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의 눈/단독] ‘탈석탄·전기요금’ 서민 직결 정책 깜깜이 논의

입력 2019.06.07 (21:35) 수정 2019.06.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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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으로 20년, 국가 에너지 대계를 그리는 '3차 에너지 기본계획'이 확정됐습니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최대 35%까지 늘리고, 석탄발전은 줄인다는 게 핵심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5명의 민간 워킹그룹을 구성해 8개월 동안 논의를 진행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깜깜이 밀실 논의가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데요.

KBS가 워킹그룹 민간 위원들의 용역 수주 내역을 최초로 입수했습니다.

확인해보니, 절반 가까이는 정책의 이해당사자인 발전사나 한전 등으로부터 용역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손서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파리협정에 따라 3천4백여만 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3차 에너지 기본계획에는 당초 예정됐던 석탄화력발전소 감축 목표는 빠졌습니다.

워킹그룹 내부에서도 발전회사 용역 등을 많이 수행한 일부 위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김주진/워킹그룹 위원 : "3천4백만 톤 이슈는 충남이나 경남에 있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들을 얼마나 빨리 폐쇄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일부 발전사들에는 굉장히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KBS가 단독입수한 워킹그룹 민간 위원들의 용역 수주 내역입니다.

75명 가운데 34명이 이해 당사자인 한전과 발전사 등이 발주한 용역 과제를 수행했는데, 240억 원에 달합니다.

한 대학교수는 용역 29건을 수행하며 24억 원을 받았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자문비 명목으로만 2억여 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유승직/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 : "용역이라는 것이 발주자의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는 거기 때문에. 그 회사의 입장을 대변한다고밖에 볼 수 없는 거죠."]

위원 가운데는 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한전이나 발전회사 관계자도 12명이나 됩니다.

겹치기 자문도 문제입니다.

주요 전력 정책 관련 위원회 7개 가운데 2개 이상 참여한 위원이 14명이나 됐습니다.

사실상 소수가 전력 정책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위원들의 용역 수행 내용 등은 철저히 비공개로 돼 있어 외부에서 감시할 수도 없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개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합니다.

[정종영/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혁신정책과장 : "위원들의 개인적인 도덕성이나 이런 것들에 대한 불필요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격이 있을 수도 있어서 (공개했을 때) 문제점들도 면밀히 살펴봐야합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해 3년 이내 관련 사업체에서 일했거나 연구개발과제를 수탁한 경우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력 관련 위원회에는 관련 내용이 없습니다.

[조배숙/민주평화당 의원/국회 산자위 : "누가 어떤 사업을 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3년간 실적이나 참여 부분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고 외부에 공개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논의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국민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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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의 눈/단독] ‘탈석탄·전기요금’ 서민 직결 정책 깜깜이 논의
    • 입력 2019-06-07 21:38:54
    • 수정2019-06-08 10: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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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으로 20년, 국가 에너지 대계를 그리는 '3차 에너지 기본계획'이 확정됐습니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최대 35%까지 늘리고, 석탄발전은 줄인다는 게 핵심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5명의 민간 워킹그룹을 구성해 8개월 동안 논의를 진행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깜깜이 밀실 논의가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데요. KBS가 워킹그룹 민간 위원들의 용역 수주 내역을 최초로 입수했습니다. 확인해보니, 절반 가까이는 정책의 이해당사자인 발전사나 한전 등으로부터 용역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손서영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파리협정에 따라 3천4백여만 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3차 에너지 기본계획에는 당초 예정됐던 석탄화력발전소 감축 목표는 빠졌습니다. 워킹그룹 내부에서도 발전회사 용역 등을 많이 수행한 일부 위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김주진/워킹그룹 위원 : "3천4백만 톤 이슈는 충남이나 경남에 있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들을 얼마나 빨리 폐쇄할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일부 발전사들에는 굉장히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KBS가 단독입수한 워킹그룹 민간 위원들의 용역 수주 내역입니다. 75명 가운데 34명이 이해 당사자인 한전과 발전사 등이 발주한 용역 과제를 수행했는데, 240억 원에 달합니다. 한 대학교수는 용역 29건을 수행하며 24억 원을 받았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자문비 명목으로만 2억여 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유승직/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 : "용역이라는 것이 발주자의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될 수밖에 없는 거기 때문에. 그 회사의 입장을 대변한다고밖에 볼 수 없는 거죠."] 위원 가운데는 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한전이나 발전회사 관계자도 12명이나 됩니다. 겹치기 자문도 문제입니다. 주요 전력 정책 관련 위원회 7개 가운데 2개 이상 참여한 위원이 14명이나 됐습니다. 사실상 소수가 전력 정책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위원들의 용역 수행 내용 등은 철저히 비공개로 돼 있어 외부에서 감시할 수도 없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개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합니다. [정종영/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혁신정책과장 : "위원들의 개인적인 도덕성이나 이런 것들에 대한 불필요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격이 있을 수도 있어서 (공개했을 때) 문제점들도 면밀히 살펴봐야합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해 3년 이내 관련 사업체에서 일했거나 연구개발과제를 수탁한 경우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력 관련 위원회에는 관련 내용이 없습니다. [조배숙/민주평화당 의원/국회 산자위 : "누가 어떤 사업을 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3년간 실적이나 참여 부분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고 외부에 공개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논의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국민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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