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 vs “꽃으로도 때리면 안 돼”

입력 2019.06.0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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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제공

A양은 아버지 지갑에서 5만 원을 훔치고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이 났습니다. A양의 아버지는 버릇을 고쳐주겠다며 딸을 흠씬 두들겨 팼습니다. A양의 눈과 양쪽 팔에 시퍼런 멍이 들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가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보호기관은 아버지를 학대 가해자로 보고 A양을 학대피해아동쉼터로 옮겨 응급조치했습니다.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에도 A양의 아버지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딸을 향해 욕을 쏟아 냈습니다. 제지하려는 상담원과도 언쟁이 붙었습니다. 결국, A양의 아버지에게 딸 주변 100m 접근 금지와 전기통신 접근 금지 조처가 내려졌습니다. A양의 아버지는 따져 물었습니다. 자신의 딸을 훈육하고 교육하기 위해 한 행동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다 그렇게 자랐고 성공했다며 오히려 법이 아이들을 과잉보호하도록 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양은 이른바 '문제아'였습니다. A양을 보호했던 상담원들은 A양의 문제 행동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거짓말을 하고 도벽이 있으며 자해까지 한다고 했습니다. 충동조절 장애에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즉, ADHD도 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심지어 A양 아버지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말로 해서는 안 된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마구 때리는 아버지를 옹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A양 처럼 제삼자가 보기에도 자녀의 문제가 심각하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모들이 종종 "말로 해서는 안 된다"는 표현을 하듯 훈육 방식으로써 체벌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여전합니다. 지난달 23일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찬반 의견이 뜨겁습니다.

어제(5일) 열린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예방 포럼'에서 이를 둘러싼 토론이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은 체벌이 반복되고 심해지면 자칫 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부모들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다만, 민법상 부모의 징계권에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선 다소 견해차가 나타났습니다.


"좋은 회초리란 없다" VS "법제화는 신중해야"

"'좋은 회초리'란 없다." 강릉원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세원 교수는 이렇게 말하면서 정부 정책에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어디까지 어떤 체벌은 허용한다는 식의 범위 설정도 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예외를 두면 아동학대의 갈림길에 서 있는 부모들을 본질에서 변화시킬 수 없다는 이윱니다.

반면 취지는 공감하지만, 법제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동국대 법과대학 강동욱 교수는 "민법에 체벌 금지 규정을 넣는 것은 기본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민법에 부모의 체벌 금지 규정이 들어갔을 때 부모의 양육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겁니다. 부모의 체벌 범위를 놓고 법적 사회적 논란이 커지다 보면 부모들이 아동의 양육을 포기하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습니다.


훈육은 꼭 체벌을 동반해야 할까?

강 교수는 체벌 없는 훈육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훈육은 체벌, 거친 말, 인격적인 모욕이 아니라 아이의 자존감을 존중하면서 행해야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훈육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 위주로 하되, 행동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어야 하며 실수를 공격하거나 강요를 통한 굴복, 과거사 들추기는 제외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나는 자녀들을 사랑해 조금 과도하게 훈육하였을 뿐이다." 2013년 칠곡계모사건 학대 가해자가 법정에서 한 변론 중 일부입니다. 훈육과 학대는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훈육을 위한 적당한 체벌의 범위에 대해서도 각자 생각이 다릅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권리를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일단 자녀를 소유물로 보지 않아야 합니다. 부모도 지도·감독하는 존재가 아닌 자녀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책임지는 사람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각자 생각은 다르지만, 훈육을 빙자한 학대가 사라져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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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매” vs “꽃으로도 때리면 안 돼”
    • 입력 2019-06-06 08:01:29
    취재K
사진 출처 :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제공

A양은 아버지 지갑에서 5만 원을 훔치고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이 났습니다. A양의 아버지는 버릇을 고쳐주겠다며 딸을 흠씬 두들겨 팼습니다. A양의 눈과 양쪽 팔에 시퍼런 멍이 들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가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보호기관은 아버지를 학대 가해자로 보고 A양을 학대피해아동쉼터로 옮겨 응급조치했습니다.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에도 A양의 아버지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습니다. 딸을 향해 욕을 쏟아 냈습니다. 제지하려는 상담원과도 언쟁이 붙었습니다. 결국, A양의 아버지에게 딸 주변 100m 접근 금지와 전기통신 접근 금지 조처가 내려졌습니다. A양의 아버지는 따져 물었습니다. 자신의 딸을 훈육하고 교육하기 위해 한 행동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다 그렇게 자랐고 성공했다며 오히려 법이 아이들을 과잉보호하도록 해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양은 이른바 '문제아'였습니다. A양을 보호했던 상담원들은 A양의 문제 행동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거짓말을 하고 도벽이 있으며 자해까지 한다고 했습니다. 충동조절 장애에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즉, ADHD도 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심지어 A양 아버지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말로 해서는 안 된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마구 때리는 아버지를 옹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A양 처럼 제삼자가 보기에도 자녀의 문제가 심각하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모들이 종종 "말로 해서는 안 된다"는 표현을 하듯 훈육 방식으로써 체벌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여전합니다. 지난달 23일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찬반 의견이 뜨겁습니다.

어제(5일) 열린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예방 포럼'에서 이를 둘러싼 토론이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은 체벌이 반복되고 심해지면 자칫 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부모들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다만, 민법상 부모의 징계권에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선 다소 견해차가 나타났습니다.


"좋은 회초리란 없다" VS "법제화는 신중해야"

"'좋은 회초리'란 없다." 강릉원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세원 교수는 이렇게 말하면서 정부 정책에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어디까지 어떤 체벌은 허용한다는 식의 범위 설정도 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예외를 두면 아동학대의 갈림길에 서 있는 부모들을 본질에서 변화시킬 수 없다는 이윱니다.

반면 취지는 공감하지만, 법제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동국대 법과대학 강동욱 교수는 "민법에 체벌 금지 규정을 넣는 것은 기본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민법에 부모의 체벌 금지 규정이 들어갔을 때 부모의 양육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겁니다. 부모의 체벌 범위를 놓고 법적 사회적 논란이 커지다 보면 부모들이 아동의 양육을 포기하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습니다.


훈육은 꼭 체벌을 동반해야 할까?

강 교수는 체벌 없는 훈육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훈육은 체벌, 거친 말, 인격적인 모욕이 아니라 아이의 자존감을 존중하면서 행해야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훈육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 위주로 하되, 행동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어야 하며 실수를 공격하거나 강요를 통한 굴복, 과거사 들추기는 제외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나는 자녀들을 사랑해 조금 과도하게 훈육하였을 뿐이다." 2013년 칠곡계모사건 학대 가해자가 법정에서 한 변론 중 일부입니다. 훈육과 학대는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훈육을 위한 적당한 체벌의 범위에 대해서도 각자 생각이 다릅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권리를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일단 자녀를 소유물로 보지 않아야 합니다. 부모도 지도·감독하는 존재가 아닌 자녀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책임지는 사람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각자 생각은 다르지만, 훈육을 빙자한 학대가 사라져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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