승자는 없는데 모두가 패배했다고 느끼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면허 구매' 제안과 뒤이은 논쟁도 이같은 안타까움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기존의 법과 제도를 우회하거나 대체하는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 새로운 모델로 수익을 창출하는 민간 업체들이 사회적 갈등에 따른 비용을 일정 부분 분담해야 한다" 이같은 사회적 공감대를 확인한 것이 이번 면허구매 논쟁에서의 성과라면 성과다. 이 작은 성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대타협의 후속 조치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