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류’로 끝난 최종담판…국회 정상화 진짜 변수는?

입력 2019.05.31 (16:25) 수정 2019.05.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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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없는 복귀”와 “패스트트랙 철회”를 내세우며 평행선을 달려온 민주당과 한국당. 오늘(31일) 국회 정상화를 판가름할 '최종담판'이 예상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판문점에 가지 않았다?"

오늘(31일) 오전 국회 기자실은 이 한마디에 술렁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남북경제협력특위 위원장이기도 한 이 원내대표는 2년 전부터 해마다 여름이면 340Km에 달하는 민통선을 12일 동안 걸어서 횡단할 만큼 통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합니다. 그런 그가 오늘 당 현장최고위원회가 열리는 판문점에 가지 않았다는 것은 한 가지 이유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교섭3당 원내대표 회동이나 민주당의 6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 단독 제출 등 국회정상화를 위한 긴박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

'보류'로 끝난 술렁임...원내대표 회동도, 단독 제출도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전의 술렁임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보류 상태'로 끝났습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오전 10시 회의를 마치고 오후 일정을 위해 11시엔 국회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10시 반, 교섭3당 원내대표 회동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왔습니다. 중재 역할을 자처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6월 임시국회 일정 합의를 위한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오늘 중으로) 조건 없이 개최하자"고 힘을 보탰습니다. 하지만 세 사람은 모이지 못했습니다.

20일 저녁의 교섭3당 원내대표들의 '맥주회동' 이후 민주당과 한국당은 연일 거친 말을 주고받았지만, 실무진인 양당의 수석부대표끼리는 유감표명의 수위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을 앞으로 어떻게 논의해 나갈지 등을 담은 합의문 초안을 다듬고 있었습니다. 물밑으로는 여전히 협상이 진행중이었는데요. '패스트트랙 법안을 합의처리 한다'와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한다' 그 사이 어디쯤으로 합의 문구를 정할 것이란 말도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어제 의원 워크숍을 연 민주당이 다음 달 3일 6월 국회를 여는 게 목표라며, 단독으로라도 국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히면서 한국당과 또 한 번 불꽃이 튀었습니다. 한국당은 "야당에 대해 국정의 동반자라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백기투항하라는 이야기"라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오늘도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야당 비난과 더불어민주당의 왜곡된 언론플레이가 민생국회를 열려는 야당의 희망마저 꺾고 있다"며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민주당의 플랜 A.B.C..."다음주에는 반드시 국회 열겠다"

6월 국회 문을 열기 위한 민주당의 계획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플랜A', 한국당과 협상에 성공해 합의 하에 국회 문을 연다. '플랜A'에 실패할 경우 가동되는 '플랜B', 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평화.정의당과 국회 문을 연다. 이마저 안 될 경우 가동되는 '플랜C',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한다.

오늘 오전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플랜A'와 '플랜B'는 실패입니다. 민주당 이 원내대표와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만나지 못했고, 대신 이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오 원내대표가 만났지만 한국당을 제외하고 국회를 여는 데는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남은 건 '플랜C'인데, 어제까지만 해도 오늘 소집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하겠단 의지가 컸었지만, 헝가리 유람선 사고로 기류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헝가리 사고로 인해서 국회가 국민을 위로하고 희망을 보여줘야 하는데, 단독으로 국회를 여는 것도 정쟁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이 원내대표가 한 번 더 진정성 있게 한국당과 협의하는 노력을 해보겠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주에는 (국회를) 시작하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으로 알아달라"고 덧붙였습니다.

남은 3일, 변수는 민생보다 '방탄국회'?

민주당의 6월 국회 소집요구서 단독 제출은 현재로서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미뤄졌습니다. 국회법상 의원 4분의 1이 요구하면 국회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음 주 월요일 '플랜C', 소집요구서 단독제출을 감행하더라도 국회는 '개문발차'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추경안과 법안 심사에 필요한 상임위 일정은 여야 협의로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일단 국회 문을 열어놓고 한국당과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당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합니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은 결자해지를 위해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사과와 철회를 하고 민생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물밑 접촉은 이어지고 있지만, 국회 정상화의 열쇠를 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회 파행 이후 바뀐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꼬박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당시 한국당은 2018년 6월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했습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 얽힌 권성동 의원을 구하기 위한 '방탄국회'라는 비난을 받았죠. 불체포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미정상 통화내용 유출로 고발된 강효상 의원의 검찰 소환을 막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에 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폭력사태로 고발당한 한국당 의원들도 내심 국회 정상화(=방탄국회)를 바라고 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추경안이 국회로 넘어온 지 36일. 심사를 맡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시한은 29일로 이미 끝나버렸습니다. 예결위원을 새로 뽑을지, 연장해서 추경을 심사할 지도 정해야 합니다.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최저임금제 개편, 소방관 국가직화 논의 등 노동·민생 현안은 쌓여 있습니다.

오늘로 예정됐던 '최후 담판'은 없었지만, 주말까지 다시 3일이 남았습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유연함을 기르겠다던 맥주형님'은 국회 정상화의 꼬인 매듭을 풀 수 있을까요? 헝가리 유람선 사고로 충격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하기는 국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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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류’로 끝난 최종담판…국회 정상화 진짜 변수는?
    • 입력 2019-05-31 16:25:48
    • 수정2019-05-31 16:27:29
    취재K
“조건 없는 복귀”와 “패스트트랙 철회”를 내세우며 평행선을 달려온 민주당과 한국당. 오늘(31일) 국회 정상화를 판가름할 '최종담판'이 예상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인영 원내대표가 판문점에 가지 않았다?"

오늘(31일) 오전 국회 기자실은 이 한마디에 술렁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남북경제협력특위 위원장이기도 한 이 원내대표는 2년 전부터 해마다 여름이면 340Km에 달하는 민통선을 12일 동안 걸어서 횡단할 만큼 통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합니다. 그런 그가 오늘 당 현장최고위원회가 열리는 판문점에 가지 않았다는 것은 한 가지 이유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교섭3당 원내대표 회동이나 민주당의 6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 단독 제출 등 국회정상화를 위한 긴박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

'보류'로 끝난 술렁임...원내대표 회동도, 단독 제출도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전의 술렁임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보류 상태'로 끝났습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오전 10시 회의를 마치고 오후 일정을 위해 11시엔 국회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10시 반, 교섭3당 원내대표 회동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왔습니다. 중재 역할을 자처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6월 임시국회 일정 합의를 위한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오늘 중으로) 조건 없이 개최하자"고 힘을 보탰습니다. 하지만 세 사람은 모이지 못했습니다.

20일 저녁의 교섭3당 원내대표들의 '맥주회동' 이후 민주당과 한국당은 연일 거친 말을 주고받았지만, 실무진인 양당의 수석부대표끼리는 유감표명의 수위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을 앞으로 어떻게 논의해 나갈지 등을 담은 합의문 초안을 다듬고 있었습니다. 물밑으로는 여전히 협상이 진행중이었는데요. '패스트트랙 법안을 합의처리 한다'와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한다' 그 사이 어디쯤으로 합의 문구를 정할 것이란 말도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어제 의원 워크숍을 연 민주당이 다음 달 3일 6월 국회를 여는 게 목표라며, 단독으로라도 국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히면서 한국당과 또 한 번 불꽃이 튀었습니다. 한국당은 "야당에 대해 국정의 동반자라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백기투항하라는 이야기"라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오늘도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야당 비난과 더불어민주당의 왜곡된 언론플레이가 민생국회를 열려는 야당의 희망마저 꺾고 있다"며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민주당의 플랜 A.B.C..."다음주에는 반드시 국회 열겠다"

6월 국회 문을 열기 위한 민주당의 계획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플랜A', 한국당과 협상에 성공해 합의 하에 국회 문을 연다. '플랜A'에 실패할 경우 가동되는 '플랜B', 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평화.정의당과 국회 문을 연다. 이마저 안 될 경우 가동되는 '플랜C',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한다.

오늘 오전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플랜A'와 '플랜B'는 실패입니다. 민주당 이 원내대표와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만나지 못했고, 대신 이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오 원내대표가 만났지만 한국당을 제외하고 국회를 여는 데는 합의하지 못했습니다.

남은 건 '플랜C'인데, 어제까지만 해도 오늘 소집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하겠단 의지가 컸었지만, 헝가리 유람선 사고로 기류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헝가리 사고로 인해서 국회가 국민을 위로하고 희망을 보여줘야 하는데, 단독으로 국회를 여는 것도 정쟁으로 비춰질 수 있다"면서 "이 원내대표가 한 번 더 진정성 있게 한국당과 협의하는 노력을 해보겠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주에는 (국회를) 시작하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으로 알아달라"고 덧붙였습니다.

남은 3일, 변수는 민생보다 '방탄국회'?

민주당의 6월 국회 소집요구서 단독 제출은 현재로서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미뤄졌습니다. 국회법상 의원 4분의 1이 요구하면 국회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음 주 월요일 '플랜C', 소집요구서 단독제출을 감행하더라도 국회는 '개문발차'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추경안과 법안 심사에 필요한 상임위 일정은 여야 협의로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일단 국회 문을 열어놓고 한국당과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당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합니다. 나 원내대표는 "여당은 결자해지를 위해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사과와 철회를 하고 민생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물밑 접촉은 이어지고 있지만, 국회 정상화의 열쇠를 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회 파행 이후 바뀐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꼬박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당시 한국당은 2018년 6월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했습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 얽힌 권성동 의원을 구하기 위한 '방탄국회'라는 비난을 받았죠. 불체포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는 현행범이 아닌 이상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미정상 통화내용 유출로 고발된 강효상 의원의 검찰 소환을 막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국회 정상화에 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폭력사태로 고발당한 한국당 의원들도 내심 국회 정상화(=방탄국회)를 바라고 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추경안이 국회로 넘어온 지 36일. 심사를 맡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시한은 29일로 이미 끝나버렸습니다. 예결위원을 새로 뽑을지, 연장해서 추경을 심사할 지도 정해야 합니다.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최저임금제 개편, 소방관 국가직화 논의 등 노동·민생 현안은 쌓여 있습니다.

오늘로 예정됐던 '최후 담판'은 없었지만, 주말까지 다시 3일이 남았습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유연함을 기르겠다던 맥주형님'은 국회 정상화의 꼬인 매듭을 풀 수 있을까요? 헝가리 유람선 사고로 충격에 빠진 국민들을 위로하기는 국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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