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중국어선 검문했더니…“북한수역 갑니다”

입력 2019.06.04 (15:06) 수정 2019.06.0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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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선 검문했더니…"북한수역 갑니다"

2019년 5월 21일 오후 1시.
동해 먼바다에서 수상한 중국어선 한 척이 포착됐다. 우리 해경이 무전으로 연락했지만, 중국어선은 응답하지 않았다.

곧바로 해양경찰 3007함 특수기동대가 투입됐다. 소형 단정을 타고, 대원들이 중국어선에 올라탔다. 중국어선은 별다른 저항 없이 검문검색에 응했다.

어디로 가느냐는 해경 질문에 중국어선 선장은 "북한수역으로 간다"라고 대답했다. 오징어를 잡으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북상 중국어선 검문검색북상 중국어선 검문검색

"허가증 북한에서 만들고 있다"…동해까지 1,600km 항해

북한수역에서 조업할 수 있는 '허가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중국어선 선장은 허가증이 없다고 했다. 대신 "북한에 도착하면 바로 주기로 했다."라며, "거기(북한)에서 만들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중국어선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에 도착한 후 조업 허가증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출항 전 북한에 모든 서류를 보냈고, 현재 북한에서 허가증을 만들고 있어서 "지금 가지러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 중국어선의 선적지는 압록강 하구 북한 신의주와 마주 보는 중국 '단둥'(丹东)이었다. 서해와 남해를 거쳐 동해까지 약 1,600km를 이동한 것이다.

단둥(丹东)선적 중국어선단둥(丹东)선적 중국어선

'북한 조업권 거래' 여전…UN 제재 위반

유엔 안보리는 2017년 말,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북한 조업권 거래를 금지한다고 명문화했다. 제재에 따라, 기존 중국어선이 북한에 돈을 주고 발급받았던 '조업 허가증' 거래가 금지됐다.

하지만 중국어선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2,161척이 동해 북한수역으로 북상했다. 또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824척이 동해를 거쳐 북한으로 진입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UN 제재 이전에는 중국어선이 일명 '물고기잡이 허가증'을 갖고 조업에 나섰지만, 지금은 아무런 서류 없이 북한수역으로 북상한다는 것이다. 북한 특성상 중국어선이 무허가로 북한수역에서 조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수백 척이 집단 조업하는 점을 감안하면, 유엔 제재 이후에도 여전히 북한수역 조업권이 거래되고 있고 UN 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UN 제재 이후 중국어선 철수를 기대했던 어민들은 그야말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물고기잡이 허가증’(2014년 촬영)‘물고기잡이 허가증’(2014년 촬영)

우리는 금어기…중국어선은 계속 조업?

중국어선은 대부분 두 척이 쌍을 이뤄 그물을 끄는 일명 '쌍끌이어선'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6개월 정도 빨리 동해 북방한계선, NLL 부근에서 조업하는 것도 확인됐다. 오징어 어군을 따라나선 것으로 추정되는데, 어민들은 이른바 싹쓸이 조업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오징어 어획량은 2014년 16만 4천 톤에서 지난해 4만 6천 톤으로 급감했다. 수온 변화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어민들은 중국어선의 마구잡이 조업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이런 가운데 해양수산부는 오징어 자원 보호를 위해 기존 4월·5월이었던 금어기를 6월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금어기가 확대되면 우리 어선의 발이 묶이게 돼, 중국어선만 이득을 볼 것이라며 어민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 특성을 감안할 때, 금어기에도 북한수역에서는 중국어선의 오징어 조업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해경, 쌍끌이어선 검색작업해경, 쌍끌이어선 검색작업

이젠 동해까지...중국어선 '호시탐탐'

중국어선은 2004년 140척을 시작으로 동해 북한수역에 본격 진출했다. 2017년 UN 제재 이후에도 해마다 그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기존 서해와 남해에 이어 이젠 멀리 동해까지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동해에서는 처음으로 불법조업하던 중국어선 2척이 해경에 나포되기도 했다. 결국, 북한수역뿐만 아니라, 동해 전역을 '중국어선'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해경 감시나 단속도 중요하지만, 중국과의 협의 등 외교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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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중국어선 검문했더니…“북한수역 갑니다”
    • 입력 2019-06-04 15:06:40
    • 수정2019-06-04 15:06:51
    취재후·사건후
중국어선 검문했더니…"북한수역 갑니다"

2019년 5월 21일 오후 1시.
동해 먼바다에서 수상한 중국어선 한 척이 포착됐다. 우리 해경이 무전으로 연락했지만, 중국어선은 응답하지 않았다.

곧바로 해양경찰 3007함 특수기동대가 투입됐다. 소형 단정을 타고, 대원들이 중국어선에 올라탔다. 중국어선은 별다른 저항 없이 검문검색에 응했다.

어디로 가느냐는 해경 질문에 중국어선 선장은 "북한수역으로 간다"라고 대답했다. 오징어를 잡으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북상 중국어선 검문검색
"허가증 북한에서 만들고 있다"…동해까지 1,600km 항해

북한수역에서 조업할 수 있는 '허가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중국어선 선장은 허가증이 없다고 했다. 대신 "북한에 도착하면 바로 주기로 했다."라며, "거기(북한)에서 만들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중국어선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에 도착한 후 조업 허가증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출항 전 북한에 모든 서류를 보냈고, 현재 북한에서 허가증을 만들고 있어서 "지금 가지러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 중국어선의 선적지는 압록강 하구 북한 신의주와 마주 보는 중국 '단둥'(丹东)이었다. 서해와 남해를 거쳐 동해까지 약 1,600km를 이동한 것이다.

단둥(丹东)선적 중국어선
'북한 조업권 거래' 여전…UN 제재 위반

유엔 안보리는 2017년 말,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북한 조업권 거래를 금지한다고 명문화했다. 제재에 따라, 기존 중국어선이 북한에 돈을 주고 발급받았던 '조업 허가증' 거래가 금지됐다.

하지만 중국어선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2,161척이 동해 북한수역으로 북상했다. 또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824척이 동해를 거쳐 북한으로 진입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UN 제재 이전에는 중국어선이 일명 '물고기잡이 허가증'을 갖고 조업에 나섰지만, 지금은 아무런 서류 없이 북한수역으로 북상한다는 것이다. 북한 특성상 중국어선이 무허가로 북한수역에서 조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수백 척이 집단 조업하는 점을 감안하면, 유엔 제재 이후에도 여전히 북한수역 조업권이 거래되고 있고 UN 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UN 제재 이후 중국어선 철수를 기대했던 어민들은 그야말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물고기잡이 허가증’(2014년 촬영)
우리는 금어기…중국어선은 계속 조업?

중국어선은 대부분 두 척이 쌍을 이뤄 그물을 끄는 일명 '쌍끌이어선'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6개월 정도 빨리 동해 북방한계선, NLL 부근에서 조업하는 것도 확인됐다. 오징어 어군을 따라나선 것으로 추정되는데, 어민들은 이른바 싹쓸이 조업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오징어 어획량은 2014년 16만 4천 톤에서 지난해 4만 6천 톤으로 급감했다. 수온 변화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어민들은 중국어선의 마구잡이 조업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이런 가운데 해양수산부는 오징어 자원 보호를 위해 기존 4월·5월이었던 금어기를 6월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금어기가 확대되면 우리 어선의 발이 묶이게 돼, 중국어선만 이득을 볼 것이라며 어민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 특성을 감안할 때, 금어기에도 북한수역에서는 중국어선의 오징어 조업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해경, 쌍끌이어선 검색작업
이젠 동해까지...중국어선 '호시탐탐'

중국어선은 2004년 140척을 시작으로 동해 북한수역에 본격 진출했다. 2017년 UN 제재 이후에도 해마다 그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기존 서해와 남해에 이어 이젠 멀리 동해까지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동해에서는 처음으로 불법조업하던 중국어선 2척이 해경에 나포되기도 했다. 결국, 북한수역뿐만 아니라, 동해 전역을 '중국어선'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해경 감시나 단속도 중요하지만, 중국과의 협의 등 외교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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