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기능성 화장품 허가…“약품으로 오인해 증상 악화”

입력 2019.06.0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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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바르는 화장품, 그중에서도 피부 등에 특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을 '기능성 화장품'이라고 합니다. 의약품은 아니지만 개선 효과가 어느 정도 인정된 화장품인 셈이죠. 기능성 화장품에 '아토피'를 포함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아토피 환자들이 화장품을 치료 효과가 있는 약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대한피부과학회 "아토피는 질환…보습만으로 치료될 수 없어"

기능성 화장품은 자외선, 미백, 주름 개선 등 3종입니다. 2년 전 화장품법이 개정되면서 탈모와 여드름, 아토피 완화 제품이 포함됐습니다. 아토피라는 질병명이 기능성 화장품에 표시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화장품법 시행규칙 제2조 10항은 '아토피성 피부로 인한 건조함 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화장품'을 기능성 화장품으로 포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피부과학회는 "'아토피'는 심한 가려움과 함께 홍반, 진물, 딱지 등 다양한 증상이 있는데도 '건조함' 완화라는 단 하나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아토피'라는 질병명을 언급한 것은 명백한 오류이자 비약"이라고 봅니다.

학회는 "아토피 효능을 표시한 화장품이 의학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오인해 화장품에 의존함으로써 치료 시기를 놓쳐 질병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치료 기간의 장기화 및 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합니다. 또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명목으로 고가로 책정돼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며, 이는 관련 업체의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구매 쉬운 기능성 화장품…아토피 효능 과장돼 소비자 부담 커질 수 있어"

학회뿐 아니라 환자와 소비자 단체에서도 우려를 나타냅니다.

중증 아토피 환자인 최창희 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가 심해서 잠도 못 잘 정도였다. 보습제 화장품에 아토피가 명시되면 아토피 환자들은 보습제 바르면서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는데 효과가 없다면 정신적으로도 상실감 느끼고 좌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토피를 기능성 화장품에 명시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합니다.

황인순 소아·청소년 아토피 환우단체 대표도 "아토피가 있는 자녀가 있다. 기능성 화장품으로 아토피가 낫는다면 저는 수백만 원을 주고도 샀을 것이다. 중증 아토피 치료를 위해 한 달에 2~3백만 원 정도 쓰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토피 효능을 광고하는 기능성 화장품이 시중에 판매되면 치료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오인해 환자 가족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상임고문은 "기능성 화장품 허가로 관련 산업이 성장했지만, 산업 진흥보다 소비자 안전이 더 중요하다. 아토피 기능성 화장품은 아토피 치료 효과가 있다고 오해될 수 있어 소비자 안전에 더 해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 효능이 과장돼 전파될 수 있어 문제가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기능성 화장품 '아토피' 문구 논란에…2년째 허가 사례 '0건'

대한피부과학회는 아토피 질환명을 쓰는 대신 '보습 기능'이라는 표현을 써 보습 효과에 따라 단계를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보습력에 따라 제품을 나누면 굳이 '아토피'를 붙이지 않아도 필요한 환자들이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식약처는 피부 건조함의 대표적 사례로서 '아토피성 피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명합니다.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어려운 표현보다는 직접적이고 명확한 표현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넣은 문구라는 설명입니다.

또 아토피를 기능성 화장품에 포함해 현재 무분별한 아토피 관련 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고,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문구가 있어서 소비자가 의약품으로 오인할 우려는 낮다는 입장입니다.

식약처는 올해 안에 '아토피성 기능성 화장품 인체 적용시험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기능성 화장품 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2년째 아토피 개선 효과가 인정돼 허가된 기능성 화장품은 한 건도 없습니다. 심사 중인 제품도 1건뿐입니다. 아토피 기능성 화장품이 허가될 경우 아토피 개선 효과를 놓고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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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토피’ 기능성 화장품 허가…“약품으로 오인해 증상 악화”
    • 입력 2019-06-05 16:33:17
    취재K
매일 바르는 화장품, 그중에서도 피부 등에 특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을 '기능성 화장품'이라고 합니다. 의약품은 아니지만 개선 효과가 어느 정도 인정된 화장품인 셈이죠. 기능성 화장품에 '아토피'를 포함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아토피 환자들이 화장품을 치료 효과가 있는 약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대한피부과학회 "아토피는 질환…보습만으로 치료될 수 없어"

기능성 화장품은 자외선, 미백, 주름 개선 등 3종입니다. 2년 전 화장품법이 개정되면서 탈모와 여드름, 아토피 완화 제품이 포함됐습니다. 아토피라는 질병명이 기능성 화장품에 표시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화장품법 시행규칙 제2조 10항은 '아토피성 피부로 인한 건조함 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화장품'을 기능성 화장품으로 포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피부과학회는 "'아토피'는 심한 가려움과 함께 홍반, 진물, 딱지 등 다양한 증상이 있는데도 '건조함' 완화라는 단 하나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아토피'라는 질병명을 언급한 것은 명백한 오류이자 비약"이라고 봅니다.

학회는 "아토피 효능을 표시한 화장품이 의학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오인해 화장품에 의존함으로써 치료 시기를 놓쳐 질병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치료 기간의 장기화 및 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합니다. 또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명목으로 고가로 책정돼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며, 이는 관련 업체의 이익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구매 쉬운 기능성 화장품…아토피 효능 과장돼 소비자 부담 커질 수 있어"

학회뿐 아니라 환자와 소비자 단체에서도 우려를 나타냅니다.

중증 아토피 환자인 최창희 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토피가 심해서 잠도 못 잘 정도였다. 보습제 화장품에 아토피가 명시되면 아토피 환자들은 보습제 바르면서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는데 효과가 없다면 정신적으로도 상실감 느끼고 좌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토피를 기능성 화장품에 명시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합니다.

황인순 소아·청소년 아토피 환우단체 대표도 "아토피가 있는 자녀가 있다. 기능성 화장품으로 아토피가 낫는다면 저는 수백만 원을 주고도 샀을 것이다. 중증 아토피 치료를 위해 한 달에 2~3백만 원 정도 쓰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토피 효능을 광고하는 기능성 화장품이 시중에 판매되면 치료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오인해 환자 가족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상임고문은 "기능성 화장품 허가로 관련 산업이 성장했지만, 산업 진흥보다 소비자 안전이 더 중요하다. 아토피 기능성 화장품은 아토피 치료 효과가 있다고 오해될 수 있어 소비자 안전에 더 해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 효능이 과장돼 전파될 수 있어 문제가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기능성 화장품 '아토피' 문구 논란에…2년째 허가 사례 '0건'

대한피부과학회는 아토피 질환명을 쓰는 대신 '보습 기능'이라는 표현을 써 보습 효과에 따라 단계를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보습력에 따라 제품을 나누면 굳이 '아토피'를 붙이지 않아도 필요한 환자들이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식약처는 피부 건조함의 대표적 사례로서 '아토피성 피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명합니다.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어려운 표현보다는 직접적이고 명확한 표현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넣은 문구라는 설명입니다.

또 아토피를 기능성 화장품에 포함해 현재 무분별한 아토피 관련 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고,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문구가 있어서 소비자가 의약품으로 오인할 우려는 낮다는 입장입니다.

식약처는 올해 안에 '아토피성 기능성 화장품 인체 적용시험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기능성 화장품 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2년째 아토피 개선 효과가 인정돼 허가된 기능성 화장품은 한 건도 없습니다. 심사 중인 제품도 1건뿐입니다. 아토피 기능성 화장품이 허가될 경우 아토피 개선 효과를 놓고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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