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메시지 ‘성명’·‘담화’·‘논평’…그런데 ‘리현도’·‘정철수’는 누구?

입력 2019.05.2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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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명의 성명을 게재한 2017년 9월 21일 노동신문 1면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레 짖어대는 법이다...
그는 분명 정치인이 아니라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임이 틀림없다...
그 무엇을 생각했든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과격하다. 바로 옆에서 내지르는 듯 분노가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겁먹은 개', '불망나니', '깡패', '늙다리 미치광이'로 묘사된 상대방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 듯하다. 글쓴이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 쉽게 유죄가 나올 것 같다.

인터넷 댓글이 아니다. 2017년 9월 21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즉 김정은 명의로 발표된 성명이다. 상대방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성명 발표 며칠 전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했다. 북한에 대해 '완전 파괴'를 경고했고,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 '자살 임무 수행' 등의 표현으로 맹비난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명의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었다. 내용상 말폭탄에 말폭탄으로 응수했고, 형식상 유엔 총회 연설에 위원장 성명으로 맞대응한 셈이다. 서로 '각하', '내 친구', '똑똑하다'고 부르며 예우를 다하는 최근 두 정상의 모습과는 딴판이지만 그땐 그랬다.

대외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전달하는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대외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전달하는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

성명이냐 담화냐 문답이냐

북한은 이처럼 공식 입장을 내놓을 때 그 내용에 맞춰 다양한 수준의 형식을 사용한다. 가장 공식적이고 격이 높은 발표는 위와 같은 '성명'이다. 중요 사안과 대외 관계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때 사용된다는 것이 통일부 당국자 설명이다. 북한은 2017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 성명 외에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을 때, 또 대륙간 탄도 미사일, 즉 ICBM 실험 발사 성공을 공식화했을 때 정부 성명을, 또 괌을 포위사격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전략군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 밑으로는 '담화'가 있다. 역시 특정 문제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견해나 태도를 담고 있지만 강조하는 정도는 성명보다는 아래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최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억류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성명이나 담화는 사실상 북한 당국의 공식적 입장으로 간주돼 우리 당국의 주목을 가장 끄는 형식이다.

'기자와의 문답' 형식 역시 자주 사용된다.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는데 사용되지는 않고 기존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그 입장을 상기시키거나 강조 또는 경고할 때 이용된다. 보통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대변인은 최근 문제와 관련하여 조선중앙통신사 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같은 형식으로 시작된다. 북한은 이밖에도 백서, 고발장, 비망록, 공개 질문장 등 사안 별로 주체를 달리해 가면서 다양한 형식으로 발표를 내놓는다.

어디에 게재하느냐

이 같은 발표문들은 주로 북한의 매체를 통해 소개된다. 공식 발표들은 주로 관영 매체들에 먼저 게재되고 다른 선전 매체들이 인용해 전하는 형태를 띈다.

여러 북한 매체 가운데도 엄연히 격이 있다. 가장 눈여겨 볼 매체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이다.

노동신문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다. 김일성 주석도 "노동신문의 중심 과업으로 되는 것은 당의 방침과 정책, 당원들의 투쟁 임무를 일상적으로 해설하여 당원들을 교양하는 것"이라고 보증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 역시 당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과 정부의 공식적 대변자다. 통신사에서 내는 성명이나 보도는 모두 정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대개 두 매체는 글을 공유해 싣고 있지만, 조선중앙통신에만 나오고 노동신문에는 없는 경우도 많다. 어떤 사안을 외부에만 공표하고 북한 내부에는 공개하려 하지 않을 때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기관지인 민주조선, 조선중앙방송위원회가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도 관영 매체에 포함된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들. 우리민족끼리(위), 류경(아래)북한의 대외 선전매체들. 우리민족끼리(위), 류경(아래)

그 밖에는 통상 대외선전매체로 분류되는 인터넷 매체들이 있다. 북한 대남담당 기관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남측 민간단체 접촉 창구인 민족화해협의회의 '려명', 통전부 산하 조선해외동포원호위원회의 '류경', 아리랑협회의 '메아리'등이 해당된다. 주로 남측을 상대로 한 선전매체로 북한 내부에서는 내용을 알 수 없다. 따라서 비교적 남측의 정치 문제에 대한 비판이 많은 편이다. 관영 매체들보다 표현이 과격하고 주장이 거침없다는 특징도 있다.

어떻게 썼느냐

북한 매체에 실리는 글 역시 형식이 다양하다. 우리 신문과 같은 '사설', '논설', '논평'이라는 제목을 단 글도 있지만, 북한 매체에만 있는 '정론', '정세해설'이라는 형식의 기사도 있다. 이 중 '논평'은 우리 당국이 가장 주목하는 형태의 글이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 해외 주요 인사의 발언에 대해 낮은 수위로 반응할 때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에서는 '논평원의 글'이라는 형식으로 글을 게재하기도 한다. '리현도', '정철수' 등 개인의 이름을 기재한 글들도 많이 등장하는데, 필자의 실명인지 실존하는 인물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노동신문의 '사설'은 당의 노선과 정책을 알리고 관철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민중제일, 국가제일, 자력갱생 등의 내용을 담은 사설이 자주 나오고 있다.

'논설'은 사상적,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분석하면서 견해와 주장을 내세울 때 사용된다. '정론'은 사회정치적 문제들을 논하고 주장을 열정적으로 토로하는 형태다. 노동신문이 2개면에 걸쳐 실을 때도 있는데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주민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세 해설'은 주로 국제 분야 문제들을 알기 쉽게 해설하는 글이다.

'성명'만 눈여겨봐야 하나?

"그 무슨 '계획'이니, '인도주의'니 하며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나 하는 것은...
시시껄렁한 물물거래나 인적교류 같은 것으로
역사적인 북남선언 이행을 굼때려(때우려) 해서는 안 된다..."


최근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주의'를 처음으로 언급한 북한 글 일부다. 말 그대로 남북정상선언 이행이 인도적 지원보다 먼저라는 뜻인가? 아니면 인도적 지원이 필요없다는 뜻인가? 이 글에서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을 엿볼 수 있을까? 아니면 단지 북한이 남측의 반응을 떠보려는 것일까? 선전매체 '메아리'에 게재된 '북남선언리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개인 필명의 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분석이 어지러워진다.

5월 12일 ‘메아리’가 게재한 ‘인도주의’를 언급한 글5월 12일 ‘메아리’가 게재한 ‘인도주의’를 언급한 글

북한 매체에 어떤 글이 게재될 때 남측이 우선 주목하는 건 형식이다.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된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성명과 '우리민족끼리'에 게재된 정세 해설의 중요도가 같을 수는 없다. 같은 논평 형태의 글이라도 노동신문에 실린 것과 메아리에만 게재된 것과 같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북한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제한된 현실에서 매체들을 통해 나오는 글들에 얼마큼의 가중치를 두고 내용을 분석해야 할지는 항상 어렵다.

물론 사안이 얼마나 중요하느냐에 따라 형식이 결정될 것이다. 형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남측 입장에서는 형식이 내용을 규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형식이냐는 '간판'에만 집착하다 보면 정작 그 내용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에 대한 글인지, 언제 나왔는지, 어떻게 다뤘는지에 따라 그때그때 가중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 "형식은 내용의 일종이고 내용은 형식의 한 측면이다"라는 미국 작가 수전 손택의 말이 위로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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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의 메시지 ‘성명’·‘담화’·‘논평’…그런데 ‘리현도’·‘정철수’는 누구?
    • 입력 2019-05-29 07:02:44
    취재K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명의 성명을 게재한 2017년 9월 21일 노동신문 1면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레 짖어대는 법이다...
그는 분명 정치인이 아니라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임이 틀림없다...
그 무엇을 생각했든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과격하다. 바로 옆에서 내지르는 듯 분노가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겁먹은 개', '불망나니', '깡패', '늙다리 미치광이'로 묘사된 상대방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 듯하다. 글쓴이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 쉽게 유죄가 나올 것 같다.

인터넷 댓글이 아니다. 2017년 9월 21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즉 김정은 명의로 발표된 성명이다. 상대방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성명 발표 며칠 전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했다. 북한에 대해 '완전 파괴'를 경고했고,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 '자살 임무 수행' 등의 표현으로 맹비난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명의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었다. 내용상 말폭탄에 말폭탄으로 응수했고, 형식상 유엔 총회 연설에 위원장 성명으로 맞대응한 셈이다. 서로 '각하', '내 친구', '똑똑하다'고 부르며 예우를 다하는 최근 두 정상의 모습과는 딴판이지만 그땐 그랬다.

대외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전달하는 북한 외무성 홈페이지.
성명이냐 담화냐 문답이냐

북한은 이처럼 공식 입장을 내놓을 때 그 내용에 맞춰 다양한 수준의 형식을 사용한다. 가장 공식적이고 격이 높은 발표는 위와 같은 '성명'이다. 중요 사안과 대외 관계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때 사용된다는 것이 통일부 당국자 설명이다. 북한은 2017년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 성명 외에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을 때, 또 대륙간 탄도 미사일, 즉 ICBM 실험 발사 성공을 공식화했을 때 정부 성명을, 또 괌을 포위사격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전략군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그 밑으로는 '담화'가 있다. 역시 특정 문제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견해나 태도를 담고 있지만 강조하는 정도는 성명보다는 아래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최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억류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성명이나 담화는 사실상 북한 당국의 공식적 입장으로 간주돼 우리 당국의 주목을 가장 끄는 형식이다.

'기자와의 문답' 형식 역시 자주 사용된다.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는데 사용되지는 않고 기존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그 입장을 상기시키거나 강조 또는 경고할 때 이용된다. 보통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대변인은 최근 문제와 관련하여 조선중앙통신사 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같은 형식으로 시작된다. 북한은 이밖에도 백서, 고발장, 비망록, 공개 질문장 등 사안 별로 주체를 달리해 가면서 다양한 형식으로 발표를 내놓는다.

어디에 게재하느냐

이 같은 발표문들은 주로 북한의 매체를 통해 소개된다. 공식 발표들은 주로 관영 매체들에 먼저 게재되고 다른 선전 매체들이 인용해 전하는 형태를 띈다.

여러 북한 매체 가운데도 엄연히 격이 있다. 가장 눈여겨 볼 매체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이다.

노동신문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다. 김일성 주석도 "노동신문의 중심 과업으로 되는 것은 당의 방침과 정책, 당원들의 투쟁 임무를 일상적으로 해설하여 당원들을 교양하는 것"이라고 보증한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 역시 당과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당과 정부의 공식적 대변자다. 통신사에서 내는 성명이나 보도는 모두 정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대개 두 매체는 글을 공유해 싣고 있지만, 조선중앙통신에만 나오고 노동신문에는 없는 경우도 많다. 어떤 사안을 외부에만 공표하고 북한 내부에는 공개하려 하지 않을 때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기관지인 민주조선, 조선중앙방송위원회가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도 관영 매체에 포함된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들. 우리민족끼리(위), 류경(아래)
그 밖에는 통상 대외선전매체로 분류되는 인터넷 매체들이 있다. 북한 대남담당 기관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남측 민간단체 접촉 창구인 민족화해협의회의 '려명', 통전부 산하 조선해외동포원호위원회의 '류경', 아리랑협회의 '메아리'등이 해당된다. 주로 남측을 상대로 한 선전매체로 북한 내부에서는 내용을 알 수 없다. 따라서 비교적 남측의 정치 문제에 대한 비판이 많은 편이다. 관영 매체들보다 표현이 과격하고 주장이 거침없다는 특징도 있다.

어떻게 썼느냐

북한 매체에 실리는 글 역시 형식이 다양하다. 우리 신문과 같은 '사설', '논설', '논평'이라는 제목을 단 글도 있지만, 북한 매체에만 있는 '정론', '정세해설'이라는 형식의 기사도 있다. 이 중 '논평'은 우리 당국이 가장 주목하는 형태의 글이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 해외 주요 인사의 발언에 대해 낮은 수위로 반응할 때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에서는 '논평원의 글'이라는 형식으로 글을 게재하기도 한다. '리현도', '정철수' 등 개인의 이름을 기재한 글들도 많이 등장하는데, 필자의 실명인지 실존하는 인물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노동신문의 '사설'은 당의 노선과 정책을 알리고 관철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민중제일, 국가제일, 자력갱생 등의 내용을 담은 사설이 자주 나오고 있다.

'논설'은 사상적,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분석하면서 견해와 주장을 내세울 때 사용된다. '정론'은 사회정치적 문제들을 논하고 주장을 열정적으로 토로하는 형태다. 노동신문이 2개면에 걸쳐 실을 때도 있는데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주민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세 해설'은 주로 국제 분야 문제들을 알기 쉽게 해설하는 글이다.

'성명'만 눈여겨봐야 하나?

"그 무슨 '계획'이니, '인도주의'니 하며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나 하는 것은...
시시껄렁한 물물거래나 인적교류 같은 것으로
역사적인 북남선언 이행을 굼때려(때우려) 해서는 안 된다..."


최근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주의'를 처음으로 언급한 북한 글 일부다. 말 그대로 남북정상선언 이행이 인도적 지원보다 먼저라는 뜻인가? 아니면 인도적 지원이 필요없다는 뜻인가? 이 글에서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을 엿볼 수 있을까? 아니면 단지 북한이 남측의 반응을 떠보려는 것일까? 선전매체 '메아리'에 게재된 '북남선언리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개인 필명의 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분석이 어지러워진다.

5월 12일 ‘메아리’가 게재한 ‘인도주의’를 언급한 글
북한 매체에 어떤 글이 게재될 때 남측이 우선 주목하는 건 형식이다.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된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성명과 '우리민족끼리'에 게재된 정세 해설의 중요도가 같을 수는 없다. 같은 논평 형태의 글이라도 노동신문에 실린 것과 메아리에만 게재된 것과 같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북한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제한된 현실에서 매체들을 통해 나오는 글들에 얼마큼의 가중치를 두고 내용을 분석해야 할지는 항상 어렵다.

물론 사안이 얼마나 중요하느냐에 따라 형식이 결정될 것이다. 형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남측 입장에서는 형식이 내용을 규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형식이냐는 '간판'에만 집착하다 보면 정작 그 내용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에 대한 글인지, 언제 나왔는지, 어떻게 다뤘는지에 따라 그때그때 가중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 "형식은 내용의 일종이고 내용은 형식의 한 측면이다"라는 미국 작가 수전 손택의 말이 위로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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