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트럼프,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 방관하면 ‘보복 관세’ 압박…‘1석2조’ 성공?

입력 2019.06.0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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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Getty Images

중남미 출신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이 미국 남부 멕시코와의 국경으로 끝없이 밀려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이들 중미 출신 이민자들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와 미국 세관 국경 당국에 체포돼 구금된 중미 이민자들은 13만 2천 명을 넘어섰다.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美 당국 "가족들이라 돌려보낼 수도 없어"…지난달 13만 명 구금

최근에는 어린아이들까지 업고, 혹은 유모차에 태워 밀고 오는 가족 단위의 이민자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국경 인근의 구금소들은 이미 포화상태다. 은박지를 덮고 바닥에 누워 지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이러다 보니 오랜 여행길에 지친 어린아이들이 면역력이 떨어져 구금소에서 숨지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당국은 불법 이민자들을 체포해도 이들이 가족 단위로 몰려들어 쉽게 돌려보내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최근 중미 가족단위 이민자. 사진 출처 : 로이터최근 중미 가족단위 이민자. 사진 출처 : 로이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의 칼'을 빼 들었다. 불법 이민자들의 통로인 멕시코가 이민자들을 막지 않는다면 오는 10일부터 멕시코산 제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불법 이민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매달 관세를 올려 10월에는 25%까지 인상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전면 철수할 수도 있다고 협박도 했다.

멕시코 진출 자동차 회사. 사진 출처 : 오토가이드멕시코 진출 자동차 회사. 사진 출처 : 오토가이드

멕시코 진출 美 기업들 '초비상'…기아차 등 한국업체들도 '촉각'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현지 기업들이 전전긍긍하며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자동차만을 대상으로 관세 협박을 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멕시코산 전체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먼저 현지에 진출한 자동차 업계가 초비상이다. 도요타는 중형픽업 타코마를 멕시코에서 생산하는데 관세가 부과되면 2억 1천500만 달러에서 10억 7천만 달러의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이체방크 분석에 따르면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25%까지 인상되면 제너럴모터스(GM)는 63억 달러, 피아트크라이슬러는 48억 달러, 포드는 33억 달러 타격을 받을 것이란 추산이 나왔다. 이런 타격은 멕시코에 있는 자동차 부품공장들에도 전이되며, 자동차뿐만이 아니라 멕시코산 전체 제품이 대상이어서 전자회사 등 글로벌기업들의 타격은 클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기아차 공장. 사진 출처 : 로이터멕시코 기아차 공장. 사진 출처 : 로이터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기아차 등 멕시코에는 20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데 본사와 함께 이번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지 여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아차는 누에보 레온 주 페스케리아 시에 현지 자동차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고,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에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LG전자 역시 멕시코 레이노사에서 미국에서 판매하는 TV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고 멕시칼리에서는 냉장고 등 생활가전을 제조하고 있다.

미국 코스트코나 베스트바이 등 마트에 가면, 전면에 삼성과 LG 전자 제품이 전시돼 있는데 대부분 'made in Mexico'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그만큼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멕시코, 이민자 단속·軍 국경배치 제안…대통령 "타결 희망"

미국과 멕시코는 5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이틀째 실무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에서 멕시코는 불법 이민 브로커를 제재하고, 멕시코 남부 과테말라와의 국경에 군인 6천 명을 배치하겠다면서 미국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원하는 불법 이민 단속을 약속하면서 협상을 위한 추가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협상 타결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만일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미국이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멕시코 경찰 이민자와 충돌. 사진 출처 : 로이터멕시코 경찰 이민자와 충돌. 사진 출처 : 로이터

트럼프, 이민·경제 문제 동시해결?…'1석2조' 노려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들을 막겠다고 약속까지 했지만, 백악관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멕시코 관세 부과 입장은 변함없다면서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여전히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에 대한 관세부과를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공화당 내부에서까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 같은 의회의 반대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분석이다.

어쨌든 멕시코산 전체 제품에 대한 5% 관세 부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멕시코에 진출한 글로벌기업들은 멕시코에 추가 투자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글로벌기업들은 다시 미국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는 등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빼 든 멕시코에 대한 '관세의 칼'은 결국 경제 문제와 이민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1석2조'를 노린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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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07 13:36:01
    특파원 리포트
사진 출처 : Getty Images

중남미 출신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이 미국 남부 멕시코와의 국경으로 끝없이 밀려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이들 중미 출신 이민자들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와 미국 세관 국경 당국에 체포돼 구금된 중미 이민자들은 13만 2천 명을 넘어섰다.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美 당국 "가족들이라 돌려보낼 수도 없어"…지난달 13만 명 구금

최근에는 어린아이들까지 업고, 혹은 유모차에 태워 밀고 오는 가족 단위의 이민자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국경 인근의 구금소들은 이미 포화상태다. 은박지를 덮고 바닥에 누워 지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이러다 보니 오랜 여행길에 지친 어린아이들이 면역력이 떨어져 구금소에서 숨지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당국은 불법 이민자들을 체포해도 이들이 가족 단위로 몰려들어 쉽게 돌려보내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최근 중미 가족단위 이민자. 사진 출처 : 로이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의 칼'을 빼 들었다. 불법 이민자들의 통로인 멕시코가 이민자들을 막지 않는다면 오는 10일부터 멕시코산 제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불법 이민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매달 관세를 올려 10월에는 25%까지 인상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전면 철수할 수도 있다고 협박도 했다.

멕시코 진출 자동차 회사. 사진 출처 : 오토가이드
멕시코 진출 美 기업들 '초비상'…기아차 등 한국업체들도 '촉각'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현지 기업들이 전전긍긍하며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자동차만을 대상으로 관세 협박을 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멕시코산 전체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먼저 현지에 진출한 자동차 업계가 초비상이다. 도요타는 중형픽업 타코마를 멕시코에서 생산하는데 관세가 부과되면 2억 1천500만 달러에서 10억 7천만 달러의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이체방크 분석에 따르면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25%까지 인상되면 제너럴모터스(GM)는 63억 달러, 피아트크라이슬러는 48억 달러, 포드는 33억 달러 타격을 받을 것이란 추산이 나왔다. 이런 타격은 멕시코에 있는 자동차 부품공장들에도 전이되며, 자동차뿐만이 아니라 멕시코산 전체 제품이 대상이어서 전자회사 등 글로벌기업들의 타격은 클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기아차 공장. 사진 출처 : 로이터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기아차 등 멕시코에는 20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데 본사와 함께 이번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지 여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아차는 누에보 레온 주 페스케리아 시에 현지 자동차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고,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에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LG전자 역시 멕시코 레이노사에서 미국에서 판매하는 TV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고 멕시칼리에서는 냉장고 등 생활가전을 제조하고 있다.

미국 코스트코나 베스트바이 등 마트에 가면, 전면에 삼성과 LG 전자 제품이 전시돼 있는데 대부분 'made in Mexico'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그만큼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멕시코, 이민자 단속·軍 국경배치 제안…대통령 "타결 희망"

미국과 멕시코는 5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이틀째 실무급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에서 멕시코는 불법 이민 브로커를 제재하고, 멕시코 남부 과테말라와의 국경에 군인 6천 명을 배치하겠다면서 미국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원하는 불법 이민 단속을 약속하면서 협상을 위한 추가 시간 벌기에 나선 것이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협상 타결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만일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미국이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멕시코 경찰 이민자와 충돌. 사진 출처 : 로이터
트럼프, 이민·경제 문제 동시해결?…'1석2조' 노려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들을 막겠다고 약속까지 했지만, 백악관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멕시코 관세 부과 입장은 변함없다면서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여전히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에 대한 관세부과를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공화당 내부에서까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 같은 의회의 반대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분석이다.

어쨌든 멕시코산 전체 제품에 대한 5% 관세 부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멕시코에 진출한 글로벌기업들은 멕시코에 추가 투자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글로벌기업들은 다시 미국 현지에 공장을 건설하는 등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빼 든 멕시코에 대한 '관세의 칼'은 결국 경제 문제와 이민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1석2조'를 노린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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