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투쟁도 ‘내로남불’…“돌아와요 국회에”

입력 2019.06.04 (09:0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삭발 단식 의원직 사퇴는 3禁"...한국당 장외집회 한 달

삭발, 단식, 의원직 사퇴.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21세기 야당 의원의 투쟁 방법으로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로 꼽은 겁니다. 그런데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단식' 카드로 선거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배수진을 쳤고,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데 반발해 의원들이 집단 '삭발'을 했습니다. 20대 국회 후반기 들어서만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해버렸으니, 이제 남은 건 초강수 카드인 '의원직 사퇴'뿐이죠.

당초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할 경우 의원직 총사퇴를 하겠다고 했지만, 한국당의 선택은 의원직 총사퇴가 아닌 장외투쟁이었습니다.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해 한국당이 국회를 나간 지 한 달이 넘은 지금. 국회로 돌아오라는 여야 4당의 '애정 제로 러브콜'이 계속되는데, 과연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 장외투쟁은 야당의 숙명..."내가 해봐서 아는데"

국회 밖, 길거리로 나가는 장외투쟁은 그 이름처럼 야(野)당의 숙명이라고도 합니다. 주로 야당이 국회에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킬 수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장외투쟁을 선택합니다. 여당에 대한 압박 카드이자, 국민 여론을 상대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겁니다.

특히 대통령 중심제와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풍토가 장외투쟁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그래서 소위 야당 좀 해봤다는 의원들은 이번 장외투쟁에 나선 한국당을 향해 한마디씩 훈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도 많이 해봐서 알지만 오래 못 간다. 자제하고 국회에 돌아와 입법 활동과 추경 예산안 통과에 전념하시길 바란다." (지난 4월, 민주당 이해찬 대표)

앞서 언급했던 '야당 의원의 3禁 투쟁' 발언의 주인공,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삭발해봐야 머리 기르고, 단식해서 죽은 사람 없으며, 역대로 의원직 사퇴서를 실제로 낸 분은 한일회담 반대 당시 정일영 전 의원 등 서너 분 외에는 없었다"…"장외투쟁 모습은 신선하지도 않고 ‘구시대 정치인과 똑같구나’라는 인상만 주고 있다" (지난 5월, 평화당 박지원 의원)

그렇다면 여야 공수가 뒤바뀌었던 10년 전, 당시 여당이었던 한국당은 야당의 장외투쟁을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10년 전으로 거슬러 가봅니다.


■ 10년 전, 한나라당이 민주당에게..."가출놀이 할 때인가?"

2009년 7월.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미디어법' 처리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100일간 장외투쟁에 나섰습니다. 미디어법이 처리된 직후, 민주당은 본회의장 점거 농성과 정세균 대표의 단식, 정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의 의원직 사퇴 선언에, 장외 투쟁까지 강경했습니다. 이때 민주당이 명분으로 든 게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한다는 것이었고, 장외투쟁은 '백일 대장정'으로 이름 지었습니다.

당시 여당으로, 현재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진정성 없는 극한투쟁이라며 비난했는데, '가출놀이' '정치파업', '대국민 사기극' 등의 원색적인 표현들이 쏟아졌습니다.

"폭력쇼가 흥행에 실패하자 이번에는 코믹 쇼로 신장개업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이 가출놀이를 할 때인가, 아니면 민생공부를 할 때입니까? (2009년 7월,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

"제발 이제 정치파업이 아니라 민생정책 경쟁에 나서주시기 바란다." (2009년 7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길거리로 나서는 민주당이 대국민 사기극인지 국민이 냉철히 판단할 것이다." (2009년 7월,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

10년이 지난 지금, 입장이 뒤바뀌어 장외로 나간 한국당은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며,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 했습니다. 또 당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민생 행보라며 걸었던 '백일 대장정'의 길에는 10년 후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민생투쟁대장정'이란 이름으로 서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향해 했던 '가출놀이', '정치파업', '대국민 사기극' 등의 말들은 한국당에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 장외투쟁 성적표…누가 성공했고 누가 실패했나?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올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나갔지만, 사실 장외투쟁에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제1야당이 이끈 7건의 장외투쟁 중 6건이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앞서 공수가 뒤바뀐 장외투쟁의 비교 사례로 제시한 2009년 민주당 '미디어법' 반대 투쟁도 그 중 하나입니다. 100일 대장정의 끝은 허무하게도 '빈손' 복귀였습니다. 또 2010년 4대강 등 예산안 단독 처리에 반발한 장외투쟁, 2011년 한미 FTA 반대 장외투쟁도 소득 없이 복귀했습니다. 특히 한미FTA 반대 투쟁 후에는 당시 김진표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등 당 내분만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이후 박근혜 정권 들어서는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증인 채택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민주당이 장외투쟁이란 승부수를 던졌지만 백기투항하고 국회에 복귀했습니다. 또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처리, 2015년 국정교과서 발행과 관련해서도 장외투쟁이 이어졌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국회로 돌아왔습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벌인 장외투쟁은 대통령의 사과와 한미간 추가 협상을 이끌어내, 유일한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시민단체가 주도한 촛불집회의 힘이 컸다는 평가입니다.

보수 정당의 장외투쟁 성적표 역시 초라하기는 마찬가집니다. 1999년 '안기부 정치사찰', '정부조직법 강행처리', '언론대책문건' 등에 반발하며 수시로 장외투쟁을 이어갔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습니다. 또 문재인 정권 출범 후에는 2017년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 '방송문화진흥원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해 두 차례 장외투쟁을 했지만 성과 없이 슬그머니 국회로 돌아왔습니다.

일부 성공 사례도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저지, 2005년 사학법 개정 철회를 목표로 장외투쟁을 벌인 한나라당은 목표를 관철시키고 국회에 복귀했습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보다 높았다는 점,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민생처리에 시급한 입장이었다는 점 등이 장외투쟁 성공 원인으로 분석됐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드루킹 댓글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한 장외 단식농성도 성공했습니다. 여기엔 당사자인 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가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의 추경 처리가 시급했다는 점이 작용했습니다.

민주당과 한국당을 막론하고 그 외 대부분의 장외투쟁이 실패한 데는 무엇보다 국회 공전 장기화에 따른 여론 악화가 컸습니다. 또 장외투쟁이 길어질 경우, 당 내부의 피로감과 불만 등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 네 탓 공방 속 올해 법안 처리 본회의 단 3번

한 달 넘게 이어진 국회 파행은 한국당에게 가장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한국당이 추경안 등 산적한 민생법안을 걷어차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고,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도 한목소리로 국회 파행의 탓을 한국당에 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당도 국회 정상화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습니다. 장외투쟁을 접을 명분, 즉 출구 전략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패스트트랙 철회와 여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청와대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네 탓 공방 속에 5월 임시국회는 열어보지도 못하고 끝났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 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가 열린 날은 단 사흘뿐, 4월 이후 민생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만 4천여 건의 법안이 계류 중인 가운데,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최저임금법 개정 등 민생 법안은 이미 처리 시한을 넘겼습니다. 여야가 하루빨리 6월 국회를 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일단 민주당은 한국당을 뺀 여야 4당 또는 민주당 단독 6월 국회 소집에는 선을 그으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여야 간 양보와 협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란 오명을 얻지 않기 위한 마지막 시점이기도 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장외투쟁도 ‘내로남불’…“돌아와요 국회에”
    • 입력 2019-06-04 09:01:01
    취재K
"삭발 단식 의원직 사퇴는 3禁"...한국당 장외집회 한 달

삭발, 단식, 의원직 사퇴.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21세기 야당 의원의 투쟁 방법으로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로 꼽은 겁니다. 그런데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단식' 카드로 선거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배수진을 쳤고,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데 반발해 의원들이 집단 '삭발'을 했습니다. 20대 국회 후반기 들어서만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중 두 가지를 해버렸으니, 이제 남은 건 초강수 카드인 '의원직 사퇴'뿐이죠.

당초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법 개정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할 경우 의원직 총사퇴를 하겠다고 했지만, 한국당의 선택은 의원직 총사퇴가 아닌 장외투쟁이었습니다.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해 한국당이 국회를 나간 지 한 달이 넘은 지금. 국회로 돌아오라는 여야 4당의 '애정 제로 러브콜'이 계속되는데, 과연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 장외투쟁은 야당의 숙명..."내가 해봐서 아는데"

국회 밖, 길거리로 나가는 장외투쟁은 그 이름처럼 야(野)당의 숙명이라고도 합니다. 주로 야당이 국회에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킬 수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장외투쟁을 선택합니다. 여당에 대한 압박 카드이자, 국민 여론을 상대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겁니다.

특히 대통령 중심제와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풍토가 장외투쟁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그래서 소위 야당 좀 해봤다는 의원들은 이번 장외투쟁에 나선 한국당을 향해 한마디씩 훈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도 많이 해봐서 알지만 오래 못 간다. 자제하고 국회에 돌아와 입법 활동과 추경 예산안 통과에 전념하시길 바란다." (지난 4월, 민주당 이해찬 대표)

앞서 언급했던 '야당 의원의 3禁 투쟁' 발언의 주인공,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삭발해봐야 머리 기르고, 단식해서 죽은 사람 없으며, 역대로 의원직 사퇴서를 실제로 낸 분은 한일회담 반대 당시 정일영 전 의원 등 서너 분 외에는 없었다"…"장외투쟁 모습은 신선하지도 않고 ‘구시대 정치인과 똑같구나’라는 인상만 주고 있다" (지난 5월, 평화당 박지원 의원)

그렇다면 여야 공수가 뒤바뀌었던 10년 전, 당시 여당이었던 한국당은 야당의 장외투쟁을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10년 전으로 거슬러 가봅니다.


■ 10년 전, 한나라당이 민주당에게..."가출놀이 할 때인가?"

2009년 7월.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미디어법' 처리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100일간 장외투쟁에 나섰습니다. 미디어법이 처리된 직후, 민주당은 본회의장 점거 농성과 정세균 대표의 단식, 정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의 의원직 사퇴 선언에, 장외 투쟁까지 강경했습니다. 이때 민주당이 명분으로 든 게 국민과 민주주의를 위한다는 것이었고, 장외투쟁은 '백일 대장정'으로 이름 지었습니다.

당시 여당으로, 현재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진정성 없는 극한투쟁이라며 비난했는데, '가출놀이' '정치파업', '대국민 사기극' 등의 원색적인 표현들이 쏟아졌습니다.

"폭력쇼가 흥행에 실패하자 이번에는 코믹 쇼로 신장개업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이 가출놀이를 할 때인가, 아니면 민생공부를 할 때입니까? (2009년 7월,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

"제발 이제 정치파업이 아니라 민생정책 경쟁에 나서주시기 바란다." (2009년 7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길거리로 나서는 민주당이 대국민 사기극인지 국민이 냉철히 판단할 것이다." (2009년 7월,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

10년이 지난 지금, 입장이 뒤바뀌어 장외로 나간 한국당은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며,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 했습니다. 또 당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민생 행보라며 걸었던 '백일 대장정'의 길에는 10년 후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민생투쟁대장정'이란 이름으로 서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향해 했던 '가출놀이', '정치파업', '대국민 사기극' 등의 말들은 한국당에 되돌아오고 있습니다.

■ 장외투쟁 성적표…누가 성공했고 누가 실패했나?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올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나갔지만, 사실 장외투쟁에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제1야당이 이끈 7건의 장외투쟁 중 6건이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앞서 공수가 뒤바뀐 장외투쟁의 비교 사례로 제시한 2009년 민주당 '미디어법' 반대 투쟁도 그 중 하나입니다. 100일 대장정의 끝은 허무하게도 '빈손' 복귀였습니다. 또 2010년 4대강 등 예산안 단독 처리에 반발한 장외투쟁, 2011년 한미 FTA 반대 장외투쟁도 소득 없이 복귀했습니다. 특히 한미FTA 반대 투쟁 후에는 당시 김진표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등 당 내분만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이후 박근혜 정권 들어서는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증인 채택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민주당이 장외투쟁이란 승부수를 던졌지만 백기투항하고 국회에 복귀했습니다. 또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처리, 2015년 국정교과서 발행과 관련해서도 장외투쟁이 이어졌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국회로 돌아왔습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벌인 장외투쟁은 대통령의 사과와 한미간 추가 협상을 이끌어내, 유일한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시민단체가 주도한 촛불집회의 힘이 컸다는 평가입니다.

보수 정당의 장외투쟁 성적표 역시 초라하기는 마찬가집니다. 1999년 '안기부 정치사찰', '정부조직법 강행처리', '언론대책문건' 등에 반발하며 수시로 장외투쟁을 이어갔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습니다. 또 문재인 정권 출범 후에는 2017년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 '방송문화진흥원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해 두 차례 장외투쟁을 했지만 성과 없이 슬그머니 국회로 돌아왔습니다.

일부 성공 사례도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시절,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저지, 2005년 사학법 개정 철회를 목표로 장외투쟁을 벌인 한나라당은 목표를 관철시키고 국회에 복귀했습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보다 높았다는 점,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민생처리에 시급한 입장이었다는 점 등이 장외투쟁 성공 원인으로 분석됐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드루킹 댓글 사건 특검'을 요구하며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한 장외 단식농성도 성공했습니다. 여기엔 당사자인 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가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고, 민주당의 추경 처리가 시급했다는 점이 작용했습니다.

민주당과 한국당을 막론하고 그 외 대부분의 장외투쟁이 실패한 데는 무엇보다 국회 공전 장기화에 따른 여론 악화가 컸습니다. 또 장외투쟁이 길어질 경우, 당 내부의 피로감과 불만 등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 네 탓 공방 속 올해 법안 처리 본회의 단 3번

한 달 넘게 이어진 국회 파행은 한국당에게 가장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한국당이 추경안 등 산적한 민생법안을 걷어차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고,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도 한목소리로 국회 파행의 탓을 한국당에 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당도 국회 정상화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습니다. 장외투쟁을 접을 명분, 즉 출구 전략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패스트트랙 철회와 여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청와대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네 탓 공방 속에 5월 임시국회는 열어보지도 못하고 끝났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 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가 열린 날은 단 사흘뿐, 4월 이후 민생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만 4천여 건의 법안이 계류 중인 가운데,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최저임금법 개정 등 민생 법안은 이미 처리 시한을 넘겼습니다. 여야가 하루빨리 6월 국회를 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일단 민주당은 한국당을 뺀 여야 4당 또는 민주당 단독 6월 국회 소집에는 선을 그으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여야 간 양보와 협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란 오명을 얻지 않기 위한 마지막 시점이기도 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