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황교안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입력 2019.06.05 (13:46) 수정 2019.06.0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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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공전 중입니다. 그래도 국회는 말의 성찬입니다. 정치인은 말하고, 이 말에는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에둘러 가기도 하지만, 상대의 정곡을 찌르기도 합니다. 필요에 따라 진실인 듯 말을 치장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정치인 말의 의미를 따져보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치 혐오가 일상을 배회하더라도, 정치는 우리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 황교안의 '첫사랑'은 누구?

자유한국당이 '막말 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당 지도부마저 '막말' 논란에 가세했습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 민경욱 대변인, 한선교 사무총장, 그리고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각각 상황은 달랐지만, 이들은 엎질러 버린 발언을 제대로 주워담지 못했습니다. 제1야당의 컨트롤 타워로 '막말' 논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황 대표, 어떤 말을 주로 했을까요?

당 대표 취임 전부터 페이스북에 글을 자주 올린 황 대표. 눈에 띄는 대목은 '사랑' 이야기입니다. 취임 전인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엔 '첫사랑 아내' 이야기를 빌어 정치에 대한 설렘을 이야기했습니다. 2월 27일 당 대표 취임 이후에도 '사랑'은 자주 나타나, 모두 58번 언급됐습니다.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겠다"며 정치를 사랑으로 하겠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한국당과 대한민국을 향한 사랑도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의 성 접대 의혹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사랑'이란 말이 등장했습니다.

악한 세력은 존재합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본능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검은 결속과 비겁한 선동, 신뢰도 사랑도 양심도 없는 권력에 눈먼 자들의 비겁한 음해....
천사도 존재합니다. 삶의 현장을 묵묵히 지키며 미래의 꿈을 키워가는 대한민국 국민.
(3월 20일 황교안 대표 페이스북)

■ 黃 페이스북 사용설명서...'문재인' 최다, '민생' 강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페이스북 캡처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페이스북 캡처

황교안 대표는 올 1월부터 5월 27일까지 모두 99건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무엇일까요? 국민(312회)과 우리(203회), 여러분(197), 자유(156회), 대한민국(143회)과 같은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제외했습니다.


황 대표가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문재인(124회)이었습니다. 정권(83회), 대통령(76회), 정부(67회) 등의 단어도 자주 언급됐습니다. 대여 투쟁에 앞장선 황 대표가 주로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를 정면 비판하는 데 매달려 왔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들 단어는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막겠다"거나 "문재인 정권의 오만함, 더이상 볼 수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도대체 어느 나라에 있습니까" 등으로 한 문장에 담겼습니다.

황 대표는 민생(83회)을 유독 강조했습니다. '민생투쟁 대장정'처럼 주로 민생 행보를 강조하기 위함이었지만, '민생 파탄'처럼 현 정부를 공격할 때도 동원됐습니다. 경제(67회)와 정책(59회), 청년(46회) 일자리(33회), 시장(27회), 서민(21회), 자영업자(20회) 등 경제 분야 언급도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았습니다.

북한 이슈 관련 언급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북한(35회), 평화(26회), 안보(26회) 등이 거론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정면 문제 제기보다는 주로 문재인 정부의 안보 실정, 안보 무능을 주장하며 연관 단어로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 '독재' 그리고 '박정희'

독재(34회)와 좌파(29회)라는 말도 비교적 자주 등장했습니다. 황 대표는 누굴 향해 독재라는 말을 썼을까요? 북한을 향해 독재를 거론한 건 딱 한 번이었습니다. "북한의 독재와 인권 탄압을 놓아두고 진정한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 수 없다"(1월 29일)고 적었습니다. 나머지는 다 '사법독재', '인사독재', '입법독재', '독재의 도끼날', '독재의 만행', '독재 타도', '독재 촛불' 등이었고, 독재와 함께 가장 많이 쓰인 말은 '좌파독재'였습니다. 바로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던 겁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5월) 12일 오후 경북 구미시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5월) 12일 오후 경북 구미시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17년간 대통령을 역임하며 장기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도 황 대표의 페이스북에 10차례나 등장합니다. 인물별 언급 순위로 따져보면, 문재인(124회), 황교안(80회), 김정은(12회)에 이어 4위를 차지한 겁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다녀온 뒤인 2월 9일과 5월 14일에 올린 단 두 개의 글에서 '박정희'를 모두 10회 언급했습니다. '박정희 정신'을 이어받자는 취지였습니다. 다만, 황 대표에게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게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모두에게 존경받으며 국민통합의 지도자로 살아계십니다...박정희 정신이 다시 절실해지는 이유입니다. (2월 9일 황교안 대표 페이스북)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좌절이라는 역사적 고통 앞에, 그제 방문했던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서의 '박정희 정신'을 생각합니다. (5월14일 황교안 대표 페이스북)

지난 2월 이미 '북한의 수석 대변인' 지칭

지난 3월,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말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 달라며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말을 썼습니다. 정부·여당은 막말이라며 발칵 뒤집혔는데, 당시 나 원내대표는 외신을 인용한 거라며 발을 뺐습니다. 그런데 황 대표의 2월 페이스북에 이미 이 말이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이땐 당 대표 당선 전입니다.

사실상 대한민국의 안보를 무력화시킨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서울 답방’과 같은 ‘거짓 평화’를 위해 북한의 입장을 옹호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오죽하면 해외 언론이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라고 조롱했겠습니까? (2월 6일 황교안 대표 페이스북)

■ 황교안·나경원 장외 집회 발언…'독재' 으뜸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한국당은 장외투쟁을 펼쳤습니다. 이 기간에 4월 20일 첫 집회를 시작으로 5월 25일까지 모두 6차례 주말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집회에선 어떤 발언이 주를 이뤘을까요? '묘한 경쟁 관계' 때문에 웬만해선 같은 무대에 서지 않는다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을 함께 분석했습니다.


으뜸은 독재(107회)였습니다. 이어 좌파(96회), 정권(93회), 대통령(76회), 문재인(72회), 일자리(50회), 선거법(44회) 등의 순이었습니다. 장외집회, 그것도 대부분 뜻을 같이하는 당원을 상대로 한 연설이었기 때문에 말은 더 거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당시 이들의 주된 발언을 한마디로 하면 '좌파 독재 정권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내뿜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주말 장외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주말 장외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 김정은 대변하는 일 즉각 중단하라! 무너진 한미동맹 즉각 복원하라! 엉터리 남북 군사합의 즉각 철회하라! (4월 20일 황교안 대표 연설)

애국시민 여러분. 정말 문재인 정권의 좌파독재를 이제 우리가 끝장내야 하겠습니다.
(4월 20일 황교안 대표 연설)

여러분 독재가 다른 거 아니다. 아시잖아요. 이제 사법부 행정부 언론 검찰 경찰 모두 장악하고 의회까지 장악하겠다는 거 그게 바로 독재 아닙니까 여러분. 여러분 좌파 독재 우리 끝까지 막읍시다. (5월 4일 나경원 원내대표 연설)

이 정부 독재 아닙니까? 여러분 독재라는 게 뭐예요. 독재라는 게 뭘까요. 제멋대로 하는 거죠? 자기 멋대로 하는 거죠. 권력자가 자기 멋대로 하는 게 더 독재입니다.
(5월 17일 황교안 대표 연설)

문재인 대통령은 뭐라고 했습니까. 독재자의 후예라 했습니다. 여러분 이 중에 독재자 후예가 있습니까? 문재인 대통령 그럴 말할 자격 있습니까. 3대 세습 독재 몰라라하고 북한 인권 몰라라 하는 문재인 대통령 그런 말 할 자격 없습니다. (5월 25일 나경원 원내대표 연설)

황교안 "투쟁 계속"…에세이집에 빠진 내용은?

황교안 체제 100일을 즈음해 한국당은 에세이집 '밤이 깊어 먼 길을 나섰습니다'를 오는 8일 출간합니다. 황 대표가 정치권에 입문한 뒤 지금까지 느낀 소회를 담았다고 합니다. 황 대표는 서문에서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께서는 '살려달라'고 절규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자화상이었다"며 "지옥으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민생이 이토록 어려운데도 문재인 정권은 어떠한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성찰과 함께 새로운 미래와 통합의 청사진을 그리고자 한다. 우리의 투쟁은 계속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에세이집엔 빠진 내용도 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가 불교 행사에 참석해 합장을 하지 않아 '종교 편향' 논란을 빚었던 사건. 전방 GP를 시찰하며 "군은 정부나 국방부 입장과도 달라야 한다"고 말해 항명하라는 거냐는 논란을 빚었던 발언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민심 투쟁에 나섰다 '한국당 선전하러 왔느냐. 딴소리만 하느냐'고 꾸짖던 강원도 산불 이재민의 목소리는 "냉대하는 시민도 있었다"는 말로만 표현됐습니다. 게다가 5.18 망언 의원들의 징계를 마무리하지 않고 광주를 찾아 논란이 됐던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에 대해서도 "얼마 전에 5.18 관련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설화'가 있었기에,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물병을 던진 건 광주 사람들이 아니라 민중당 애들이 와서 저러는 것 같다'는 한 노인의 말을 적었습니다.

황 대표는 이제 취임 100일 이후를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책 대안을 내놓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보입니다. 에세이집에서 스스로 "보수진영 재건이나 중도층 포섭도 중요한 현안이지만, 우선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굳건히 한다면 그 둘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라고 밝혔듯, '민생투쟁대장정을 통해 확인한 명확한 과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자료 수집 분석: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인포그래픽 디자이너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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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임 100일, 황교안이 가장 많이 한 말은?
    • 입력 2019-06-05 13:46:25
    • 수정2019-06-05 19:19:27
    취재K
국회는 공전 중입니다. 그래도 국회는 말의 성찬입니다. 정치인은 말하고, 이 말에는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에둘러 가기도 하지만, 상대의 정곡을 찌르기도 합니다. 필요에 따라 진실인 듯 말을 치장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정치인 말의 의미를 따져보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치 혐오가 일상을 배회하더라도, 정치는 우리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 황교안의 '첫사랑'은 누구?

자유한국당이 '막말 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당 지도부마저 '막말' 논란에 가세했습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 민경욱 대변인, 한선교 사무총장, 그리고 나경원 원내대표까지. 각각 상황은 달랐지만, 이들은 엎질러 버린 발언을 제대로 주워담지 못했습니다. 제1야당의 컨트롤 타워로 '막말' 논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황 대표, 어떤 말을 주로 했을까요?

당 대표 취임 전부터 페이스북에 글을 자주 올린 황 대표. 눈에 띄는 대목은 '사랑' 이야기입니다. 취임 전인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엔 '첫사랑 아내' 이야기를 빌어 정치에 대한 설렘을 이야기했습니다. 2월 27일 당 대표 취임 이후에도 '사랑'은 자주 나타나, 모두 58번 언급됐습니다.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겠다"며 정치를 사랑으로 하겠다고 강조하는가 하면, 한국당과 대한민국을 향한 사랑도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의 성 접대 의혹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사랑'이란 말이 등장했습니다.

악한 세력은 존재합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본능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검은 결속과 비겁한 선동, 신뢰도 사랑도 양심도 없는 권력에 눈먼 자들의 비겁한 음해....
천사도 존재합니다. 삶의 현장을 묵묵히 지키며 미래의 꿈을 키워가는 대한민국 국민.
(3월 20일 황교안 대표 페이스북)

■ 黃 페이스북 사용설명서...'문재인' 최다, '민생' 강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페이스북 캡처
황교안 대표는 올 1월부터 5월 27일까지 모두 99건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무엇일까요? 국민(312회)과 우리(203회), 여러분(197), 자유(156회), 대한민국(143회)과 같은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제외했습니다.


황 대표가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문재인(124회)이었습니다. 정권(83회), 대통령(76회), 정부(67회) 등의 단어도 자주 언급됐습니다. 대여 투쟁에 앞장선 황 대표가 주로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를 정면 비판하는 데 매달려 왔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들 단어는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막겠다"거나 "문재인 정권의 오만함, 더이상 볼 수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도대체 어느 나라에 있습니까" 등으로 한 문장에 담겼습니다.

황 대표는 민생(83회)을 유독 강조했습니다. '민생투쟁 대장정'처럼 주로 민생 행보를 강조하기 위함이었지만, '민생 파탄'처럼 현 정부를 공격할 때도 동원됐습니다. 경제(67회)와 정책(59회), 청년(46회) 일자리(33회), 시장(27회), 서민(21회), 자영업자(20회) 등 경제 분야 언급도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았습니다.

북한 이슈 관련 언급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북한(35회), 평화(26회), 안보(26회) 등이 거론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정면 문제 제기보다는 주로 문재인 정부의 안보 실정, 안보 무능을 주장하며 연관 단어로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 '독재' 그리고 '박정희'

독재(34회)와 좌파(29회)라는 말도 비교적 자주 등장했습니다. 황 대표는 누굴 향해 독재라는 말을 썼을까요? 북한을 향해 독재를 거론한 건 딱 한 번이었습니다. "북한의 독재와 인권 탄압을 놓아두고 진정한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 수 없다"(1월 29일)고 적었습니다. 나머지는 다 '사법독재', '인사독재', '입법독재', '독재의 도끼날', '독재의 만행', '독재 타도', '독재 촛불' 등이었고, 독재와 함께 가장 많이 쓰인 말은 '좌파독재'였습니다. 바로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던 겁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5월) 12일 오후 경북 구미시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17년간 대통령을 역임하며 장기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도 황 대표의 페이스북에 10차례나 등장합니다. 인물별 언급 순위로 따져보면, 문재인(124회), 황교안(80회), 김정은(12회)에 이어 4위를 차지한 겁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다녀온 뒤인 2월 9일과 5월 14일에 올린 단 두 개의 글에서 '박정희'를 모두 10회 언급했습니다. '박정희 정신'을 이어받자는 취지였습니다. 다만, 황 대표에게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게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도 모두에게 존경받으며 국민통합의 지도자로 살아계십니다...박정희 정신이 다시 절실해지는 이유입니다. (2월 9일 황교안 대표 페이스북)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좌절이라는 역사적 고통 앞에, 그제 방문했던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서의 '박정희 정신'을 생각합니다. (5월14일 황교안 대표 페이스북)

지난 2월 이미 '북한의 수석 대변인' 지칭

지난 3월,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말은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 대변인'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 달라며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말을 썼습니다. 정부·여당은 막말이라며 발칵 뒤집혔는데, 당시 나 원내대표는 외신을 인용한 거라며 발을 뺐습니다. 그런데 황 대표의 2월 페이스북에 이미 이 말이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이땐 당 대표 당선 전입니다.

사실상 대한민국의 안보를 무력화시킨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서울 답방’과 같은 ‘거짓 평화’를 위해 북한의 입장을 옹호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오죽하면 해외 언론이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라고 조롱했겠습니까? (2월 6일 황교안 대표 페이스북)

■ 황교안·나경원 장외 집회 발언…'독재' 으뜸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한국당은 장외투쟁을 펼쳤습니다. 이 기간에 4월 20일 첫 집회를 시작으로 5월 25일까지 모두 6차례 주말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집회에선 어떤 발언이 주를 이뤘을까요? '묘한 경쟁 관계' 때문에 웬만해선 같은 무대에 서지 않는다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을 함께 분석했습니다.


으뜸은 독재(107회)였습니다. 이어 좌파(96회), 정권(93회), 대통령(76회), 문재인(72회), 일자리(50회), 선거법(44회) 등의 순이었습니다. 장외집회, 그것도 대부분 뜻을 같이하는 당원을 상대로 한 연설이었기 때문에 말은 더 거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당시 이들의 주된 발언을 한마디로 하면 '좌파 독재 정권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내뿜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주말 장외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 김정은 대변하는 일 즉각 중단하라! 무너진 한미동맹 즉각 복원하라! 엉터리 남북 군사합의 즉각 철회하라! (4월 20일 황교안 대표 연설)

애국시민 여러분. 정말 문재인 정권의 좌파독재를 이제 우리가 끝장내야 하겠습니다.
(4월 20일 황교안 대표 연설)

여러분 독재가 다른 거 아니다. 아시잖아요. 이제 사법부 행정부 언론 검찰 경찰 모두 장악하고 의회까지 장악하겠다는 거 그게 바로 독재 아닙니까 여러분. 여러분 좌파 독재 우리 끝까지 막읍시다. (5월 4일 나경원 원내대표 연설)

이 정부 독재 아닙니까? 여러분 독재라는 게 뭐예요. 독재라는 게 뭘까요. 제멋대로 하는 거죠? 자기 멋대로 하는 거죠. 권력자가 자기 멋대로 하는 게 더 독재입니다.
(5월 17일 황교안 대표 연설)

문재인 대통령은 뭐라고 했습니까. 독재자의 후예라 했습니다. 여러분 이 중에 독재자 후예가 있습니까? 문재인 대통령 그럴 말할 자격 있습니까. 3대 세습 독재 몰라라하고 북한 인권 몰라라 하는 문재인 대통령 그런 말 할 자격 없습니다. (5월 25일 나경원 원내대표 연설)

황교안 "투쟁 계속"…에세이집에 빠진 내용은?

황교안 체제 100일을 즈음해 한국당은 에세이집 '밤이 깊어 먼 길을 나섰습니다'를 오는 8일 출간합니다. 황 대표가 정치권에 입문한 뒤 지금까지 느낀 소회를 담았다고 합니다. 황 대표는 서문에서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께서는 '살려달라'고 절규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자화상이었다"며 "지옥으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민생이 이토록 어려운데도 문재인 정권은 어떠한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성찰과 함께 새로운 미래와 통합의 청사진을 그리고자 한다. 우리의 투쟁은 계속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작 이 에세이집엔 빠진 내용도 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가 불교 행사에 참석해 합장을 하지 않아 '종교 편향' 논란을 빚었던 사건. 전방 GP를 시찰하며 "군은 정부나 국방부 입장과도 달라야 한다"고 말해 항명하라는 거냐는 논란을 빚었던 발언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민심 투쟁에 나섰다 '한국당 선전하러 왔느냐. 딴소리만 하느냐'고 꾸짖던 강원도 산불 이재민의 목소리는 "냉대하는 시민도 있었다"는 말로만 표현됐습니다. 게다가 5.18 망언 의원들의 징계를 마무리하지 않고 광주를 찾아 논란이 됐던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에 대해서도 "얼마 전에 5.18 관련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설화'가 있었기에,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물병을 던진 건 광주 사람들이 아니라 민중당 애들이 와서 저러는 것 같다'는 한 노인의 말을 적었습니다.

황 대표는 이제 취임 100일 이후를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책 대안을 내놓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보입니다. 에세이집에서 스스로 "보수진영 재건이나 중도층 포섭도 중요한 현안이지만, 우선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굳건히 한다면 그 둘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라고 밝혔듯, '민생투쟁대장정을 통해 확인한 명확한 과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자료 수집 분석: KBS 데이터저널리즘팀, 인포그래픽 디자이너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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