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호텔방에서 마약 제조…아무도 몰랐던 까닭은?

입력 2019.05.29 (08:34) 수정 2019.05.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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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뉴스따라잡기 오늘은 마약 얘기입니다.

흔히 마약하면 인적이 드문 은밀한 곳에서 만들고 유통하는 게 영화나 뉴스를 통해 익숙한 장면이죠.

자, 그런데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호텔방에서 마약이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직원도, 옆방 투숙객도 알지 못했습니다. 냄새도 흔적도 없었을까요?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 보시죠.

[리포트]

서울의 한 호텔.

불 켜진 창 안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한 남성이 보이는데요.

남성이 객실을 나서는 순간, 바로 경찰에 붙잡힙니다.

[경찰 관계자 : "체포되면 권리 있어요. 변호인 선임권 있고, 진술 거부권 있어요."]

이 남성은 20대 중국인 A씨.

관광비자로 입국했지만 주로 호텔 안에만 머물렀다고 하는데요.

A씨가 머물던 방 안입니다.

관광객이라고 하기엔 뭔가 이상하죠.

입구부터 상자들이 줄줄이 놓여 있고, 과학 시간에 보셨죠? 저울과 비커 같은 실험 도구에 약품 같아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정한용/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장 : "서울 시내 한복판의 호텔 방 안에서 외국인 마약 제조 기술자가 (마약) 공급, 유통 목적으로 국내를 필로폰 제조 거점으로 (하려고)……."]

네, 이 결정체는 바로 필로폰...A 씨는 다름 아닌 마약 제조 기술자였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마약을 만드는 것도 놀라운데, 제조법은 더 놀랍습니다.

[정한용/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장 : "보통 3~4일이 걸려 필로폰을 제조해 오던 기존의 전통적 방식과는 달리 약 30시간 이내에 필로폰 완성품을 제조해 내는 공정이 등장했다는 점은 그간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특이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그것도 훨씬 단축된 시간에 필로폰을 만들고 있었는데요.

호텔 직원이나 다른 투숙객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합니다.

[정한용/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장 : "냄새가 거의 없었습니다. 원래는 필로폰을 제조할 경우에 특유의 역한 냄새 때문에 대부분 시골 비닐하우스라든지 외곽에서 제조하게 돼 있는데 시내 중심가에서도 제조가 가능할 정도로 냄새를 줄인 신종 공법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특별한 환기 시설 없이 창문만 열어 둔 채로 작업이 가능했던 겁니다.

발각될까 청소 의뢰도 하지 않았다는데요.

그런데, 전기는 많이 썼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요.

[정한용/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장 : 많은 도구를 한꺼번에 사용해서 과부하가 걸려서 한 번 정전이 돼서 그런 부분은 호텔 측에서 인지했던 적은 있는데 자신들의 관리 잘못으로……."]

보름간 A씨가 제조한 필로폰은 3.6kg. 12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홀로 작업을 해 온 A 씨에게 원료와 도구를 공급한 건 화교 B 씨입니다.

[정한용/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장 : "이들은 제조책과 제조 도구 공급책 등으로 각자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분담하되 서로가 서로의 인적 사항을 모르게 하는 점조직 형태로 비밀 SNS를 통해서 상선에게 지시를 받아 범행을 한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었습니다."]

각자 조직의 지시 아래 움직였던 두 사람이 붙잡히면서 수사 당국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앞서 보신 수법도 충격적이지만 이들이 국내를 마약 제조, 유통 거점으로 하려 했던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정한용/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장 :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 시장이 커지다 보니까 그 수요에 발맞춰서 국내를 마약 제조 거점으로 삼고자 입국하는 마약 피의자들이 좀 늘어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또 보시죠. 이번에는 두 달 전입니다.

경기도의 한 주택가를 급습하는데요.

[경찰 관계자 : "체포영장이 발부됐어요. 보이시죠. (변호사 선임해 진술할) 기회 있어요..."]

34살 중국 동포 이 모 씨의 방안 서랍에선 뜯지 않은 주사기 수십 개가 나오더니 가방에선 은박지로 작게 포장한 물건들이 나오는데요. 다름 아닌 필로폰입니다.

300g 이상, 만 명 이상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중국에서 필로폰을 공급받아 국내 유통시킨 총책이었는데요.

[조희영/안산단원경찰서 외사정보관 : "총책 이 모 씨 같은 경우는 출국했다 입국했다를 하다가 최근 1년 전부터는 아예 출국하지 않고 불법 체류 상태에서 필로폰을 판매했죠."]

건설노동자로도 일을 했다는 이 씨는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해 지난해 12월부터 필로폰 700g을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희영/안산단원경찰서 외사정보관 : "이 씨 같은 경우는 중국에서 마약을 운반하다가 말 그대로 총책의 지시를 받고 판매하다가 검거된 적도 있죠."]

이 씨와 함께 마약을 판매하고 투약한 혐의로 13명이 구속됐는데요.

이들은 중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에 광고 글을 올렸고, 특정 장소에 마약을 놓고 온 뒤 장소를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조희영/안산단원경찰서 외사정보관 : "SNS로 판매가 되면 운반책들이 지정한 장소에다가 넣어 놓습니다. 그러면은 그걸 사진 찍어서 다시 구매자들한테 SNS로 보내고 가져가는 방법. 그리고 대금 결제는 모두 SNS 머니로 송금하기 때문에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주로 국내 거주 중국 동포들을 상대로 했지만, 한국인들도 구매 고객이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돈이 궁핍한 한국인들을 마약 운반책으로 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조희영/안산단원경찰서 외사정보관 : "밤에 대리운전도 하고 열심히 살던 사람인데 대리운전같이 힘든 거 하지 말고 아르바이트 해라. 내가 주는 물건을 어디에 놓아 두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 줘라. 그러면 내가 1g당 얼마 주겠다."]

최근 들어 증가하는 마약 관련 범죄에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 국가가 아니라는 얘기도 많이 나오죠.

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유통 차원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그 양과 확산 속도는 더욱 우려할 만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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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9 08:40:16
    • 수정2019-05-29 10: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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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뉴스따라잡기 오늘은 마약 얘기입니다.

흔히 마약하면 인적이 드문 은밀한 곳에서 만들고 유통하는 게 영화나 뉴스를 통해 익숙한 장면이죠.

자, 그런데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호텔방에서 마약이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직원도, 옆방 투숙객도 알지 못했습니다. 냄새도 흔적도 없었을까요?

지금부터 현장으로 가 보시죠.

[리포트]

서울의 한 호텔.

불 켜진 창 안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한 남성이 보이는데요.

남성이 객실을 나서는 순간, 바로 경찰에 붙잡힙니다.

[경찰 관계자 : "체포되면 권리 있어요. 변호인 선임권 있고, 진술 거부권 있어요."]

이 남성은 20대 중국인 A씨.

관광비자로 입국했지만 주로 호텔 안에만 머물렀다고 하는데요.

A씨가 머물던 방 안입니다.

관광객이라고 하기엔 뭔가 이상하죠.

입구부터 상자들이 줄줄이 놓여 있고, 과학 시간에 보셨죠? 저울과 비커 같은 실험 도구에 약품 같아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정한용/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장 : "서울 시내 한복판의 호텔 방 안에서 외국인 마약 제조 기술자가 (마약) 공급, 유통 목적으로 국내를 필로폰 제조 거점으로 (하려고)……."]

네, 이 결정체는 바로 필로폰...A 씨는 다름 아닌 마약 제조 기술자였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마약을 만드는 것도 놀라운데, 제조법은 더 놀랍습니다.

[정한용/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장 : "보통 3~4일이 걸려 필로폰을 제조해 오던 기존의 전통적 방식과는 달리 약 30시간 이내에 필로폰 완성품을 제조해 내는 공정이 등장했다는 점은 그간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특이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그것도 훨씬 단축된 시간에 필로폰을 만들고 있었는데요.

호텔 직원이나 다른 투숙객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합니다.

[정한용/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장 : "냄새가 거의 없었습니다. 원래는 필로폰을 제조할 경우에 특유의 역한 냄새 때문에 대부분 시골 비닐하우스라든지 외곽에서 제조하게 돼 있는데 시내 중심가에서도 제조가 가능할 정도로 냄새를 줄인 신종 공법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특별한 환기 시설 없이 창문만 열어 둔 채로 작업이 가능했던 겁니다.

발각될까 청소 의뢰도 하지 않았다는데요.

그런데, 전기는 많이 썼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요.

[정한용/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장 : 많은 도구를 한꺼번에 사용해서 과부하가 걸려서 한 번 정전이 돼서 그런 부분은 호텔 측에서 인지했던 적은 있는데 자신들의 관리 잘못으로……."]

보름간 A씨가 제조한 필로폰은 3.6kg. 12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홀로 작업을 해 온 A 씨에게 원료와 도구를 공급한 건 화교 B 씨입니다.

[정한용/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장 : "이들은 제조책과 제조 도구 공급책 등으로 각자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분담하되 서로가 서로의 인적 사항을 모르게 하는 점조직 형태로 비밀 SNS를 통해서 상선에게 지시를 받아 범행을 한 사실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었습니다."]

각자 조직의 지시 아래 움직였던 두 사람이 붙잡히면서 수사 당국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앞서 보신 수법도 충격적이지만 이들이 국내를 마약 제조, 유통 거점으로 하려 했던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정한용/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장 :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 시장이 커지다 보니까 그 수요에 발맞춰서 국내를 마약 제조 거점으로 삼고자 입국하는 마약 피의자들이 좀 늘어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또 보시죠. 이번에는 두 달 전입니다.

경기도의 한 주택가를 급습하는데요.

[경찰 관계자 : "체포영장이 발부됐어요. 보이시죠. (변호사 선임해 진술할) 기회 있어요..."]

34살 중국 동포 이 모 씨의 방안 서랍에선 뜯지 않은 주사기 수십 개가 나오더니 가방에선 은박지로 작게 포장한 물건들이 나오는데요. 다름 아닌 필로폰입니다.

300g 이상, 만 명 이상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중국에서 필로폰을 공급받아 국내 유통시킨 총책이었는데요.

[조희영/안산단원경찰서 외사정보관 : "총책 이 모 씨 같은 경우는 출국했다 입국했다를 하다가 최근 1년 전부터는 아예 출국하지 않고 불법 체류 상태에서 필로폰을 판매했죠."]

건설노동자로도 일을 했다는 이 씨는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해 지난해 12월부터 필로폰 700g을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희영/안산단원경찰서 외사정보관 : "이 씨 같은 경우는 중국에서 마약을 운반하다가 말 그대로 총책의 지시를 받고 판매하다가 검거된 적도 있죠."]

이 씨와 함께 마약을 판매하고 투약한 혐의로 13명이 구속됐는데요.

이들은 중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에 광고 글을 올렸고, 특정 장소에 마약을 놓고 온 뒤 장소를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조희영/안산단원경찰서 외사정보관 : "SNS로 판매가 되면 운반책들이 지정한 장소에다가 넣어 놓습니다. 그러면은 그걸 사진 찍어서 다시 구매자들한테 SNS로 보내고 가져가는 방법. 그리고 대금 결제는 모두 SNS 머니로 송금하기 때문에 흔적이 남지 않습니다."]

주로 국내 거주 중국 동포들을 상대로 했지만, 한국인들도 구매 고객이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돈이 궁핍한 한국인들을 마약 운반책으로 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조희영/안산단원경찰서 외사정보관 : "밤에 대리운전도 하고 열심히 살던 사람인데 대리운전같이 힘든 거 하지 말고 아르바이트 해라. 내가 주는 물건을 어디에 놓아 두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 줘라. 그러면 내가 1g당 얼마 주겠다."]

최근 들어 증가하는 마약 관련 범죄에 한국은 더 이상 마약 청정 국가가 아니라는 얘기도 많이 나오죠.

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유통 차원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그 양과 확산 속도는 더욱 우려할 만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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