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비상’ 민통선 마을…곳곳서 멧돼지 활개

입력 2019.06.03 (21:19) 수정 2019.06.0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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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치사율 100%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기 위해 국내 최고수준의 방역태세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지난해 8월 중국 북부 랴오닝성에서 발병해 중국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그리고 중국을 넘어, 접경지역인 북한 자강도 우시군에서 발병한 사실이 지난달 30일 확인됐고, 지금 빠르게 남하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검역을 강화하고 있지만 특히 야생 멧돼지를 통해 남쪽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위험이 높아졌습니다.

오늘(3일) KBS 취재팀이 접경지역 민통선 마을을 확인했더니, 곳곳에서 야생 멧돼지 흔적이 발견돼 좀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해보입니다.

황경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민통선 마을.

인적은 드물지만, 야생 멧돼지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이렇게 나 있잖아요. 멧돼지 길이."]

이 감자밭은 울타리를 꼼꼼히 둘렀는데도 멧돼지의 습격을 막지 못했습니다.

[김상기/경기 파주시 진동면 : "울타리를 쳐놨으니까 울타리 밑으로 들어왔거나, 강 옆으로 작은 동물들이 지나다니는 샛길이 있는데 강으로 들어온 것 같아요."]

철책까지 뚫고 야산과 마을을 오가는 멧돼지들.

["(마을에서) 목욕하고 지렁이도 잡아먹고 그런 흔적들이에요."]

논까지 떼로 몰려와 헤집어놓은 흔적도 쉽게 눈에 띕니다.

심지어 찻길 한가운데서도 방치된 멧돼지 사체가 발견됩니다.

민통선 마을 곳곳에서 이렇게 야생 멧돼지가 출몰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최대 20일 정도.

바이러스를 지닌 야생 멧돼지가 남하할 경우, 우리나라도 더이상 청정 지역이 아닐 수 있습니다.

국내 야생 멧돼지 수는 제곱킬로미터 당 5.2마리로, 최대 수용 한계치에 다다른 수준이어서 더욱 위험합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무작정 멧돼지를 포획해 개체수를 줄이기보다, 전기 울타리 등 농가와의 차단 장벽을 더 튼튼히 해야한다고 조언합니다.

포획으로 압박하면 멧돼지가 오히려 서식지를 벗어나 넓게 확산된다는 겁니다.

[조충희/전 북한 수의공무원 : "멧돼지는 행방이 없잖아요. 살고 있는 구역에 먹이가 없으면 끊임없이 옮겨가면서 활동하는 게 야생동물이거든요."]

정부는 접경지역 10개 시군의 농가는 물론, 멧돼지 서식지 주변 양돈농가 880여 곳에 울타리를 확대 설치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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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 비상’ 민통선 마을…곳곳서 멧돼지 활개
    • 입력 2019-06-03 21:21:31
    • 수정2019-06-04 08:33:33
    뉴스 9
[앵커] 치사율 100%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기 위해 국내 최고수준의 방역태세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지난해 8월 중국 북부 랴오닝성에서 발병해 중국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그리고 중국을 넘어, 접경지역인 북한 자강도 우시군에서 발병한 사실이 지난달 30일 확인됐고, 지금 빠르게 남하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검역을 강화하고 있지만 특히 야생 멧돼지를 통해 남쪽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위험이 높아졌습니다. 오늘(3일) KBS 취재팀이 접경지역 민통선 마을을 확인했더니, 곳곳에서 야생 멧돼지 흔적이 발견돼 좀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해보입니다. 황경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민통선 마을. 인적은 드물지만, 야생 멧돼지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이렇게 나 있잖아요. 멧돼지 길이."] 이 감자밭은 울타리를 꼼꼼히 둘렀는데도 멧돼지의 습격을 막지 못했습니다. [김상기/경기 파주시 진동면 : "울타리를 쳐놨으니까 울타리 밑으로 들어왔거나, 강 옆으로 작은 동물들이 지나다니는 샛길이 있는데 강으로 들어온 것 같아요."] 철책까지 뚫고 야산과 마을을 오가는 멧돼지들. ["(마을에서) 목욕하고 지렁이도 잡아먹고 그런 흔적들이에요."] 논까지 떼로 몰려와 헤집어놓은 흔적도 쉽게 눈에 띕니다. 심지어 찻길 한가운데서도 방치된 멧돼지 사체가 발견됩니다. 민통선 마을 곳곳에서 이렇게 야생 멧돼지가 출몰한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최대 20일 정도. 바이러스를 지닌 야생 멧돼지가 남하할 경우, 우리나라도 더이상 청정 지역이 아닐 수 있습니다. 국내 야생 멧돼지 수는 제곱킬로미터 당 5.2마리로, 최대 수용 한계치에 다다른 수준이어서 더욱 위험합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무작정 멧돼지를 포획해 개체수를 줄이기보다, 전기 울타리 등 농가와의 차단 장벽을 더 튼튼히 해야한다고 조언합니다. 포획으로 압박하면 멧돼지가 오히려 서식지를 벗어나 넓게 확산된다는 겁니다. [조충희/전 북한 수의공무원 : "멧돼지는 행방이 없잖아요. 살고 있는 구역에 먹이가 없으면 끊임없이 옮겨가면서 활동하는 게 야생동물이거든요."] 정부는 접경지역 10개 시군의 농가는 물론, 멧돼지 서식지 주변 양돈농가 880여 곳에 울타리를 확대 설치할 예정입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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