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득점권 호투, 위기관리 능력은 존재하나?

입력 2019.05.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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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승 1패에 평균자책점 1.65. 류현진은 ESPN이 예측하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지수 1위를 달리며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이는 중이다.

특히 득점권 피안타율을 비롯한 위기관리 능력이 압도적이다. 류현진의 올 시즌 피안타율도 0.210으로 낮지만, 득점권 피안타율은 불과 0.054로 경이적인 수준이다.

득점권에서 맞은 안타는 단 두 개. 류현진의 잔루 처리율(LOB% : Left On Base %)은 92.1%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의 고공행진이 '운이 좋아서'라는 시선도 있다. 류현진의 커리어 LOB%는 78.6%로 올 시즌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즉, 운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다는 의견이다.


투수의 위기관리 능력? 다양한 의견들
찬스에 강한 '클러치 히터'의 존재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위기에 강한 '클러치 투수'도 마찬가지일까?

투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단순히 같은 상황에서 타격하는 타자와 달리 투수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땅볼 처리 능력, 전력투구, 세트포지션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이 존재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80년 이후 득점권 상황(RISP:Runners In Scoring Position)에서 피안타율이 낮은 5명의 투수를 살펴보자 (표 1 참조)

킴브럴, 채프먼 등 모두 익숙한 이름들이다. 5명 모두 적은 이닝에 집중하는 마무리-불펜 투수다.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그냥 5명 모두 원래 커리어 피안타율이 낮다.

에르네스토 프리에리를 제외하곤 득점권 피안타율과 통산 피안타율 차이가 0.01 안팎이다. 즉, 정상급 마무리 투수들조차 일반적으론 위기 상황이나 아닐 때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르네스토를 단순 아웃 라이어라고 무시할 수 없다. 6위인 에릭 가니에 차이가 0.43이다. 가니에는 640이닝 이상 던진 투수기에 유의미한 수치다. 또, 그랙 매덕스는 커리어 피OPS(장타+출루를 허용하는 비율)가 주자가 있을 때 0.79나 낮다.


일부 특별한 투수는 위기 상황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2014년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에 재밌는 기사가 나왔다. 제임즈 실즈의 호투를 위기관리 능력으로 분석한 것이다.

실즈는 로얄스 시절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은 0.264였고 주자가 있을 땐 0.227였다. 두 시즌 정도면 운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기사에선 그 이유를 설명한다.

<표 2>는 실즈의 주자가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구종 비율을 비교한 것이다. 던지는 구종이 상황에 따라 현저히 다르다.

우선 좌, 우타자를 상대로 모두 주자가 있을 때 초구에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비율이 줄어든다. 특히,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초구에 포심 패스트볼을 27%나 적게 던진다.

좌, 우타자 모두 득점권 시 초구에 커터를 던지는 비율은 높아지는데,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득점권 시 커터를 주자가 없을 때보다 27%나 많이 던졌다.

이는 당시 실즈의 패스트볼이 땅볼이 나올 확률이 낮아 병살 유도 등이 어렵다는 점, 커터의 헛스윙 비율이 더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한 투구였다. 어떤 사람은 이를 상황별 투구(situational pitching)도 능력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류현진도 위기 상황에서 다른 투구패턴을 선보일까?

이번엔 류현진의 올 시즌 우타자 상대 투구 패턴을 살펴봤다. 앞선 실즈와 다르게 류현진은 실즈처럼 극적인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건 초구 포심 패스트볼인데 득점권에서 17%를 더 많이 던진다.

(참고 - 표3과 달리 류현진은 싱커를 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fangraph.com이나 MLBAM 산하 baseballsavant.com 등엔 싱커가 잡힌다. 이는 그립이 아닌 궤적으로 구종을 분류하는 탓이다. 싱커는 투심 패스트볼일 수도 있고 다른 구종이 싱커성 궤적을 그리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다른 투수들도 흔히 보이는 변화다. 이것이 위기관리 능력의 핵심이라 말하긴 힘들다. 류현진의 올 시즌 득점권 삼진 확률은 15.0%로 오히려 커리어 평균 22.2%보다 낮다.

그런데도 류현진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현저히 낮다. 이는 류현진의 득점권 BABIP(Batting Average Ball In Play, 인 플레이 된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이 0.061로 말도 안되게 낮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2019년 시즌 BABIP은 0.259, 커리어 BABIP은 0.291이다.

이번엔 득점권과 아닐 때 류현진이 맞은 타구에 대해 살펴봤다. 여기서 낮은 득점권 BABIP의 원인이 몇 가지 나온다.


<표 4>를 보면 류현진의 득점권 상황에서 나온 뜬공 중 무려 33%가 내야 뜬공이었다. 올 시즌 평균인 8%와는 매우 큰 차이다.

이는 약한 타구(Soft%)의 증가에 기인한다. 팬그래프 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의 2019년 Soft%는 16.5%인데 득점권에선 27.30%이다. 반대로 강한 타구(Hard%)는 38.10%에서 27.30%로 감소했다.

이런 타구 질의 변화는 단순한 운일 수도 있고 구종 변화 또는 구속과 로케이션 등 어쨌든 다른 방법으로 류현진이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아직은 표본이 작아 운의 영향력이 크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운이 시즌 내내 계속된다면 실력이 될 수도 있다. 득점권 지표는 분명 지금보다 나빠지겠지만,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이 올 시즌 내내 계속되지 말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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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현진의 득점권 호투, 위기관리 능력은 존재하나?
    • 입력 2019-05-29 15:07:53
    스포츠K
7승 1패에 평균자책점 1.65. 류현진은 ESPN이 예측하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지수 1위를 달리며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이는 중이다.

특히 득점권 피안타율을 비롯한 위기관리 능력이 압도적이다. 류현진의 올 시즌 피안타율도 0.210으로 낮지만, 득점권 피안타율은 불과 0.054로 경이적인 수준이다.

득점권에서 맞은 안타는 단 두 개. 류현진의 잔루 처리율(LOB% : Left On Base %)은 92.1%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의 고공행진이 '운이 좋아서'라는 시선도 있다. 류현진의 커리어 LOB%는 78.6%로 올 시즌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즉, 운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다는 의견이다.


투수의 위기관리 능력? 다양한 의견들
찬스에 강한 '클러치 히터'의 존재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위기에 강한 '클러치 투수'도 마찬가지일까?

투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단순히 같은 상황에서 타격하는 타자와 달리 투수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땅볼 처리 능력, 전력투구, 세트포지션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이 존재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80년 이후 득점권 상황(RISP:Runners In Scoring Position)에서 피안타율이 낮은 5명의 투수를 살펴보자 (표 1 참조)

킴브럴, 채프먼 등 모두 익숙한 이름들이다. 5명 모두 적은 이닝에 집중하는 마무리-불펜 투수다.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그냥 5명 모두 원래 커리어 피안타율이 낮다.

에르네스토 프리에리를 제외하곤 득점권 피안타율과 통산 피안타율 차이가 0.01 안팎이다. 즉, 정상급 마무리 투수들조차 일반적으론 위기 상황이나 아닐 때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르네스토를 단순 아웃 라이어라고 무시할 수 없다. 6위인 에릭 가니에 차이가 0.43이다. 가니에는 640이닝 이상 던진 투수기에 유의미한 수치다. 또, 그랙 매덕스는 커리어 피OPS(장타+출루를 허용하는 비율)가 주자가 있을 때 0.79나 낮다.


일부 특별한 투수는 위기 상황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2014년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에 재밌는 기사가 나왔다. 제임즈 실즈의 호투를 위기관리 능력으로 분석한 것이다.

실즈는 로얄스 시절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은 0.264였고 주자가 있을 땐 0.227였다. 두 시즌 정도면 운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기사에선 그 이유를 설명한다.

<표 2>는 실즈의 주자가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구종 비율을 비교한 것이다. 던지는 구종이 상황에 따라 현저히 다르다.

우선 좌, 우타자를 상대로 모두 주자가 있을 때 초구에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비율이 줄어든다. 특히,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초구에 포심 패스트볼을 27%나 적게 던진다.

좌, 우타자 모두 득점권 시 초구에 커터를 던지는 비율은 높아지는데,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득점권 시 커터를 주자가 없을 때보다 27%나 많이 던졌다.

이는 당시 실즈의 패스트볼이 땅볼이 나올 확률이 낮아 병살 유도 등이 어렵다는 점, 커터의 헛스윙 비율이 더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한 투구였다. 어떤 사람은 이를 상황별 투구(situational pitching)도 능력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류현진도 위기 상황에서 다른 투구패턴을 선보일까?

이번엔 류현진의 올 시즌 우타자 상대 투구 패턴을 살펴봤다. 앞선 실즈와 다르게 류현진은 실즈처럼 극적인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건 초구 포심 패스트볼인데 득점권에서 17%를 더 많이 던진다.

(참고 - 표3과 달리 류현진은 싱커를 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fangraph.com이나 MLBAM 산하 baseballsavant.com 등엔 싱커가 잡힌다. 이는 그립이 아닌 궤적으로 구종을 분류하는 탓이다. 싱커는 투심 패스트볼일 수도 있고 다른 구종이 싱커성 궤적을 그리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다른 투수들도 흔히 보이는 변화다. 이것이 위기관리 능력의 핵심이라 말하긴 힘들다. 류현진의 올 시즌 득점권 삼진 확률은 15.0%로 오히려 커리어 평균 22.2%보다 낮다.

그런데도 류현진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현저히 낮다. 이는 류현진의 득점권 BABIP(Batting Average Ball In Play, 인 플레이 된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이 0.061로 말도 안되게 낮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2019년 시즌 BABIP은 0.259, 커리어 BABIP은 0.291이다.

이번엔 득점권과 아닐 때 류현진이 맞은 타구에 대해 살펴봤다. 여기서 낮은 득점권 BABIP의 원인이 몇 가지 나온다.


<표 4>를 보면 류현진의 득점권 상황에서 나온 뜬공 중 무려 33%가 내야 뜬공이었다. 올 시즌 평균인 8%와는 매우 큰 차이다.

이는 약한 타구(Soft%)의 증가에 기인한다. 팬그래프 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의 2019년 Soft%는 16.5%인데 득점권에선 27.30%이다. 반대로 강한 타구(Hard%)는 38.10%에서 27.30%로 감소했다.

이런 타구 질의 변화는 단순한 운일 수도 있고 구종 변화 또는 구속과 로케이션 등 어쨌든 다른 방법으로 류현진이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아직은 표본이 작아 운의 영향력이 크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운이 시즌 내내 계속된다면 실력이 될 수도 있다. 득점권 지표는 분명 지금보다 나빠지겠지만,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이 올 시즌 내내 계속되지 말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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