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91%’에 담긴 진실은?

입력 2019.06.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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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의무화' 놓고 충돌한 91%와 91%

여론조사에서 91%는 압도적 숫자입니다. 거의 이견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이 91%의 수치가 정확히 반대 방향에서 부딪혔습니다. 충돌이 일어난 곳은 국회도서관 대강당. 지난달 30일, '수술실 CCTV 의무화' 토론회장이었습니다.

본격 논의가 시작된 지 3년 만에 국회에서 열린 첫 토론회. 찬반 논란이 뜨거운 만큼 환자단체와 의사단체가 총출동했습니다. 이미 도립병원 6곳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한 경기도가 주관한 만큼 경기도의료원이 CCTV 설치 사례 발표를 하고, 찬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은 수술실 CCTV 도입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91%가 찬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수술을 받을 경우 CCTV 촬영에 동의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87%의 도민이 '촬영할 생각'이라고 답했습니다. 정 원장은 의료진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근거라며 "CCTV 설치로 환자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뒤이어 발제에 나선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도 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전문직 가운데 가장 믿을 수 있는 직업이 의사이고 신뢰도는 90.7%, 약 91%라는 겁니다. 경기도의료원에선 불신의 근거로 쓰였던 91%가 의사협회에선 신뢰의 근거로 쓰인 셈입니다.

물론 두 여론조사는 조사 대상도, 방식도, 기간도 다릅니다. 하지만 두 수치가 말하는 것을 좇다보면 '대다수가 신뢰하는 의사를, 왜 대다수는 수술실에서 믿지 못할까?'라는 의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찬반 단체가 격돌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토론회는 매우 차분하게 진행됐습니다. 의문을 조금이나마 푸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수술실 CCTV 의무화'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어린이집, 블랙박스 그리고 수술실의 공통점

'수술실 CCTV 의무화'에 찬성하는 쪽은 이미 의무화된 어린이집 CCTV와 비교합니다. 언어 표현이 미숙한 유아들처럼 전신마취 환자도 무자격자 대리수술, 성범죄 등 불법적인 상황이 일어났을 경우 항거불능 상태라는 겁니다. 계약 관계로만 보면 돈을 내는 환자가 갑이지만, 수술실에서의 결정권은 의사가 갖는다는 점, 즉 계약과 실제 위력행사의 갑을 관계가 바뀐다는 점도 두 공간의 공통점입니다.

류영철 경기도 보건복지국장은 수술실 CCTV와 유사 사례로 블랙박스를 들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또 오히려 나의 잘못를 입증하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혹시라도 억울한 일을 당할까봐 블랙박스를 장착한다"는 겁니다.

류 국장은 "환자 안전은 물론 의사를 위해서도 수술실 CCTV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의료사고 예방은 물론, 의료사고가 나더라도 의사가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봤다는 상황을 증명해주는 자료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병원 측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리진료 등 불법 행위를 강요했을 때 의사의 자기방어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의료사고 예방? 소극 진료로 환자 위험"

반면 의사들 생각은 달랐습니다. CCTV 설치로 대리수술이나 성범죄 등 불법행위를 예방할 수 있을지 몰라도, 수술 자체에 차질을 빚어 오히려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겁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의사단체는 "수술은 고도의 정신적 집중이 필요한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김해영 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의사들이 평정심 유지를 위해 수술실에서 음악을 트는 사례를 언급하고 "CCTV가 설치돼 분쟁의 소지가 된다 생각하면 음악을 틀지 못할 것"이라며, 의사가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돼 수술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법제이사는 의사의 재량권도 언급하며 "CCTV 설치해서 감시해 보겠다? 의사가 최선을 다할 리가 없다"면서 "마음이 그렇게 다가가지 않는다"고도 말했습니다.

박종혁 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단순히 CCTV 카메라 한 대를 설치하는 문제가 아니라 의료 문화 전반이 바뀌는 문제"라며 "생존 확률 5%만 돼도 살 기회가 있는 것인데, 소송을 생각해 보수적으로 판단하면 그냥 사망하게 되는 것"이라며 진료환경 위축을 우려했습니다.

"해킹으로 민감한 영상 유출" VS "화질 조정·보안 강화로 해결"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가 공개한 해외 유출 수술실 사진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가 공개한 해외 유출 수술실 사진

의사협회는 이날 산부인과와 항문외과 진료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습니다. 해외에서 해킹으로 유출된 사진으로, 민감한 부위는 모자이크로 가렸습니다. "여러분의 민감한 의료 정보가 이렇게 공개되길 원하느냐"며 CCTV 의무화 반대 근거로 해킹 위험을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CCTV를 설치한다 해서 민감한 수술 부위를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며 "제때 필요한 처치가 이뤄졌는 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수술실 전경을 촬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는 "벽에 부착하는 카메라의 각도와 화질을 조정해 전경을 찍게 되면 민감한 부위는 의료진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강화해 의료분쟁이 일어났을 때가 아니면 영상을 볼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영현 의료문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부대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에는 촬영 카메라 종류가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며 "해킹 위험이 낮은 폐쇄회로TV, 즉 CCTV로 카메라 종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잠재적 범죄자 VS 잠재적 환자

의사협회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에 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범죄 발생 위험이 있는 곳에 설치하는 CCTV를 수술실에 설치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짙어 보였습니다. 환자가 나를 믿지 못하는 데 어떻게 수술을 하겠냐, 치료의 제1조건은 '믿음'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객석에서 질의를 했던 한 의료사고 피해 가족은 "생로병사 안에서 병원에 안 갈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에 거부감만 나타내지 말고, 역지사지로 모두 '잠재적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달라고 얘기했습니다.

"피해자 가족이지만 일선 의사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질의자는 "의료사고로 소송을 6년이나 했는데, 의사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소송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故 권대희 씨 어머니의 외침 "의사협회가 먼저 '미꾸라지'를 버리십시오"

2016년 안면윤곽수술을 받고 숨진 故 권대희 씨의 수술실 CCTV 영상. 1시간 가량 수술을 하던 의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의사가 지혈 조치를 했고, 이후 들어온 간호조무사는 환자를 앞에 두고 휴대전화를 만지거나 눈화장을 고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2016년 안면윤곽수술을 받고 숨진 故 권대희 씨의 수술실 CCTV 영상. 1시간 가량 수술을 하던 의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의사가 지혈 조치를 했고, 이후 들어온 간호조무사는 환자를 앞에 두고 휴대전화를 만지거나 눈화장을 고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수술실 CCTV 의무화' 필요성을 알린 것은 2016년 안면윤곽수술을 받고 과다출혈로 숨진 故 권대희 씨 사건이었습니다. 수술실 CCTV 영상을 통해 불법 의료행위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CCTV 영상이 없었더라면 소송할 엄두 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라던 권 씨의 어머니 이나금 씨는 병원을 상대로 2년이 넘는 소송 끝에 지난달 28일 민사에서 승소했습니다. 법원은 병원에 4억 3천만 원의 지급판결을 내렸습니다.

CCTV 영상을 500번도 더 돌려보며 분석했다는 이 씨도 의료사고 피해가족과 함께 객석에서 토론회를 지켜봤습니다. 토론회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 "의사에게 필요한 건 CCTV가 아니라 환자의 신뢰"라는 의사협회의 말에 이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듭니다. 자꾸 신뢰를 이야기 하시는데, 미꾸라지를 제 식구라고 감싸지 마시고, 국회의원이 의사들 잘못을 제재하는 법안 발의하게 하지 마시고, 의사협회에서 자성의 차원으로 잘못한 의사들 처벌 강화해달라는 법안을 요청하십시오. 그러면 환자들이 이렇게 (CCTV 설치하자고) 외치지 않을 겁니다."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수술은 영상 촬영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14일 발의됐다가, 공동 발의 의원들 일부가 하루 만에 발의를 철회해 폐기됐습니다. 그러다 지난 21일 다시 발의됐습니다. 국회 파행에 찬반 입장이 팽팽해 법안 논의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이지만, 서로의 입장을 좁혀나가는 토론회는 쭉 이어지길 환자단체와 의료계는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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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실 CCTV, ‘91%’에 담긴 진실은?
    • 입력 2019-06-02 08:00:37
    취재K
'수술실 CCTV 의무화' 놓고 충돌한 91%와 91%

여론조사에서 91%는 압도적 숫자입니다. 거의 이견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이 91%의 수치가 정확히 반대 방향에서 부딪혔습니다. 충돌이 일어난 곳은 국회도서관 대강당. 지난달 30일, '수술실 CCTV 의무화' 토론회장이었습니다.

본격 논의가 시작된 지 3년 만에 국회에서 열린 첫 토론회. 찬반 논란이 뜨거운 만큼 환자단체와 의사단체가 총출동했습니다. 이미 도립병원 6곳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한 경기도가 주관한 만큼 경기도의료원이 CCTV 설치 사례 발표를 하고, 찬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은 수술실 CCTV 도입 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91%가 찬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수술을 받을 경우 CCTV 촬영에 동의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87%의 도민이 '촬영할 생각'이라고 답했습니다. 정 원장은 의료진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근거라며 "CCTV 설치로 환자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뒤이어 발제에 나선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도 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전문직 가운데 가장 믿을 수 있는 직업이 의사이고 신뢰도는 90.7%, 약 91%라는 겁니다. 경기도의료원에선 불신의 근거로 쓰였던 91%가 의사협회에선 신뢰의 근거로 쓰인 셈입니다.

물론 두 여론조사는 조사 대상도, 방식도, 기간도 다릅니다. 하지만 두 수치가 말하는 것을 좇다보면 '대다수가 신뢰하는 의사를, 왜 대다수는 수술실에서 믿지 못할까?'라는 의문에 도달하게 됩니다. 찬반 단체가 격돌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토론회는 매우 차분하게 진행됐습니다. 의문을 조금이나마 푸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수술실 CCTV 의무화'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어린이집, 블랙박스 그리고 수술실의 공통점

'수술실 CCTV 의무화'에 찬성하는 쪽은 이미 의무화된 어린이집 CCTV와 비교합니다. 언어 표현이 미숙한 유아들처럼 전신마취 환자도 무자격자 대리수술, 성범죄 등 불법적인 상황이 일어났을 경우 항거불능 상태라는 겁니다. 계약 관계로만 보면 돈을 내는 환자가 갑이지만, 수술실에서의 결정권은 의사가 갖는다는 점, 즉 계약과 실제 위력행사의 갑을 관계가 바뀐다는 점도 두 공간의 공통점입니다.

류영철 경기도 보건복지국장은 수술실 CCTV와 유사 사례로 블랙박스를 들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또 오히려 나의 잘못를 입증하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혹시라도 억울한 일을 당할까봐 블랙박스를 장착한다"는 겁니다.

류 국장은 "환자 안전은 물론 의사를 위해서도 수술실 CCTV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의료사고 예방은 물론, 의료사고가 나더라도 의사가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봤다는 상황을 증명해주는 자료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병원 측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리진료 등 불법 행위를 강요했을 때 의사의 자기방어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의료사고 예방? 소극 진료로 환자 위험"

반면 의사들 생각은 달랐습니다. CCTV 설치로 대리수술이나 성범죄 등 불법행위를 예방할 수 있을지 몰라도, 수술 자체에 차질을 빚어 오히려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겁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의사단체는 "수술은 고도의 정신적 집중이 필요한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김해영 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의사들이 평정심 유지를 위해 수술실에서 음악을 트는 사례를 언급하고 "CCTV가 설치돼 분쟁의 소지가 된다 생각하면 음악을 틀지 못할 것"이라며, 의사가 심리적으로 더욱 위축돼 수술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법제이사는 의사의 재량권도 언급하며 "CCTV 설치해서 감시해 보겠다? 의사가 최선을 다할 리가 없다"면서 "마음이 그렇게 다가가지 않는다"고도 말했습니다.

박종혁 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단순히 CCTV 카메라 한 대를 설치하는 문제가 아니라 의료 문화 전반이 바뀌는 문제"라며 "생존 확률 5%만 돼도 살 기회가 있는 것인데, 소송을 생각해 보수적으로 판단하면 그냥 사망하게 되는 것"이라며 진료환경 위축을 우려했습니다.

"해킹으로 민감한 영상 유출" VS "화질 조정·보안 강화로 해결"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가 공개한 해외 유출 수술실 사진
의사협회는 이날 산부인과와 항문외과 진료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습니다. 해외에서 해킹으로 유출된 사진으로, 민감한 부위는 모자이크로 가렸습니다. "여러분의 민감한 의료 정보가 이렇게 공개되길 원하느냐"며 CCTV 의무화 반대 근거로 해킹 위험을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CCTV를 설치한다 해서 민감한 수술 부위를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며 "제때 필요한 처치가 이뤄졌는 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수술실 전경을 촬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는 "벽에 부착하는 카메라의 각도와 화질을 조정해 전경을 찍게 되면 민감한 부위는 의료진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강화해 의료분쟁이 일어났을 때가 아니면 영상을 볼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영현 의료문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부대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에는 촬영 카메라 종류가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며 "해킹 위험이 낮은 폐쇄회로TV, 즉 CCTV로 카메라 종류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잠재적 범죄자 VS 잠재적 환자

의사협회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에 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범죄 발생 위험이 있는 곳에 설치하는 CCTV를 수술실에 설치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짙어 보였습니다. 환자가 나를 믿지 못하는 데 어떻게 수술을 하겠냐, 치료의 제1조건은 '믿음'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객석에서 질의를 했던 한 의료사고 피해 가족은 "생로병사 안에서 병원에 안 갈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잠재적 범죄자' 취급에 거부감만 나타내지 말고, 역지사지로 모두 '잠재적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달라고 얘기했습니다.

"피해자 가족이지만 일선 의사 선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질의자는 "의료사고로 소송을 6년이나 했는데, 의사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소송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故 권대희 씨 어머니의 외침 "의사협회가 먼저 '미꾸라지'를 버리십시오"

2016년 안면윤곽수술을 받고 숨진 故 권대희 씨의 수술실 CCTV 영상. 1시간 가량 수술을 하던 의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의사가 지혈 조치를 했고, 이후 들어온 간호조무사는 환자를 앞에 두고 휴대전화를 만지거나 눈화장을 고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수술실 CCTV 의무화' 필요성을 알린 것은 2016년 안면윤곽수술을 받고 과다출혈로 숨진 故 권대희 씨 사건이었습니다. 수술실 CCTV 영상을 통해 불법 의료행위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CCTV 영상이 없었더라면 소송할 엄두 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라던 권 씨의 어머니 이나금 씨는 병원을 상대로 2년이 넘는 소송 끝에 지난달 28일 민사에서 승소했습니다. 법원은 병원에 4억 3천만 원의 지급판결을 내렸습니다.

CCTV 영상을 500번도 더 돌려보며 분석했다는 이 씨도 의료사고 피해가족과 함께 객석에서 토론회를 지켜봤습니다. 토론회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 "의사에게 필요한 건 CCTV가 아니라 환자의 신뢰"라는 의사협회의 말에 이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듭니다. 자꾸 신뢰를 이야기 하시는데, 미꾸라지를 제 식구라고 감싸지 마시고, 국회의원이 의사들 잘못을 제재하는 법안 발의하게 하지 마시고, 의사협회에서 자성의 차원으로 잘못한 의사들 처벌 강화해달라는 법안을 요청하십시오. 그러면 환자들이 이렇게 (CCTV 설치하자고) 외치지 않을 겁니다."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수술은 영상 촬영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14일 발의됐다가, 공동 발의 의원들 일부가 하루 만에 발의를 철회해 폐기됐습니다. 그러다 지난 21일 다시 발의됐습니다. 국회 파행에 찬반 입장이 팽팽해 법안 논의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이지만, 서로의 입장을 좁혀나가는 토론회는 쭉 이어지길 환자단체와 의료계는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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