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 동물학대와 인간]① ‘애완’에서 ‘반려’로

입력 2019.06.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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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공허한 당위성 때문에 떠밀리듯 쓰고 있는 단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군가 애완동물(Pet)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눈살을 찌푸릴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아졌기 때문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집 근처 공원만 가도 70대 이상의 어르신께서 아주 작은 강아지를 치켜들고 "어이구 우리 새끼"하시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저 '애완'이 아닌, 확실한 '반려인'과 '반려견'의 관계가 차츰 형성되고 있는 듯합니다. 참 다행스럽습니다. 사람을 위해서도, 동물을 위해서도요.

정서적으로도 그렇지만, 빅 데이터 조사 결과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옵니다. 이젠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고. 아래 표를 보시죠.

2010년 이후 인터넷 포털에 게재된 미디어 기사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2010년 이후 인터넷 포털에 게재된 미디어 기사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2010년만 해도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는 4백여 건 정도 노출된 데 불과했습니다만
8년 뒤인 2018년에는 27배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반면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는 크게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말과 기호는 그 사회의 분위기를 일부나마 대변하는 것일 테니, 믿을만한 자료인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은 다소 선언적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앞으로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이라고 쓰자"라고 하는 취지로 누군가 제안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어떤 관련 학자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네요.

다시 말해 동물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공감 정서가 무르익어서 "자 이젠 세상 분위기가 더 이상 애완동물은 아니야. 이젠 반려동물이야."라는 분위기에서 반려동물이라고 부르기로 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독일 등 정말 몇 개 나라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동물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현재 우리의 동물권 인식 수준을 생각하면 83년에 저런 말을 쓰자고 누군가 제안했다니 반갑고 놀랍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제안을 꺼낸 사람은 그 당시 무척이나 고독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 당시엔 전혀 이해받지 못할 이야기였을테니까요.

그러나 역시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는 참 좋은 단어입니다. 살아오면서 개나 고양이를 친구 삼아 보냈던 추억을 가진 사람은 적지 않다고 봅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 한편에 자리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동물학대(Animal Abuse 또는 Cruelty to Animal)'라는 단어들이 뉴스와 포털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SNS나 인터넷 포털, 그리고 케이블 TV를 보면 예쁘고 귀여운 강아지, 인형 같은 고양이의 재롱을 자랑하는 소박한 사진 등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선 버젓이 동물보호라는 명목 아래 잔혹한 동물학대 영상이 함께 부각되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언뜻 드는 생각은 그런 겁니다.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는, 어쩌면 '반려'라는 단어부터 '학대'라는 단어까지 모두 그저 '소비'되고 있는 상품의 성격이 아직은 강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말입니다.

6월 4일 방송되는 '시사기획 창 : 동물학대와 인간'을 두 달여 간 취재하면서 동물학대와 관련된 여러 현장에 갔습니다. 그중 남양주에 있는 반려동물복지센터는 학대받았거나 유기된 개와 고양이 3백여 마리가 사는 곳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봉사활동을 몇 번 한 적이 있는 곳이었지만 이번엔 갖고 간 카메라로 스틸 사진을 여러 장 찍었습니다. 물론 처음엔 프로그램에 쓸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찍어 놓고서도, 두고두고 제 마음을 아프게 할 사진은, 바로 강아지 쿠쿠의 사진이었습니다.

쿠쿠의 사진 1쿠쿠의 사진 1

쿠쿠는 사람을 무척이나 경계하는 강아지였습니다. 우리를 보자 신경질적으로 짖어대기만 했습니다.

쿠쿠의 사진 2쿠쿠의 사진 2

윤정임 센터장님으로부터 쿠쿠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센터로 오기 전 쿠쿠는 누군가의 반려견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사람들이 아주 많은 공원 한가운데서 정말 죽을 정도로 두드려 맞다가 보다 못한 한 시민의 제보로 구조됐다고 했습니다. 저 작은 강아지를 어디 때릴 데가 있었는지...

사건 직후 동물자유연대측이 찍은 쿠쿠의 모습입니다.

사건 직후 쿠쿠의 모습사건 직후 쿠쿠의 모습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쿠쿠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그냥 짖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겁에 잔뜩 질린 눈빛으로 우리를 보고 뭔가 항의라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사람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그 표정에 정말 울컥했습니다.

올해 9살인 '복희'를 찍은 이 사진 역시 그랬습니다. 먹먹했습니다.

복희복희

복희는 8년 전 남자 형제인 복남이가 이른바 '보신탕용'으로 사용되기 위해서 몇몇 남자들에 의해 건물 외벽에 매달리고 망치로 머리를 맞는 장면을 아래 케이지에 갇힌 채 지켜봐야 했습니다.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요?

복희 8년 전 사진복희 8년 전 사진

'다행히'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근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이 모습을 지켜봤고 보다 못한 유치원 교사가 경찰과 동물자유연대에 신고해 결국 구조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복희와 복남이 모두 말입니다.

복남이는 아주 씩씩해졌습니다. 다 잊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복희는 구조된 그 날 이후부터 사람에 대한 마음을 닫아 걸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오범석 촬영기자와 함께 복희에게 다가서자 복희는 단번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대신 윤정임 센터장이 접근을 해 봤지만, 우리 두 남자 때문이었는지 평소에 마음을 열어 준다는 윤 센터장에게 조차 경계를 하고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바로 그 모습입니다.

취재를 해야 했지만, 오 기자나 저나 복희 옆에 오래 있기 어려웠습니다. 뭐랄까. 미안함을 넘어서 죄스러움. 그런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진들도 올려봅니다.

반려동물복지센터 강아지들반려동물복지센터 강아지들

촬영중인 오범석 기자 & 윤정임 센터장촬영중인 오범석 기자 & 윤정임 센터장

유기된 뒤 질병으로 실명한 강아지유기된 뒤 질병으로 실명한 강아지

실명한 고양이실명한 고양이

숨어있는 고양이숨어있는 고양이

나머지 사진들, 다른 사연들, 그리고 동물학대와 관련된 깊은 이야기들을 알고 싶으시다면 다음주 화요일(6월 4일) 밤 10시 KBS 1TV를 통해서 '시사기획 창 : 동물학대와 인간'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찍은 스틸 사진들은 프로그램 엔딩등에 쓰일 예정입니다. 기사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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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기획 창 : 동물학대와 인간]① ‘애완’에서 ‘반려’로
    • 입력 2019-06-02 09:01:24
    취재K
요즘은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공허한 당위성 때문에 떠밀리듯 쓰고 있는 단어는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군가 애완동물(Pet)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눈살을 찌푸릴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아졌기 때문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집 근처 공원만 가도 70대 이상의 어르신께서 아주 작은 강아지를 치켜들고 "어이구 우리 새끼"하시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저 '애완'이 아닌, 확실한 '반려인'과 '반려견'의 관계가 차츰 형성되고 있는 듯합니다. 참 다행스럽습니다. 사람을 위해서도, 동물을 위해서도요.

정서적으로도 그렇지만, 빅 데이터 조사 결과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옵니다. 이젠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고. 아래 표를 보시죠.

2010년 이후 인터넷 포털에 게재된 미디어 기사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2010년만 해도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는 4백여 건 정도 노출된 데 불과했습니다만
8년 뒤인 2018년에는 27배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반면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는 크게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말과 기호는 그 사회의 분위기를 일부나마 대변하는 것일 테니, 믿을만한 자료인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은 다소 선언적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앞으로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이라고 쓰자"라고 하는 취지로 누군가 제안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어떤 관련 학자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네요.

다시 말해 동물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공감 정서가 무르익어서 "자 이젠 세상 분위기가 더 이상 애완동물은 아니야. 이젠 반려동물이야."라는 분위기에서 반려동물이라고 부르기로 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독일 등 정말 몇 개 나라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동물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현재 우리의 동물권 인식 수준을 생각하면 83년에 저런 말을 쓰자고 누군가 제안했다니 반갑고 놀랍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제안을 꺼낸 사람은 그 당시 무척이나 고독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 당시엔 전혀 이해받지 못할 이야기였을테니까요.

그러나 역시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는 참 좋은 단어입니다. 살아오면서 개나 고양이를 친구 삼아 보냈던 추억을 가진 사람은 적지 않다고 봅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 한편에 자리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동물학대(Animal Abuse 또는 Cruelty to Animal)'라는 단어들이 뉴스와 포털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SNS나 인터넷 포털, 그리고 케이블 TV를 보면 예쁘고 귀여운 강아지, 인형 같은 고양이의 재롱을 자랑하는 소박한 사진 등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선 버젓이 동물보호라는 명목 아래 잔혹한 동물학대 영상이 함께 부각되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언뜻 드는 생각은 그런 겁니다. 한국의 반려동물 문화는, 어쩌면 '반려'라는 단어부터 '학대'라는 단어까지 모두 그저 '소비'되고 있는 상품의 성격이 아직은 강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말입니다.

6월 4일 방송되는 '시사기획 창 : 동물학대와 인간'을 두 달여 간 취재하면서 동물학대와 관련된 여러 현장에 갔습니다. 그중 남양주에 있는 반려동물복지센터는 학대받았거나 유기된 개와 고양이 3백여 마리가 사는 곳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봉사활동을 몇 번 한 적이 있는 곳이었지만 이번엔 갖고 간 카메라로 스틸 사진을 여러 장 찍었습니다. 물론 처음엔 프로그램에 쓸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찍어 놓고서도, 두고두고 제 마음을 아프게 할 사진은, 바로 강아지 쿠쿠의 사진이었습니다.

쿠쿠의 사진 1
쿠쿠는 사람을 무척이나 경계하는 강아지였습니다. 우리를 보자 신경질적으로 짖어대기만 했습니다.

쿠쿠의 사진 2
윤정임 센터장님으로부터 쿠쿠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센터로 오기 전 쿠쿠는 누군가의 반려견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사람들이 아주 많은 공원 한가운데서 정말 죽을 정도로 두드려 맞다가 보다 못한 한 시민의 제보로 구조됐다고 했습니다. 저 작은 강아지를 어디 때릴 데가 있었는지...

사건 직후 동물자유연대측이 찍은 쿠쿠의 모습입니다.

사건 직후 쿠쿠의 모습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쿠쿠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그냥 짖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겁에 잔뜩 질린 눈빛으로 우리를 보고 뭔가 항의라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사람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그 표정에 정말 울컥했습니다.

올해 9살인 '복희'를 찍은 이 사진 역시 그랬습니다. 먹먹했습니다.

복희
복희는 8년 전 남자 형제인 복남이가 이른바 '보신탕용'으로 사용되기 위해서 몇몇 남자들에 의해 건물 외벽에 매달리고 망치로 머리를 맞는 장면을 아래 케이지에 갇힌 채 지켜봐야 했습니다.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요?

복희 8년 전 사진
'다행히'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근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이 모습을 지켜봤고 보다 못한 유치원 교사가 경찰과 동물자유연대에 신고해 결국 구조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복희와 복남이 모두 말입니다.

복남이는 아주 씩씩해졌습니다. 다 잊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복희는 구조된 그 날 이후부터 사람에 대한 마음을 닫아 걸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오범석 촬영기자와 함께 복희에게 다가서자 복희는 단번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대신 윤정임 센터장이 접근을 해 봤지만, 우리 두 남자 때문이었는지 평소에 마음을 열어 준다는 윤 센터장에게 조차 경계를 하고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바로 그 모습입니다.

취재를 해야 했지만, 오 기자나 저나 복희 옆에 오래 있기 어려웠습니다. 뭐랄까. 미안함을 넘어서 죄스러움. 그런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진들도 올려봅니다.

반려동물복지센터 강아지들
촬영중인 오범석 기자 & 윤정임 센터장
유기된 뒤 질병으로 실명한 강아지
실명한 고양이
숨어있는 고양이
나머지 사진들, 다른 사연들, 그리고 동물학대와 관련된 깊은 이야기들을 알고 싶으시다면 다음주 화요일(6월 4일) 밤 10시 KBS 1TV를 통해서 '시사기획 창 : 동물학대와 인간'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찍은 스틸 사진들은 프로그램 엔딩등에 쓰일 예정입니다. 기사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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