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치매 10% 줄인다” 일본 정부에 가족들이 반발하는 이유

입력 2019.06.0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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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부, '70대 치매 발병 10년간 10% 줄이겠다' 목표치 발표

지난달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일본 정부가 치매를 줄이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며 일제히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수치였다. '70대에서의 치매 발병을 10년간 10% 줄이겠다'는 목표치가 제시됐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구체적인 치매 억제책에 언론들은 주목했고, 관련 보도가 이어졌다.

[연관 기사] 치매 700만 명 시대…비상 걸린 일본 정부, 대책은?

특히 고독하거나 사회 활동량이 적은 노인이 치매가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아래, 생활 환경을 바꾸고 이를 통해 고령층의 치매를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정책 방향이었다.

치매 10% 줄인다는 정부 발표, 맹렬한 반발 불러
치매 환자와 '공생' 외에 '예방' 부분 새롭게 제시해 반발 불러

그런데 발표 직후 일본 정부 측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다.

"예상외의 맹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왜일까?

이번에 새롭게 치매 정책 방향이 만들어진 과정에는 지금까지 내걸었던 치매 환자와의 '공생'외에 '예방'이라는 부분을 새롭게 제시됐는데, 이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즉 매년 급팽창하고 있는 사회보장비를 억제해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 의식이 있었다는 것. 치매와 관련한 사회적 비용이 2030년에는 21조 엔, 210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수치가 최근 제시된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든 줄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총리 관저를 휘감았다고 한다.

그래서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고, 그동안 지자체 중심으로 이뤄졌던 치매 대책 단계에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중앙 정부가 개입하는 단계로 바꾸려고 했던 것.

치매 환자 가족들 "정부의 치매 예방 강조는 편견 조장 우려"
"'치매 예방'이라는 것에 관한 과학적 근거 부족하다"

하지만 이런 정부 대책에 대해 가장 먼저 반발한 것은 뜻밖에 치매 환자를 보살피고 있는 가족들이었다.

치매 단체 '치매 환자와 가족 모임'은 지난 1일 교토에서 가족 등 210명이 모인 가운데 총회를 갖고 "새로운 정책안이 예방 중시가 강조돼, 편견을 조장한다. 자기 책임론으로 이어지기 쉽다"라는 성명을 밝혔다.

'예방'을 강조하다 보니 "치매에 걸린 사람은 노력이 부족해서라는 새로운 편견이 생겨나게끔 했다"는 반발이었다. "예방에 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치매 감소 목표치 설정은 예산 절감 위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

여기에 치매 감소 목표치를 정하는 과정 전체가 총리 관저 주도로 이뤄진, 결국 돈을 줄이기 위해 일단 목표를 내걸자는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진행됐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반발에 먼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복지의 당'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연립 여당 공명당이었다고 도쿄 신문이 전했다. 공명당 치매 대책추진본부장이 총리 관저를 방문해 대책을 주도한 스가 관방장관을 만나 우려를 전달했고, 결국 최종안에는 '치매 환자를 10% 줄이겠다'는 수치 목표는 빠지고 참고치로만 두기로 했다.

"치매에 걸린다" 아닌 "치매 진행을 늦춘다"...환자와 '공생' 목표로

도쿄 신문은 새로운 정책안에 치매 환자가 살기 쉬운 사회를 목표로 하는 '공생'과 함께 다른 한 축인 '예방'은 지자체로 두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지자체별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치매 예방을 위한 활동을 펴온 기존 정책 방향의 유지인 셈이다.

여기에 "치매에 걸린다"는 표현 대신 "치매 진행을 늦춘다"는 표현을 일부러 담기로 하는 등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을 최대한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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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4 17:06:20
    특파원 리포트
日 정부, '70대 치매 발병 10년간 10% 줄이겠다' 목표치 발표

지난달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일본 정부가 치매를 줄이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며 일제히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수치였다. '70대에서의 치매 발병을 10년간 10% 줄이겠다'는 목표치가 제시됐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구체적인 치매 억제책에 언론들은 주목했고, 관련 보도가 이어졌다.

[연관 기사] 치매 700만 명 시대…비상 걸린 일본 정부, 대책은?

특히 고독하거나 사회 활동량이 적은 노인이 치매가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아래, 생활 환경을 바꾸고 이를 통해 고령층의 치매를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정책 방향이었다.

치매 10% 줄인다는 정부 발표, 맹렬한 반발 불러
치매 환자와 '공생' 외에 '예방' 부분 새롭게 제시해 반발 불러

그런데 발표 직후 일본 정부 측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다.

"예상외의 맹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왜일까?

이번에 새롭게 치매 정책 방향이 만들어진 과정에는 지금까지 내걸었던 치매 환자와의 '공생'외에 '예방'이라는 부분을 새롭게 제시됐는데, 이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즉 매년 급팽창하고 있는 사회보장비를 억제해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 의식이 있었다는 것. 치매와 관련한 사회적 비용이 2030년에는 21조 엔, 210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수치가 최근 제시된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든 줄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총리 관저를 휘감았다고 한다.

그래서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고, 그동안 지자체 중심으로 이뤄졌던 치매 대책 단계에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중앙 정부가 개입하는 단계로 바꾸려고 했던 것.

치매 환자 가족들 "정부의 치매 예방 강조는 편견 조장 우려"
"'치매 예방'이라는 것에 관한 과학적 근거 부족하다"

하지만 이런 정부 대책에 대해 가장 먼저 반발한 것은 뜻밖에 치매 환자를 보살피고 있는 가족들이었다.

치매 단체 '치매 환자와 가족 모임'은 지난 1일 교토에서 가족 등 210명이 모인 가운데 총회를 갖고 "새로운 정책안이 예방 중시가 강조돼, 편견을 조장한다. 자기 책임론으로 이어지기 쉽다"라는 성명을 밝혔다.

'예방'을 강조하다 보니 "치매에 걸린 사람은 노력이 부족해서라는 새로운 편견이 생겨나게끔 했다"는 반발이었다. "예방에 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치매 감소 목표치 설정은 예산 절감 위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

여기에 치매 감소 목표치를 정하는 과정 전체가 총리 관저 주도로 이뤄진, 결국 돈을 줄이기 위해 일단 목표를 내걸자는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진행됐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반발에 먼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복지의 당'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연립 여당 공명당이었다고 도쿄 신문이 전했다. 공명당 치매 대책추진본부장이 총리 관저를 방문해 대책을 주도한 스가 관방장관을 만나 우려를 전달했고, 결국 최종안에는 '치매 환자를 10% 줄이겠다'는 수치 목표는 빠지고 참고치로만 두기로 했다.

"치매에 걸린다" 아닌 "치매 진행을 늦춘다"...환자와 '공생' 목표로

도쿄 신문은 새로운 정책안에 치매 환자가 살기 쉬운 사회를 목표로 하는 '공생'과 함께 다른 한 축인 '예방'은 지자체로 두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지자체별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치매 예방을 위한 활동을 펴온 기존 정책 방향의 유지인 셈이다.

여기에 "치매에 걸린다"는 표현 대신 "치매 진행을 늦춘다"는 표현을 일부러 담기로 하는 등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을 최대한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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