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 동물학대와 인간]② 개 7마리 죽인 남자에 징역 28년

입력 2019.06.03 (07:00) 수정 2019.06.03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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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 속 남자의 이름은 제이슨 브라운(Jason Brown)입니다.

제이슨 브라운제이슨 브라운

2015년 미국 네바다 주의 법원에서 징역 28년형을 받고 형을 살고 있는 남자입니다. 당시 나이가 28살이었습니다. 현지 언론의 말을 빌리면, 이 남자는 적어도 11년 정도의 형기를 채워야 바깥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이슨 브라운, 이 남자는 어떤 죄를 지은걸까요?

제이슨 브라운은 자신의 거주지에서 모두 7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학대, 고문하고 끝내 죽인 혐의로 현지 보안관에 의해 체포됐습니다. (말도 안 통하는 순진무구 그 자체의 강아지를 '고문' 했다니... 맞지 않는 표현이긴 합니다만, 영문의 torture를 대신할 단어를 찾지 못해 그대로 썼습니다.)

열심히 구글링을 한 덕에 당시 보안관이 제이슨 브라운에 대해 작성한 사고 보고서를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읽으시기 전에 마음의 준비는 하셔야 합니다. 일부만 보여드립니다.

사건 당시 보안관의 사건 보고서사건 당시 보안관의 사건 보고서

줄을 친 부분은, 범죄 현장이었던 그의 거주지에서 발견된 범죄의 흔적들입니다. 개의 다리가 7점, 개와 고양이의 가죽이 4점 등... 대략 이런 흔적들이 발견됐습니다. 그 이상은 직접 보고서를 읽으시기 바랍니다.

법원은 제이슨 브라운에게 자신이 죽인 반려동물 1마리에 4년씩, 그래서 4 X 7=28로 28년형을 선고한 것입니다. 처음엔 이 기사를 접하고 판사가 혹시 충동적으로 판결을 한 것인가? 하고 의아해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판결이 가능했을까요?

당시 현지 언론들은 쿠니(Cooney)라는 강아지가 없었다면 이 판결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강아지가 바로 쿠니입니다.

강아지 쿠니강아지 쿠니

쿠니는 2011년 주인에 의해 잔혹하게 죽임을 당한 강아지였습니다. 암컷 강아지였습니다. 착하게 생겼죠? 그래서 많이 화가 납니다. 이렇게 착한 강아지를...

쿠니의 반려인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잔혹하게 쿠니를 죽였습니다. 구글에서 찾아보시면 그 '말도 안 되는 이유'가 나옵니다. 기사를 쓰면서 사람을 증오하고 싶지 않아 그 말도 안 되는 이유는 굳이 상술하지 않겠습니다. 하긴 죄 없는 강아지를 죽일만한 '말이 되는 이유'도 이 세상에 있을 리 없습니다.

쿠니의 주인은 체포당하긴 했지만, 벌금형 등을 받고서 풀려났습니다. 당시 네바다주의 법은 일정한 수준의 동물학대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도록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법이 어떻게 관용적이었는지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지만, 우리 기준으로 봐도 좀 이해가 안돼서, 혹시 이 기사를 읽으시는 분께서 네바다 주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실까봐,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네바다 주에는 그 당시에 '개척자적인 마초' 문화가 좀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여론이 들끓었고, 주 의회와 주지사 등이 나서서 새 법이 마련됐습니다. 쿠니를 죽인 그런 의도적인 잔혹한 수법의 동물학대와 범죄에 대해서는 최고 4년까지 징역형을 살도록 말입니다. 그것도 1건당 4년이었습니다. 가해자가 아무리 "아 이 동물학대 건과 저 동물학대 건... 제가 두 건 다 저지른 것은 맞는데... 두 건은 같은 범죄로 저지른 것입니다. 그러니 결국 한 건입니다."라고 항변을 해도 동물 1마리에 대해서 최고 4년형씩 처벌하도록 법을 바꾼 것입니다.

그 이후 사람들은 불쌍한 쿠니를 기리는 뜻으로,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 법을 '쿠니의 법(Cooney's Law)'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네바다 주는 2011년만 해도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다루지 않은 미국에 몇 남지 않은 주중의 하나였는데, 이 일 이후로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다루는 주들의 대열에 동참해, 현재 워싱턴 DC와 미국 50개 주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다루고 있습니다.

큰 변화가 있으려면, 희생도 따르나 봅니다. 쿠니의 삶은 정말 짠하고, 가슴을 먹먹하게 하지만, 큰 변화를 이끌어 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결과가 좋다 해도, 그 법보다는 강아지 쿠니의 한 생명이 더 무겁고 존귀한 가치일 겁니다.

미국 경찰은 범죄 수준의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미 연방수사국, 즉 FBI에 반드시 보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FBI는 이러한 자료를 NIBRS(National Incident-Based Reporting System)라는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해 동물학대 범죄자의 범죄 정보를 따로 관리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뭘까요? FBI 공보실(National Press Office)로부터 받은 자료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FBI 공보실 제공 자료FBI 공보실 제공 자료

NIBRS에 축적된 정보들이 도대체 어떻게 활용되는지 구체적으로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취재중 만난 어떤 누구도 그에 대한 답은 정확히 해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FBI가 그 시스템을 통해서 다른 범죄, 즉 동물을 상대로 한 범죄뿐 아니라 인간을 상대로 한 범죄를 예측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은 물론, 심지어 민간단체인 동물보호단체와 학계까지도 문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취재를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동물학대가 반사회 범죄라는 데 대해서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FBI도 아래 그림과 같이 매년 범죄 통계를 내면서 동물학대를 '반사회범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2017년 FBI 범죄통계 [출처 : FBI 공보실]2017년 FBI 범죄통계 [출처 : FBI 공보실]

물론 이 부분에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동물학대 범죄 정보를 갖고 사람을 감시라도 한다는 말이냐? 라고 말입니다. 말씀드렸지만 미국의 사법기관과 FBI가 이 자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동물학대 범죄를 절대로 대수롭지 않은 범죄로 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의 범죄 정보로(실수에 의한 범죄일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 누군가를 감시하거나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나라 동물학대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까지 갔느냐고도 물으실 수 있습니다.

2018년 현재 우리나라 전제 가구 중에서 23.7%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쉬운 말로, 우리가 흔히 쓰던 말로 반려동물 사육가구죠. 미국은 2017년 현재 전체 가구의 68%가 뱐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개고기 식용 등의 문화가 있어서 미국과는 상당히 다른 환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유난히 사랑한다고는 하면서도 (영화 등을 보면 그렇고, 우리나라 개고기 식용 문화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규제는 최근까지도 그리 강하지 않았던 미국이 지금 현재 변화하는 모습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내일 밤 10시에 1TV를 통해 방송되는 '시사기획 창 : 동물학대와 인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지기까지 미국 사회와 가정 등에서 벌어진 일 등을 상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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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기획 창 : 동물학대와 인간]② 개 7마리 죽인 남자에 징역 28년
    • 입력 2019-06-03 07:00:07
    • 수정2019-06-03 07:49:44
    취재K
아래 사진 속 남자의 이름은 제이슨 브라운(Jason Brown)입니다.

제이슨 브라운
2015년 미국 네바다 주의 법원에서 징역 28년형을 받고 형을 살고 있는 남자입니다. 당시 나이가 28살이었습니다. 현지 언론의 말을 빌리면, 이 남자는 적어도 11년 정도의 형기를 채워야 바깥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이슨 브라운, 이 남자는 어떤 죄를 지은걸까요?

제이슨 브라운은 자신의 거주지에서 모두 7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학대, 고문하고 끝내 죽인 혐의로 현지 보안관에 의해 체포됐습니다. (말도 안 통하는 순진무구 그 자체의 강아지를 '고문' 했다니... 맞지 않는 표현이긴 합니다만, 영문의 torture를 대신할 단어를 찾지 못해 그대로 썼습니다.)

열심히 구글링을 한 덕에 당시 보안관이 제이슨 브라운에 대해 작성한 사고 보고서를 입수할 수 있었습니다. 읽으시기 전에 마음의 준비는 하셔야 합니다. 일부만 보여드립니다.

사건 당시 보안관의 사건 보고서
줄을 친 부분은, 범죄 현장이었던 그의 거주지에서 발견된 범죄의 흔적들입니다. 개의 다리가 7점, 개와 고양이의 가죽이 4점 등... 대략 이런 흔적들이 발견됐습니다. 그 이상은 직접 보고서를 읽으시기 바랍니다.

법원은 제이슨 브라운에게 자신이 죽인 반려동물 1마리에 4년씩, 그래서 4 X 7=28로 28년형을 선고한 것입니다. 처음엔 이 기사를 접하고 판사가 혹시 충동적으로 판결을 한 것인가? 하고 의아해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판결이 가능했을까요?

당시 현지 언론들은 쿠니(Cooney)라는 강아지가 없었다면 이 판결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강아지가 바로 쿠니입니다.

강아지 쿠니
쿠니는 2011년 주인에 의해 잔혹하게 죽임을 당한 강아지였습니다. 암컷 강아지였습니다. 착하게 생겼죠? 그래서 많이 화가 납니다. 이렇게 착한 강아지를...

쿠니의 반려인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잔혹하게 쿠니를 죽였습니다. 구글에서 찾아보시면 그 '말도 안 되는 이유'가 나옵니다. 기사를 쓰면서 사람을 증오하고 싶지 않아 그 말도 안 되는 이유는 굳이 상술하지 않겠습니다. 하긴 죄 없는 강아지를 죽일만한 '말이 되는 이유'도 이 세상에 있을 리 없습니다.

쿠니의 주인은 체포당하긴 했지만, 벌금형 등을 받고서 풀려났습니다. 당시 네바다주의 법은 일정한 수준의 동물학대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도록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법이 어떻게 관용적이었는지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지만, 우리 기준으로 봐도 좀 이해가 안돼서, 혹시 이 기사를 읽으시는 분께서 네바다 주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실까봐, 구체적으로 적시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네바다 주에는 그 당시에 '개척자적인 마초' 문화가 좀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결국, 여론이 들끓었고, 주 의회와 주지사 등이 나서서 새 법이 마련됐습니다. 쿠니를 죽인 그런 의도적인 잔혹한 수법의 동물학대와 범죄에 대해서는 최고 4년까지 징역형을 살도록 말입니다. 그것도 1건당 4년이었습니다. 가해자가 아무리 "아 이 동물학대 건과 저 동물학대 건... 제가 두 건 다 저지른 것은 맞는데... 두 건은 같은 범죄로 저지른 것입니다. 그러니 결국 한 건입니다."라고 항변을 해도 동물 1마리에 대해서 최고 4년형씩 처벌하도록 법을 바꾼 것입니다.

그 이후 사람들은 불쌍한 쿠니를 기리는 뜻으로,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 법을 '쿠니의 법(Cooney's Law)'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네바다 주는 2011년만 해도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다루지 않은 미국에 몇 남지 않은 주중의 하나였는데, 이 일 이후로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다루는 주들의 대열에 동참해, 현재 워싱턴 DC와 미국 50개 주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다루고 있습니다.

큰 변화가 있으려면, 희생도 따르나 봅니다. 쿠니의 삶은 정말 짠하고, 가슴을 먹먹하게 하지만, 큰 변화를 이끌어 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결과가 좋다 해도, 그 법보다는 강아지 쿠니의 한 생명이 더 무겁고 존귀한 가치일 겁니다.

미국 경찰은 범죄 수준의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미 연방수사국, 즉 FBI에 반드시 보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FBI는 이러한 자료를 NIBRS(National Incident-Based Reporting System)라는 데이터베이스에 축적해 동물학대 범죄자의 범죄 정보를 따로 관리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뭘까요? FBI 공보실(National Press Office)로부터 받은 자료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FBI 공보실 제공 자료
NIBRS에 축적된 정보들이 도대체 어떻게 활용되는지 구체적으로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취재중 만난 어떤 누구도 그에 대한 답은 정확히 해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FBI가 그 시스템을 통해서 다른 범죄, 즉 동물을 상대로 한 범죄뿐 아니라 인간을 상대로 한 범죄를 예측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은 물론, 심지어 민간단체인 동물보호단체와 학계까지도 문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취재를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동물학대가 반사회 범죄라는 데 대해서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FBI도 아래 그림과 같이 매년 범죄 통계를 내면서 동물학대를 '반사회범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2017년 FBI 범죄통계 [출처 : FBI 공보실]
물론 이 부분에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동물학대 범죄 정보를 갖고 사람을 감시라도 한다는 말이냐? 라고 말입니다. 말씀드렸지만 미국의 사법기관과 FBI가 이 자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동물학대 범죄를 절대로 대수롭지 않은 범죄로 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의 범죄 정보로(실수에 의한 범죄일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 누군가를 감시하거나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나라 동물학대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까지 갔느냐고도 물으실 수 있습니다.

2018년 현재 우리나라 전제 가구 중에서 23.7%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삶을 선택했습니다. 쉬운 말로, 우리가 흔히 쓰던 말로 반려동물 사육가구죠. 미국은 2017년 현재 전체 가구의 68%가 뱐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개고기 식용 등의 문화가 있어서 미국과는 상당히 다른 환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유난히 사랑한다고는 하면서도 (영화 등을 보면 그렇고, 우리나라 개고기 식용 문화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봐도 그렇습니다)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규제는 최근까지도 그리 강하지 않았던 미국이 지금 현재 변화하는 모습이,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내일 밤 10시에 1TV를 통해 방송되는 '시사기획 창 : 동물학대와 인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지기까지 미국 사회와 가정 등에서 벌어진 일 등을 상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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