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XX, 똑바로 안 뛰어!”…소년체전 인권 ‘아동학대 수준’

입력 2019.05.29 (12:42) 수정 2019.05.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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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체전에서는 관행적인 '아동학대'가 이뤄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이 지난 25일과 26일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이하 소년체전)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한 뒤 밝힌 조사 결과입니다.

지난 25일~28일에 진행된 이번 소년체전에는 초·중학생 선수 1만 2천 명과 임원 5천 명 등 모두 1만 7천 명의 관계자가 참여했습니다. 인권위는 학생 선수들의 인권 침해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15개 체육관에서 실시된 12개 종목의 경기장을 관찰하고 선수들의 숙소 상황 등을 확인했습니다.

■ "이 XX, 똑바로 안 뛰어!" "그걸 경기라고 했냐!"…독려와 폭력 사이

초·중학생 어린 선수들은 경기에서 뒤처지거나 졌다는 이유로 코치나 감독으로부터 고함과 욕설, 폭언, 인격 모욕을 당해야 했습니다. 경기 도중과 작전타임, 경기종료 후를 가리지 않고 이러한 행위가 '관행적으로' 지속되고 있었다고 인권위는 밝혔습니다. 물론 일반 관중이나 학부모, 다른 선수와 지도자가 지켜보는 중에 공공연하게 벌어진 일들입니다. 인권위는 다음과 같은 행위들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인권위는 "다른 이들이 보고 있을 때도 이러한 고함과 욕설이 이어진다는 건, 이러한 행동이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며 "아동에 대한 폭언이 매우 일상화된 '코칭'이나 '독려' 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 여자 초·중학생들 '모텔' 합숙…여성 보호자 없이 남자 코치가 인솔

학생 선수 대부분은 경기 기간 동안 '모텔' 형태의 숙소에 머물렀습니다. 남자코치가 여성 선수들을 인솔하면서 여성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사전 훈련을 포함해 최대 일주일까지 모텔에 머무는 상황. 인권위는 별도의 여성 보호자가 없다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예방이나 대처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이런 숙소 중엔 이른바 '러브호텔'용 인테리어가 돼 있는 모텔이 많았습니다. 욕실 문 없이 욕조가 그대로 노출되는 등, 아동이 머물기엔 무척 부적절한 곳입니다.

인권위는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선 '여성 선수 동반 시 여성 보호자 동반 필수' 등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아동·청소년 행사와 관련한 '아동 적합 숙소 표준' 등 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인권위 "국가대표 선수 다루듯 아동 다뤄…아동학대 수준"

이밖에도 경기장 주변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여러 차례 목격됐습니다. 일부 남성 심판이나 코치가 여학생들의 목이나 어깨를 껴안고 이동하거나, 일부 경기 위원이 규정과 달리 중학생 선수의 허리를 잡는 식입니다. 인권위는 "스포츠 과정에서의 신체 접촉은 훈련, 교육, 격려 행위와 혼동될 수 있는 특징이 있고, 이를 빙자한 성폭력 사례가 많다"며 "불필요한 신체접촉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제대로 된 탈의시설을 갖추지 못해 아동 선수들이 자동차나 화장실, 복도, 관중석 등에서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소년체전에서 '스포츠인권상담센터' 신고 상담 업무를 안내하고 홍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활동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인권위는 소년체전이 아동 인권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고, 아동·청소년을 위한 '스포츠 축제'라는 교육적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인권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예정입니다. '인권 보호 가이드라인' 등 필요한 지침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 최은숙 사무관은 이번 현장 조사 결과에 대해 "코치나 감독들이 초·중학생 어린 선수들을 마치 (성인인) 국가대표 선수처럼 대하고 있다"며 "너무 많은 코치나 감독들에게서 부적절한 '아동학대' 행위가 발견돼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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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XX, 똑바로 안 뛰어!”…소년체전 인권 ‘아동학대 수준’
    • 입력 2019-05-29 12:42:42
    • 수정2019-05-29 14:04:05
    취재K
소년체전에서는 관행적인 '아동학대'가 이뤄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이 지난 25일과 26일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이하 소년체전)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한 뒤 밝힌 조사 결과입니다.

지난 25일~28일에 진행된 이번 소년체전에는 초·중학생 선수 1만 2천 명과 임원 5천 명 등 모두 1만 7천 명의 관계자가 참여했습니다. 인권위는 학생 선수들의 인권 침해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15개 체육관에서 실시된 12개 종목의 경기장을 관찰하고 선수들의 숙소 상황 등을 확인했습니다.

■ "이 XX, 똑바로 안 뛰어!" "그걸 경기라고 했냐!"…독려와 폭력 사이

초·중학생 어린 선수들은 경기에서 뒤처지거나 졌다는 이유로 코치나 감독으로부터 고함과 욕설, 폭언, 인격 모욕을 당해야 했습니다. 경기 도중과 작전타임, 경기종료 후를 가리지 않고 이러한 행위가 '관행적으로' 지속되고 있었다고 인권위는 밝혔습니다. 물론 일반 관중이나 학부모, 다른 선수와 지도자가 지켜보는 중에 공공연하게 벌어진 일들입니다. 인권위는 다음과 같은 행위들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인권위는 "다른 이들이 보고 있을 때도 이러한 고함과 욕설이 이어진다는 건, 이러한 행동이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며 "아동에 대한 폭언이 매우 일상화된 '코칭'이나 '독려' 행위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 여자 초·중학생들 '모텔' 합숙…여성 보호자 없이 남자 코치가 인솔

학생 선수 대부분은 경기 기간 동안 '모텔' 형태의 숙소에 머물렀습니다. 남자코치가 여성 선수들을 인솔하면서 여성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사전 훈련을 포함해 최대 일주일까지 모텔에 머무는 상황. 인권위는 별도의 여성 보호자가 없다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예방이나 대처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이런 숙소 중엔 이른바 '러브호텔'용 인테리어가 돼 있는 모텔이 많았습니다. 욕실 문 없이 욕조가 그대로 노출되는 등, 아동이 머물기엔 무척 부적절한 곳입니다.

인권위는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선 '여성 선수 동반 시 여성 보호자 동반 필수' 등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대규모 아동·청소년 행사와 관련한 '아동 적합 숙소 표준' 등 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 인권위 "국가대표 선수 다루듯 아동 다뤄…아동학대 수준"

이밖에도 경기장 주변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여러 차례 목격됐습니다. 일부 남성 심판이나 코치가 여학생들의 목이나 어깨를 껴안고 이동하거나, 일부 경기 위원이 규정과 달리 중학생 선수의 허리를 잡는 식입니다. 인권위는 "스포츠 과정에서의 신체 접촉은 훈련, 교육, 격려 행위와 혼동될 수 있는 특징이 있고, 이를 빙자한 성폭력 사례가 많다"며 "불필요한 신체접촉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제대로 된 탈의시설을 갖추지 못해 아동 선수들이 자동차나 화장실, 복도, 관중석 등에서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소년체전에서 '스포츠인권상담센터' 신고 상담 업무를 안내하고 홍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활동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인권위는 소년체전이 아동 인권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고, 아동·청소년을 위한 '스포츠 축제'라는 교육적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인권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예정입니다. '인권 보호 가이드라인' 등 필요한 지침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 최은숙 사무관은 이번 현장 조사 결과에 대해 "코치나 감독들이 초·중학생 어린 선수들을 마치 (성인인) 국가대표 선수처럼 대하고 있다"며 "너무 많은 코치나 감독들에게서 부적절한 '아동학대' 행위가 발견돼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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